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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98화 (99/225)

98화 산장

브리타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가 다르다고 하지만 동족인데, 괜찮나? 하지만 그녀는 곧 그것이 꼭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인간인 그들도 피부색이나 생각, 그 밖의 별별 이유로 같은 인간을 죽인다. 방금 그녀와 코헨이 죽을 뻔한 것도 그들을 버리고 도망친 다른 용병들 때문이었다.

브리타가 새삼 이를 갈다가 그만뒀다. 바랄 걸 바래야지. 오히려 멍청한 건 그들이었다. 승산이 없으면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것을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죽을 뻔하지 않았나.

브리타와 코헨이 목숨을 구한 것은 천운이었다. 비탈길 아래에서 이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와 그 일행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보다 끔찍한 일을 당했거나.

‘도대체 누구일까?’

브리타는 남자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생각했다.

검은 머리카락에 신비한 색깔을 지닌 눈동자. 보기 드문 키와 덩치는 그 옆의 오크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비율이 좋아서인지 둔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까 고블린들을 죽여버리는 모습을 보면 감히 둔하다는 말은 꺼낼 수도 없을 것이다.

10분 전의 남자의 모습은 사신도 같았다. 생명들을 추수하는 농부,

자신은 마법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고블린들을 공중에 멈춰 세운 것도 그렇고. 냉기가 뿜어지는 도끼도 그렇고. 예사 인물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산장이 여기서 머나?”

“예, 에?”

“산장이 여기서 머냐고.”

“아, 아니오. 아주 멀진 않지만, 밤중의 숲에서 찾아가기는 어려울 거예요. 날이 밝으면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좀 쉬지. 많이 지쳐 보이는데.”

바라마지 않았던 제안이었지만 브리타는 망설였다.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긴 했지만, 초면인 자들 앞에서 무방비하게 쉬어도 되나 싶었다.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진 전투, 무거운 동료를 이끌고 밤중의 숲을 내달린 것과 비탈길을 구른 것, 그리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합쳐져 브리타를 덮쳤다.

견딜 수 없는 수마에 브리타는 눈을 끔벅거리며 말했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조금만, 쉬겠습니다······.”

브리타가 옆으로 눕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모포나 침낭도 없이 맨바닥에 누운 것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남자, 러셀은 그걸 보며 픽 웃다가 카이를 돌아보았다.

“너는?”

“잠 다 깼소. 어차피 내 불침번 차례잖소. 주무시오.”

“그래. 수고해라.”

러셀은 모포 두 장을 끌어다가 브리타와 코헨에게 덮어준 다음, 바닥에 누웠다. 입고 있는 코트 덕에 숲의 냉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잠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팔베개를 한 채 누워서 하늘을 가만히 쳐다봤다.

바로 옆에는 모닥불이 장작 타는 소리를 냈다. 머리 위로는 무성한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드리웠다. 러셀은 그 너머로 모래알처럼 흩뿌려진 별들의 바다를 보았다.

지구에서는 사막이나 북극처럼 오지에 가까운 곳에서나 볼 수 있을 풍경. 때를 타지 않은 검은 하늘은 매끈했고, 자신의 피부에 박혀있는 모래알들을 유유히 보여줬다.

그런 자연의 경이를 보면서도 러셀의 감각은 그들이 자리한 야영장과 바깥을 모두 감지하고 있었다.

그의 마력 감지와 제어는 점점 더 능숙해졌다. 아까처럼 비탈길 위에서 덮쳐든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멈추고 공중에 띄울 수 있을 만큼.

아직은 그 정도였지만, 더 나아가면 정말 염동력처럼 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러셀은 이게 염동력을 쓰는 정통적인 길이 아닐까 생각했다.

염동력도 결국 사람의 정신이 마력이나 다른 힘을 이용해 사물을 공중에 띄우거나, 역장을 두르거나, 보이지 않는 힘을 휘두르는 것이지 않은가.

물론 술식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잡고 움직이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다.

흑마법사 루가네스를 쓰러트리고, 평야를 넘어 숲으로 진입한 지 이제 열흘이 조금 넘었다. 내일이면 열하루째가 된다.

칼리아가 남은 키메라들의 시체에서 붉은 수정들을 추가로 뽑아냈지만 이미 많이 소모한 것인지 양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괴물 늑대들에게서 뽑아낸 것보다는 많은 양이었고, 칼리아의 주문을 통해 다시 방향을 잡고 길을 떠나던 중이었다.

그런데 숲에 들어서면서부터 괴물들의 습격이 무척 많았다. 중형 괴물들은 아니고 대개 고블린이나 침프 같은 소형종의 그린 스킨들이었지만, 숲 초입임에도 잦은 습격은 이상한 참이었다.

***

아침이 되었지만, 숲은 여전히 어둑했다. 햇빛을 받기 위해 게걸스레 자라난 나뭇가지와 나뭇잎들 때문이다.

러셀 일행은 잠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브리타의 안내를 받으며 산장으로 향했다. 코헨이라는 남자 또한 간밤 새 끙끙거리긴 했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산이나 숲속 길이 다 그렇듯이, 길은 평탄치 않았다. 그리고 괴물들은 바로 그런 길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을 노렸다.

“케에에에엑!”

수풀 속에서 뛰쳐나온 괴물들이 덜렁거리는 생식기를 전혀 감추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어린아이보다 약간 커다란 체격에 초록색의 피부, 얼굴의 중간에서 아래로 길게 휘어진 매부리코.

머리카락은 없고 귀는 요정보다도 더 뾰족하게 솟았다. 번들거리는 눈알에는 사냥감을 잡아 죽이겠다는 살의만이 가득하다. 러셀은 순식간에 주위를 훑었다.

고블린들의 수는 거의 서른 마리에 육박했다. 놈들은 원숭이처럼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를 타고 날아들거나, 수풀 속에서 몸을 낮추면서 달려들었다.

지독한 냄새. 괴물들에게 위생을 바랄 수는 없다. 똥도 싸고 제대로 안닦는 놈들에게서는 지독한 분변과 땀 냄새가 났다.

이렇게 많은 고블린들이라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러셀의 육체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일전 마적 무리를 해치우고 얻었던 투창 도끼창, 손도끼, 그리고 단검들. 그중 투창이 코트에 들어갔던 러셀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벼락같은 속도로 날아가 달려들던 놈 하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껙!”

단말마를 내지른 놈을 지나친 투창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날아가 두 놈의 머리통과 옆구리를 부수고 나무에 틀어박혔다. 아름드리나무가 흔들리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키악!”

거인이 내던진 것 같은 투창과 동료 셋의 죽음에도 고블린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성인 남성보다도 힘이 약하고, 무리 짓지 않으면 도태되는 고블린이라지만, 그럼에도 놈들이 마물과 마수의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이유가 있다.

끝없는 호전성과 난폭함, 그리고 집요함이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고블린들에 러셀 외의 사람들도 제각기 무기를 들고 전투에 나섰다.

“으랴아!”

괴성을 지른 카이가 좌측의 숲속으로 몸을 날렸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원숭이처럼 가지를 타고 다니는 고블린들이 오크에게 달려든다.

손재주가 좋은 놈들답게 손수 제작한 활에서 독이 발라진 화살이 수없이 날아가 카이의 피부에 꽂혔다.

“덤-벼-봐-라!”

카이는 얼굴에 날아드는 것들만 피한 채로 고슴도치 같은 꼴이 되어 고블린들을 박살냈다. 커다란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한 마리의 고블린 머리통이 박살나며 뇌수와 피를 뿌렸다.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죽음에도 고블린들은 물러섬이 없다. 단검을 역수로 쥔 놈들은 커다란 카이의 시야가 미치지 못하는 틈을 찾아 발목과 아킬레스건을 긋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힘껏 휘둘렀다.

팅강!

“키엑?”

부러진 단검을 쥐고 의문성을 내던 놈 하나가 그대로 커다란 발에 밟혀 으스러져 죽었다. 그 발에는 붉은 아지랑이가 어려있었다.

“케레렉!”

“켁켁!”

한 손에 하나씩 잡힌 고블린들이 목졸리는 소리를 내며 발버둥쳤다. 카이에게는 어린 오크만도 못하는 힘이었다.

우드득.

목뼈가 부러지자 고블린들의 몸이 축 늘어진다. 늘어진 시체를 던져 또 다른 고블린 두 놈을 맞춰 떨어트린 카이가 성한 어금니 하나와 강철 덮개가 씌워진 어금니를 번쩍였다.

“아윽! 하지 말라니까, 이 아줌마!”

-건방진 소리 그만하고 칼이나 만들렴.

“으!”

아엘라시스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 채로 손을 모았다. 그녀의 심장에서 피어난 마력이 깨끗한 마력 회로를 거쳐 손바닥에서 현상이 되었다.

냉기로 이뤄진 길쭉한 칼이 생성되어 소녀의 손에 잡혔다. 손바닥에 착, 하고 감겨오는 시린 감각에 눈살을 찌푸릴 틈도 없이, 백발의 소녀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꺄아아!”

종횡무진 고블린들 사이를 누비는 아엘라시스. 얼음으로 조형된 검이 스칠 때마다 괴물들의 피부에 생채기가 생기고, 바로 얼어붙는다.

고블린들은 피부에서 번져가는 하얀 냉기의 꽃에 비명을 질러댔다. 사위가 시끄럽다.

소녀의 몸에는 검붉은 색깔의 갑옷 같은 것이 입혀져 있다. 작은 체구의 몸에 맞게 조여든 갑옷은 아엘라시스의 몸을 이끌며 괴물들을 도륙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러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먼저 나한테 검술을 알려달라고 한 건 너란다, 아엘라.

아엘라시스는 비명을 질렀다.

“이게, 이게 무슨 검술 수업이야!”

그러면서도 몸은 충실히 움직인다. 아엘라시스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거의 갑옷이 이끌면 저항을 하지 않는 것에 가까웠지만.

공기를 가르며 날아온 화살이 말들을 노렸다. 하지만 화살들은 휘적거리는 빙검에 의해 튕겨났다.

화살을 막아 튕겨내면서도 아엘라시스는 도대체 방금 어떻게 움직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갑옷이 말했다.

-실전보다 뛰어난 훈련은 없노라. 자, 다음은 저기 숨어서 독침을 날리려는 놈이다. 8번 자세 기억나느냐?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오른발로 바닥을 받친 다음, 상체를 틀었다가 전력으로 내지르기. 손목에 과한 힘을 주지 말 것. 잘못하면 삘 수도 있다.

“꺄악!”

아엘라시스에게 입혀진 갑옷, 놀랍게도 그것은 칼리아였다.

정확히는 그녀의 주문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갑옷이었지만, 칼리아의 의식이 갑옷에 녹아들어 아엘라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있었기에 그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타다닥, 하고 가볍게 다리를 놀린 아엘라시스가 아까 칼리아가 가르쳐준 자세 그대로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오른발로는 바닥을 단단히 받치고, 오른쪽으로 틀었던 상체와 어깨를 한순간에 내찌른다.

그림 같은 찌르기가 작은 소녀의 몸에서 펼쳐졌다.

“끼에에······.”

냉기의 칼에 적중당한 고블린은 미간이 꿰뚫렸다. 눈알이 뒤로 돌아가고 사지가 축 늘어진다.

“으으으······.”

아엘라시스는 차가운 빙검의 날을 타고 전해진 살육의 감각에 몸을 잘게 떨었다.

그저 얼음송곳이나 창을 만들어 날리고, 번개를 생성해서 뿌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각.

살아있는 것의 살과 근육을 가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 뼈마디를 자르는 것과 혈관이 잘리며 피가 푸슉, 하고 뿜어지는 게 어떤 것인지 보았다.

뇌를 헤집을 때는 마치 젓가락으로 물컹한 진흙을 휘젓는 것 같다. 그렇게 몰랐던 것, 모르는 것이었던 감각이 새로이 새겨질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쿵, 쿵, 쿵 하고.

온몸이 심장이 된 것 같다. 차가운 얼음 칼을 쥐고 있음에도 손바닥이 뜨겁다. 아니, 전신이 뜨겁다.

러셀도 처음에는 이랬겠지. 그러다 익숙해진 것이겠지. 아엘라시스는 마음을 다잡았다.

살육의 감각이 전신을 찌릿찌릿하게 울려도 몸은 여전히 잘 움직였다. 소녀의 시야는 넓고, 동료들의 죽음에 분개한, 소녀보다 약간 작거나 비슷한 키의 고블린들이 돌진해오는 것이 잘 보였다.

-들이마시는 숨은 고르고 내쉬는 숨은 조용해야 해. 과도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후읍.”

아엘라시스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앞으로 뛰어갔다.

***

도끼 창의 넓은 반경이 횡으로 그어졌다. 약간 낮았다. 고블린들의 키가 낮기 때문에 그랬다.

고블린들의 작고 험상궂은 머리통들이 장난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마지막까지 지어져 있던 표정들은 고통과 경악, 두 감정 사이 어느쯤에 위치해 있었다.

러셀은 휘둘렀던 창을 다시 끌어당긴 후 폭풍 같은 기세로 휘저었다.

길쭉한 팔과 그보다 더 긴 창의 길이에 힘입어 거의 10미터에 달하는 반경의 모든 것이 박살 나고 튀어 올랐다.

“······저, 저분이 우리를 구해주셨다고?”

“그래, 그러니까 괜히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코헨이 막 고블린 시체에서 한 손 검을 뽑으며 러셀을 멍하니 쳐다봤다. 아직 마비의 잔재가 남아있어 움직임이 굼떴다.

그런 코헨의 옆에서 브리타가 마찬가지로 검을 휘둘렀다. 궤적에 걸린 고블린 하나의 팔이 기묘하게 꺾였다. 칼날 상태가 좋지 않아 거의 둔기에 가까웠기에 그랬다.

“흐압!”

빠각, 하고 고블린의 정수리에 칼날이 박혀 들었다. 힘으로 욱여넣은 것에 가깝다.

기예, 도 아니고. 기술도 아닌, 우격다짐.

낑낑거리면서 두개골에 박힌 칼을 겨우 뽑았다. 브리타와 코헨은 주위를 둘러봤다. 남은 괴물들은 없었다. 러셀에게 다 죽은 것이다.

두 사람은 갑옷과 피부 여기저기 검은 피와 내장, 오물들이 묻은 반면 러셀은 깨끗했다.

당연했다. 가까이 다가설 틈도 없이 창날이 목이나 상반신을 가르고 지나갔으니.

전투는 끝났다. 도망치는 데 성공한 고블린은 한 마리도 없었다.

브리타는 러셀이 손을 뻗자 도망가려던 괴물들이 우뚝 멈추더니, 그대로 끌려와 창날에 목을 대는 것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친 인원들은 없었다. 화살에 맞았던 카이도 화살들을 뽑아내자 피만 조금 흘리다가 멈췄다. 단단한 피부 겉가죽만 조금 상했을 뿐, 중독도 안 됐다고 한다.

아엘라시스는 완전히 지쳐서는 무릎에 양손을 얹고 헥헥거리고 있었다. 소녀의 주위로는 열 마리 정도 되는 고블린들이 죽어 자빠져 있었다.

체력 단련이 선행되지도 않았는데 이만큼 활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녀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못 가겠어?”

“아니야. 갈 수 있어.”

러셀의 물음에 아엘라시스가 씩씩하게 답했다. 그는 픽 웃고는 아엘라시스를 안아다 크라이에 태웠다.

“가자. 브리타, 안내 계속해.”

“네, 네. 알겠습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이후. 그들은 넓게 트인 개활지가 나타났다. 땅은 단단히 다져져 있었다.

산장은 컸다. 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요새까지는 되는 것 같았다.

무장한 사람들이 높이 솟은 목책 앞에서 오가며 경계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목책보다 높은 망루가 세워져 있었다. 망루에는 화살을 먹인 활을 들고 있는 자들이 맡은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횃불 덕에 어두운 숲속에서도 산장은 밝았다.

문지기 한 명이 러셀 일행이 다가오자 손을 내밀었다. 누비 갑옷과 철 투구를 쓰고 기다란 장창을 쥔 남자였다. 그가 말했다.

“용병들이시오?”

“저희만 그렇고, 뒤의 분들은 여행자들입니다.”

브리타가 그리 말하자 문지기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허,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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