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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84화 (85/225)

84화 떠날 준비

사람들은 멍한 눈으로 먼지가 가라앉는 연무장을 바라봤다. 은연중에 흐르던 러셀에 대한 의심과 그를 부추기던 속 좁은 자들의 힐난은 이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라몬 에란디스 영주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명령을 내렸다.

“뭣들 하고 있나? 기사들! 사람들을 물리고 주변을 정리하게. 시종장! 시종장 있는가!”

“여기 있습니다, 영주 님!”

연무장은 빠르게 정리됐다. 다행히 다친 자들은 없었다. 구경꾼들은 영주의 명에 뿔뿔이 흩어져 제 할 일을 찾았다.

카이는 들것에 실려 의무실로 갔다. 몸이 튼튼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날 것이다. 하인들은 난장판이 된 연무장을 돌며 청소를 시작했다.

영주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는 러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주 제대로 박살을 냈군.”

그 말대로 연무장은 성한 구석이 거의 없었다. 워낙에 강력한 둘의 싸움이었던지라, 발을 디뎠던 곳은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거기다 마지막에 카이가 러셀을 들어다 꽂은 곳은 아예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러셀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영주는 손사래를 쳤다.

“아냐. 오히려 좋은 구경했네. 이걸로 자네에 대한 시선들도 조금은 달라졌겠지.”

“알고 계셨나 보군요.”

“나는 영주일세. 아랫사람들의 동태에 관해서는 듣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 있지. 안 그래도 어찌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잘 해결됐군. 아직 점심 먹지 않았지? 나도 그런데, 같이 들지 않겠나?”

“좋습니다.”

마침 배가 고팠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러셀은 몸부터 씻고 가야 했다. 전신이 싸움의 여파로 회색의 먼지로 뒤덮여 있었으니 말이다.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러셀은 영주를 따라 어떤 건물로 향했다. 식당이 아니라 영주 전용의 건물이었다. 건물을 관리하던 관리인이 나와 영주와 러셀을 안내했다.

건물 안은 깨끗했지만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듯했다. 긴 탁자가 놓인 식당에서, 러셀은 맞은편의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을 발견했다.

그건 지금보다 젊은 얼굴의 영주와 그보다 훨씬 젊은, 아니 어리다고 표현해도 좋은 여인이 품에 아기를 안고 있는 그림이었다.

러셀은 그 그림이 영주의 가족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영주는 그 그림을 잘 보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관리인과 건물을 지키는 경비병이 영주의 뒤쪽 벽에 붙어 서 있었다. 러셀의 뒤에는 지라크가 공손히 손을 모으고 시립 해 있었다.

영주가 말했다.

“몸은 많이 나아진 것 같더군.”

“영주 님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주방장 반스가 비명을 지르던데.”

“이제는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먹지는 않을 겁니다.”

러셀은 이제 지난 사흘간 먹었던 식사량을 줄여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충분한 영양분이 들어온 몸은 이제 알아서 적합한 신체 상태를 만들어줄 것이다.

물론 방금 그가 해치운 양도 보통 성인 남성의 두 배는 될 법한 양이긴 했다.

둘의 식사는 빠르게 끝났다. 러셀은 태어나 살았던 곳에서부터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먹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이었고, 영주 또한 영지를 지키는 지배자로서 식사 시간은 무척 짧아야 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집사가 카트를 밀고 와 식기를 치우고 차와 다과를 차렸다. 찻잔에서 뜨거운 김이 솟았다. 영주는 그 뜨거운 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까 카이와는 왜 싸운 건가?”

“제 소문을 카이도 들었나 봅니다. 자신의 목적도 이룰 겸, 그리고 저에 대한 소문의 궁금증도 불식시킬 겸 해서 오크에게 내려오는 전사의 대화를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혹시 불칸이라는 신에 대해 아십니까?”

“잘은 모르네만, 아르큘은 알았네. 그가 불칸을 따르는 오크였지. 꽤 괜찮은 친구였어. 그 친구 덕분에 영지 뒷골목이 적당한 수준의 그림자만 지니고 있었으니까.”

찬란하기만 한 도시는 어디에도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드리우는 건 당연한 일. 아르큘 길드는 에란디스 영지에서 가장 큰 그림자를 도맡고 있었고, 그렇기에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카이의 목적이 뭐였는가?”

“저를 따르고 싶다고 하더군요.”

영주는 미소를 지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헌앙한 풍채와 외모의 러셀이 젊을 적 자신을 떠올리게 한 탓이다.

“자네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사내지.”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그래서, 그를 받아주었는가?”

“그럭저럭 쓸만하다고는 생각합니다.”

러셀은 몇 가지의 이유에서 카이의 합류를 승낙했다. 첫 번째는 그가 가진 붉은 기운, 불칸의 기운이다. 아직 러셀은 그 붉은 기운, 혹은 신성력과 비슷한 힘에 대해 잘 몰랐다.

마력과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도리어 성력과도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힘. 그 기운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회색 갑주의 사내를 상대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두 번째는 동료로서의 필요성이다. 러셀은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다양한 사건과 마주했다. 칼리스덴, 로고스 마을, 에란디스 영지까지.

일련의 사건들에 연관성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에란디스 영지에서는 분명 뭔가가 세계에 그리 좋지 않은 일을 획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색 갑주의 사내도 그렇지만, 로고스 마을에서도 악마 로고스를 부활시키려던 흑마법사 헤로케닌이 있었다. 광명교의 성기사 하일른과 제스, 그리고 울카의 도움으로 로고스의 부활은 저지됐다.

비록 성기사들은 자신들의 교회로 돌아가고, 울카는 마을에 남았지만. 대신 아엘라시스라는 새끼 용이 알에서 나와 함께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스칼리아와의 전투에서 아엘라시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살아남기 힘들었거나, 혹은 꼭두각시 비슷한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러셀의 피에 감화된 지라크처럼.

영주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카이가 떠난다는 거군.”

러셀은 그 얼굴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티가 나나?”

“예.”

영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영지의 뒷골목들이 난장판이네.”

러셀은 가만히 들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길드들이 나가떨어졌어. 지금 그쪽 동네는 각축전이나 다름없네. 새로 유입된 건달들, 원래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건달들이 서로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다투고 있는 중이지.”

“카이에게 아르큘 길드를 맡아달라고 할 생각이었습니까.”

“좋은 대책이 있으니까. 하지만 자네를 따른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겠나.”

러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때 영주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내내 생각하고 있던 어떤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

“러셀. 자네에게 봉신의 지위를 주겠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나?”

“······봉신이라면 영토를 주시겠다는 것이잖습니까. 무슨 영토를?”

“이곳. 에란디스를 말함이네.”

러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영지를 주겠다니? 러셀은 그게 가능한가 물으려다가, 한 방법이 있음을 떠올렸다.

“저를 양아들로 삼을 생각이시군요.”

“그렇다네.”

러셀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아직 제 아버지가 살아 계시고, 또 저는 한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딘가 목적이 있나?”

“딱히 목적이라기보단, 그저 오랫동안 품어왔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군.”

영주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주름진 손등과 손가락 마디가 보였다. 그가 손을 내렸을 때, 영주의 얼굴은 수년은 더 지난 듯했다.

“어쩌면 지친 건지도 모르네.”

“지치셨다고요.”

“내 아들을 내가 직접 죽였을 때부터.”

“······죄송합니다.”

영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자네가 죄송할 일은 하나도 없네. 오히려 고맙지. 자네가 없었다면 난 아들을 막지 못하고, 내 영지와 영지민들을 모두 괴물의 밥으로 밀어 넣은 어리석은 영주가 되었을 테니.”

후우. 영주는 한숨을 쉬었다.

“내게는 자식이 그놈 하나밖에 없었다네. 늦둥이였지. 아내는 아들을 낳다가 병을 얻었고. 결국 오래 버티진 못했어.”

러셀은 벽에 걸린 그림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림을 그린 자의 실력이 좋았는지, 거의 실사에 가깝게 그려져 있는 인물들은 반짝이는 눈동자와 피부의 질감까지 잘 표현되어 있었다.

러셀은 그중 여인의 홀쭉한 볼과, 앙상한 손목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내 아들, 에드몬드마저 어미를 닮았는지 약한 몸을 타고났지. 백방으로 약을 구하고 치료를 했지만, 별 차도는 없었다네. 하루하루 커가긴 했지만, 밖으로도 나가보지 못하고 방에만 있어야 하는······. 그래서 영지 바깥에서 던전이 발견되고, 내 아들이 건강해졌다는 사실에 너무 집중했던 것이겠지. ······희망은 무서운 것이었어.”

러셀은 그림을 보다가 다시 영주를 바라보았다.

“영주님. 근래 단련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단련?”

영주는 멍한 얼굴로 지난날을 헤아렸다.

“아니. 2주간은 바쁜 나날이어서 하지 못했네. 그런데 단련은 왜?”

“저랑 대련하시죠.”

“자네랑? 방금까지 카이와 싸우지 않았나?”

“그런 격렬한 것 말고, 그냥 검술 대련 말입니다. 지난번에 뵈었을 때 검을 들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한 수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영주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거절하려다가, 문득 러셀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빛에 반사되는 그의 눈은 보석처럼 빛나며 영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영주는 자신의 팔뚝을 만져보았다. 그동안의 업무와 피로가 있긴 했지만, 40년을 넘게 영지를 지키고 괴물들을 처치해온 몸이다. 고작 이 정도의 휴식으로는 그의 힘을 완전히 빼놓을 수 없었다.

“······좋네. 뒤편에 적당한 공간이 있어.”

***

저물어가는 노을빛은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듯했다. 건물의 흰 외벽과 나뭇잎, 돌마저 노란빛을 내뿜으며 빛났다.

별채의 뒷마당에서 러셀과 영주는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아까 카이와 마주 보고설 때와는 달랐다.

젊은이와 늙은이. 검은 머리와 백발.

두 사람은 목검을 쥐고 있었다. 강철 검을 갖고 대련을 해도 다치지 않게 할 실력이었지만, 두 사람은 그냥 목검을 들었다.

러셀은 목검을 꾹 쥐어봤다. 단단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나무군요.”

“철단목이라는 나무네. 강도가 철만큼 단단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 이 영지 주변에는 질 좋은 기화이초들이 많다네.”

“그렇게 소개하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이런, 들켰나?”

곧 두 사람은 자세를 잡았다.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선 영주는 정석적인 자세, 손잡이를 아래로 하고 검 끝을 위쪽으로 한 중단세의 자세였다.

러셀은 보폭을 그보다는 좁게, 그리고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하고 왼쪽 어깨를 뒤로해 칼을 수평으로 세운 자세였다.

마력을 내뿜는 행위는 없었다. 그저 고요했다. 순수한 신체의 체력과 근력, 순발력만으로 이뤄지는 대련.

“정말 괜찮겠나? 아까 그렇게 싸웠는데.”

“괜찮습니다.”

러셀의 괴물 같은 몸은 몇 시간 정도의 휴식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은 상태였다.

영주는 아까 맨몸으로 서 있을 때의 러셀과, 지금 목검을 들고 있는 러셀을 비교해보며 놀람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딴 사람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작, 이라는 말은 없었다. 자세를 잡았을 때부터 대련은 이미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날카로운 맹수의 눈으로 서로의 자세를 낱낱이 훑었다. 처음의 자세에서 한 치도 움직이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둘의 머릿속에는 발끝의 각도와 미세하게 떨리는 칼끝만으로 수를 나누고 있었다.

탓, 하고 러셀이 먼저 바닥을 박찼다.

그의 찌르기가 벌침처럼 쏘아졌다. 라몬 에란디스는 곧바로 그 벌침을 걷어내고 횡으로 베었다. 뒤로 등을 젖혀 휭 베기를 피한 러셀이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아래에서 위로 올려 베었다.

라몬 에란디스의 검이 그를 마주하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따앙- 하고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둘은 동시에 물러섰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라몬 에란디스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지금까지,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괴물과 사람을 베며 익힌 검술을 쏟아 내었다. 러셀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러셀은 그런 라몬 에란디스의 검격을 일일이 받아주거나, 막거나, 흘려내거나 빗겨냈다. 그 교묘하면서도 오묘한 동작들에 라몬 에란디스는 크게 기꺼워 하며 더욱 세차게 목검을 휘둘렀다.

잠깐 목검이 여러 번 부딪히는 소리만이 주위를 고요하게 울렸다. 노을빛이 완전히 지고, 서쪽 하늘이 보랏빛으로, 그리고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갔다.

영주는 차츰 구름이 낀 듯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은 하늘처럼 개어지는 것을 느꼈다.

탁, 하고 목검 하나가 하늘로 치솟았다. 빙글빙글 돌던 목검은 곧 바닥에 떨어졌다. 영주는 자신의 목검에 목이 겨눠져 있는 러셀을 보며 숨을 훅훅 몰아쉬었다.

러셀은 빙긋 웃었다.

“졌군요.”

“······늙은이 그만 놀리게. 내가 못 볼 줄 알았나?”

영주는 아까 그를 이길 순간이 있었는데도 더 나아가지 않고 연격을 이어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러셀은 어깨를 으쓱였다.

“땀 흘리니까 좋지요?”

영주는 천천히 목검을 내렸다. 거칠었던 숨이 안정됐다. 상쾌한 밤공기가 허파를 가득 채웠다가 빠져나갔다.

“그렇군.”

“지라크를 쓰십시오.”

느닷없는 러셀의 말에 영주가 고개를 돌렸다.

“뭐?”

“뒷골목을 장악하는 것 말입니다. 지라크를 영주님의 심복으로 쓰십시오. 그리고 적당한 길드 하나를 맡기게 하고, 암흑가의 처리를 맡게 하십시오. 지라크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영주는 저 멀리서 자신의 집사와 대기 중인 지라크를 힐끔 보았다.

“자네의 부하 아닌가?”

“원래 이 영지의 영지민이기도 했습니다. 지라크와도 말을 나눈 상태입니다.”

“자네 말에 따르겠다고 하던가?”

러셀은 아까 대련을 하기 전 지라크와 나눴던 대화를 회상했다.

‘해줄 수 있겠어?’

‘다시 태어났을 때부터 제 목숨은 러셀 님의 것이었습니다. 끝까지 모시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명하신다면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도대체 그의 피가 무슨 작용을 일으켰기에 흡혈귀를 이리 순종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하지만 러셀은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오랫동안 몰두하는 취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걱정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연히 큰 도움이 될 테지만······. 카이처럼 동료로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나 해서 말일세.”

“그건 따로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러셀은 코트를 툭툭 두드렸다. 그 안에는 여러 잡다한 물건들이 있었지만, 지금 그가 생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것이었다.

붉은 구슬. 그는 오늘 밤에 그것에 대한 처우를 생각해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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