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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21화 (22/225)

21화 꺼지지 않는 도시의 밤

벼락의 대전사는 또 뭐야? 러셀은 천천히 다가오는 놈들을 앉아서 바라봤다. 샤샤를 붙잡은 놈이 그녀를 억세게 잡아끌고 러셀 가까이 왔다.

샤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러셀과 용병을 번갈아 봤다. 러셀의 눈에 빨개진 그녀의 팔이 보였다.

샤샤를 끌고 온 놈은 러셀의 얼굴 가까이 자기 얼굴을 들이댔다. 주먹으로 힘껏 내리친 반죽을 대충 이목구비 비슷하게 만들어 태어난 것 같은 얼굴이었다. 놈이 웃으며 누런 이빨을 보였다. 입 냄새가 심했다.

“술은 알아서 처 드시고요, 시발 놈아.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병신이야? 그러고 보니 눈깔도 존나 이상하네···? 무슨 좆같은 보랏빛···.”

델슨이라는 이름의 용병은 러셀과 눈을 마주할수록 점점 말이 느려지더니 곧 멍하니 풀린 표정이 되어버렸다.

뒤에서 낄낄 거리던 용병들도 그가 말을 흐리자 뭔가, 싶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델슨의 머리통에 가려져 있어 러셀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델슨은 샤샤의 손목을 놓아버리고 갑자기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샤샤는 비명을 질렀다. 뒤에 있던 용병들도 경악했다.

“델슨!”

“시발, 뭐해! 말려!”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래?!”

당연하지만 도시 내에서 폭력, 강도, 살인은 안 된다. 경비대나 치안대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재산 몰수 당하고 감옥에 갇히는데다가, 재수 없으면 바로 사형이니까. 웬만한 재물이나 뒷배경이 없으면 막나가는 용병들도 몸을 사리는 것이다.

델슨은 표정이 사라진 마네킹 같은 얼굴 그대로 단검을 뽑아 러셀에게 찔러 들어갔다. 일행인 용병들이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거리가 조금 있었다.

러셀의 감각이 가속했다. 정상적으로 흘러가던 시간이 조금씩 느려졌다. 앞에서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게 찔러오는 델슨과, 그 뒤의 눈을 크게 뜨고 침 튀기는 입을 벌린 용병들이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일어나서 그들을 보던 손님들도 머리를 부여잡거나 손가락을 들고 있었다.

러셀은 그 느릿한 시간 속에서 움직이려다가 놀라운 모습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 델슨이 놓았던 샤샤가 그를 향해 몸을 날린 것이었다.

팔을 벌리고 러셀을 껴안으려는 자세. 그대로 오면 곧바로 등에 단검이 찔릴 텐데도.

러셀은 조금 멍한 시선으로 샤샤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표정에는 오직 결기 하나만 존재했다. 그를 지키겠다는.

그 굳센 눈동자를 보던 러셀은 작게 웃고 말았다.

그는 일어나서 부드럽게 손을 뻗었다. 달려오는 샤샤를 이끌어 앉아 있던 의자에 앉힌 다음, 뒤돌아서 여전히 단검을 쭉 내민 자세로 오는 델슨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놈의 심장을 찌르게 만들었다. 느려졌던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컥! 흐어억.”

자신의 단검에 심장이 찔린 델슨이 숨 막히는 비명을 토했다. 놈은 자신이 왜 단검을 들고 있는지, 왜 심장에 그 단검이 박혀 있는지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델슨은 부들거리면서 바로 앞에 서 있는 러셀을 올려다봤다.

“시, 시히이바알··· 무슨, 개수작을··· 벌인 거냐···.”

델슨은 그렇게 몇 마디를 지껄이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뒤로 쓰러졌다. 그의 어두워져가는 시야에는 오직 하나만 보였다. 보랏빛 불길이 타오르는 두 개의 눈. 그리고 곧 그것마저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뭐, 뭐야 시발. 델슨?”

델슨의 패거리 용병들이 심장에 단검이 꽂혀 죽어 나자빠진 델슨을 보다가 그 앞에 서 있는 러셀을 봤다. 다른 손님들도 뭐가 흐릿해지더니 자기 단검에 자기가 죽은 델슨과 러셀을 번갈아봤다.

“이 새끼가! 감히 델슨을?”

혈기 왕성한 놈들은 동료의 죽음에 무기를 빼들었다. 차자창!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몇몇은 여관 바깥으로 달려갔다. 넘어지는 식탁과 의자, 쏟아지는 접시의 음식들, 술. 아까운 것들.

“죽어, 이 개새끼야아!”

“우아아아!”

눈이 돌아간 용병들이 덤벼들었다. 놈들의 머릿속에는 도시, 경비대, 감옥, 교수대의 밧줄이나 사형 집행인 같은 것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저 키 큰 놈을 죽여 버리겠다는 살의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러셀은 그 살의에 반응했다.

손의 검지와 중지만 세운 검결지를 만든 다음, 그는 마구잡이로 칼이나 도끼를 휘둘러대는 용병들의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 커다란 키와 덩치를 생각하면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러셀은 그렇게 했다.

마치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하나하나의 용병들을 부드럽게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러셀의 검결지가 푸른 불빛을 그리며 한 놈, 한 놈의 몸통에 깊숙이 박혔다가 떨어졌다.

렉시는 여전히 코오- 하고 자고 있는 식탁에서,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이블린과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샤샤는 유려한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러셀은 다섯 명의 공격들을 다 피하거나 가볍게 흘려내고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검지와 중지의 끝에서 파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전깃불이 타오르다가 꺼졌다.

우당탕탕! 떨그렁! 짤그랑!

그의 뒤로 몸이 뻣뻣해진 용병들이 쥐고 있던 무기를 놓치며 거세게 바닥에 부딪쳤다.

“커, 커거거걱!”

“흐히힉, 이키히기긱!”

“크게게겍.”

놈들은 간질병에 걸린 환자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이 뒤로 희번뜩 돌아가 있었다. 몸속에서 날뛰는 번개가 온몸의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제멋대로 이완되고 수축되는 극한의 고통이 전신에서 일어났지만 성대조차도 마비된 듯 제대로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모두 동작 그만!”

그때, 누군가 신고한 것인지 여관 정문을 박차고 창을 든 사슬 갑옷의 경비대들이 식당에 들이닥쳤다.

가장 앞에 선 자가 계급이 가장 높은 듯 혼자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다. 왼쪽 어깨와 가슴을 가린 푸른 견장이 보였다. 그 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란쉬무어의 바람 여관 식당에서 폭력 및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제보를 받고 왔다. 무기를 든 자는 모두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올려라!”

퍽 빠른데. 러셀은 어깨를 으쓱이고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애초에 들고 있는 무기가 없었으니까.

푸른 견장을 단 남자는 잠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저기 바닥에 널브러져 심장에 단검이 꽂혀 죽은 놈이 살인 사건의 피해자라는 건 알겠다. 빈손으로 서 있는 키가 큰 거구의 남자는 아마 살해자일 것이고.

그런데 그 동료로 보이는 놈들은 왜 똑같이 바닥에 쓰러져서 벌레처럼 꿈틀거리기만 하는 건가? 그것도 침을 질질 흘리고 눈이 돌아간 상태로. 남자는 혼자 멀뚱히 서 있는 러셀을 바라봤다.

“당신이 한 짓인가?”

러셀이 막 답하려는 때, 앉아있던 샤샤가 튀어나와 러셀을 가렸다.

“러, 아니, 이분이 저를 구해주셨어요! 저기 죽은 놈이 제, 제 몸을 막 만졌고, 그래서, 그래서.”

아아, 무슨 일인지 알겠군. 푸른 견장의 사내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더러운 용병들이 매일 하던 짓 한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임자를 만난 것이고.

“그래도 절차는 절차요. 저들은?”

살아있냐는 질문에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살아있지.”

“다행이군요. 혹시 정당방위였습니까?”

푸른 견장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그렇다고 답이 돌아왔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다른 손님들이었다.

그들은 제 일처럼 다가와서 저 못생긴 놈이 여급을 희롱한 다음 갑자기 단검을 뽑아 휘두르고, 검은 머리의 키 큰 남자가 그 용병을 죽인 것과, 달려든 다른 놈들도 한 방에 쓰러트렸다는 얘기를 두서없이 해댔다.

아무래도 방금 봤던 일이 어지간히 인상 깊었는지 쓰러져 있는 용병들은 여섯인데 갈수록 수십 명을 동시에 쓰러트린 것 마냥 과장되어 갔다. 잠자코 듣던 푸른 견장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외쳤다.

“그만, 그만! 다 알아들었습니다. 그래도 칼리스덴 시에서 일어난 살인이고, 저 남자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니···. 어? 뭐라고?”

사람들은 갑자기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는 푸른 견장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러셀은 경비대원 중 하나가 입술을 달싹거리는 것을 보고 마법임을 짐작했다.

아무래도 마법사 복장을 티내지 않고 경비대에 포함되어 있는 구성원인 듯 싶었다. 누가 생각한 건지 몰라도 꽤 용의주도했다.

러셀의 눈에는 입에서 푸른 견장을 찬 사내의 귀로 이어지는 일련의 마력 흐름이 눈에 보였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그 뜻도 알 수 있을 테지만, 굳이 하지는 않았다.

푸른 견장의 사내는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눈을 크게 뜨더니 러셀을 쳐다봤다. 정확히는 그의 검은 머리카락과 보랏빛 눈을. 그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혹시 성함이 러셀님 맞으십니까?”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푸른 견장의 남자가 놀란 표정이 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실례했습니다! 이 용병들은 도시의 법률에 따라 처벌받게 하겠습니다. 란쉬무어의 바람 여관에도 적절한 보상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가자!”

그러고는 시체 하나와 아직도 쓰러져 움찔거리는 용병 다섯을 짐짝처럼 둘러메더니 바람처럼 여관을 빠져나갔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들과 러셀을 번갈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식당은 주방으로 도망갔던 종업원들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손님들은 다시 웃고 떠들며 식탁의 음식과 술을 먹었다.

러셀도 식탁에 돌아오자 샤샤가 맥주가 가득 채워진 잔을 들고 다가왔다. 옆에는 여관주인이 함께 있었다. 러셀은 빙긋 웃으며 나무잔을 받았다.

“고마워.”

“···네.”

샤샤는 한 마디만을 하고는 다시 주방으로 달려갔다. 붉어진 귓바퀴가 눈에 띄었다. 여관주인은 그 모습을 보다가 러셀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전사님.”

“뭘 말입니까? 난 그냥 술 한 잔 주문한 것 밖에 없는데.”

“제 조카를 지켜줘서 말입니다.”

러셀은 맥주를 앞섶에 조금 흘렸다. 그리고 어이없는 얼굴이 되어 주방으로 사라진 샤샤와 앞의 남자를 번갈아봤다.

“삼촌입니까?”

“부끄럽지만, 예. 그렇습니다. 감히 나서지도 못한 못난 삼촌이지만···.”

러셀은 어쩐지 얼굴이 홧홧해졌다. 그래서 뭐라 더 인사를 하는 여관주인을 적당히 돌려보냈다. 언제 깬 건지 슬며시 일어난 렉시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양심이 쿡쿡 찔리시나?”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헤에에. 인간들은 이렇게 발뺌을 잘 하는구나아. 됐어. 이블린, 우린 올라가서 자자.”

“또 나만 못 알아듣는 소리하고. 됐어요, 전 혼자 잘 거예요.”

“에이, 왜 그래에.”

언제 또 저렇게 친해진 건지. 둘이 그렇게 올라가버리자 식탁에 남은 건 러셀 혼자뿐이었다. 러셀은 아랑곳 않고 맥주를 홀짝였다.

그러다 방금 일 때문에 용에 대해 묻는 것 깜박했다는 것을 알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쳐다봤으나, 붉은 머리의 마녀는 이미 흰 머리의 흑요정과 윗층으로 올라가버린 후였다.

러셀은 별 수 없이 아까 했던 일을 회상했다.

대기 중에 기, 혹은 마나라고 부르는 힘이 떠다니는 이세계에는 당연히 그것들을 이용한 기술이 발전했다. 기술의 토대에는 물론 신체가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마나, 기가 흐르는 체내의 통로를 마력회로, 또는 기혈이라고 불렀다. 기혈은 저 먼 동방의 대륙에서 쓰는 말이라 이 대륙에선 마력회로라고 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어쨌든, 인간들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마력기관이 없기에 마력을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깨닫는 재능이 있어야 했다. 재능이 있는 자는 한 달, 혹은 몇 달에 걸쳐 마나를 깨닫지만 그렇지 못 한자는 몇 년이 지나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나의 감각을 깨우치게 되면 가문에서 전해져 오는 비술을 통해 체내에서 응집하고 순환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순환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마력회로다.

방금 러셀이 용병들에게 한 것은 전생의 무협 소설에서 읽었던 점혈을 따라한 것이었다. 마력회로에도 정류장이나 휴게소처럼 기운이 뭉치는 일정한 구간이 있고, 그곳에 마력을 담아 푹 찌르면 그 세기나 위치에 따라 신체가 다른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다만 여기 칼잡이들은 모두 가죽 갑옷이든 사슬 갑옷이든, 방호력이 뛰어난 방어구를 몸에 두르는 것이 보통인 세상이었다. 숲이나 산, 사막, 평야에 인간의 무른 피부쯤은 우습게 찢어발기는 괴물들이 넘치니 당연했다. 그러니 점혈 같은 기술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러셀은 이세계에서 태어나 마력에 재능을 느끼고 다룰 수 있게 됐을 때부터 그런 기술들에 심취했었다. 설사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예상한대로 점혈은 이 세계에서 크게 소용이 없었다. 기껏해야 신체 부위의 출혈을 늦출 수 있다거나, 약이나 폭력 없이 수면, 기절시킬 수 있다거나 하는 종류의 소소한 것들 뿐. 그리고 그 정도는 이미 마법의 존재로 대부분 실현이 가능했다.

그나마 손가락 같이 섬세한 신체기관을 이용, 마력을 실처럼 가늘게 뽑을 수 있게 될 정도로 제어력이 좋아진 게 유일한 성과라면 성과였다.

그런데 오늘 카루곤으로부터 벼락의 힘을 깨닫게 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가능성이 생각났고, 성공했다.

인간의 신경은 전기 신호로 움직이며 근육에 자극을 주는 원리를 가졌다. 그렇기에 러셀이 손가락에 모은 전기 충격 한 방으로 뭍에 나온 물고기들 마냥 용병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찌른 부위는 갑옷으로 보호받지 못한 부위들, 그러니까 팔의 오금이나 겨드랑이, 목울대 아래 같은 곳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한 번 찌른 전기는 계속해서 러셀의 의지를 따르며 용병들의 몸속에서 미친 듯 날뛰니 놈들이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전격 마법 몇 방이면 방금과 같은 연출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의외성이다. 누구도 러셀처럼 전격을 손가락 끝에 뭉쳐서 찌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할 테니. 게다가 눈부신 빛과 굉음을 동반하지도 않으니, 그 수법을 깨닫는 것도 힘들 것이다.

회상을 마친 러셀은 검지와 엄지를 붙였다 뗐다. 그러자 손가락 사이에서 푸른 전기의 형상이 늘어지는 실처럼 길게 이어졌다.

다른 손가락을 엄지에 붙였다 떼자 전기실의 수가 늘어났다. 곧 러셀의 손바닥 위에는 다섯 개의 전기 실이 이어지고, 그 중심에는 전기 구체가 생성됐다.

마법사라면 눈과 입을 크게 벌린 표정으로 볼 마력 제어였지만, 안타깝게도 러셀의 주변에는 마력사용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 기예를 볼 수 있는 것도 그 혼자밖에 없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장난치듯 움직이다가 식당에 더 들어오는 많은 손님들을 보고 꺼트렸다.

식당은 방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로 꽉꽉 채워졌다. 란쉬무어의 바람 여관에서 경비대가 들어갔다가 축 늘어진 용병들만 데리고 나오자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온 것이었다.

그들의 물음에 먼저 와 있던 손님들은 크게 웃으며 방금 일어났던 사건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러자 몇몇이 다가와 러셀에게 그것이 사실이냐 물었고, 귀찮았던 러셀은 금화를 튕겨 모두에게 술잔을 돌렸다. 사람들은 불쾌한 기색 없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소음이 점점 더 심해졌지만 딱히 거북하진 않았다. 그저 사람 사는 풍경의 화음이었기에.

러셀은 조용히 앉아 맥주를 마셨다. 식당은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자리가 하나도 없었지만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개의치 않았다.

하루의 고된 일을 마무리한 상점의 주인들이나 하인들, 농부들이 벌겋게 된 얼굴로 술을 들이 부었다.

발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처녀는 식탁에 오도카니 올라가 앉아 허밍을 불렀다.

종업원들도 그 분위기에 심취하며 주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쭉쭉 받아 마시니, 식당은 주인 손님 할 것 없이 즐기는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기타, 하프 같은 악기를 든 자들이 식당 중앙에 서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악사는 맑은 목소리로 괴물들과 용맹한 병사들의 분투를 노래했다.

“오오- 저 평야를 뒤엎은 괴물들의 군세를 보-라. 나의 아버지, 아들이 창을 들고 그들을 겨누노나. 괴물들의 피는 우리의 땀에 물들고! 더없이 스러져 죽어가니-. 오오 보라! 하늘에서 벼락을 품은 대전사가 벼락을 뻗어내니! 검은 거인은 스러져 고개를 숙이네-.”

저거 아마 나인 것 같은데.

러셀도 노래를 감상했다. 모자를 벗어 동전들을 챙긴 악사가 물러나고, 또다른 악사가 나타나 노래를 불렀다. 러셀은 다만 벽난로 가까이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전생의 약한 몸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흥겨운 자리였고, 그는 그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도시의 밤, 여관의 불빛은 밤이 깊어져도 꺼질 줄을 모르고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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