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붉은 밤
푸른 밤은 이제 사라졌다. 칠흑 같은 장막이 하늘을 뒤덮고, 보석처럼 알알이 박힌 별들이 빛을 내었다. 하지만 달이 뜨지 않았기에 그 작은 빛들만으로는 골목 구석구석을 비추기 어려웠다.
스스로를 불태우는 별들이 너무 아득한 거리에 헐떡거리며 겨우겨우 과거의 자신을 보냈을 때, 무수한 골목에서 시체들이 양산되고 있었다.
그들은 한 때 영지의 뒷골목을 주름잡았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가운 심장과 피를 가진 괴물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시체들이 바닥에 몸을 뉘였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흘러나온 붉은 피들이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었다. 중력에 이끌리듯이. 부름을 받았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들의 꼭두각시들은 입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깊고 오래된 밤이 시작되고 있었고, 그걸 알아차린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았다. 허나 그리 오래지 않아 알게 될 것이었다.
***
러셀이 가슴팍을 짓누르던 발을 떼자 남자는 천천히 일어나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자세에서 러셀을 향한 극경의 예를 보였다. 아까 보이던 흉흉한 태도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러셀이 말했다.
“살아났군.”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조아린 채 말했다.
“예.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그렇습니다.”
흡혈귀가 된 순간부터 흡혈귀는 평생 산 자의 피밖에 마실 수 없다. 흡혈귀의 심장은 산 것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점차 굳어가고, 종국에는 얼어붙는다.
그리고 강력한 흡혈귀는 산 자의 피를 자신의 진혈로 바꿀 수 있고, 그 진혈을 다른 생명체에게 일정 분량 주입해 종복을 만들 수 있었다.
남자의 설명을 들은 러셀이 말했다.
“너도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제 피를 지배했던 진혈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제 주인님의 피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제 피는 이제 주인님의 것입니다.”
러셀은 턱을 쓰다듬으며 남자를 쳐다봤다. 목소리에서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다.
“내가 네 피의 주인이라면. 죽으라고 하면 바로 죽을 수 있나?”
“그렇습니다.”
남자는 잠깐의 간극도 주지 않고 말했다. 러셀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죽어봐라.”
남자는 고개를 들어 러셀을 올려다봤다. 광신을 글자로 박아넣은 듯한 표정이 거기 새겨져 있었다. 남자는 환하게 웃었다.
“예. 잠깐이지만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정말로 자신의 심장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 기세에는 일체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엘프들은 경악했다. 인간 마법사와 새끼용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미처 나설 수도 없을 정도로 남자의 명령 집행은 신속했다.
와드득, 하고 재생됐던 가슴뼈가 다시 부서져나가고, 남자는 자신의 심장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터트리려 했다. 아무리 재생력이 트롤보다 강한 뱀파이어라도 심장이 완전히 터져 진혈을 사방으로 흩뿌리면 더 이상 재생할 수 없다.
그때, 러셀의 손이 남자의 팔을 잡았다.
“됐다. 하지마라.”
“알겠습니다.”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다. 러셀은 기가 막힌 심정이었고, 그건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똑같았다. 러셀도 긴가민가한 생각으로 시도해본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다.
남자의 뻥 뚫린 가슴은 차츰 수복되었다. 종국에는 크게 구멍난 옷자락만 나풀거릴 뿐, 상처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졌다.
질린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눈을 반짝이며 일련의 과정들을 보던 레메론이 중얼거렸다.
“흡혈귀가 자신을 흡혈귀로 만든 자의 구속을 벗어난다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인데. 어떻게 가능한 거지?”
지성을 가진 생명체의 정신과 몸을 지배한다는 건 어렵다. 마법 중에서도 깊고 어두운 종류의 계약이나 악마의 개입으로 혼이 저당 잡히지 않는 이상에는 그렇다.
흡혈귀, 그 중에서도 진혈이라는 피를 가진 뱀파이어가 있다. 진혈을 가진 뱀파이어는 자신의 피를 나누어 종복을 만들 수 있는데, 그 종복은 진혈의 주인에게 생사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원한다면 진혈 뱀파이어는 종복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러셀이 남자를 지배하게 된 것은 이제까지 깨트릴 수 없었던, 상식과도 같았던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러셀의 육체가 가진 비밀에 근거하고 있었다. 러셀이 죽어가던 흡혈귀에게 떨어트린 건 단 몇 방울의 피였지만, 그것은 인간의 피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피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생명력이 농축되어 있었고, 평범한 인간의 인자와도 상당수가 달랐다.
러셀은 벌써 다 아물어가는 손바닥을 힐끗 쳐다뵜다. 이 모습도 다른 누군가가 본다면 괴물이라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그도 어릴 때부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소문을 알고 있었다.
젊은 아버지의 일주일의 실종. 갑작스레 가문 저택 앞에서 나타난 아버지는 갓 태어난 아기 하나를 데리고 있었다. 그게 바로 러셀이었다.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신체. 기이한 눈.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곤혹스런 사건들이 있었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회상에 잠길 때가 아니었다. 러셀은 남자에게 설명하라고 말했다.
“저는 말단이라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지라크였다. 그는 에란디스 영지의 토박이로 뒷골목에서 변변찮게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았다. 그러던 중 자신도 명확히 알 수 없는 과정을 거친 후, 정신을 차려보니 흡혈귀가 되어 있었다.
레메론이 부연했다.
“흔한 일입니다. 흡혈귀는 기본적으로 생명체를 매혹할 수 있는 힘을 타고나니까요. 최면과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흡혈귀가 작정하고 내뿜는 냄새나 눈빛에 홀리면 마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해지고, 종국에는 피를 빨아 먹히거나 종복이 됩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말이죠. 그런 것에 저항력을 가지려면 특별한 약초나 교회의 성유물, 강력한 정신력, 혹은 마력이 필요한데······.”
러셀이 그의 말을 끊었다.
“설명 고마워. 계속해.”
지브라크가 말했다.
“네. 그렇게 저는 흡혈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주인의 명령에 따라 암흑가의 길드들을 부수고 흡수했습니다. 대부분은 죽였지만 개중 몇은 살려서 뱀피르로 만들었습니다.”
“뱀피르?”
“방금 주인님이 죽였던 지성 없는 괴물들을 말함입니다. 진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흡혈귀의 인자만 주입받으면 저렇게 됩니다. 이성과 지능은 거의 사라지고, 흡혈과 살육에만 몰두하는 괴물이 되지요. 물론 진혈을 받은 흡혈귀들은 저 괴물들을 조종할 수 있고, 아까처럼 피를 이용해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러셀은 주위에 널브러진 괴물들의 시체를 훑었다. 그것들은 지라크의 주문들에 의해 터져나가 가죽과 뼈 약간만이 남아있었다.
괴물들이 가지고 있던 피들은 모두 러셀을 공격하는데 쓰였다가 산산이 부서졌기에, 붉은 쇳가루들처럼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목적은?”
“저와 제 동료가 받은 명령은 암흑가를 통일, 분탕 종자는 몰살하는 것이었습니다. 걸리는 모든 길드들을 복속시키거나 죽이고, 수를 늘리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은 듣지 못했지만, 아마 이 영지를 통째로 잡아먹으려는 것 같습니다.”
러셀은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에 짜증을 느꼈다. 흡혈귀 하나를 수중에 두게 되었으나, 애초에 많은 걸 아는 놈이 아니었다. 그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촉수 중 하나였을 뿐.
그때 러셀은 리도스인가 리베스인가 하는 여자가 했던 말 하나를 떠올렸다.
“오크랑 수인족들이 죽었을 거라고 말했었는데. 무슨 뜻이지?”
“제가 있던 길드가 아르큘 길드입니다. 카이와 그의 스승 오크가 이끌고 있던 길드인데, 영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개개인의 무력 또한 강했습니다. 저와 같이 흡혈귀가 된 동료가 아르큠 길드를 맡았고, 카이를 이긴 당신이 방해물이 될 거라 여겨져 제가 이곳에 왔습니다. 제 동료는 저만큼, 혹은 저 이상으로 강력한 흡혈귀입니다. 아마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가정이군. 확실하진 않아.”
지라크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네. 가정입니다. 공격은 제가 먼저 시작이었고, 이후 다른 동료들이 일을 진행했을 겁니다. 저항이 예상보다 강했다면, 아직 죽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영지 어딘가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모골이 섬뜩해지는 처절한 비명이었다. 지라크가 말했다.
“시작되었습니다.”
“뭐가?”
“잠을 깨우는 의식이.”
지라크는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마 흡혈귀의 본능이 뭔가를 감지한 듯 싶었다.
아엘라시스가 러셀의 옷깃을 잡아 툭툭 당겼다.
“러셀. 저거 봐.”
그는 아엘라시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건 천천히 녹고 있는 얼어붙었던 핏물들이었다. 피들은 천천히 꾸물거리더니,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었다.
검붉은 피가 스스로 움직이며 바닥을 타고 흐르는 장면은 방금 들렸던 비명보다도 정신을 날카롭게 곤두서게 했다.
뭔가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는 건 확실했다. 러셀이 지라크에게 말했다.
“너 같은 놈이 몇 명이나 되지?”
“많지 않습니다. 진혈을 뽑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를 포함해도 여섯은 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다섯은 있을 수도 있다는 거군. 알았다. 아르큠 길드로 안내해라.”
“알겠습니다.”
지라크는 왜 그곳에 가겠다는 건지 묻지도 않았다. 그는 오로지 명령만을 받고 싶어 하는 듯 했고, 실제로 그 명령을 수행하는 데 기쁨을 느꼈다.
러셀은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특히 두 엘프들을.
“도와줄 수 있나?”
레메론과 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악마의 종자들이 나타난 이상 요정들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하동문이야.”
러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희 둘이 가장 빠를 테니, 영지의 경비대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줬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보이는 괴물들도 죽이지요.”
“재생력이 강력하던데. 괜찮겠나.”
레메론은 씨익 웃었다.
“엘프들은 약하지 않습니다.”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메론과 페일은 바람처럼 달려 사라졌다. 이블린이 말했다.
“난 마탑에 갈게. 가서 이모님이랑 장로님들한테 알려야겠어. 그리고 영주한테도. 아마 영주는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이블린도 마탑으로 달려가자 남은 이들은 아엘라시스, 그리고 불안과 두려운 표정들의 검은 보리 향 여관 사람들이었다.
로라는 끔찍하게 죽어나간 괴물들에서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로빈도 제대로 못 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두려움보다는 러셀에 대한 찬탄이 더 짙게 새겨져 있었다.
러셀은 그 중 드워프, 루크에게 말했다.
“일단 이 골목 주변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방금 들렸던 비명처럼 이제 흡혈귀들이 날뛰기 시작할 겁니다. 되도록 중앙이나 교회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던 러셀이 지라크에게 물었다.
“교회가 미라 꼴의 시체들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했던데. 너희들이 무슨 수작을 부린 건가?”
“예.”
“어떻게? 내가 본 사제가 한 명 밖에 없긴 했지만, 그래도 신을 믿는 자들을 흡혈귀로 만드는 건 어려울 텐데.”
“흡혈귀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사제들이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가진 매혹 주문으로 사제들의 신앙심을 조금씩 흩어버렸습니다. 본래라면 오랜 시간에 걸쳐도 힘든 일입니다만, 이 영지의 사제들은 애초에 신성력도 부족하고 돈과 향락에 취해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러셀은 혀를 찼다. 사제의 부패는 신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믿음을 아무리 보내고 신앙심을 쌓아도 정작 그 신으로부터 힘을 내려 받지 못한다면 다른 마음이 들 수 있지 않겠는가.
당장 그가 살았던 전생의 역사를 보아도 대부분의 전쟁은 종교로 인해 벌어진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제들이 타락했다면 왜 성수의 공급이 확 줄어들었는지, 왜 값을 그렇게 올렸는지 이해가 갔다. 신성력이 줄어들어 성수를 만드는데 어려웠을 것이고, 그러나 돈을 포기하진 못해 값을 올렸을 것이다. 어리석다.
“그래도 교회로 가십시오. 그 자체만으로 괴물들이 다가서기 꺼려할 테니.”
“그 도끼.”
루크가 엉뚱한 말을 꺼냈다. 드워프는 러셀의 백색 도끼를 홀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 도끼 말입니까?”
“설마, 마지막 서리인가?”
“그렇습니다만.”
“오, 오오······.”
루크는 천천히 다가와 러셀이 바닥에 박아놓은 도끼의 길쭉한 자루를 뭉툭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강철보다 단단한 것임에도 마치 유리 세공품을 만지듯이 조심스러웠다.
“어르신. 시급이 급합니다만, 나중에 하시지요.”
“······아. 미안하네. 그렇지. 괴물들이 있으니까.”
루크는 거의 다른 세상에 있다가 온 것처럼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워프는 불쑥 고개를 들어 러셀을 올려다봤다.
“꼭 다시 돌아오게.”
“저도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니, 내 말은 이 도끼를 다시 보여 달라는 거네. 알겠지?”
러셀은 루크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늙은 드워프는 그의 도끼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속 편하게 도끼의 내력에 대해 듣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처음의 비명 이후 저 멀리서 간헐적으로 다른 비명들이 들리고 있었다. 예민한 러셀이나 겨우 들을 법한 소리였지만 그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나는?”
러셀은 아엘라시스를 보았다. 백발의 소녀는 처음 흡혈귀와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신기한 것을 봐서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넌 크라이랑 여관 사람들을 지켜줘. 여유 되면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지?”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너랑 크라이까지 데리고 골목길을 누빌 순 없어. 혼자가 편해. 손 줘.”
아엘라시스는 군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러셀은 그 작은 손을 잡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아엘라시스는 몸속으로 들어오는 그의 마력을 느끼며 볼에 홍조를 띄웠다.
“으, 이거 전에도 느꼈지만 엄청 간질간질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절반 정도 넣었으니까 때에 따라 사용해. 한 번에 너무 많이 쓰지 말고. 또 뭐가 있지?”
아엘라시스가 작게 속삭였다.
“변신 풀지 말 것, 인간 상태에서 숨결 내뿜지 말 것.”
“그래.”
러셀은 아엘라시스의 하얀 정수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려 할 때, 로라와 로빈이 그에게 외쳤다.
“조, 조심하세요!”
“예! 나리! 저런 괴물들 다 죽여 버려요!”
러셀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라크에게 턱짓했다.
“가라.”
“예.”
지라크는 바로 바닥을 박차며 길을 안내했다. 뒤를 러셀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갔다.
지라크가 어느 골목을 골라 들어가자 어둠이 삽시간에 그를 삼켰다. 러셀도 몸을 날렸다. 그도 짙게 흐르는 어둠에 삼켜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둠 속에는 짙은 혈향이 깊게 베어있었고, 쉽게 빠질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