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비산
***
어두운 밤하늘. 구름이 하늘 위를 빠르게 흘렀다. 별빛과 달빛을 차단하는 구름 덕에 지상은 더욱더 짙은 암흑에 잠겨 있었다. 지평선을 가리는 언덕과 구릉은 거대한 파도들이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횃불이 없다면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어둠 속에서 밤새 차가워져 있던 평야는 서늘한 냉기를 뿜었다. 그 냉기 서린 땅을 밟으며, 한 무리의 인마가 달렸다.
그들은 빛 한 점 없어도 잘만 어둠을 헤쳐나갔다. 암흑의 짙음은 그들의 시야에 별 어려움이 없는 듯했다.
그들의 수는 아홉이었다. 모두 검은 망토와 두건을 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는 두 개의 붉은 광망이 서려 주위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들이 탄 말들 또한 여느 평범한 말들과는 다르게 붉고 흉포한 눈을 지녔다. 인마 무리는 황야 한구석에서 멈춰 섰다.
어둠 속에서 우렁차게 울던 풀벌레들의 소리가 뚝 그쳤다.
“푸르륵, 푸륵.”
말들의 피부에는 땀이 허옇게 말라붙어 있었지만, 여전히 달릴 수 있다는 듯 가벼운 투레질을 했다. 지렁이 같은 힘줄이 돋은 근육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탁.
선두에 선 자가 말에서 내렸다. 다른 이들은 내리지 않고 사주를 경계했다.
선두에 서 있던 자 또한 망토와 두건을 두르고 있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큼직한 지팡이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갈색의 나무 지팡이는 그 끝이 갈고리의 형태로 휘어져 있었고, 중간 마디에는 철 고리들이 주렁주렁 매여 있었다. 마법 지팡이인 것 같았다.
지팡이를 든 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백골들을 살폈다. 이미 들짐승들에게 살점이 먹힌 허연 뼈들이었다.
평범한 추적자였다면 뼈에 난 상흔을 미루어보아 커다란 칼에 당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좀 나은 추적자라면 그 과정이 무척 빨랐다는 것을, 그리고 뛰어난 추적자라면 수십 구가 넘는 시체가 모두 한 사람에게 당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팡이를 든 자는 그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있는 자였다.
“움-.”
그자의 입에서 불분명한 발음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지팡이에 조용히 걸려있던 쇠고리들이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떨었다.
“움-사베니-.”
사이하고 불길한 기운이 그자에게서 피어나 바닥을 낮게 흘렀다. 수풀과 풀들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무수한 곤충들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땅에 떨어져 죽었다. 기운은 곧 백골에 닿았다.
“······.”
지팡이를 든 자는 가만히 서서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기억을 받아들였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났기에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자들을 죽인 자들과, 그들이 어디로 떠났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자가 중얼거렸다.
“좋은 재료로군.”
지팡이를 든 자는 다시 말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말에서 내린 다음, 야영 준비를 했다.
그는 말들이 아직 달릴 수 있다는 듯해도 이 이상 달리면 다음 날 제대로 이동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야영 준비는 간단했다. 기이한 기운을 흘리던 자는 자신의 지팡이를 땅에 꽂은 다음, 그 주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자리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모포나 침낭도 없었다.
여덟의 검은 망토들도 그 주위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주위에 백골 시체들이 가득하고 땅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데도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때 검은 두건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식사. 해도. 됩니까.”
거칠고 뚝뚝 끊기는 목소리. 지팡이의 주인이 그 목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를 제외한 여덟의 검은 망토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씹는 소리나 바닥에 툭툭 떨어지는 소리나 평범한 훈연 고기는 아니었다.
광원 하나 없는 암흑 속에서 무언가 질긴 것을 물고, 뜯고, 길게 잡아 늘이는 소리가 풀벌레 울음 대신 잔잔하게 울렸다.
***
예상은 거의 빗나가지 않았다. 시끄러운 밤을 보낸 러셀은 아침이 밝아서도 투덕거리는 둘을 조용히 시킨 다음 문을 열었다. 칼리아는 금세 러셀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안녕하시오?”
문을 두드린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낡은 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노인의 뒤로는 아직 얼굴의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쉐린이 서 있었다. 러셀은 두 사람의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노인이 말했다.
“셰호벤이오. 부족하나마 이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소.”
“러셀입니다. 여행자고요.”
“어제 일을 겪으셨다고 들었소. 내 못난 아들이 오늘 아침에야 전해주더군.”
촌장이 쉐린을 흘겨보자 그는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늦었지만 마을에 찾아온 상단을 보호해주고, 또 괴물들을 처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러 왔소.”
“우리를 쫓아온 것들이었으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감사를 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소. 혹시 오늘 바로 마을을 떠나시오?”
“그럴 것 같습니다만.”
“음. 이따가 아침 식사 마을 중앙의 교회에서 아침 기도회와 장례식이 있소.”
“장례식?”
되물었던 러셀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마적 무리에게 목숨을 잃었던 자들에 대한 것일 터였다.
사제에게 제대로 장례를 받지 않으면 악령이나 언데드가 되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시간 나면 한 번 가보지요.”
촌장과 쉐린은 인사를 하며 물러갔다. 러셀은 하품하며 뒤를 돌아봤다.
“아엘라. 일어나.”
방만한 자세로 배를 보이며 누워있던 새끼용이 툴툴거리며 일어나더니 어린 소녀로 변했다.
“칫. 피도 결국엔 안 주고.”
“넌 흡혈귀도 아니잖아. 먹어봤자 비리기만 할 뿐이라니까.”
“그럼 그 아줌마한테도 피 주지 마!”
그림자에서 칼리아가 일어났다.
“난 아줌마가 아니란다, 꼬마야.”
“나도 꼬마 아니야!”
“키도 조그마한데?”
아엘라시스는 분한 표정으로 칼리아를 올려다봤다. 둘의 신장 차이가 15센티는 넘었다. 물론 차이가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칼리아는 비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맘마 먹으련?”
“캬아아악!”
***
돼지고기 한 덩이와 닭 두 마리, 에일로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은 여관을 나서 마을의 중앙으로 향했다.
카이가 커다란 코를 킁킁거렸다. 콧구멍을 벌름거린 그가 말했다.
“비가 올 것 같은데.”
그 말대로 하늘은 어둑했다. 비가 오기 직전의 모습. 회색의 구름은 태양과 푸른 하늘을 가리고 음침한 천장을 그렸다.
흐린 하늘 아래의 마을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마을의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목책 덕에 크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크기나 집들의 수를 보아 인구수는 200명을 넘기진 않을 듯했다.
마을의 중앙에는 작은 교회가 있었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종교, 루테온 교회였다. 러셀 일행은 그 안에서 성직자가 장례식을 주관하는 것을 지켜봤다.
교회는 어둑했다. 벽면의 선반에 올려진 촛불들이 유일한 빛이었다. 천장의 둥글게 난 유리 천장 아래 선, 교회의 유일한 성직자가 사제복을 입고 태양을 상징한 성물을 든 채로 기도를 올렸다. 그 앞의 사람들이 똑같이 고개를 숙이며 기도했다.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시는 태양이시여, 그 온기로 하여금 우리의 안과 겉을 따뜻하게 데워주시고, 밝은 빛으로 미망을 불사르고, 슬기와 지혜의 길을 밝히시고, 우리의 곁을 떠난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의 휴식 끝에서 그 넓은 품을 벌려 안아주시기를 소망하나이다······.”
시신들은 모두 화장되어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가끔이지만, 만월의 마력과 지하의 기운 때문에 땅에서 일어나 배회하는 시체가 되는 일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친지, 가족들은 그 크고 무거웠던 시신이 작은 항아리에 담길 정도로 작아지고, 또 가벼워진 것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그때 러셀은 항아리를 들고 있는 자들 중 어린 소년을 발견했다. 그 소년을 기억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마적에게 화살을 맞아 숨을 거뒀다. 곁에는 소년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메마른 눈에서 더이상 눈물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는 굳은 얼굴로 소년의 어깨를 꾹 쥐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소년은 어머니를 따라서 하늘을 보다가, 고개를 내렸다. 소년의 눈과 러셀의 눈이 마주쳤다.
소년은 말없이 눈을 깜박였고, 러셀 또한 별다른 몸짓을 보여주진 않았다.
마적들로부터 구해주긴 했지만, 마을까지 걸어오는 일곱 시간 동안 러셀은 상단 사람이나 다른 여행자 무리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건 무서운 마적들을 아무렇지 않게 갈아버린 러셀에 대한 두려움과 카이, 그리고 아엘라시스에 대한 꺼림칙함 때문일 것이었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 소년은 몇 번 러셀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가 막았다. 그리고 지금 러셀은 소년이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을 말없이 바라봤다. 곁의 어머니는 아는 듯 모르는 듯 별말 하지 않았다.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고, 러셀 일행은 교회를 나왔다.
세 사람은 어딜 가도 눈에 들어왔다. 거구 둘에다가 그사이 끼어있는 깜찍한 외견의 백발 소녀는 보기 드문 조합이었으니까.
러셀은 여관 마구간에 매여져 있던 그의 말 크라이와 카이의 말을 꺼냈다. 카이는 자신의 짐을 안장에 맨 다음 위에 올랐다. 말은 무리 없이 카이의 거구를 지탱했다.
일행은 그렇게 마을의 짧은 대로를 걸어 목책이 세워진 곳에 당도했다. 그 앞에는 쉐린과 그의 아버지 촌장, 그리고 테보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보닌이 다가오는 그들을 발견하고 말했다.
“아, 가시는 겁니까?”
“그렇소.”
“이거 참,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지팡이를 짚고 선 촌장과 쉐린이 러셀 일행을 배웅했다.
“잘 가시오.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났으면 하오.”
“안녕히 가시오. 어제는, 어, 정말 미안했소.”
러셀은 고개를 까딱이고 크라이를 몰아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옆으로 넓은 밀밭을 끼고 걸었다. 초여름의 밀들은 아직 푸르렀다.
짙은 구름 사이로 가끔 햇살이 비치면 밀은 순식간에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고, 구름이 다시 해를 가려버리면 초록색으로 돌아왔다.
밭을 넘어가면 숲과 오솔길이 나왔다. 말을 달리기에는 경사도 있고 해서 그들은 섣불리 달리지 않았다.
“칼리아. 주문은?”
러셀의 물음에 칼리아가 나타났다. 어제처럼 그의 뒤에서 나타났는데, 그렇기에 러셀은 앞에는 아엘라시스와 뒤로 칼리아를 끼게 되었다.
“피를 안 줬잖느냐. 나는 마법을 쓰려면 피가 필요하단다.”
“어제는 잘만 썼잖나.”
“내 몸을 이루고 있는 피를 이용해서 쓴 것이니라. 자꾸자꾸 쓰다 보면 내 육체는 점점 어려지고, 줄어들겠지.”
그 말에 아엘라시스의 귀가 쫑긋 섰다.
“러셀, 주지 마! 계속 자기 피 쓰라고 해. 어디 나만큼 작아지고서도 꼬마라고 부를 수 있는지 보자구!”
러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마나 필요한데?”
“조금이면 된다. 아주 조금이면.”
러셀은 말없이 자신의 왼손을 어깨 뒤로 넘겼다. 칼리아는 냉큼 그 왼손을 붙잡더니 살살 쓰다듬었다.
“따뜻하구나. 네 속에 있을 때처럼.”
“뭐?!”
“그림자 말하는 거야. 얼른 마시기나 해라. 애 그만 놀리고.”
“알겠다.”
러셀은 약간 서늘한 입술이 왼손 검지에 닿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칼리아는 그것을 깨물지 않고 입에 넣어 살살 굴리기만 했다. 입술처럼 서늘한 혀가 날름날름 손가락을 핥았다.
러셀이 손을 빼려 하자 칼리아가 황급히 붙잡았다.
“빨리 안 하면 다시는 피 안 준다.”
“미안, 미안하다! 빨리 하겠느니라.”
곧 따끔한 통증이 일었다. 이후 만족할 만큼 피를 마신 칼리아가 배부른 미소를 지었다.
“잘 마셨느니라. 역시 다른 피와는 비교도 안 되는구나.”
“역시 깨어난 이후 마셔봤던 건가?”
“그대의 그림자에 떨어진 피를, 약간. 마적들의 것과 괴물 늑대들의 것. 모두 거지같이 맛없었다. 자, 기다려 보거라. 바로 주문을 만들어보겠다.”
피를 마신 덕분인지 칼리아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바로 크라이에서 내려섰다. 천천히 걷고 있었기에 칼리아는 비틀거리지 않고 바닥에 섰다.
러셀과 카이도 멈춰서 그녀를 바라봤다. 칼리아는 어제 러셀에게 받았던 붉은 조각들을 꺼내 들더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손바닥 위의 붉은 조각들이 덜덜 떨리더니, 스스로 뭉쳐 나침반의 바늘 같은 형상이 되었다.
“주문 자체는 쓸 수 있지만 조각의 양이 워낙 적었다. 아마 한 번 쓰면 이건 바로 흩어질 거야.”
“그래도 방향은 알 수 있겠지?”
“그래. 지금 방향을 보면······.”
칼리아의 표정이 굳었다. 주문으로 만들어진 붉은 바늘은 뒤를 향해 날카로운 끝을 돌렸다. 그들이 마을을 떠나온 방향이었다.
카이가 말했다.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
“악!”
쉐린은 목책에 서서 하품하다가 찢어진 입가의 통증에 표정을 찌푸렸다. 그러나 표정은 금방 풀렸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러셀의 손찌검은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통증을 안겨주었지만, 도끼가 아니라 손찌검이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쉐린은 하품을 참으며 목책 너머를 바라봤다. 교대는 아직 멀었다. 자경단의 단장으로서 솔선을 보여야 한다는 아버지의 명에 그는 아침부터 경계를 맡아 서고 있었다.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목책 바깥의 밭이나 저 멀리 이어지는 숲, 그리고 다른 편의 평야를 보던 쉐린은 눈을 크게 떴다.
한 무리의 인마가 빠른 속도로 마을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행색이 특이했다. 모두 검은 망토와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 덥나?”
그가 중얼거렸다. 아무리 말을 타고 달린다고 해도 계절은 초여름이었고, 해가 가려져 있어도 습한 공기가 살갗과 옷을 달라붙게 하는 날씨였다.
아홉 기의 인마는 목책에 다다르자 속도를 줄였다. 그들 중 유일하게 지팡이를 들고 있는 두건의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다. 쉐린은 목책을 손으로 짚은 다음 고개를 내밀며 외쳤다.
“무슨 일이시오? 여행자입니까?”
지팡이를 든 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여기 검은 머리에 자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왔었나?”
쉐린은 대번에 그게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았다. 그는 미심쩍은 얼굴로 아래를 보며 말했다.
“······오긴 왔는데, 뭣 때문에 그러는 거요?”
“어디로 갔지?”
커다란 지팡이를 든 자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쉐린은 불안한 마음에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봐도 불길한 행색의 무리가 묻는 것이, 러셀에게 해코지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러셀이 간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이었다.
“저쪽으로 갔소.”
그 방향을 보던 지팡이를 든 자가 다시 고개를 돌려 쉐린을 올려다봤다. 두건 속의 붉은 눈동자가 휘어지며 눈웃음을 지었다.
“거짓말이로군.”
그리고 그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가벼운 행동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꽈아앙-!
장난 같은 그 손짓 한 번에, 두 겹이나 되는 목책이 산산이 부서지며 허공으로 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