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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31화 (32/225)

31화 눈싸움

쌩뚱맞게 무슨 악어란 말인가? 하지만 처음 이 지하 미궁에 떨어지고 지금까지, 러셀은 단 한번도 허튼 소리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가 경고한 것은 거의 그대로 이뤄졌다.

발 앞에 튀어나온 돌, 천장에서 떨어져 덮치는 거대한 애벌레들, 개미굴처럼 난 구멍에서 뛰쳐나온 눈 먼 고블린들, 죽은 줄 알고 내버려두었던 시체가 일어나는 것까지.

러셀 없이 홀로 떨어졌다면 유리아는 진즉에 죽어 똑같이 미궁을 배회하는 괴물이 되었을 것이다.

유리아는 러셀이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에 마력을 담아 집중하자 흐릿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건 말 그대로 악어였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악어 떼. 떼로 몰려오는 악어들이었다.

짤막한 네 다리를 휘적거리면서 다가오는 낮은 몸체의 파충류들. 하지만 그것이 크기가 작다는 것은 아니다.

낮은 대신 좌우로 넓게 퍼진, 딱딱한 회색 비늘과 가죽으로 덮인 몸체. 노랗게 번들거리는 짐승의 눈알. 텁, 텁하는 소리를 내며 열었다 닫히는, 위아래로 뾰족한 송곳니 같은 이빨이 빼곡한 입까지.

거기다 크기까지 범상치 않다. 어지간한 늑대도 잡아먹을 수 있을 듯 한데···.

“거대 뱀과 거대 악어라. 잘 어울리는 쌍이야.”

“네?”

“더 뒤를 봐.”

유리아는 조금 더 눈에 마력을 담았다. 감각 기관에 마력을 담아 강화하는 기술은 마력 운용 능력이 부족하면 영구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물며 눈은 인체의 기관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이룬 부위 중 하나다.

하지만 유리아는 전보다 능숙해진 운용력으로 마력을 움직였고, 그래서 러셀이 언급한 것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러셀은 작게 감탄했다. 이 여자도 만만치 않은 재능을 가졌다고.

“···무슨 악어가.”

유리아가 중얼거렸다.

대 여섯 마리의 악어들 뒤에서 느릿하게 걸어오는 한 마리의 악어. 앞의 동족들을 새끼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놈이 거기 있었다.

바닥에서 머리까지의 높이가 유리아의 허리에 오고, 비늘이 아니라 거의 갑주 수준으로 보이는 가죽을 단단하게 두른 놈이었다. 러셀이 맞장구쳤다.

“그래. 공룡 같군.”

“공룡? 그게 뭐예요?”

“여긴 그런 게 없었나?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지금 우린 싸울 수밖에 없어. 이해하나?”

“···이해하고 싶지 않네요.”

러셀의 지적대로 그들은 지금 앞뒤로 포위된 상황이었다. 바로 앞에는 석화의 마안을 가진 고대 용족, 바질리스크가 잠들어 있고 뒤에는 악어 떼와 거대 악어 한 마리가 오는 중이다.

미궁에 들어서고 나서 맞닥뜨린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건만, 러셀은 오히려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군.”

유리아가 황당한 시선 그대로 그를 올려다봤다.

“도대체 뭐가 좋은데요? 죽기 딱 좋은 거예요?”

“죽긴 누가 죽어. 봐. 식량이 생겼잖아. 배 터지게 먹고도 남겠어,”

황당했던 시선은 이제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 이것들을 먹겠다고?! 제정신이에요?!”

“왜 이래. 뱀이랑 악어 고기는 맛있다고.”

“머, 먹어본 거예요?!”

“아니.”

“자기도 안 먹어봤으면서!”

“먹고 싶었거든.”

전생에서 세계 여행을 하면 꼭 먹겠다고 다짐한 음식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뱀 고기와 악어 고기였다.

“잘 익히면 닭고기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고. 단백질도 풍부하고.”

단백질은 놓칠 수 없었다.

유리아는 고개를 매섭게 저었다.

“나, 난 안 먹어요. 저얼대 안 먹어요. 저건 괴물이잖아요!”

“괴물이든 뭐든. 난 먹는다. 넌 배 안고파?”

“아무리 고파도! 먹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괴물을···!”

이 여자가 아직 진짜 배고픔을 모르는군. 배가 고프면 자기 자식도 잡아먹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러셀이 말했다.

“내가 뱀을 맡지. 당신이 악어 맡아.”

결국 약한 몸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 죽어버렸고, 파충류 고기는 먹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이세계에서 환생했다. 거기다 전생의 약한 몸뚱아리하고는 다르게 주체할 수 없이 강한 몸이다. 이상한 눈깔이 있긴 했지만.

유리아는 바질리스크를 향해 걸어가는 러셀을 보고 다급히 그의 팔을 잡았다.

“무슨 소리예요? 왜 당신이 바질리스크를 맡아요? 제가 아까 한 말 못 들었어요? 바질리스크한테는 석화의 마안이 있다니까요! 차라리 내가 맡을 게요. 이 투구를 덮으면 웬만한 저주는 다 튕겨낼 수 있어요.”

그 말과 함께 유리아는 갑옷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전에 보았던 것처럼 접혀있던 쇳조각들이 찰칵찰칵 소리와 함께 펴지고 늘어나더니, 머리와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늘어트려져 있던 은발도 저절로 말리며 멋들어진 투구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봐도 아이언맨 같군.

유리아는 약간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면 저 석화의 시선도 방어할 수 있을 거예요.”

“확실한가? 막을 수 있는 거.”

“···할 수 있어요.”

“약간 대답이 늦는데.”

러셀은 유리아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래의 바질리스크를 봤다. 다시 봐도 크다.

문득 러셀은 전생에서 아나콘다가 카이만 악어의 몸을 칭칭 감아 으스러트린 다음 먹는 장면을 떠올렸다. 바질리스크는 충분히 그들의 뒤에서 오는 거대 악어도 몸으로 감쌀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둘을 싸움 붙여도 재밌겠어.

“고대 용족이라고 불릴 정도면 오래 전의 생물 같은데. 게다가 내가 알기로 용족들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는 종족이고.”

“···맞아요.”

“저만한 크기면 최소한 수백 년은 산 놈이겠지?”

“······.”

“뒤의 악어를 맡아줘. 그 갑옷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수백 년 묵은 용족을 상대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봐. 당신도 확신하는 건 아니잖아.”

유리아는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아버지가 손수 내려준 갑옷은 분명 제국의 마법과 기술력이 총동원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다. 물리적인 공격을 막는 방호 주문 외에도 주문과 저주 또한 충분히 튕겨 내거나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용족과도 싸울 수 있을 정도냐고 묻는다면, 이 갑옷을 제작한 요정과 난쟁이들도 고개를 저을 것이다. 위대한 종족의 피는 희석되어도 여전히 강력했다.

“그, 그럼 뒤의 악어들이랑 바질리스크를 싸움 붙이면···.”

러셀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추천하고 싶진 않아. 저 괴물들이 서로 날뛰기 시작하면 이 구조물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어. 그 틈을 어떻게 헤집어서 간다고 해도 재수 없으면 우리가 가야할 길이 막혀버릴지도 모르지. 저 괴물들이 순순히 우리의 의도대로 따라줄지도 의문이고. 내 말대로 하자고.”

“···자신 있는 거예요? 잘못하면 당신도 저 아래의 석상과 똑같은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그럼, 그럼 나는···.”

러셀은 말을 잇지 못하는 유리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자기 눈가를 톡톡 두드렸다.

“걱정 마. 나도 눈싸움으로는 지지 않는 사람이야. 이제까지 내 눈 똑바로 보고 제대로 서 있던 놈은 없었다고.”

유리아는 러셀을 망연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갑옷 하나 없이 상체를 그대로 드러난 차림의 전사가 웃고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죽지 마요.”

기억도 나지 않는 까마득한 어릴 시절, 무수히 되뇌었던 말. 하지만 시간은 야속했다. 더 이상 어머니의 무덤을 찾지 않게 된 것이 몇 살 때 부터였더라.

찰칵 하고 얼굴 가리개가 좌우로 밀려나며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유리아는 그렇게 맨 얼굴로 러셀을 보며 다시 말했다.

“죽지 마. 죽으면 죽여 버릴 거야.”

러셀은 죽은 건 못 죽인다는 고루한 대꾸는 하지 않고, 다만 그녀의 투구를 손가락으로 퉁 튕겼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통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녀는 어느새 멀어진 러셀의 등을 보다가 그의 머리 위로 빛의 구체를 날려 보냈다. 흰 조명 아래서 러셀의 피부는 보다 하얗게 빛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건넨 유리아는 몸을 돌려 통로를 바라봤다. 악어 떼는 느릿하지만 멈추지 않고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그 거리도 지척이었다.

다시 얼굴 가리개가 나와 유리아의 얼굴을 가렸다. 칼집에서 장검을 뽑아 손에 쥐고, 다른 손에는 마력을 응집시킨 그녀는, 뚜벅뚜벅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

러셀은 정수리 위에서 빛을 발하는 구체를 흘깃 보다가 계속 걸었다.

멀리 바질리스크의 머리가 땅에 뉘여져 있었다. 거리가 꽤 되었지만 거대한 머리 탓에 원근감이 약간 이상해져서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러셀은 착실하게 걸었고, 곧 열 걸음 정도를 사이에 두고 멈췄다.

그때 바질리스크의 입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붉은 혀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그 길쭉하고 기괴한 혀는 허공을 몇 번 날름거리더니 콧구멍 근처를 비볐다.

뱀은 혀를 이용해 공기 중의 냄새를 맡았다. 오랜 세월 동안 일상처럼 느껴왔던 공기 중에 색다른 것이 있었다. 도대체 언제 느꼈는지도 모를, 싱싱한 고기의 냄새.

바질리스크의 거대한 세모꼴 머리가 천천히 러셀이 선 쪽으로 돌려졌다. 아직 혀가 날름거리는 입 바로 위에 콧구멍 말고도 작은 구멍이 있었다.

스스스스스스-.

낙엽 수백 개가 몸을 부대끼며 마찰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바질리스크의 몸통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러셀의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짙은 암녹색의 비늘이 출렁이며 움직이고, 몸통과 이어진 목이 솟아올랐다. 눈은 뜨지 않은 채였다. 정확히는 눈꺼풀이라 할 것은 없고, 투명한 막 같은 것이 눈을 덮고 있었다.

바질리스크는 그 거대한 머리를 움직여 러셀의 얼굴 바로 앞까지 가져갔다.

후욱. 후욱.

야구공만한 콧구멍에서 콧바람이 나와 러셀의 머리를 흩날리게 했다. 바질리스크는 말했다.

-두 개의 긴 다리···. 빳빳이 선 상체···. 아래로 늘어트린 두 개의 팔···. 작은 머리통. 인간이로군. 믿을 수 없게도.

뱀은 입을 열지 않은 채 마력만으로 말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목소리였다.

러셀도 말했다.

“오랜만에 보나 보군.”

-아아···. 오랜만이고말고. 이 깊숙하고도 깊숙한 지하에는 작은 고블린과 쥐, 역겨운 애벌레들밖에 없으니까. 정말··· 오랜만이야. 그것도 이렇게 뜨거운 인간은.

바질리스크는 눈 말고도 먹잇감의 열을 볼 수 있는 감각으로 바로 앞의 인간을 훑었다.

눈부셨다. 마치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꽃이 인간의 형상을 이룬 것 같았다. 이백 년을 넘게 살아온 그도 처음 보는 형태의 인간이었다.

-정말 인간이 맞나? 냄새는 맞다고 하는데, 내 감각은 불꽃의 정령을 보는 것 같군.

“불이 붙진 않았는데.”

-그렇다면···. 오오, 마력이로군. 마력이야. 이토록 순도 높은 마력이라니. 탐이 나는구나. 오랫동안 잊었던··· 허기를 일깨울 만큼.

바질리스크는 웃었다. 좌우로 갈라진 혀가 쉴새없이 날름거렸다. 정신 사납군.

“날 잡아 먹겠다고?”

-계절의 바뀜을 세지 않게 된 나도 홀리는 냄새가 너한테서 나는구나. 너를 먹고, 소화시키면, 더 위로 오를 수 있다···. 완전해질 수 있어. 확신이 든다.

완전이라.

“지금의 너는 불완전한가?”

-용의 피에서 태어난 모든 존재는 안다. 태어나자마자 알 수 있지. 자유란 없다는 것을. 너 따위 인간은 모른다. 구속을 자유로 느꼈기에 진정한 자유를 모르는 너희는.

“말장난은 좋아하지 않아. 그래, 날 어떻게 먹을 건가?”

-큭큭큭···.

바질리스크의 머리가 러셀의 옆을 돌았다. 그러자 이어진 목이, 몸통이 따라서 움직였다. 그는 지금 이 뱀이 하는 짓을 알 수 있었다. 칭칭 감으려는 것이다. 바질리스크는 러셀의 주변을 완전히 포위한 채로 도는 것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처음에는··· 널 완전히 굳게 만들 것이다. 돌로 만들지는 않고··· 그냥 그 커다란 근육만 뻣뻣하게. 그 다음은 통째로 집어 삼킬 것이다. 넌 내 뱃속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또렷한 의식으로 자기 몸이 녹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죽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하나가 될 것이다.

뱀이 천천히 돌면서 말했기에 목소리는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들렸다. 종국에 러셀은 한 발자국도 내밀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에 서 있게 되었다. 앞과 뒤, 양옆 모두 암녹색의 비늘만 가득했다.

그렇게 러셀의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조여져 있는 듯한 두려움을 주려한 바질리스크는 인간의 공포를 기대했다. 냄새로 동물의 감정을 맡을 수 있는 바질리스크에게 공포와 두려움은 그 어떤 음식에 뿌려진 향신료보다 감미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러셀은 어떤 두려운 감정도 표출하지 않았다. 뱀은 거기서 약간의 호기심, 약간의 지루함만을 맡았다. 감히!

바질리스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사냥꾼이자 최상위의 포식자였다.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것일까. 러셀이 말했다.

“너 이제 눈 뜨려고 그러지?”

-···그렇다. 뒤의 석상들을 보았겠지? 미처 피하지 못했거나 눈을 감지 못한 어리석은 것들이지. 네 미래는 아니니 안심 하거라.

“뭘 그런 걸. 그냥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유언인가? 못 들어줄 것도 없지. 말하라.

러셀은 씨익 웃었다.

“눈싸움에는 내가 자신 있거든. 그러니까 눈 똑바로 뜨고 잘 보라고.”

고대의 용족, 거미의 천적이자 모든 뱀의 왕, 단말마의 주인은 황당해져서 아래의 작은 인간을 내려다봤다. 그를 정면으로 보고도 이토록 담대한 자는 처음이었다. 눈을 가리려거나 도망치려는 헛된 시도를 하지 않는 것도.

-네 바람대로 해주지.

뱀은 천천히 눈을 떴다. 평상시 각막을 가리던 순막이 좌우로 천천히 밀려나고 눈동자가 드러났다.

노랑과 연두색의 뾰족한 바늘 같은 것이 동공에서 피어나 홍채를 가득 채운 형상의 기괴한 눈이었다. 빛을 받아들이는 동공이 위아래로 날카로운 선형을 그렸다.

뱀은 눈을 뜨자마자 러셀을 직시했고, 그렇게 하얀 불꽃의 형상이 아닌 온전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간 기준으로 커다란 키와 덩치를 가진 러셀은 가죽 부츠와 바지를 입었고 상체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두 손은 아무것도 쥐지 않고 늘어트렸으며 등에는 대검이 메여 있었다. 저 칼은 떼고 삼켜야겠군.

삼키기보다 눈으로 먼저 먹겠다는 듯 러셀의 발끝에서부터 올라온 시선은 마침내 그의 얼굴에 이르렀다. 그리고···. 러셀의 보랏빛 눈과 마주쳤다.

-!

어둠.

아득한.

여기는?

형언할 수 없는.

하하.

심연의.

키득키득.

도처에 깔린.

분명 난.

봤다. 거대한.

호호호.

여기를.

한 없이 작은.

히히히. 보아라.

끓어오르는 거품. 메.

이곳에 별은 존재하지 않.

꼬르륵.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눈.

내 ■■■.

건방진.

후후후. 반짝이는 천 개의 이슬.

별을 덮는 거대한 풀잎.

흐느적거리는 무수한 다리가 속삭인다.

엉엉엉. 잇쉬. 장자장자.

빛은 있다.

빛은 없다.

어둠.

퍼억!

바질리스크의 눈알이 터져 나갔다. 폭포수 같은 피가 흘렀다. 거대한 뱀은 울부짖었다.

-!!!!!!

소리가 되지 못한 마력의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바질리스크의 몸이 믿기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며 어딘가로 돌진했다. 벽이었다.

콰아앙-!

바질리스크는 벽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하지만 그의 가죽과 비늘은 돌보다 단단했고, 깨져나간 것은 머리가 아니라 돌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바질리스크는 쉬지 않고 머리를 박았다. 공간이 부르르 떨리고 천장에서 돌조각과 먼지가 떨어졌다.

“말했잖아.”

바질리스크는 소리가 울린 곳으로 홱 고개를 틀었다. 먼지를 뒤집어써서 회색이 된 비늘 위로 붉은 피가 흘렀다. 텅 빈 눈구멍을 가지게 된 뱀은 열을 감지 할 수 있는 기관으로 그를 보았다.

-아아아아···.

타오르는 흰 불꽃의 형상. 그 머리가 위치한 곳에 홀로 다르게 이글거리는 것이 보였다. 두 개의 자색 불꽃. 그것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난 눈싸움에서 져 본 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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