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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04화 (105/225)

104화 소문

꽈앙-!

러셀의 주먹이 괴물 곰의 등판에 내리꽂혔다. 막대한 힘과 충격에 괴물 곰은 입에서 피를 토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어마무시한 고통이 몸을 내달린다.

투메룬이 변한 이 외형은 그냥 곰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산 곰이 정령의 형태로 변모하기 직전 잡아내 그 힘을 뽑은 다음 가죽으로 만들었다. 등짝에 달린 매의 날개 또한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 통상적인 타격으로는 상처도 나지 않을 터인데.

그럼에도 이 인간의 주먹질은 강력하다. 가진 근력도 인간을 상회하지만 믿을 수 없는 건 마력의 운용력에 있다. 한 톨의 낭비도 없이 온전히 의지대로 제어되는 힘.

도대체 어떤 재능을 지녔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놈이 나타날 수 있는가? 달리는 와중에도, 그리고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투메룬은 그것이 궁금했다.

러셀은 다시금 주먹을 말아쥐었다. 지금 그는 잠시도 자세를 잡기 어렵다. 갈색의 질긴 털과 가죽을 지니고, 등짝에는 거대한 날개와 꼬리를 가진 곰의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용할 지경이건만.

개의치 않고, 러셀은 주먹을 내리꽂았다.

쾅! 쾅! 쾅!

주먹이 내리쳐질 때마다 충격파가 계속 생성된다. 충격은 중첩된다. 그리고 결국, 곰의 척추 뼈가 우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곰이 울부짖었다.

우어어어엉!

카가가가가가각!

신체의 제어를 잃은 곰은 흙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질주해온 관성이 있어서 몇 미터를 더 나아갔다. 러셀이 대검을 들어 등판에 꽂으려는 순간, 깃털 날개와 비늘 꼬리가 러셀을 공격했다.

같은 몸에 달려있는 것인데도 다른 자아를 가진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부속품들. 날개는 깃털을 쏘아냈고 비늘 꼬리는 끝을 날카롭게 세운 채 창처럼 찔러왔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온몸에 깃털이 박히고, 꼬리에 몸통에 관통되어 꼬챙이 신세가 되었을 테지만.

러셀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활짝 폈던 왼손을 움켜쥔다. 그 의식적인 행동과 맞물려 의지가 일어나고, 의지에 마력이 반응했다. 반응한 마력은 러셀의 반경 10미터 안쪽을 통제했다.

탄환처럼 날아들던 깃털들이 벽에 막힌 것처럼 공중에 멈췄다. 찔러오던 비늘 꼬리도 거스르진 못했다. 러셀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살기와 악마적인 힘이 부들부들 떨지만,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멈춰진 공간에 러셀의 대검이 수십 개의 선을 그렸다. 절망 속에서 곰은 시선을 위로 돌렸다. 그리고 러셀의 대검이 그리는 무수한 선을 목격했다. 목격만 했을 뿐, 사실 그 선들에 담긴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푸훅, 푸훅, 푸훅.

쓰러진 괴물 곰이 지친 숨을 내쉬었다. 앞발이 덜덜 떨리지만, 차마 들어 올리진 못한다. 척추가 부서진 상태다.

날개는 형체도 못 남기고 으스러졌다. 비늘 꼬리도 마찬가지였다. 중간부터 잘려 나간 꼬리는 육편 조각들만을 남기고 있었다.

러셀은 곰의 널찍한 등판에서 내려섰다. 자박, 자박하고 갈린 흙과 모래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거기서 나와라.”

러셀은 대검을 들어 곰의 머리통을 찍었다.

콰작.

단단한 과일 껍질이 박살나는 소리. 곰의 머리는 반쪽으로 갈라졌다. 숨이 멎고, 눈알은 뒤로 구른다. 뇌수와 피가 흐른다. 새카만 얼룩을 남기는 검은 피와 뇌수.

그리고 섬광이 일었다.

주춤, 물러선 러셀은 기이한 마력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육안으로 보았다. 정상적인 마력은 아니다. 그 마력들에서 러셀은 향취를 맡았다.

마치 모닥불의 불씨 같은 것들이 무수히 모이고, 흩어졌다가 합쳐지기를 반복한다.

그 마력들은 차츰 두 개의 형상을 이뤘다. 그것은 연둣빛의, 반투명한 곰과 매였다.

그는 갑작스레 나타난 두 짐승을 쳐다봤다. 나오라고 한 건 투메룬을 향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런 반 정령체가 나올 줄은 몰랐다.

짐승이었지만, 곰과 매에는 분명 이지라고 할 만한 것이 눈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평범한 짐승은 아니었다.

“······.”

말은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러셀은 저 곰과 매가 자신에게 고마워한다는 것을 느꼈다. 반투명한 두 짐승은 한 번 고개를 숙이더니, 형체를 잃고 연둣빛의 구슬이 되었다. 그리고 숲 저편으로 날아가 사라졌다.

“아아, 아아아······.”

남은 자리에 있는 것은 만신창이가 된 오크, 투메룬이었다. 주술사의 곁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곰 가죽 케이프, 부서진 깃털모자, 뼈 지팡이의 잔해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오크 주술사이자 악마의 힘을 받아 주문을 사역하던 투메룬은 자신이 직접 잡아부리던 노예 정령이 풀려난 것을 알았다. 원래의 미약한 힘으로는 엄두도 못 내는 정령들이었지만, 악마의 도움을 받아 정령을 노예로 만들고 마도구에 봉인할 수 있었다.

정령의 힘을 이용하면 일개 인간 병사들은 물론이고, 기사까지도 대적이 가능한 의태였는데.

그러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투메룬이 넋이 나간 얼굴로 러셀을 올려다봤다.

“이게, 어떻게? 인간이?”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물음들. 그만큼 충격이 강했던 모양이다. 러셀은 나힐니르를 들었다가, 바닥에 박아넣어 세웠다.

움찔 하고 투메룬이 놀란다. 아마 바로 죽일 줄 알았던 모양. 하지만 러셀은 처음과 달리 투메룬을 곧바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 악마의 힘으로 목숨을 구명받을 정도의 주문을 구사할 줄 아는 놈이라면, 아는 것도 있을 터.

목숨을 거두는 것은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뽑아낸 뒤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투메룬이 여기서 달아날 방법은 없었다.

곰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죽은 찢어졌고, 날개를 달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짐작되는 모자도 부서졌다. 푸른 불꽃을 내뿜던 뼈 지팡이도 산산조각난 상태.

남은 건 몸뚱아리 하나뿐인데, 지금의 상태로는 러셀에게 한 주먹거리도 되기 힘들었다. 저 아이템이나 마도구의 힘으로 러셀에게 잠시나마 상대가 가능했던 것인데 모두 부서졌으니.

러셀은 잠시 그들이 질주해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동도 트지 못한, 하루의 가장 어두운 때지만 러셀의 눈을 가리진 못했다.

부서진 나무와 파헤쳐진 대지가 달빛에 드러난다. 곰의 머리, 앞발, 몸통에 부러지거나 뿌리 채 뽑힌 나무들은 옆의 형제들에게 기대거나, 품에 안겨 있다.

그 위로 쏟아져 내리는 푸른 달빛은 무거운 모래알 같다. 러셀은 잠시 이곳과 산장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해보았다.

대략 2에서 3킬로미터 남짓. 잠깐의 질주였으나, 워낙 빠르다 보니 이만큼이나 거리가 벌려졌다. 그때 그의 눈에 잔해를 헤치며 빠르게 달려오는 인영이 들어왔다.

“후욱. 괜찮으시오?”

카이였다. 급하게 달려온 것인지 상체 여기저기에 나뭇잎이 붙어있었다. 한 손에는 러셀의 도끼를 쥐고 있었다.

“러셀, 당신과 저 오크가 싸우는 걸 봤소. 그 다음은 웬 곰이 돼서 목책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도. 그래서 막 따라온 참이오. 아, 산장의 괴물들은 모두 정리됐소. 칼리아와 아엘라시스는 산장을 정리 중이고. 여기 도끼요.”

“고맙다.”

러셀은 카이가 내민 마지막 서리를 받아들고 코트 안쪽에 넣었다. 그리고 카이는 무릎을 꿇고 있는 투메룬을 발견했다.

“이 자요?”

“그래.”

투메룬도 카이를 올려다봤다. 초록색 얼굴이 일그러진다.

“배신자!”

“······.”

카이는 물끄러미 투메룬을 보더니, 불현듯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카이?”

러셀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에 가까웠다. 붉은 기운이 그의 피부에서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훅, 하고 열풍이 불자 주위의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이 흔들렸다. 흑마력과는 다른 힘에 자연 지물이 호응했다. 흑마력에 썩거나 가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춤추듯이 움직인다. 세계를 이루는 신의 힘에 반응한다는 증거.

경멸과 분노로 구겨져 있던 투메룬의 얼굴이 차츰 펴졌다. 대신 다른 감정, 경악과 경탄이 어렸다.

“그, 그 힘은······?”

불칸의 힘을 온몸에 두른 카이가 투메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투메룬은 멍한 얼굴로 다가오는 카이를 보기만 했다.

카이는 자신의 큼직한 손을 투메룬의 정수리에 얹었다. 그리고 불칸의 힘을 불어넣었다. 붉은 기운이 투메룬의 머리, 눈, 코와 귀, 입으로 스며들어가자 투메룬의 몸이 벌벌 떨렸다.

“으극, 아아아아악!”

투메룬이 자신의 머리를 뒤덮은 카이의 손과 팔뚝을 잡으며 몸부림쳤지만, 카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칸의 신성력이 계속해서 투메룬에게 들어가자 초록 피부 오크의 전신에서 검고 푸른 마력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겔리오투스의 마력이었다.

모든 마력이 빠져나가자 카이는 투메룬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투메룬은 바닥을 두 손으로 짚은 채 헐떡거리고 있었다.

흑마력이 모두 빠져나간 투메룬의 몸은 아까보다 훨씬 앙상해져 있었다. 근육은 쪼그라들었고, 뼈마저 줄어든 것인지 덩치가 작아졌다. 머리카락은 우수수 빠지고, 피부에는 검버섯이 무수히 피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수십 년은 늙어버린 오크가 거기 있었다.

카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악마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동족이여.”

투메룬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옆에 서 있는 러셀은 투메룬의 생명이 점차 꺼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투메룬의 늙어버린 얼굴에는 악마의 힘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은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후회와 비탄에 차 있었다.

“왜, 왜 이제야······.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려왔는데······.”

“때를 기다려왔음이다.”

카이는 힐뜻 러셀을 올려다봤다. 러셀은 그 시선에서 카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엇의 시선도 함께 느꼈다.

영락했지만, 그럼에도 아득히 높은 격을 지닌 존재의 시선. 오크가 잊어버린 신, 불칸이 카이의 안쪽에서 러셀을 보고 있었다.

투메룬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때를, 말인가? 우리 오크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옛날 대륙을 질타하고 주류했던 우리는 사라지고, 지성을 잃어가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저 우룩크를 보라. 회색 피부에 완전히 이지를 잃어버린, 우리의 또 다른 동족을. 오크의 미래가 그것이다. 우리는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우룩크. 러셀은 오랜만에 듣는 이름을 떠올렸다. 이블린과 엘레노아를 처음 만났던 상단에서 맞닥뜨렸던 회색 피부의 괴물들.

오크보다 커다란 덩치에 근육질의 거구이지만, 지성은 찾아볼 수 없고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오크와 비슷한 외견을 지니고 있기에 사람들도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그냥 뭉뚱그려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오크의 말로란 말인가. 초록색 피부는 창백한 회색이 되고, 눈에 보이는 생명은 닥치는 대로 죽인 후 먹어버리는 미래가 없는 괴물이.

“그리되지 않을 것이다.”

카이가, 혹은 불칸이 말했다. 투메룬은 불신의 눈으로 카이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이어지는 대화는 오크 부족의 이름과 대략적인 위치, 그리고 자신이 왜 산장을 습격했는지에 대한 정보의 제공이었다.

악마의 마력에서 해방되고, 오크의 신인 불칸의 성력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는지 투메룬의 진술은 빨랐다. 그만큼 목소리의 힘은 약해지고, 생명 징후는 점점 꺼져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투메룬이라 말한 다음, 눈을 감았다.

러셀은 투메룬이라는 이름의 오크 주술사가 숨이 멎었음을 알았다.

투메룬의 생을 연장시키던 악마의 마력이 모두 불칸의 성력에 의해 정화되었으니, 예정된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허나 그렇기에 그의 영혼은 악마에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악마의 전력은 증강되지 않았고, 그것만으로 가치는 충분했다.

카이가 무릎을 펴며 일어섰다.

“왜 불칸이 당신을 따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소.”

갈색 피부의 오크는 묵묵한 시선으로 죽은 동족을 내려다보았다.

“악마가 우리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오크들은 우룩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더 끔찍한 마물이 되어버릴 것이오. 잠깐은 근처 인간 영지보다 강력한 세력을 이룰 수 있겠으나.”

카이는 숨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순간의 지성, 순간의 번영은 곧 스러지겠지. 악마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예정된 파멸을 골랐다는 것이니까. 인간과의 반목은 곧 종족의 멸망을 앞당기는 일이겠고. 물론 악마는 한 종족의 멸망을 부추기면 부추겼지, 막으려 하진 않을 것이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파생될 어두운 감정과 죽음, 피, 영혼을 잡아먹고 더 큰 힘을 쌓겠지.”

꽤 조리 있으면서도 정갈한 말. 잊혀져가는 신의 힘을 다룰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이 카이라는 오크의 뒷배경이 궁금해진다. 그는 왜 영지에서 뒷골목 건달로 살았던 걸까.

카이의 번쩍이는 눈이 러셀을 향해 돌려졌다.

“그리되게 놔둘 순 없소.”

러셀은 의문을 넘기고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대로.”

“날 도와준다는 말씀이시오?”

“이런 오크들이 늘어난다는 게 좋지는 않을 것 같군. 일단 돌아가지. 알 건 다 알았으니.”

“알겠소.”

***

동이 텄다. 하얗고 투명한 햇살이 녹음을 꿰뚫는 광선이 되어 검은 흙바닥을 비췄다.

싸움의 흔적이 여명에 드러난다. 죽음의 선연한 초상. 온 사방에 뿌려진 괴물의 검은 피와 인간의 붉은 피가 한데 섞여 도랑을 흘렀다.

러셀은 그 광경을 담담히 눈에 담았다. 생경하다. 방금 전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웠던 현장이, 밝은 햇살 아래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돌아오는 것은 금방이었다. 거리뿐 만이 아니라 방향도 러셀의 눈앞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점점 틔어오는 쪽빛 하늘 또한 가시거리를 밝혀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도착한 산장은 보수가 한창이었다. 아무렴, 이들은 괴물들이 넘실거리는 숲 한복판에서 산장을 세우고 관리할 정도의 베테랑들이었다.

때아닌 오크 주술사, 이상하리만치 커진 변종 고블린들의 습격이 있긴 했으나 경험이 어디 가진 않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무너진 건물과 시체들을 수습했다. 괴물 시체는 태우고, 사람들의 것은 한 쪽에 안치한다. 간단한 기도 후 따로 태워질 것이었다.

“러셀!”

아엘라시스가 깡총거리며 달려와 그에게 폭, 안겼다. 뒤에는 칼리아가 서 있었다. 입술이 삐죽 내밀어진 것이, 간밤이 이렇게 가버린 게 아직도 아쉬운 모양. 괜히 그 모습이 귀여워 러셀은 피식 웃었다.

“대단하시더군요. 역시 소문이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러셀은 아엘라시스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얼굴과 갑옷 여기저기에 검은 피딱지가 앉은 용병, 렘파드가 지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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