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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67화 (68/225)

67화 전조

***

러셀은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려다가, 자신의 몸에 길쭉한 꼬리가 칭칭 감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신을 푼 아엘라시스의 꼬리였다.

아엘라시스는 러셀과 둘만 남을 때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자는 것을 좋아했다. 인간의 형태 또한 분명 자신의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아직은 용의 상태인 것이 더 편한 듯 했다.

러셀은 조심스럽게 팔과 어깨, 목을 감고 있는 꼬리를 떼어냈다. 전날 밤 흑맥주를 양껏 마신 아엘라시스는 깨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흰색의 갈기를 쓸어준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창가의 턱은 약간 낮았고, 앞에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러셀은 그 의도대로 의자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았다. 먼 동쪽에서 푸른 물감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새벽의 공기는 맑고 청량했다. 저 먼 산맥에서 불어온 바람은 아직 자신의 향취를 털어내지 못했다.

새벽의 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다. 아마 물을 길러 나가는 것이거나 땔감, 곡물을 받으러 가는 것이겠지. 전날의 게으름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이 이르게 잠에서 깼는지 알고 있었다. 두 달의 여정은 평화로웠고, 이렇다 할 전투는 없었다. 기껏해야 영지에 오기 전 만났던 유적 발굴자들 셋이나, 전날 낮에 만났던 오크 일행 정도였다.

러셀은 짜릿한 전투가 그립다고 생각했고, 그런 자신이 조금은 놀라웠다. 이 활력 넘치는 몸뚱아리에 내재된 투쟁심은, 어느새 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했다. 폭력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전생과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삶이었지만 러셀은 그마저도 마음에 들었다.

아래를 보던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채 해소되지 못한 마력들이 심장 박동에 맞춰 힘차게 혈류를 질주하고 있었다.

러셀의 체내 마력은 방대하다고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다. 도시 칼리스덴에서 카루곤, 루드비히, 이스메니오스 같은 자들과 싸울 때, 그리고 로고스 마을에서 언데드들, 로고스와 싸울 때 드라마틱하게 늘어났다.

이 세계에서 인간이 초인으로 이르는 길에는 마력이 필수불가결인 요소다. 신성력 또한 있지만, 믿음이라는 강력하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토대 위에 쌓이는 힘이라 구분 짓기가 쉽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마력을 빨리 쌓는 방법은 별다른 게 없다. 단련도 도움이 되지만 중요한 건 전투다.

마력은 격렬한 전투의 현장에서 정신적인 고양 상태를 이룰 때, 그리고 살아남을 때 쌓이게 된다. 혹은 애초에 체질 자체가 마력이 잘 쌓이는 몸이던가.

무협지처럼 내공심법 비스무리한 게 없는 것은 아니나, 그 효율은 끔찍할 정도다. 그냥 호흡법과도 별 차이가 없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불과하다. 백날 앉아 숨쉬기 운동을 한다고 마력은 쌓이지 않는다.

결국, 무수한 전투와 생과 사의 갈림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온 자들만이 마력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전쟁에서 무공을 쌓아 작위를 얻은 자와 부모로부터 작위를 세습 받은 귀족의 무력 차이 또한 선명한 편이었다.

중앙 귀족과 변경 귀족의 인식 차이 또한 거기에서 온다. 산맥이나 대수림, 사막이라는 자연지물의 방패를 두고 몰려오는 괴물들을 처치하는 귀족들은 강하다.

굳이 변경에 위치한 귀족이 아니더라도, 영지 내에 괴물 무리가 있는 귀족들은 죽지 않기 위해, 그리고 터전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했다.

그런 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마력의 작용으로 노화가 느리게 찾아오고, 육신 또한 강건하다. 하지만 보다 안전한 곳, 왕국이나 제국에 의해 관도가 닦이고 괴물들이 토벌된 땅의 영주들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이따금씩 왕도에서 국가적인 행사를 열 경우 모여드는 귀족들은 그 면면만으로 어디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혹은 20년 가까이 나이차가 되어 보이는 자들이 동갑내기인 것을 알고 놀라는 일도 그만큼 자주 벌어진다.

중앙 귀족들은 자신의 늙고 추한 모습과는 달리 찬란하고 아름다운 변경 귀족들을 보며 질투에 젖지만, 또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목숨이 걸린 전투에 나설 정도로 용기 있지도 않다. 어쨌든 괴물과 이웃하고 있는 자들은 목숨을 걸고 아름다움과 힘을 쟁취한 자들이니까.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방법을 찾아내는 종족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몰랐다.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러셀은 상념을 마치고 감았던 눈을 떴다. 언제 시간이 이리 흘렀는지, 창가 바깥 하늘에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길 위에도 아까보다 훨씬 많은 인간들, 이종족들이 걸어 다녔다. 각자의 일에 바빠 앞만을 바라보며 가고 있었다.

“들어오시오.”

달칵, 하고 문이 열렸다. 들어선 것은 로라였다. 이십 대가 넘어보이는 외견, 로빈과 닮은 얼굴,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무슨 일로?”

“일어나셨으면 식사를 준비해드리려 했습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로라는 방을 가로질러 어떤 벽 앞에 섰다. 그녀가 벽에 달려있는 장치를 건드리자 한 쪽에서 사각형의 커다란 미닫이문이 열렸다. 문 위에는 종이 달려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안쪽에는 빈 공간이 있었는데, 뒤쪽에 도르래가 달린 것을 보아 아래쪽에서 위로 올려보낼 수 있는 공간인 듯했다. 종은 아마 음식이 올라오면 울리는 것이겠지.

“여기로 음식과 식기를 담아 올려드립니다.”

“신기하군. 루크의 솜씨인가?”

“네.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유용한 장치들이 많아져서 편리해요. 부모님들도 살아계셨다면 신기해하며 좋아하셨을 테죠.”

대화하는 내내 로라는 러셀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 그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러셀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 강함의 비밀을 어떻게든 알아내보려는 로빈과는 대조적이다.

“묻지 않을 거다.”

“네?”

“너희 남매든, 그 부모든, 이 여관을 운영하는 드워프든. 무슨 속사정이 있든 간에 난 질문하지 않을 테니까 먼저 말하려 애쓰지 마.”

로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그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늦었지만,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러셀은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를 올려 보내달라고 말했다. 로라는 다시 한 번 인사하고는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울렸다. 러셀이 문을 열자 그 안에 쟁반 위에 정갈히 차려진 그릇과 음식, 물이 있었다. 그는 쟁반을 들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아엘라시스가 코를 킁킁 거리더니 고개를 들었다. 영락없는 강아지의 모습이라 러셀은 픽 웃으며 말했다.

“저기 네 옷 있으니까 그걸로 갈아입고 와.”

“후아암. 알았어.”

아엘라시스는 레메론이 골라주었던 바지와 상의를 입고 나타났다. 음식은 맛있었다. 빈 그릇과 식기를 다시 쟁반에 담아 네모난 공간 안에 넣자, 뭘 감지한 건지 그것은 알아서 내려갔다.

막 그 작은 승강기를 발견한 아엘라시스가 놀란 얼굴이 되어 다가왔다.

“와, 뭐야 이거?”

“특실에는 이런 것도 있다고 하더라. 루크가 만들었겠지.”

“오···.”

러셀과 아엘라시스는 얼굴을 씻고 1층 홀로 내려왔다. 전날의 숙취에 고생하는 이들이 몇몇 보였다. 그중에는 레메론의 동료, 페일도 있었다.

아엘라시스는 폴짝 뛰더니 페일 앞에 앉았다.

“안녕! 머리 괜찮아?”

“······아니.”

아엘라시스가 종알거리는 목소리로 페일을 괴롭히는 동안 러셀은 바에 앉았다. 바로 앞에 루크가 잔을 닦으며 그에게 아는 체를 했다.

“일어났나?”

“네. 잘 잤습니다. 방이 좋더군요. 방에 달린 승강기도 신기하고.”

“장사를 하려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들이 있지.”

“알 것 같습니다.”

그때 말소리를 들은 것인지 로빈이 주방에서 나왔다. 식기를 닦고 있었는지 손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로빈은 밝은 표정으로 수건을 어깨에 걸치더니 다가왔다.

“일어나셨어요, 나리?”

“그래.”

“도와드릴 것 있을까요?”

러셀은 흑맥주를 주문했다. 로빈 대신 루크가 맥주를 채워서 갖다 주었다. 작은 키로도 능숙한 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여관을 운영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거기다 루크는 높낮이 조절 의자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러셀과 거의 비슷한 눈높이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젠장, 난쟁이에 축복 있기를. 왜 신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짜리몽땅한 몸을 주셨는지 모르겠군.”

“그만한 손재주로 덩치까지 커다랬다면, 당신들은 그야말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자동차나 비행기, 더 나아가 먼 미래에는 컴퓨터 같은 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쟁이들은 대개 자신이 만드는 무기와 맥주에만 관심이 쏠려 있기에 그렇게 될 확률은 무척 적다.

러셀이 말했다.

“어제 카이라는 오크와 나머지를 상대하면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대략 삼주 전부터 뒷골목에서 이상한 시체가 발견되고 있다는군요. 알고 계시는 것 있습니까?”

은근슬쩍 가까이 앉던 로빈이 루크와 러셀을 번갈아 봤다. 루크는 러셀을 쳐다봤다. 허옇게 세어버린 머리카락과 얼굴 절반을 덮은 수염. 그 덕에 표정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루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소문은 아니네. 언젠가 저들이 가져온 적도 있으니까. 직접 봤지.”

“소문 그대로였습니까?”

“그래. 피 한 방울 없는 바짝 마른 미라 시체. 피부도 다 쪼글쪼글해져 있었지.”

“별다른 대처를 해둔 것 같지는 않군요.”

“이봐. 내 나이가 벌써 400살을 넘었네. 난 늙은 난쟁이야. 도끼 들어 올릴 힘도 거의 다 빠져나갔지. 남은 건 로빈과 로라, 두 아이들과 양조 실력뿐이라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시체들을 만든 괴물들과 맞서겠나?”

러셀은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평화와 타성에 젖은 자들에게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우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들은 러셀처럼 강력한 신체나 마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에란디스 영지의 영지민들이고, 그곳에서 살며 경비대나 건달 조직들의 보호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자들인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 생판 남인 러셀이 뭐라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서 러셀은 말없이 흑맥주만 마셨고, 루크도 뭐라 하진 않았다.

잠자코 듣고 있던 로빈이 말했다.

“조금 이상하긴 해요. 저는 그 시체를 제대로 못 봤지만, 그걸 본 날의 누나는 하루 종일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어요. 경비대도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그 와중에 카이는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고나 있고······.”

중얼거리던 로빈은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는 낌새를 눈치 챘는지 짐짓 밝게 말했다.

“뭐, 그래도 어떻게 해결됐으니까요.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이 여관을 지키면 돼요. 부모님이 그랬듯이.”

낙천적인 말이었지만, 러셀은 자신이 떠난 이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던전, 유적 발굴에만 신경이 몰려있다는 영주와 영지에 몰려드는 사람들, 혼란스러운 뒷골목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만 준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러셀은 이 흑맥주를 만드는 여관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때 계단에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건 아주 가벼웠고, 활달했다. 러셀은 그 주인을 짐작했다.

“어? 벌써 일어나셨군요? 엄청 부지런하신데요?”

쾌활하게 웃으며 레메론이 다가와 인사했다. 러셀은 마주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잘 잤소?”

“아니요. 페일이 자면서 어찌나 이를 갈아대던지. 귀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레메론은 자신의 긴 귀를 부여잡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러셀이 뒤를 슬쩍 보자 아엘라시스와 페일은 여지껏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은 술에 관련된 얘기인 듯 싶었고, 러셀은 아엘라시스에게 안 좋은 버릇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레메론이 말했다.

“오늘은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제는 아엘라를 데리고 나가지 못했으니, 오늘은 같이 슬슬 둘러볼 생각이오.”

“아아. 사이가 좋으시군요. 참 신기한 아이입니다. 외모도 그렇고, 페일과 상대가 가능한 주량도 그렇고.”

“당신들은?”

“저희가 온 목적을 이룰 방도를 찾아봐야겠지요. 같이 다니시겠습니까?”

“사양하지.”

“하하, 예 알겠습니다. 이따가 저녁에 다시 뵙지요.”

러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엘라시스에게 걸어갔다.

“나가보자, 아엘라. 영지에 와봤으니 구경도 해봐야지.”

“좋아. 유적도 갈 거야?”

“상황 보고.”

러셀과 아엘라시스는 여관을 나섰다. 날씨는 맑긴 했지만 군데군데 구름이 끼어있었다.

아엘라시스는 신난 걸음으로 길을 활보했고, 그런 발랄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러셀도 옅게 미소 지으며 뒤를 따랐다.

둘은 곧 영지의 중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분수대와 그 뒤의 교회를 볼 수 있었다. 교회는 그럭저럭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였다.

아엘라시스가 분수대와 여러 건물들, 교회를 보고 있을 때 러셀은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갑옷과 칼로 무장한 용병들, 모험가들을. 그들은 거의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저러나 생각하던 차, 러셀은 아엘라시스가 툭툭 옷깃을 당기는 손짓에 고개를 돌렸다.

“왜?”

“저기, 어제 봤던 애들아냐? 오크랑 고양이, 쥐.”

러셀은 아엘라시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정말 거기에 어제의 카이 일행이 있었다. 그들은 교회 앞에서 뭔가 실랑이 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조금씩 대화 소리가 들렸다. 험악한 인상이지만, 오른쪽 어금니 하나가 부러져 약간 우스운 몰골의 카이가 사제 하나에게 거의 윽박지르듯이 말하고 있었다.

“아니, 왜 성수를 못 판다는 거요?”

사제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수량이 다 떨어졌다니까요.”

“어제만 해도 있었다는 성수가 왜 하필 오늘 다 떨어지냐는 거요, 내 말은!”

“저라고 낸들 알겠습니까? 저야 위에서 내려오는 말씀을 듣고 행하는 평 사제에 불과한 몸입니다. 부디 굽어 살펴주세요.”

“이런, 빌어먹을.”

실랑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결국 카이는 신경질을 내며 톰닌과 스튜어트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사제는 난처한 얼굴을 지우고 경멸어린 표정을 짓더니, 침을 탁 뱉고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러모로 사제가 한다고는 믿기 힘든 행동들이었다.

“왜들 저래?”

“사이가 별로 안 좋은 모양이지.”

대다수의 종교에서 인간 외의 아인 종족들은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놓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슴을 활짝 펴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아인들도 나름의 종교를 갖고 있긴 하다. 허나 인간들의 종교와는 그 규모부터가 압도적으로 차이난다.

일단 공식적으로 세워진 신전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신도 수도 그만큼 적으니까. 그렇기에 대다수의 종교인들은 아인들의 신을 조금 힘이 센 정령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다반수다.

그런 만큼 퇴락한 신들이 아인 신도에게 내려주는 신성력도 보잘 것 없는 게 대부분이었고, 아인 신도는 더 이상 자신의 신을 따르지 않게 된다. 악순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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