108화 요청 (2)
“러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넨의 마력이 움직이고, 눈에서는 녹색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때 러셀의 마력이 움직였다. 사라넨과 마찬가지로 그의 눈에서 자청색의 빛이 흘러나오고 왼손이 들렸다. 손가락을 까딱이자 금세 주위에 가득 찬 러셀의 마력이 사라넨의 마력과 충돌했다.
두-웅!
북을 때린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가벼운 옷가지와 짚으로 만들어진 모자, 바구니, 나무 탁자, 그 위에 진열되어 있던 그릇들이 와르르 떨어졌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아.”
그 파동의 중심에서 사라넨이 멍한 얼굴과 눈으로 러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러셀이 말했다.
“사라넨이라고 했나. 이렇게 다짜고짜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사라넨이 방금 뿌렸던 마력은 공간을 침식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 흐름으로 보건데 자신만이 아는 어떤 공간으로 진입하게 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방금 러셀이 마찬가지로 마력을 뿌려 상쇄한 것이고. 될까 싶었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되었다. 보통의 마법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투박해서 더 막기 쉬웠다.
전문적인 마탑의 마법사들이나, 용병으로 활동 중인 전투 마법사의 주문은 이렇게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사라넨의 마법이 뒤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다만 러셀과 사라넨의 거리가 무척 가까웠고, 러셀의 마력 지배가 사라넨을 훨씬 웃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미안합니다. 마음이 급했어요.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사라넨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마력이 사그라들고, 녹색의 광채 또한 저물었다. 그에 따라 러셀도 끌어올린 마력을 가라앉혔다.
시장의 한복판에서 갑작스레 충돌한 마력의 여파에 사방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지만, 누구 하나 큰 소리 내지 못했다. 뒤에서 사라넨에게 과일을 팔기 위해 열변을 토하던 가게 주인은 시퍼래진 얼굴로 엎드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라. 확실히 그런 듯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법을 일으키려 할 정도면. 영지민들은 물론이고 영주마저도 그리 좋게 보지는 않을 텐데.
러셀은 고개를 숙였다고 올리는 사라넨을 내려다봤다.
“급한 용건이라는 건 알겠다만, 마그나가르타의 친구라는 당신 말을 당장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린 방금 처음 만나지 않았나. 그런데 다짜고짜 그녀의 친구라고 하고,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네, 하고 바로 도와줄 줄 알았나?”
그들은 아직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시장에 있었다. 한차례 일어난 소동으로 인해 손님이든 가게 주인이든 모두가 물러나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계과 불안, 약간의 두려움이 아로새겨져 있다. 사라넨은 그런 인간들의 얼굴을 보고는 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머무는 곳이 있어요. 춤추는 곰이라는 이름의 여관이예요. 일이 끝나면 들러주실 수 있을까요?”
러셀은 간절한 몸짓으로 그를 보는 사라넨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외모와 기이한 분위기. 그리고 녹색의 눈동자 안에서 휘몰아치는 자연의 존재감. 사라넨의 말에서 거짓을 느끼진 못했다.
거짓말을 하면 필연적으로 신체의 이상징후가 뒤따른다. 눈꺼풀을 심하게 깜박이거나, 침을 삼킨다거나, 손가락 끝을 떤다거나 하는 알기 쉬운 것도 있지만.
좀 더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신체 내부의 호르몬이나 신경의 반응, 떨리는 동공이나 박동이 빨라지는 심장까지 러셀은 볼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그러지.”
사라넨은 러셀의 승낙에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사라넨은 얼빠진 표정의 과일 가게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는 걸어갔다. 방금 전까지 소란을 일으킨 주인공이었음에도 탸연히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고,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뭐야, 쟤?”
크라이에 타고 있던 아엘라시스가 사라넨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갑자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질 않나, 이상한 마법도 쓰려고 하질 않나. 체계를 알 수 없는 종류의 마법이긴 했는데.”
“그래?”
“응. 인간의 마법이랑은 달랐어. 조금 더, 뭐랄까. 자연적이라고 해야 하나?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용족답게 아엘라시스는 사라넨의 마력과 마법에서부터 통상적인 것과는 다른 점을 느낀 것 같았다. 잠자코 있던 카이가 말했다.
“인간은 아니었소.”
“인간이 아니라고?”
“그렇소. 인간보다는 요정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요정도 아니고.”
“나중에 찾아가보면 알게 되겠지.”
러셀도 호기심이 들기는 했다. 마그나가르타의 이름을 오랜만에 듣기도 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리고 사라넨이 도와달라는 내용이, 지금 자신의 목적과 그리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도 있었다. 이런 경우 예감은 잘 맞는 편이었다.
“저, 다시 안내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안내를 맡은 병사, 데빈이 가까스로 말을 걸었다. 지근거리에서 러셀의 마력을 온몸으로 받은 그는 덜덜 떨면서도 임무를 잊지 않았다.
“그렇소. 미안하게 됐군.”
“아, 아닙니다. 용살자 님의 실력이, 소문으로 듣던 것 이상이라 그렇습니다. 하, 하. 이쪽입니다.”
***
아성 내부에 라함 영주의 영주관이 있었다. 잘 깔린 판석과 좌우대칭이 맞춰진 건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데빈이 말들을 데리고 마구간으로 가자 영주 관에서 사슬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나왔다.
기사가 러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소, 러셀 경. 소문으로만 듣던 용살자를 이리 만나다니. 영광이오.”
“반갑습니다.”
자신을 반델 테본스라고 소개한 기사는 이어 카이와 아엘라시스를 바라봤다.
“말씀해주신 그대로로군. 일단 안내해주겠네. 따라오게나.”
반델이 손짓을 하자 크고 넓은 문 앞에서 경비를 맡고 있던 병사가 문을 열었다. 커다란 홀이 나타나고, 그 안쪽에 자리한 길쭉한 식탁이 눈에 들어왔다.
갑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은 타티아나가 상석에 앉아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재질이 좋아보이는 조끼와 셔츠, 바지였지만 사치를 부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호위를 맡은 기사가 그녀의 뒤에 서 있었고, 시종들이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왔군. 어서 앉게나.”
타티아나 영주의 환영과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영주 개인의 단출한 옷차림과는 상관없이 요리는 모두 훌륭했다.
돼지의 앞다리 살로 만든 햄과 밀로 만들어진 흰 빵, 콩을 곁들인 토마토 스튜, 닭 육수에 양파와 대파, 허브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스프, 드레싱이 뿌려진 샐러드까지.
요리의 정성은 곧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 러셀은 영주가 무슨 말을 꺼낼지 궁금했다.
“용살자. 이름이, 러셀이라 했던가?”
“그렇습니다.”
“아까 시장에서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벌써 말이 전해진 건가. 아니, 전해지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한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는 그 지역에 한해서만큼은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가지는 까닭.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저를 알아본 술사였더군요.”
“음. 역시, 그대 정도쯤 되면 가만히만 있어도 사건 사고들이 알아서 굴러들어 올 테니 말이야.”
영주의 말은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러셀 또한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닥쳐오는 일들이 많다고 느껴지긴 했으니까.
그것도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것들이 태반이었다. 도시에서 맞닥트린 용이나 협곡에서 해치운 대악마, 다른 영지의 지하에서 일어난 뱀파이어 등.
거기다 지금은 또 다른 대악마의 실마리를 찾아 중부의 산맥과 숲을 지나고, 오크들과의 전쟁을 앞두고 있는 영지에까지 들어오게 됐다.
“자네에게 나 또한 부탁 하나를 하고 싶은데. 들어줄 수 있겠는가?”
“들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러셀의 말에 영주 뒤편에 서 있던 기사가 사나운 시선을 보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방자한 말을 하냐는 듯한 눈길.
그러나 러셀이 그런 시선에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었다. 타티아나 또한 그런 러셀의 태도에 노기를 내비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영지를 도와 토벌대에 합류해주지 않겠는가? 소문의 용살자가 도와준다면 우리 영지 군의 사기가 많이 오르겠지. 몸을 사리는 용병들 또한 생각을 달리 해볼 것이고.”
“이미 영주님에게는 훌륭한 기사와 병사들이 있는 줄 압니다.”
영주 관으로 오면서 러셀은 병사들의 군기나 훈련 상태를 눈 여겨 보았다. 북부의 마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하는 고향의 병사들과 비견되지는 않을지라도, 라함 영지의 영지 군 또한 괜찮은 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영지민들의 행색이 나쁘지 않았다. 좋은 지배자가 드문 세계다. 높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숲이나 계곡 등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화전민들의 마을도 많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는 태도나 걸음걸이, 몸짓, 얼굴에서 특색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라함 영지는 오크와의 전쟁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과 비교해볼 때 안정적으로 보였다. 타티아나 영주가 그만큼 영지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타티아나 영주가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고 손깍지를 끼며 러셀을 쳐다봤다. 옅은 회색의 머리카락이 매끄럽게 이마와 볼, 목을 감싸며 흘러내리고 있다. 머리카락 아래의 푸르게 빛나는 눈. 그 눈이 러셀을 직시했다.
“바로 그런 기사와 병사들이 있기에 더욱 자네의 도움을 원하네.”
“최대한 피해의 규모를 낮추고 싶다는 뜻이군요. 기사와 병사보다는 용병 쪽으로.”
“줄일 수 있는 피해라면 줄여야지. 그게 내 병사들을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한 명이라도 더 빼낼 수 있다면 더더욱.”
솔직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마음에 든다. 러셀은 타티아나 영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대한 감응력과 지배력은 처음 집을 나왔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제는 굳이 도깨비불 같은 기이한 빛을 뿜어내지 않아도, 웬만한 마력의 흐름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타티아나 영주 또한 마력 회로를 지닌 각성자였다. 하지만 그 수준이 높지는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 개화한 듯한데.
그 이후 단련을 하지 않은 듯 회로의 수가 많지도, 그 통로가 넓지도 않았다. 보통 사람보다 근력과 체력, 반사신경이 빠를 수는 있겠지만 마력을 신체 바깥으로 투사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아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시찰을 하면서도 전신 갑옷을 차려입는 모습을 보면 마력에 대한 열망이 없는 건 아닌 것같지만.
러셀이 간단히 아성 내부를 둘러본 바, 병사는 많지만 기사의 수는 방금 보았던 반델과 지금 뒤에서 시립하고 있는 호위 기사, 둘 밖에 없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기사는 기본적으로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자가 얻을 수 있는 직위이자 신분이고, 또 그에 걸맞는 전투력을 겸비해야만 했다.
하지만 반델은 나이가 들만큼 들어보이는 늙은 기사. 그리고 저 뒤의 기사는 젊기는 하지만, 그 마력 수준이 엄청 높지는 않다. 그저 간신히 턱걸이를 할 수준.
산간 지방에 자리한 영지가 그렇듯이, 이런 곳에서는 좋은 인재가 나기 쉽지 않다. 설사 나온다고 해도 시골보다는 왕도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가겠지. 더 나은 대우와 더 나은 생활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알겠습니다. 토벌대에 합류하지요.”
타티아나 영주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이렇게 쉽게? 보수나 다른 건 묻지 않는가?”
“제 목적 또한 그 오크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 동료, 카이 또한 그들에게 목적이 있고요.”
조용히 식사하던 카이가 영주에게 목례 했다. 모두가 옷을 입고 있는 자리에서 그 혼자 문신이 새겨진 상체를 드러내고 있는 카이는 이질적이었으나, 덩치도 덩치거니와 태생적인 종족적 특색이 위화감을 가리고 있었다.
“이름이 카이라고 하는가. 그대는 동족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동족과 싸우는 우리와 있는게 껄끄럽지는 않은가?”
아까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참 거침이 없다. 한 영지를 이끄는 여장부란 저런 것일까 싶을 정도.
“종족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오, 영주 님. 진정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믿소.”
“거창하지만, 나쁘지 않은 마음가짐이군.”
“러셀과 같이 다니면서 알게 되었소.”
“그런가.”
타티아나는 이어서 아엘라시스를 쳐다보았다.
“아엘라시스. 일행의 마법사라고 들었네만.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전투가 무섭지는 않는가? 원한다면 빠져도 상관없다.”
러셀의 눈치를 보던 아엘라시스가 말했다.
“러셀이 돕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대의 의지는?”
“내 의지가 곧 러셀의 의지예요.”
“흐음.”
그런 아엘라시스를 보던 타티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러셀 그대는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듯하군. 부러운데.”
“과찬이십니다.”
“내 목적은 달성됐군. 그럼 잠은 어디서 자겠는가? 영주 관에 빈방이 있는데. 머물러도 좋다.”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그 일과 관련된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병사를 보내도록 하겠네. 만나서 영광이었어.”
러셀과 일행은 기사 반델의 안내를 받으며 아성을 빠져나왔다.
“요즘 타티아나님이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고맙네.”
“역시 괴물들 때문입니까?”
반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길이 막히면 자연히 행상인들 또한 찾아오지 못하게 되지. 그러면 점차 보급로가 끊기고, 생필품이 떨어질 거야. 대대적인 토목 공사와 길을 넓힐 공사가 지연되는 만큼 우리 영지 또한 고립되고 있네. 왕도에 지원군을 요청해도 제때 와주리란 기대는 없다네. 왕도도 요즘 시끄럽다고 하고.”
반델의 안내를 받아 러셀은 춤추는 곰 여관에 도착했다.
멀리서도 눈에 띄일 정도로 커다란 선술집을 겸한 여관은, 특이하게도 붉은 기와를 올린 지붕을 갖추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이 밀짚으로 올린 것과는 다르다. 카이가 튼튼해 보이는 여관을 보며 말했다.
“꽤 괜찮은 곳으로 보이는 군.”
“그러게. 나라도 여기서 묵겠는데.”
옆에는 마구간이 있었고, 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붉은 머리의 주근깨 소년이 쭈그려 앉아있었다. 소년은 러셀 일행이 오자마자 잽싸게 일어나더니 크라이와 다른 말의 고삐를 휘어잡았다.
“어서 옵셔! 묵고 가십니까?”
“아마도. 방은 충분한가?”
“에이 걱정은. 딱 봐도 모르시겠습니까? 넘칠 만큼 많습니다.”
소년이 웃자 덧니가 드러났다. 머리카락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악동 같은 소년이었지만, 고삐를 잡고 말을 마구간으로 들이는 모양새가 한 두 번 이 일을 한 게 아니었다.
“건초랑 여물 잘 챙겨주고.”
러셀이 동전을 튕겨주자 소년은 잽싸게 낚아챘다. 반짝거리는 은빛에 소년의 입이 귀에 걸린다.
“염려 마십쇼! 왕도에 있는 것만큼이나 정성스럽게 관리하겠습니다.”
소년이 문을 열자 여관 겸 선술집의 정경이 드러났다. 1층은 식당과 주점, 2층과 3층, 4층은 객실로 운영하는 전형적인 구조.
그러나 규모는 이때까지 들렀던 여관을 통틀어도 가장 커다랗다.
주위를 둘러본 러셀은 곧 사라넨이 자리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는 사라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 러셀 님?”
제스. 로고스 협곡에서 대악마를 함께 물리쳤던 성기사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