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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46화 (47/225)

46화 로고스 마을

구울은 입가를 죽 찢었다. 마치 웃는 것 같았다.

“담대한 남자로군. 그런 놈이 또 죽이는 맛이 있지. 어디, 내 구울들의 손에 찢어발겨지고도 그럴 수 있는지 볼까.”

러셀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도끼 자루를 느슨하게 쥐고 상반신을 낮췄다. 구울은 말없이 자세를 갖춘 러셀을 보며 입가를 꿈틀거렸다.

“죽여라.”

카가아악!

구울들이 달려들었다. 전 방향 모두, 앞과 옆뿐만 아니라 뒤쪽과 공중, 지면에서도 덮쳐왔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것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놈들이었다.

러셀이 밟고 있는 땅 아래에서는 구울들의 갈퀴손이 솟구치며 발목과 다리를 잡으려 했다.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찰나에 일어났고, 러셀은 금방이라도 사지가 찢겨져 죽을 것만 같았다.

러셀은 짧게 호흡을 내뱉으며 마력을 전신에 돌렸다. 심장이 두근대며 피와 마력을 힘차게 뿜어 활력을 이끌어냈다.

콰직!

그의 왼발이 지면을 헤치고 나오는 구울의 머리통을 밟아 부순 동시에 오른손에 들린 도끼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놈을 위 아래로 나눴다.

그 다음은 자리를 옮겨 왼손으로 충격파를 뿜어 전방에서 오던 놈을 찌그러트렸다. 놈은 공성추에 맞은 것 마냥 육체의 전면이 박살났다.

양옆과 뒤에서 돌진해오던 놈들은 등이 땅에 닿을 정도로 낮췄다가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엉켜있던 세 놈은 사이좋게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변이한 구울은 찰나에 벌어진 전투를 통해 러셀이 대단한 전사임을 깨달았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얀 하늘에서 구분하기 어려운 눈송이가 떨어져 내렸다. 펑펑, 쏟아졌다.

남은 구울들이 달려들었고, 다시 반으로 갈렸다. 러셀은 눈을 머리와 어깨로 맞으며 구울들을 상대했다.

눈송이는 잠시도 그의 몸에 앉아 있지 못하고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러셀의 움직임에 맞춰 허공에 너울졌다.

하얀 눈 사이에서 한 명의 검은 남자와 붉은 피부의 괴물들이 격렬한 춤을 추었다.

몸을 낮췄던 놈이 용수철처럼 뛰어올랐다. 도끼가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놈을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갈랐다. 시체는 얼어붙어 부서졌다.

한 놈이 자신의 오른팔이 화살인양 뒤로 당기더니 쏘아냈다. 그 끝에 달린 네 개의 발톱이 한 점으로 모여 번뜩였다.

러셀은 그것을 왼쪽 옆구리로 흘린 다음 왼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번쩍 들어올렸다. 커다란 몸뚱이가 지푸라기처럼 그의 손짓에 따라 흔들렸다.

쾅, 쾅, 쾅!

러셀은 마치 광전사처럼 날뛰었다. 한 손에는 백색의 외날 도끼를 내리쳤고, 다른 손으로는 팔이 잡힌 구울을 휘둘렀다. 눈보라가 여기저기 튀었다.

러셀에게 잡힌 놈은 본의 아니게 제 몸뚱이로 동족들에 부딪치며 괴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러셀이 계속 휘둘러대자 중간, 중간이 끊기는 요상한 소리로 변했고, 세 번을 더 그렇게 하자 침묵했다.

러셀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구울을 휙 던졌다. 시체에 담긴 힘에 두 마리의 구울이 그대로 덮쳐져 쓰러졌다.

한 놈이 쓰러진 두 놈을 건너 네 갈래로 갈라지는 입을 쩍 벌렸다. 러셀은 왼 팔뚝을 내밀었고, 놈은 좋다며 힘껏 깨물었다.

와자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빨이 부서졌다. 러셀의 팔을 덮고 있는 코트를 뚫지 못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구울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이 뭉개진 잇몸으로 어떻게든 러셀의 팔을 씹으려 했다.

러셀은 픽 웃고는 도끼를 바닥에 박고 오른손으로 놈의 윗입을 잡아 팔뚝에서 떼어냈다. 구울은 저항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다음 왼손이 아래턱을 붙잡았고, 러셀은 힘을 주었다.

가죽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구울이 둘로 찢어졌다. 서리 도끼에 베였을 때와는 달리 더운 피가 눈밭 위로 흩뿌려졌다.

러셀이 툭 내려놓자 놈은 거칠게 뜯겨진 피부 안쪽에서 검은 내장을 흘려보냈다. 구울의 피도 검은 색이었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눈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어서 주변이 온통 하얬다. 그 위에 뿌려진 구울의 검은 피는 수묵화 같았고, 널브러진 구울 시체들은 토르소를 늘어트린 초현실적인 미술품 같았다.

다섯 쯤 남은 구울들은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섰다. 놈들도 엄연한 생명체인 만큼 잔인하게 죽은 동족을 보고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때, 뒤에서 구울들을 보내기만 하던 변이 구울이 나섰다. 놈은 자신의 팔을 길쭉하게 늘려 러셀이 놓은 도끼를 잡아채더니 그대로 끌고와 자신이 쥐었다.

러셀은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변이 구울은 길게 늘였던 팔을 다시 수축시키더니 서리 도끼를 자신만만하게 들어올렸다.

러셀의 손에도 약간 컸던 도끼였지만, 키가 3미터에 이르고 옆으로도 덩치가 상당한 놈이 들고 있으니 작달막했다. 변이 구울이 웃음을 흘렸다.

“멍청한 놈. 무기를 내려놓는 전사도 있다더냐?”

러셀은 픽 웃었다.

“그래도 돼서, 라고는 생각 안하냐?”

“뭐?”

변이 구울은 전혀 위축되지 않은 러셀의 모습에 멍청한 의문성을 흘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러셀의 동작은 눈을 더 크게 만들었다.

러셀은 코트 안쪽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칼날과 십자막이, 칼자루까지 한 몸체로 이뤄진 거대한 묵색 대검. 나힐니르였다.

거기다 러셀이 빈손을 들어 까딱, 하니 변이 구울이 들고 있던 도끼가 팍 소리가 나며 사라졌다. 변이 구울은 허전해진 손의 감촉을 느꼈다.

놈은 양 손에 도끼와 대검을 하나 씩 든 러셀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냐. 너 같이 마법 무기를 많이 들고 다니는 놈은 듣지 못했다. 뭐하는 놈이냐?”

“러셀.”

러셀은 다른 수식어는 없다는 것처럼 단답했다. 그리고 자세를 낮췄다. 왼손에 도끼를, 오른손에 대검을 들었는데도 움직임은 가볍고 표홀했다.

오른 발은 뒤로 뻗고 왼발은 앞으로, 허리와 상반신을 숙이고 양팔을 옆으로 펼쳤다. 커다란 대검과 도끼를 길게 늘어트리니, 마치 새가 막 날개를 펼치고 도약하기 직전의 모습 같았다.

거대 구울이 으르렁거렸다.

“네 이름을 기억하겠다. 카아아악!”

말하던 변이 구울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아까처럼 피부가 울뚝불뚝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성을 들은 구울들은 뭐에 홀린 것처럼 변이 구울에게 달라붙었다.

그러자 달라붙은 구울의 몸이 급속도로 녹아내리더니 변이 구울의 육체에 붙어버렸다. 채 달라붙지 못한 가죽과 육편 조각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남은 구울들을 모두 자기 몸에 이식해버린 변이 구울은 악몽에라도 나올 법 같이 끔찍했다.

피부는 부글거리며 끓어올랐고 이곳저곳에 채 흡수하지 못한 구울의 다리와 면상이 튀어나와 있었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의 변이 구울이 고함을 질렀다.

“그아아아아아-!”

변이 구울이라기보다는 이제 거대 구울이라 불러야 할 괴물의 포효에 공간이 찡- 울렸다. 거대 구울의 발아래 쌓인 눈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확하고 밀려났다.

나무들은 몸을 떨었다. 나뭇잎 대신 나뭇가지에 얹어놓은 눈이 부스스 떨어졌다. 바닥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나무에서 떨어진 눈을 더하며 더 두텁게 쌓여갔다.

러셀은 그 모습에서 아까까지 변이 구울을 통해 말하던 놈이 연결을 끊었음을 알아챘다. 끊으면서 남은 구울들을 합체시킨 것이었다.

거대 구울은 바로 달려들었다. 쿵쿵쿵, 하고 아까보다 더 질량이 많아진 육체가 대지를 울렸다. 놈은 비대해진 몸으로 걸리적거리는 나무를 분쇄하며 불도저처럼 돌진해왔다.

러셀은 양팔을 옆으로 펼친 그 자세에서 웅크렸던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응축된 근육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조여들었다.

그의 예민한 귀에 꾸득, 꾸득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덩달아 마력까지 순환하니 발 주변의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고운 입자의 흙가루와 눈가루를 띄어 올렸다.

문득 러셀은 등에 지고 있던 가방에서 작은 꿈틀거림을 느낀 것 같았으나, 무시했다.

웅, 하고 대검과 도끼에 마력이 서렸다. 묵색의 대검은 더 어두워졌고 서리 도끼는 은은하게 냉기를 뿜었다.

디딘 바닥에 균열을 남기며 러셀이 뛰어 올랐다. 거대 구울은 부글거리는 피부에서 무수한 검붉은 색의 굵은 촉수들을 뻗었다.

크기는 러셀의 허벅지만 했고 그 끝마다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것이 섬뜩했다.

러셀의 팔이 가위질을 하는 것처럼 교차했다. 도끼가 한 번, 그리고 대검이 한 번 그어지니 그 많았던 촉수들은 당장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크아아악!”

거대 구울은 촉수가 잘린 것에 고통이라도 느낀 것인지 비명을 지르며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놈은 몸만큼이나 육중해진 왼팔을 휘둘렀다.

러셀은 그 팔에 대검의 칼날을 댔다. 대검의 칼날이 거대 구울의 팔을 완전히 갈랐다.

러셀의 힘보다는 자신이 휘두른 힘에 의해 팔이 잘려나간 거대 구울이 울부짖었고, 그 머리통에 서리 도끼가 찍혔다.

“구워어어어어-!”

머리가 옆으로 절반이 넘게 갈라졌음에도 거대 구울은 바로 죽지 않았다. 서리 도끼의 냉기가 놈의 육신을 얼려갔지만, 곧 다시 몸체에서 튀어나온 촉수 다발이 도끼를 밀쳐내 버렸다.

러셀은 뒤로 뛰어서 물러났다. 거대 구울은 차츰 재생하고 있었다. 머리통의 잘려나간 단면이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지만, 사악한 마력이 냉기를 뿌리치며 다시 살과 뼈를 잇고 있었다.

“어디 조각낼 때까지도 재생하나 보자.”

러셀이 막 달려들려는 찰나였다. 그의 감각에 새로운 등장인물이 느껴졌다. 다그닥, 다그닥 하고 말의 힘찬 말발굽 소리가 겨울 숲 사이로 퍼졌다.

“주 빛이여! 여기 그대의 종이 당신의 힘을 받드나이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웬 빛이 쏘아졌다. 광선은 그대로 거대 구울을 직격했고,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렸다.

“카아아아악!”

러셀은 그것이 어떤 작용인지 한 눈에 알아보았다. 신성력이 사악한 마력을 배제하는 현상.

“물러서라, 사악한 괴물아!”

전투의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두 명이었다. 하얀 말에 올라탄 성갑의 성기사. 그 중 키와 덩치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 한 손에 든 검에서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두꺼우면서도 각진 사각형의 방패를 들었다.

커다란 성기사는 검을 내리지도, 거대 구울에게서 시선을 떼지도 않으면서 러셀에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소.”

러셀은 간단히 답했다. 성기사는 고개만 끄덕이더니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구울은 신성력에 정신을 못 차리며 바닥을 기다가, 돌연 바닥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흡!”

성기사는 방패를 앞세우며 몸을 단단히 굳혔다.

콰앙!

놀랍게도 성기사는 정면으로 거대 구울의 돌진을 받았음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발을 감싼 성갑 부츠가 땅에 파고들며 짧게 고랑을 팠다.

“광휘여-!”

성기사가 고함치자 방패에서 아까와 똑같은 신성력이 번쩍였다. 가까이 육신을 드밀고 있던 거대 구울의 피부가 불타올랐다.

“끼아아아악-!”

악령 수십이 동시에 내지르는 듯한 괴성이 그들을 덮쳤다.

소리 자체에 사악한 마력이 내재되어 있어 평범한 사람이라면 바로 즉사하거나 미쳐버리게 만들었을 테지만, 지금 이곳에 자리한 자들은 평범한 자들이 아니었다.

러셀은 마력을 둘러 보호했고, 다른 두 성기사는 신성력으로 고막을 보호했다.

소리의 범위에 들어있던 애꿎은 새들이 죽어 하늘에서 픽픽 떨어졌다.

“이야아아아!”

그때 성기사와 같이 왔던 다른 자가 검을 치켜들며 거대 구울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칼에서도 황금빛의 빛이 새어나왔지만, 먼젓번의 덩치 큰 성기사보다는 기세가 조금 약했다.

작은 성기사의 칼날이 거대 구울의 어깨를 배었다. 하지만 앝았다. 작은 성기사는 거대 구울이 떨친 팔뚝에 맞아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커흑!”

충격이 적지 않았을 테지만 작은 성기사는 곧바로 일어섰다. 하지만 그는 나설 수 없었다. 러셀이 말했다.

“내가 놈을 묶을 테니 마무리 하시오. 그쪽이 더 빠를 것 같군.”

“좋습니다.”

러셀은 곧장 바닥을 박찼다. 먼저 도끼를 던지자 빛의 원반이 되어 날아가 거대 구울의 명치에 박혀들었다.

명치의 중심부에 박힌 도끼가 러셀이 미리 주입한 마력으로 냉기를 일으켰다. 순식간에 거대 구울의 피부가 하얗게 얼어가기 시작했다. 촉수들도 피부가 얼어붙자 빠져나오지 못했다.

놈이 괴성을 지르며 하나 남은 손을 뻗어 도끼를 빼내려 했다. 오른 팔을 러셀의 대검이 어깨 죽지 째로 잘라버렸다.

“하아아아!”

뒤따르던 성기사가 방패를 휘둘러 도끼를 더 가슴팍에 깊숙이 박아넣었다. 그러자 거대 구울이 검은 피를 토하며 허리를 숙였고, 성기사는 숙여진 머리통에 검을 찔러넣은 동시에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신성력을 몸 내부에 직격으로 받아들인 거대 구울의 몸이 울렁였다. 성기사는 재빨리 방패로 몸을 가렸다. 러셀도 대검의 검면을 들었다.

퍼엉!

거대 구울의 육신이 터져나갔다. 여러 마리의 구울을 흡수한 것만큼이나 대단한 육편과 피, 내장 조각들이 비산했다.

“후우우.”

성기사는 방패에 묻은 구울의 검은 육편을 신성력으로 떨쳐냈다. 러셀도 대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낸 다음 왼손으로 도끼를 회수했다.

방패를 등에 지고 검을 허리춤의 칼집에 꽂아넣은 성기사가 곧장 다가왔다.

“하일른이라고 합니다.”

러셀은 코트 안쪽에 도끼와 나힐니르를 갈무리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오던 작은 성기사와 커다란 성기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러셀.”

“러셀님이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단한 마도구들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래. 그쪽은 성기사인가 보군.”

“예. 루테온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러셀은 뭔가 아다리가 맞는 기분이 들었다. 지하에서 소환되는 구울에 이어 교회의 성기사라.

“아무래도 이 구울과 관련해서 온 것 같은데.”

하일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는 일주일 전 교회와 격전을 치르고 도망간 악마 숭배자, 헤로케닌은 쫓고 있습니다. 근방의 지부에서 비슷한 인상착의의 낯선 이가 이곳으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길입니다. 아, 여기는 제스입니다.”

제스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러셀도 마주 끄덕이며 받아주었다.

“실례지만 러셀님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까?”

“여행자요. 그냥 서쪽으로 가다보니 이 길로 들어섰지. 근처에 마을이 있다기에 가는 중이었고, 도중에 구울들을 만나 싸웠소.”

“대단하십니다. 웬만한 전사들도 힘든 괴물인 것을. 혹시 마법사이십니까?”

러셀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소한 마법 몇 개를 할 수 있긴 하지. 그건 그렇고, 이젠 마을로 갔으면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대화를 나눴군요. 같이 말에 타시겠습니까?”

“괜찮소.”

“예? 뛰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인데요.”

러셀은 대꾸 없이 두 성기사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길 저편으로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날카로우면서도 맑은 휘파람 소리가 멀리 퍼졌다.

곧 길 저편에서 흑마 하나가 눈밭을 가르며 맹렬히 달려왔다. 크라이였다. 하일른이 감탄했다.

“대단한 말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러셀은 크라이의 갈기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천적인 그리폰에게도 맞선 놈이니까 대단하지. 이만 출발합시다.”

“그러죠. 제스, 말에 올라라.”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각자의 말에 올라타고 길을 달렸다. 머지않아 저편에 목채로 둘러싸인 로고스 마을의 입구가 보였다.

그 앞에서 서성거리는 에놀드와 에단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에단이 팔짝팔짝 뛰는 걸 보며, 러셀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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