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유리아 히폴리아스 드 휘페리온
러셀의 감상은 단순했다.
고생은 내가 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저 여자가 다 받는군.
다른 이들의 감상은 그처럼 단순하지 못했다.
“화, 황녀 전하!”
러셀에게 반갑게 다가가려던 제오나가 황급히 한 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그 곁의 기사들도 제오나처럼 무릎을 꿇었다. 알베르트와 기운을 차린 엘레노아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여 시벌. 저 분이 황녀, 황녀 전하라고?”
“존나게 이쁘긴 하네···. 어, 뭐하냐?”
“병신아, 너도 빨리 무릎 꿇어! 모욕죄로 목 잘리고 싶냐!”
“에이, 바닥 축축한데···.”
병사들과 용병들도 일사불란하게 무릎을 꿇었다. 곧 러셀을 제외한 모두가 축축한 흙바닥 위에서 예를 표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굽어보던 유리아 황녀가 아직 서 있는 러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반짝이는 금안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저들처럼 꿇지 않나요?”
러셀은 반말을 할까 하다가, 그래도 황녀이니 존댓말로 말했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군요. 내가 섬기는 주군도 아닌 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진 않아서.”
“흐응···.”
그때 황녀가 왔던 언덕 위에 여섯의 기수가 더 나타났다. 그들은 곧바로 언덕 아래의 황녀를 찾아내더니 말을 재촉하며 달려왔다.
그리고 황녀에게 고개를 숙인 자들과 달리 멀뚱히 서 있는 러셀을 발견했다. 당장 여섯의 기수 중 하나가 속도를 높이더니 고함소리를 뱉어냈다.
“네 이노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허리와 목을 빳빳이 세우는가!”
저놈은 또 뭐야? 러셀이 귀찮은 표정으로 가까워지는 놈을 쳐다봤다. 사자의 머리를 형상화한 듯한 투구를 쓴 놈이었다.
황녀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요정보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러셀처럼 귀찮음이란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당장 그 몸뚱아리를 숙이지 못 할까-!”
고함을 외친 사자머리 투구의 기사는 어지간히 성질이 급한 지 타고 있던 말의 안장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이세계의 평균 남자 신장보다 큰 키와 덩치, 화려한 갑옷을 착용하고 두 손에 자루가 길쭉한 거대한 전쟁 망치를 든 기사였다.
기사는 다짜고짜 전쟁 망치를 내려쳤다. 약간 떨어져 있다고 해도 황녀가 가까이 있는데 상관없다는 투였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인지, 황녀를 그만큼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최소한 이놈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과잉충성일까, 아니면 오히려 제 주인의 권위를 깎아먹는 영악한 놈일까.
러셀은 머리를 향해 내리꽂히는 망치가 다가오는 순간에도 가만히 서 있었다. 아직 그의 몸속에는 벼락의 힘이 마력과 함께 꿈틀거리고 있었다.
더 방대해진 마력이 그의 의지에 일어나 용솟음치며 전신을 달렸다. 감각들이 예민해지고, 체감 시간이 느려졌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 속에 진입한 러셀은 오감과 육감으로 일정 반경 내의 모든 걸 관찰했다.
초인의 경지를 넘어선 감각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보는 것 이상으로 자세한 시야를 그의 뇌에 전달했다.
뒤편의 제오나, 알베르트, 병사, 용병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러셀과 공중에서 떨어지는 기사를 보고 있었다. 엘레노아는 언제나 무표정 그대로였고 이블린은 옅은 미소를, 렉시는 작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 서 있는 황녀는 이 모든 상황이 우습다는 듯 허리에 한 손을 올리고 한 쪽 다리에 무게를 실은 삐딱한 자세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러셀의 보랏빛 눈에 황녀의 금안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러셀은 조금 놀랐다. 이 시간 속의 시간, 평범한 자들은 평생 살면서 느껴볼 수 없고, 죽기 직전에야 주마등이라는 이름으로 잠깐 겪는 느려진 시간을 황녀가 따라잡은 것이다.
러셀처럼 자유자재로 진입하거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간을 인지하고 눈동자만 움직인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황녀가 천천히 움직인 금안이 러셀의 자안과 마주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도 마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검은 머리칼, 자안의 남자와 은빛 머리카락에 금안의 여자가 서로를 마주봤다.
“······.”
“······.”
둘은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 느려진 시간 속에서 목소리를 내어봤자 망가진 테이프를 재생시킨 것처럼 기괴하게 느려진 소리만 날뿐이기에 내지 못 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러셀은 황녀의 금안에서 몇 개의 감정을 알아낼 수 있었다. 놀람, 경탄, 호기심, 궁금함. 그녀의 눈에는 러셀에 대한 의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러셀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체내의 마력을 운용해 신체의 감각을 가속,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고 사고할 수 있는 것뿐이다. 진짜 시간을 멈춘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순간에도 구름은 움직이고, 바람은 불며, 대지의 풀은 살랑이고 있었다. 공중에서 망치를 내리쳐 오는 이름 모를 기사도 그러했다.
러셀은 몸을 움직였다. 느릿하게 떨어지는 망치의 밑면을 손등으로 밀어 빗겨내고, 가까워지는 머리통에 주먹을 갖다 댔다.
러셀은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느려진 시간 속의 이야기일 뿐. 실제로는 엄청난 속도와 질량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러셀은 그런 스스로의 움직임을 보면서 오래 전 보았던 영화의 명장면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명장면을 무리 없이 재현할 수 있게 된 자신의 능력과 경지도. 역시, 환생이 최고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망치를 놓친 기사가 뒤로 날아갔다. 기사는 맞은 힘을 해소하지 못하고 땅 위를 수제비처럼 몇 번이나 튕기며 흙을 갈아대다가 엎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눈도 커다래진 것이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기면 툭 튀어나올 정도였다.
황녀도 작고 도톰한 빨간 입술을 살짝 벌리며 러셀과 날아간 기사를 번갈아 봤다.
그들은 망치를 든 기사가 뛰어오르고, 러셀이 잠깐 흐릿해졌다가 주먹을 가볍게 뻗은 자세가 되어 있는 것밖에 본 것이 없었다.
황녀는 속에서 올라오던 비명을 간신히 삼켰다. 1초도 안 되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초인 중의 초인들이나 잠깐 들어갈 수 있다는 시간 속의 시간. 그 속에서 유유히 움직이던 러셀을.
오른 손목을 빙글빙글 돌리며 풀던 러셀이 말했다.
“꽤 단단한 머리통이군.”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멀리 튕겨져 날아갔던 기사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러셀의 주먹을 맞았으면서도 사자머리 투구는 약간 찌그러진 것이 다였다. 보통의 투구였다면 머리와 같이 박살났을 것이다.
“으윽, 이게 무슨··· 우읍.”
일어나던 기사가 다시 몸을 앞으로 웅크렸다. 황녀의 것처럼 저절로 접히는 것은 아닌지, 접합부를 풀어 사자머리 투구를 벗어 던졌다. 입에서 왈칵 피가 뿜어져 나왔다.
“우웩, 쿨럭.”
드러난 얼굴은 의외로 젊었다. 기껏해야 러셀과 비슷하거나 더 많아보였다. 탁한 붉은 빛을 띈 머리와 사납게 생긴 얼굴이었지만, 코에서 흐르는 쌍코피와 질질 새어나오는 침이 그 사나움을 망쳤다.
기사가 장갑 낀 손을 들어 코밑을 훔치더니, 갈색 눈을 이글거렸다.
“이 개자식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얘네는 꼭 지들 뜻대로 안 되면 사술이라고 하더라. 죽어도 자신의 부족함이나 상대방의 뛰어남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류였다.
기사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비겁하고 옹졸한 놈. 천한 놈답게 고귀한 분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사술을 부려 여명 기사단의 기사를 친 건 죄가 무척 크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의 죄를 낱낱이 고하고 무릎을 꿇으면 팔 한 짝으로 죗값을 치러주겠-”
“라이오스. 그만.”
그때 황녀가 한 손을 들었다. 헛소리를 나불거리던 기사는 황녀의 손짓에 입을 꾹 다물었다. 러셀은 한쪽 눈을 치켜떴다.
“말을 잘 듣는군. 생긴 거와 달리.”
“뭐, 뭣?! 이 천한-”
“그만!”
황녀가 고함치자 이번에야말로 라이오스라는 이름의 기사는 침묵했다. 이를 박박 갈긴 했지만. 어느 새 그녀의 뒤로 남은 다섯필의 군마와 제각각의 무장을 한 이들이 다가왔다.
한 명은 늑대의 머리를 본딴 투구를 쓴 전신 갑주의 기사였고, 다른 자들은 각각 로브와 지팡이를 든 여자, 가벼운 무도복을 입은 남자, 은빛의 가죽 갑옷을 입은 요정, 두툼한 코트로 전신을 꽁꽁 감싼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황녀가 내려가 있는데 말에 올라타 있을 수 없다는 듯이 한 동작으로 말에서 내렸다. 모두 한 따까리 할 것 같은 생김새들이었다.
황녀는 고개를 돌려 러셀을 쳐다봤다. 바로 뭐라 할 것 같았지만 그녀는 물끄러미 러셀을 보기만 했다. 결국 러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뭡니까?”
“제 휘하의 기사가 무례를 저질렀군요.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황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들었다. 찬란한 은발이 출렁였다. 뒤편에 시립한 여명 기사단으로 짐작되는 자들이 술렁거리는 게 러셀에게 보였다. 아마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듯 했다.
황녀는 비틀거리며 다가온 라이오스에게 손짓했다.
“이자에게 사과 하거라.”
“···예? 전하?”
“······.”
“저, 전하. 저는 오로지 전하의 안위만을 걱정, 그리고 저 막돼먹은 자의 건방진 자세를 용납할 수 없었을···.”
“······.”
라이오스는 처참한 얼굴로 황녀를 쳐다봤지만 황녀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그가 변명을 할수록 표정은 더욱 굳어져만 갔다. 라이오스는 입술을 잘근 씹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 하게 됐다.”
러셀은 대충 끄덕이는 것으로 사과를 받았다. 한 방에 안 죽은 건 아쉬운 일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황녀의 기사를 죽인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정확히 뭐가 미안한 거냐고 꼬치꼬치 물으며 괴롭힐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실 지금 그는 귀찮아서 사과고 지랄이고 상관없었다. 빨리 도시로 돌아가서 비와 피에 젖어 끈적거리는 몸을 닦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문득 담배 생각이 났다. 아까 비가 오기 전 폈던 담배. 맛이 존나게 없었다. 이참에 버려야지. 러셀은 품을 뒤적였다.
뒤에서 예를 거두고 일어난 알베르트와 엘레노아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알베르트가 지팡이를 가로로 든 다음 인사했다.
“인간의 황제, 그 딸에게 인사드립니다. 알베르트 델퀴네스라고 합니다.”
엘레노아는 주먹 쥔 손을 이마와 입술, 심장을 차례로 짚고 기도하는 자세로 인사했다.
“광휘의 종, 만인의 종복이 황제의 피에게 인사드립니다. 엘레노아 그라시아스입니다.”
황녀는 작게 끄덕였다. 간단한 몸짓이었지만 워낙 그 외모가 비범해 어설프거나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고귀한 요정 족과 광휘의 사제님의 인사를 받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유리아 히폴리아스 드 휘페리온입니다. 유리아, 라고 부르라고 하고 싶지만 안 되겠죠?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요.”
알베르트가 지팡이를 거두더니 물었다.
“예, 전하. 황녀 전하께서 황궁과 수도를 벗어나 유람하고 계시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혹 이곳에 오신 것도 그 일종으로 오신 것이신지요.”
“맞아요. 정확히는 그 유람의 목적지 중 하나가 이곳이에요. 칼리스덴.”
“예에···?”
요정 마법사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냥 대충 한 말이었는데. 서쪽의 광대무변한 영토를 다스리는 제국의 딸이 왜 이 북동부의 변방 도시를 목적지로 삼았단 말인가?
고민하던 알베르트는 퍼뜩 뇌리를 스치고 간 생각이 있었다. 설마?
생각에 잠긴 알베르트가 물러나자 이번에는 엘레노아가 황녀에게 말했다.
“그럼 도시에 입성하시겠군요.”
“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 오던 중이였습니다. 대륙 북부와 동부에서 이름 높은 엘레노아 사제님을 만나니 좋군요. 광휘의 사제는 칼리스덴에 무슨 연유로 오신 걸까요?”
“···저도 이 도시에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말하기 어렵나 보군요,”
“어쩌면··· 황녀님이 오신 것과 비슷한 이유일수도 있겠지요.”
“그런가요.”
알아듣기 어려운 대화를 나눈 두 여인은 웃는 낯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파란 눈과 금빛의 눈이 부딪쳤다. 곧 황녀가 먼저 피식 웃으며 말을 돌렸다.
“큼, 이야기를 돌려서. 칼리스덴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것도 다른 지역의 하늘은 화창한데 칼리스덴의 위에만 뭉쳐져 있는 것이, 척 봐도 불길한 모양새였습니다. 기사단 중 하나가 내 생각을 긍정했지요. 불길한 마법의 결과라고. 그래서 다급히 말을 몰았고, 목격했습니다.”
황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러셀을 바라봤다. 담뱃갑을 꺼내 맛없는 담배를 버리고 새로운 담배를 꺼낸 러셀이 그에게 몰리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뭐야? 왜 날 봐? 황녀가 말했다.
“짙은 먹구름 아래의 평원에 서 있던 기괴한 검은 거인과 그에 맞서는 대검을 든 전사. 저는 한 눈에 누가 선한 자이고 악한 자인지 알아보았고, 유물을 써서 벼락을 불러들였습니다. 전사를 도와 검은 거인을 물리칠 요량으로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 전사는 검은 거인에게 날린 벼락을 흡수하더니 도리어 자신의 공격에 합쳐서 날리더군요. 내 생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습니다. 마치 천둥번개의 신이 현신한 듯 한 장엄한 모습이었지요.”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 들이시나. 죽 되겠구만. 러셀은 꺼낸 담배를 입에 물고 검지에서 불을 만들어 붙였다. 지켜보던 알베르트는 그런 러셀을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황녀의 뒤에 서있는 기사단들은 눈초리가 험악해졌으나, 황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저는 아까부터 제가 번개를 맞은 듯 온몸이 짜릿짜릿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전사여, 내가 여기서 그대의 이름을 묻는 게 실례는 아니겠지요?”
러셀은 후우, 하고 연기를 뿜었다. 다행히 이번 담배는 입맛에 잘 맞았다.
마력의 향이 폐속 깊숙이 스며들자 오감이 달아오르며 기분이 좋아졌다. 잠깐이지만 찝찝함을 날려버릴 정도로. 그래서 러셀은 순순히 말했다.
“러셀.”
“성은 없나요?”
“···없습니다만.”
무척이나 불손한 태도와 말투였지만 황녀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여명 기사단들도 가만히 서 있었다.
라이오스만이 얼굴을 있는 대로 일그러트린 채 러셀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병신이, 노려보면 어쩔 거야?
러셀이 라이오스를 보고 피식 웃자 그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분노를 참아냈다. 러셀은 아쉬웠다. 저 뻣뻣한 모가지를 분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까 그냥 눈감고 머리통을 날려버릴 걸 그랬나.
황녀가 말했다.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까 모시는 주군이 없다고 말했죠. 그 자에게는 고개를 숙일 수 있겠나요?”
“···난 다른 방랑 기사들과 다릅니다. 모셔야 할 주군을 찾지도 않고,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지요. 그건 왜 묻는 겁니까?”
“난 어떤가요? 당신의 주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