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산장 (2)
브리타가 처음 보고 놀랐던 것처럼, 문지기도 놀람의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한 조합이구만. 그래, 묵고 갈 생각이시오?”
문지기의 물음에 러셀이 말했다.
“그렇소. 돈을 내야 하나?”
“용병들에게는 동화 다섯 개만 받고 있소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은화 한 닢을 내야지.”
“못 주는 경우에는?”
“그럼 꼼짝없이 밖에서 잠자야지, 별수 있겠소? 목책 앞에서 야영하는 건 상관없지만, 괴물들이 나타나도 딱히 도와주진 않을 거요. 화살 낭비니까.”
“그렇군.”
방금 경험했다시피 이 숲에는 괴물들이 득시글거렸다. 안전한 보금자리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지녔다.
거기에 이 산장이 위치한 곳도 길을 아는 자가 아니었다면 찾기 힘들 정도로 외진 곳에 있었다. 브리타와 코헨의 안내가 없었다면 계속 야영을 해야 했을 것이다.
“용병에게 돈을 덜 받는 이유는, 여차하면 전투에 참가하라는 뜻인가.”
문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요즘 상황이 말이 아니오. 온 사방 숲이 시끌시끌하지. 작은 고블린들은 물론이고, 오크들이 난리요, 난리. 그리고, 이건 소문인데.”
문지기는 괜히 주변 눈치를 보는 시늉을 하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오거가 출몰했다는 말도 있소.”
“오거?”
오거. 개체마다 크기는 각각 다르지만, 최소한 4미터는 넘기는 키에 집채만 한 바위를 공깃돌처럼 던질 수 있는 괴물 중의 괴물.
놈이 한 번 떴다 하면, 도시든 영지든 군대를 가지고 덤벼들어야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괴물이었다.
“그렇다니깐. 오크 무리와 같이 다닌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아마 덩치 큰 트롤을 보고 오해한 게 아닌가 싶소. 그래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참. 골치 아픈 일이지.”
“그러시겠군. 돈 받으시오.”
문지기는 러셀에게 받은 돈을 세다가 뒤쪽을 쳐다보았다.
“이쪽 둘은 원래 고용된 용병들이니까 괜찮고. 이쪽 셋은 동화 열다섯 닢. 저기, 말에 탄 여자애는 뭐요? 저 여자애도 싸울 수 있는 거요?”
문지기는 셋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와 오크만 하더라도 가진 덩치는 크지만 날붙이는 보이지 않았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일까?
오크야 피부도 질기고 힘도 세니 맨몸으로도 무리가 없겠지만, 저 코트를 입은 남자 같은 경우는 어떻게 저 숲을 지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저 백발의 소녀는 뭘까? 색소가 빠진 하얀 머리카락은 어째서인지 서늘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검은 머리카락보다도 드물고, 자연 발생적으로도 희귀한. 혹시 귀족인걸까?
문지기의 시선에 아엘라시스는 가뜩이나 찌푸려져 있던 표정을 더 구겼다. 아까 칼리아의 의식이 깃든 그림자 갑옷을 입고 싸우느라 전신이 근육통이었다.
“내가 왜?”
반말이었지만 문지기는 개의치 않았다. 범상치 않은 외모 덕에 귀족이 아닐까 생각하던 차였기에 문지기는 존댓말로 답했다.
“아, 아닙니다. 혹시······.”
문지기의 말이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아엘라시스가 손을 들어 작은 얼음 나비를 하나 만들어 보인 까닭.
투명한 얼음으로 반짝이는 날개를 지닌 나비가, 훨훨 날아오르며 문지기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펑 터졌다.
얼음과 빛의 가루가 훌훌 쏟아졌다. 문지기는 사색이 되었다.
“마, 마법사셨군요. 죄송합니다.”
아엘라시스는 거만하게 고개를 까닥였다. 그 표정이 너무 얄미워서 러셀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가져가 입술을 튕겼다.
“아얏! 뭐야!”
“그냥.”
“으씨.”
다섯 명은 곧 산장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바깥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소음이 확 밀려왔다.
바닥 곳곳에 놓인 모닥불, 천막. 그 주위에서 흥정을 하는 상인과 용병. 구석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산장과 주점, 여관 등.
가히 작은 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깥으로는 괴물들이 활과 화살, 창, 칼을 들고 돌아다니며 인간 사냥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오락과 유흥거리는 충만했다.
꽤 커다란 상행인지 마차가 줄지어 세워져 있는 곳에는 하얀 깃발이 줄지어 세워져서 펄럭이고, 상행을 따라다니는 병사와 곡예단, 창녀, 창남들이 시끄러운 소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저, 러셀 님.”
러셀이 돌아보자 브리타와 코헨이 작은 주머니를 들고 내밀고 있었다.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러셀 님과 동료분들 없었으면 비명에 갔을 거예요. 이건, 얼마 안 되지만, 받아주셨으면 해서······.”
러셀인 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해보았다. 가벼웠다. 그는 이것이 저 젊은 용병 둘이 가진 돈 없는 돈 탈탈 털어서 준 것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러셀은 바로 앞의 젊은, 아니 어리다시피 한 둘을 바라보았다. 떡진 머리와 제대로 씻지 못해 땟국물이 묻은 얼굴들.
숲속을 헤매느라 누비와 가죽 갑옷에는 흙과 풀이 덕지덕지 끼어 있었다. 노련한 용병이라기보다는 어디 노숙자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
러셀은 픽 웃고는 다시 주머니를 던졌다.
“엇!”
“애들 돈은 필요 없어.”
“그, 그치만.”
“됐다. 그 돈으로 무장이나 다시 마쳐라. 아니면 기술을 배우던가.”
브리타와 코헨은 붉어진 얼굴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이 뭔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용병들이 자리한 천막 쪽으로 걸어갔다.
러셀 일행도 해빌턴 산장의 여관으로 들어섰다. 산장 이름과 똑같이 해빌턴이라는 이름의 여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숙박용 방을 제공하고, 바로 옆에 큼지막한 주점을 따로 두고 있었다.
일행은 크라이와 카이의 말을 마구간에 매여놓고는 두 개의 특실을 대여했다. 모두 맨 윗 층이었고, 별다른 가재도구라 할만한 것은 없었다.
숙박, 목욕, 식사와 우물가 이용까지의 값은 인당 은화 네 개였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값이었지만 장소가 장소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러셀은 군 위수 지역의 여러 식당이나 피시방의 폭리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사람 사는 곳은 세계를 달리해도 비슷했다.
그나마 청결에 신경 썼는지 벌레나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그리고 1층에는 따로 목욕실도 있었다.
“칼리아.”
러셀이 이름을 부르자, 그의 그림자가 꿈틀하고 움직였다. 촛불의 일렁임 때문에 흔들거렸다고 보기에는 큰 움직임이었다.
곧 그림자에서 검은 색의 무언가가 쑥 올라왔다. 검은 색의 무언가는 금세 검붉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여자로 변모했다.
하얀 피부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새빨간 입술. 풍만한 가슴과 그에 대비되는 가녀린 허리, 그리고 길게 쭉 뻗은 다리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불렀느냐?”
러셀은 눈을 껌벅이다가 말했다.
“저번이랑 또 몸이 달라진 것 같은데.”
“조율 중이니라. 어떤 형태의 신체로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인지 알아보고 있지.”
“무슨 효율?”
“비밀이니라.”
비밀이라 말하는 것치고 칼리아의 눈은 노골적으로 러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 부분에 지그시 집중되는 것을, 러셀이 손을 휘저으며 멈췄다.
“됐고. 아엘라 좀 데리고 들어가서 씻겨줘. 지금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해.”
러셀은 자신이 업고 있는 아엘라시스를 가리켰다. 소녀는 러셀에게 얼굴을 기대어 자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뻐근한 근육통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다.
칼리아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일국의 여왕이었던 자에게 아이의 목욕을 맡기다니.”
“싫다고?”
“무슨 소리냐. 신선하다는 말이었다. 내게 주거라.”
칼리아는 조심스럽게 아엘라시스를 받아다 품에 안았다. 그러자 머리 색깔만 다를 뿐, 마치 어머니가 딸을 안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건 러셀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딸아이를 맡기는 아버지 같구나.”
“동생이 있어서 그래.”
“흐음. 가족이라. 내게는 없던 것들인데.”
칼리아는 대꾸하기 힘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가 버렸다.
러셀은 고개를 젓고는 밖으로 나왔다.
더운 물을 쓸 수 있는 목욕실을 두 여자가 사용했기에 러셀과 카이는 여관 뒤편의 우물가에서 몸을 씻어야 했다.
러셀은 코트와 상의, 바지와 부츠를 벗은 다음 알몸을 드러냈다. 상의를 걸치지 않은 카이는 하의만 벗으면 되었다.
“허억······.”
“괴, 괴물······.”
“저, 저게 사람인가······.”
두 남자가 우물가로 걸어가기 시작하자 무수한 시선들이 날아와 꽂혔다. 웬만한 근육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잘 짜여진 신체. 거기다 우람한 그곳까지.
우물가가 위치한 곳이 여관 뒤편이라고는 해도 완전히 밀폐된 공간은 아니었다. 적당한 가림막과 천이 놓여있긴 했지만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시선들을 무시한 러셀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다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이 솨- 하고 쏟아졌다. 그간 알게 모르게 쌓였던 오물들이 씻겨져 나갔다.
“우리를 쳐다보는군.”
옆에서 카이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우물가 옆의 남자들이 러셀과 카이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오크라서 그런 건가?”
“음.”
꼭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둘이 슬쩍 주변을 훑어보자 어째서인지 남자들은 아랫도리를 가렸다.
러셀이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렸다.
“꼭 오크라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음······ 그런 것치고는 사타구니를 가리는 놈들이 많은데. 급소를 보호하는 태세를 보니, 설마 싸움을 걸려는 것인가.”
이 자식, 설마 진짜 몰라서 이러는 건가······. 러셀은 고개를 젓고는 다시 차가운 물을 뒤집어썼다.
옷을 입고 주점에 들어서자 왁자한 웃음과 노랫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볼이 발간 여급이 다가와 물었다.
“어서 오세요! 식사와 술, 어느 게 먼저 급하세요?”
“식사 먼저. 6인분 양으로 부탁하지.”
여급은 6인분 양이라는 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러셀과 카이의 덩치를 보면 오히려 2인분으로 시켰을 때 더 놀라워했을 것이다.
주점은 넉넉한 넓이를 자랑했다. 열 개의 원형 식탁과 의자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고, 자유롭게 다른 일행과 합석하며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셨다.
식탁과 의자는 모두 새것 같았고, 튼튼했다. 단단한 판자 바닥도 어디 멍이 들거나 깨지지 않았다. 보수를 열심히 한 흔적이 보였다.
주점의 벽면과 천장에 철제로 이뤄진 장식대에는 촛불이 그득했다.
러셀과 카이가 주점을 가로지르자 여기저기서 시선이 모였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사람들은 다시 바로 앞의 식사나 술, 직전까지 이어가던 대화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자리가 빈 테이블 하나를 골랐다. 원래 테이블에 앉아있던 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머리카락을 짧게 치고 눈가와 볼, 턱에 흉터가 난 남자였다.
자리에 앉아도 되냐는 물음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어차피 지정석이랄 것도 없이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으니까.
짧은 머리카락과 흉터의 남자는 슬쩍 고개를 들어 러셀을 응시했다.
“검은 머리카락에 자청빛 눈동자. 설마, 내가 아는 그 자인가?”
러셀도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당신이 아는 게 누군데?”
“용을 죽인 자. 북부의 외딴 협곡에서 악마를 쓰러트렸다고 하는 자. 서쪽의 영지에서 흡혈귀를 상대한 자.”
“······.”
러셀은 방금의 말들이 일정한 반경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남자를 쳐다봤다. 그의 눈이 일순 반짝였다가 사그라들었다.
“러셀. 여행자.”
“······렘파드. 용병이요.”
용병이라. 러셀은 렘파드라는 이름의 남자를 훑어보았다. 일단 마력을 다룰 줄 알았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다룬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에서 갈리는 승패, 생과 사는 마력의 많고 적음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루고 사용하는데 달린다. 그런 면에서 렘파드는 꽤 실력이 있는 자였다.
용병들은 직업 특성상 마력의 발현, 각성 빈도가 높다. 당장 이 주점에서 노래를 부르고 발을 구르는 용병들 중에서도 심심찮게 보인다.
다만 다른 용병들의 것이 거친 것에 비해 렘파드의 것은 안정되어 있었다. 전투 중 무작위로 각성한 것이 아니라 고된 훈련을 통해 인위적인 각성을 유도한 것.
“군인이었나?”
“······눈이 좋으시군.”
“그런 말 많이 듣지.”
그때 여급이 러셀이 앉은 식탁에 식사를 차렸다. 빠르게 고기가 담긴 접시와 스튜가 담긴 그릇, 식기가 올려졌다. 6인분의 양과 술이라 무거웠을 텐데도 내려놓는 손길이 능숙했다.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남긴 여급이 물러갔다. 식탁 위는 그야말로 풍성했고, 렘파드는 약간 어이없는 얼굴이 되어 말했다.
“덩치들이 상당하긴 하지만, 이걸 다 먹는다고?”
러셀과 카이는 모두 먹어 치웠다. 식사가 끝나자 술이 담긴 술잔이 내왔다. 도합 여섯 잔이나 되었다.
“시킨 적 없는데?”
“식사에 포함입니다, 손님!”
그렇다면야. 러셀은 잔을 받아들고는 여급에게 동화를 튕겨주었다. 여급은 접시를 내려놓을 때만큼이나 능숙하고 날렵한 손동작으로 동화를 받아내더니 배시시 웃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여급은 물러갔다. 러셀은 술잔 중 하나를 렘파드에게 밀어주었다.
“군인이었던 자가 용병이라니. 이유가 있나?”
렘파드는 러셀의 행동이 의외였던지 눈을 깜박이다가, 술잔을 받았다.
“······제국은. 요즘 많이 소란스럽소.”
앞뒤 없는 말이었지만, 러셀은 재촉하지 않았다. 렘파드는 술잔을 들어 빙글빙글 돌렸다. 주황색의 맑은 액체가 잔 안쪽에서 출렁였다.
“황제는 늙었고, 후계는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지. 황자와 황녀가 본격적인 기 싸움을 시작했고, 영주들은 누가 다음 제위에 오를까 계산하고 있소. 그 와중에 나타나는 악마 숭배자들이나, 괴물 따위는 안중에도 없지. 난 막 전역하고 여기, 아슬론 왕국으로 넘어온 참이오. 악마보다야 괴물 때려잡는 게 낫다 싶어서.”
렘파드는 왜 자신이 이런 말을 꼬치꼬치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년 있었나?”
“9년.”
러셀은 술잔을 기울였다. 우연히 합석하게 된 용병으로부터 꽤 많은 것을 들었다.
황제의 노환. 결정되지 않은 후계. 황녀와 황자의 대립.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군, 유리아.
“날 알게 된 연유는?”
“연유랄 게 뭐 있겠소. 그냥 주점과 주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들이 그런 것이지. 실제로 그걸 다 믿는 사람은 없소. 워낙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니까.”
렘파드는 술잔으로 표정을 가렸다.
‘괴물이군.’
단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다. 9년간 전장에서 살아오며 웬만한 놈들은 죽일 수 있으리란 확신을 얻었는데.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는 러셀이란 자에게서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옆에 앉아있는 오크보다도 더 위협적인 인간이라니.
“당신은 여기까지 어떻게 온 것이오?”
“아까 말했잖나. 여행이라고. 뭐.”
러셀은 다 마신 술잔을 손가락 위에 올리고 빙글빙글 돌렸다.
“겸사겸사 악마도 족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