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3/71)

몽구스 환수는 은영을 위시한 사람들의 표정이 갑자기 편안하게 변하자 대경실색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배가 아파서 오줌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 뭐가 어떻다는 거야?

-벌써 장이 터져서 죽어야 하는데 왜 인상만 조금 쓰다 마는 거지? 그것도 이제는 상당히 편안한 표정인데?

-그렇다면 내가 노예들을 좀 강하게 키워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럼 저 여자들이라도 죽었어야지.

계획대로 되지 않자 몽구스 환수는 혼란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예외에 속하는 자들이라고는 생각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저 여자들도 강하게 키우는 중이야. 오히려 노예들보다는 더 강하다고 봐야지.

-분명히 고통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도 버티다니 정말 대단하군.

사실 몽구스 환수가 자신의 공격으로 착각할 정도로 여자들과 노예들의 표정은 우거지상이었다.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

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했는지 다들 인상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욕심이 많아서 몽구스의 피를 제일 많이 삼킨 은영의 표정이 더 볼 만했다.

-뭐야? 오줌을 왜 참아? 지금 창피한 게 문제야?

-그, 그게 아니라 피를 빠는 속도가 소변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넘어섰어요.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체내에 머무르는 수분의 양이 많으니 혈압이 올라가서 눈알이 빠질 것 같아요.

소변을 만드는 속도보다 피를 빠는 속도가 더 빨라서 생겨나는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라면 해결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대룡의 진액이 최고지. 대룡, 너도 들었지?

-예. 주인님.

-다들 대룡의 진액을 삼켜. 토하면 내 손에 죽지 않아도 고혈압으로 죽는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간과 콩팥이 절단나지. 폐렴은 기본이고 머리카락도 다 빠져서 골룸처럼 변할 거야. 골룸 알지?

-오빠! 알았으니까 제발 좀 그만해.

여자들은 더러운 꼴로 죽는다는 게 더 무서운 듯했다. 그래서 그 역겨운 대룡의 진액을 주저하지도 않고 삼켰다. 그게 지금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몸에 아주 좋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효과가 뭔지는 몰라도 영욱이 먹은 것이라면 뭐든지 따라서 먹을 기세였다.

-어때?

-정말 미치겠어. 갑자기 소변의 량이 배 이상 더 많아졌어.

-아직 약효가 덜 나온 거라서 그래. 앞으로 서너 배는 많아질 거야.

-제길! 찝찝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해.

-일종의 카타라시스를 느낄 수 있겠지. 이제 고혈압 문제도 해결되었으니까 더 열심히 피를 빨도록 해.

-알았어. 오빠.

생존에 대한 욕구도 크지만 강해지겠다는 욕구는 더 컸다. 그러니 옷을 입은 채로 오줌을 싸면서도 전혀 창피한 줄을 모르는 것이다. 사실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박상태! 너 죽고 싶어?

-배가 불러서 죽을 지경입니다. 선배님.

오줌의 양이 곧 피를 빤 양과도 직결되니 영욱은 염동력을 동원해서 치워주면서도 그 양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 결과 박상태가 피를 빠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거인으로 변한 상태니까 총량으로 따지자면 누구보다도 많이 빤 것이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배가 터져서 죽을 수도 있나? 고통스러운 거야 잘 알지만 겨우 그 정도로 피 빠는 것을 멈춰? 정말 죽고 싶어?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선배님.

-남자가 되어가지고 여자들보다 약한 게 부끄럽지도 않아? 저 여자들 좀 봐. 몸매가 만삭이 되도록 피를 빨고 있잖아.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어?

-시정하겠습니다. 선배님.

영욱이 화를 내자 박상태를 비롯한 노예들의 흡혈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지기 시작했다. 노예들의 배 역시 만삭의 임산부처럼 부풀어 올랐다.

@

일이 이 지경이 되자 몽구스 환수는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영욱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이상한 인간들이군. 배가 남산처럼 부풀러 올랐는데도 아직도 버티고 있다니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조금만 더 있으면 배가 터져서 죽을 것 같아. 그런데 내 차례는 언제야?

-그렇게도 죽고 싶어? 아무튼 네 놈이 대장인 것 같으니 제일 나중이야. 그래도 심심한 것 같으니까 대룡부터 먼저 보내주도록 하지.

몽구스 환수는 영욱이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대룡의 몸속에 있는 자신의 피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반응이 있었다.

@

-주, 주인님. 배가 아파요.

-참아. 네 껍질은 영혼도 소멸시킬 정도로 강력하잖아.

-그런데 몽구스 환수의 피는 달라요. 녀석의 의도대로 속을 마구 쥐어뜯고 있어요.

-그렇다면 남은 백족 껍질이라도 뒤집어 써. 어서!

대룡의 배가 터지기라도 하면 모든 게 도루묵이 되니 영욱도 호들갑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우 서른두 장 밖에 없는데 뒤집어쓸 게 어디 있어요?

-아쉬운 대로 배라도 덮어.

-100장을 팔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잖아요.

서른두 장의 백족 껍질을 순식간에 몸에 걸친 대룡은 핫팬티 하나만 입은 지렁이 모습으로 변해서 투덜거렸다.

-네 녀석이 이렇게 부실할 줄 몰랐으니까 판 거지.

-다시 되사면 안 되나요?

-열 배는 달라고 할 텐데 너 돈 많아? 

-설마 그럴 리가요?

-살아있는 환수의 피를 삼키고도 끄떡없는 것을 보았으니까 가격이 뛰는 게 당연하잖아.

영욱과 대룡은 백족 껍질의 재구입 여부를 가지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제 3의 눈으로 화리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중이니 열 배가 아니라 스무 배를 주어도 되산다는 보장은 결코 없을 듯했다.

-그야 주인님과 노예들은 이상한 체조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화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잖아. 그리고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도 말이라도 해보세요.

-말 하나마나야. 그런데 죽는다고 고함을 꽥꽥 지르더니 괜찮아?

-제 껍질이 그깟 백족 껍질보다 못한 줄 알았어요?

-뭐야? 그렇다면 장난을 친 거야? 주인을 상대로 말이지.

-그, 그게 아니라 몽구스 녀석을 속이기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 서른두 장이라도 걸치니까 한결 견디기가 낫네요. 호호호!

-아직도 정신 교육이 덜 된 것 같군. 이 싸움 끝나고 나면 보자.

-잘못했어요. 주인님.

-웃기지 마! 넌 이제 죽었어.

영욱마저도 까마득히 속았을 정도니 몽구스 환수는 대룡이 곧 배가 터져서 죽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히 영욱의 협박에 새파랗게 질리는 모습을 보면서 곧 임종을 맞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하하하! 대룡 녀석이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내가 봐도 그렇게 보이는군.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 차롄가?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주지. 그럼 잘 가거라.

-욱!

-하하하! 깝죽거리더니 꼴좋다.

영욱은 갑자기 배가 뒤틀리고 쥐어짜는 통증이 엄습하자 자신도 모르게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백족 껍질을 열 장이나 껴입었으니 하나도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들 우거지상을 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몸을 비비 꼬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몽구스 환수가 착각한 것이 아니고 영욱이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통증이 상당히 완화되긴 한 듯했다.

영욱은 서둘러서 활인심방의 구결을 외우면서 다시 기계체조 수련에 들어갔다. 전체를 지휘한답시고 바빠서 해야 할 소화 흡수 주문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진소희의 동작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가르쳐주겠다고 했던 응용 동작인 모양인데 피를 빨기 위해서 몽구스 환수의 사타구니에 착 달라붙은 상태로도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면서 기가 막히게 움직이고 있었다.

@

영욱이 배울 자세를 잡자 이를 기다리고 있던 소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응용 동작은 모두 4개의 초식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제 1식은 토마스 스핀, 제 2식은 윈드밀 스핀, 제 3식은 에어트랙 스핀 그리고 제 4식은 탑락 풋워크예요. 

-뭐야? 그것은 브레이크댄스의 동작 이름들 같은데?

-맞아요.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전혀 별개의 것이니 그냥 기계체조의 응용 동작 초식 이름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지.

어차피 브레이크댄스를 배울 생각은 없으니까 이름이 비슷하고 동작도 비슷한 것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춤이라면 그저 빙글빙글 도는 동작이겠지만 기계체조의 회전은 공격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예비 동작이다.

여러 번을 되풀이하는 진소희의 움직임이 어느덧 눈에 익숙해지자 응용 동작의 대부분은 땅을 깊게 뚫고 들어가기 위한 초식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적의 질긴 가죽을 뚫고 들어가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토마스 스핀! 윈드밀 스핀! 에어트랙 스핀! 탑락 풋워크! 

영욱은 마음속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몽구스 환수의 등뼈 근처를 파고 들어가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 모습 역시 고통에 겨워서 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

몽구스 환수는 영욱의 발작 같은 움직임에 고통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갈수록 통증이 더 심해지자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서라도 입을 열었다.

-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프냐?

-좀 아프지만 네 녀석은 곧 죽을 테니까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당연하지. 우리들 인간이란 너희 환수들에 비하면 찰라와 같이 짧은 삶을 살다가는 존재니까 네가 원하지 않아도 곧 죽어줄 거다. 토마스 스핀!

-그, 그건 대체 무슨 주문이냐?

몽구스 환수는 토마스 스핀이 고통을 가중시키는 주문인 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영욱의 응용 동작이 그럴 듯해지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주문은 무슨 주문, 그냥 춤동작 이름이야.

-지금 춤이 나와?

-배가 너무 아파서 고통을 잊으려고 하는 마지막 발작인 셈이지. 곧 죽어줄 테니까 괴로워도 조금만 참아. 윈드밀 스핀!  

-아, 아프잖아.

-미안! 나도 배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에어트랙 스핀!

영욱은 정말 배가 아팠다. 웃음을 참느라고 아픈 것이다. 머리가 아주 좋은 몽구스 환수지만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서 죽어가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좀 조용히 죽어줄 수 없어?

-그러고 싶은데 너무 아프잖아. 탑락 풋워크! 

영욱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와는 달리 초식 이름은 크게 외치면서 고함을 꽥꽥 질러댔다. 그래야 사파이어 귀걸이의 증폭 능력이 올라가니까 창피해도 어쩔 수 없었다.

몽구스 환수는 여전히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모두가 죽어가는 중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다들 자신과의 싸움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크으으.

대부분이 벌써 자신의 몸무게에 달하는 피와 체액을 마셨고, 지금은 그 이상에 도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서너 배는 먹어야 결판이 날 것 같아서 다들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욱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방법을 통해서 강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인에 대한 존경스러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영욱은 지금 자신들이 분출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소변을 깨끗하게 처리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물론 영욱으로서는 마실 피가 오염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지만.

@

시간이 한참 더 흐르고 나서야 몽구스 환수도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다들 죽어가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토마스 스핀! 

-아프잖아. 내가 모르는 게 있지? 그렇지? 응?

-아냐. 별 것도 아니니까 신경 끄라니까. 윈드밀 스핀! 

영욱은 무심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응용 동작의 초식 이름을 외치면서 응용 동작의 연습에 매진했다. 심화 동작보다는 하위의 초식이지만 배우는 재미가 쏠쏠해서 반복하는 재미가 있었다.

-제발 좀 그만 찌를 수 없어?

-무슨 소리야? 나는 지금 너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 그러니까 죽기 전까지는 너를 괴롭힐 거야. 에어트랙 스핀! 

-아야! 이젠 제법 아파. 그리고 굉장히 깊숙하게 파고든다고. 그러니 제발 그만하고 죽어줘.

-허리를 부러뜨려봐야 곧 재생될 테니 별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탑락 풋워크! 

-그, 그건 그렇지. 그런데 이 대룡 녀석의 피가 웬 걸 이렇게 많아? 아직도 그대로네.

몽구스 환수는 대룡의 피가 얼추 말라붙어야 정상인데 여전히 콸콸 쏟아지는 데 대해서도 이제야 겨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몽구스 환수의 피를 비슷하게 빨아들이는 상황이니 말라붙을 리가 없는 것이다.

-네 피도 마찬가지야. 아직도 끄떡없잖아.

-내가 최근에 이 등골산을 차지한 환수라는 걸 잊었어? 일단 나에게 빨대를 꽂히면 끝이라고 봐야지.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지?

-졸리면 한잠 자둬. 내가 죽을 때가 되면 이야기해줄 테니까.

-아함! 그래야겠어.

빈혈이 심해지면 기면嗜眠 증상이 나타난다. 몽구스 환수는 자신도 열심히 대룡의 피를 빨아야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죽음보다 깊은 잠속에 푹 빠져들었다. 

-주인님. 이 녀석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죠? 혹시 강제 수면 초능력이라도 가지고 계신 건가요?

-그런 거 없어. 내가 마법사라도 되는 줄 알아?

-그런데 왜 이렇게 쉽게 잠이 든 거죠?

-상처 부위에 치유 초능력을 사용해서 통증만 살짝 없애버렸거든. 그러니까 편안하게 잠이 든 거지.

-그래서 거머리처럼 달려들어서 피를 빨아도 우리들이 죽어간다고 착각했던 거였군요.

-세게 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겠지.  

영욱은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기는 것이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재우지 않았다면 앞으로 이박삼일을 더 보내야 겨우 녀석의 숨통을 끊어놓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싸움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으니 그저 시간을 단축한 것만은 아니다.

-치유 초능력이 아주 무서운 것이었군요.

-그래서 독과 약은 같은 거라고 하잖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녀석을 기분 좋게 만든 것은 따로 있어.

-설마 지네 독이 녀석의 기분을 좋게 만든 거라는 건가요?

-빙고! 지네 독의 주성분인 세로토닌은 적당한 농도에서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하지.

-그래서 저렇게 평온한 얼굴로 잠이 들었군요.

-그래. 얼른 처리하자.

처리 방법은 너무나도 당연히 교살絞殺이었다. 대룡이 몽구스의 목을 칭칭 감고서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몽구스의 표정에는 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질식쾌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죽기 직전의 현상이다. 실제로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상황인데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엔돌핀 등의 호르몬에 대량으로 분비되어서는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수컷 몽구스 환수는 대량의 정액을 쏟아놓고는 숨을 거두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박상태 혼자서 그것을 다 뒤집어썼다는 점이다.

@

영욱에 의해서 박피가 빠르게 완료되자 몽구스의 가죽 역시 사자 가죽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영욱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가죽을 걸쳤다. 하지만 기회를 엿보고 있던 유화리가 재빠르게 다가와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른바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였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함께 목숨을 걸고 사냥한 것이니까 나눠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냥에서는 대룡과 내가 가장 큰 활약을 했어. 그러니까 껍질은 내 몫이고, 그것을 제외한 부분은 대룡의 몫이야. 같이 수고했던 동료들은 이미 몽구스의 피로 포식을 했으니 더 이상 나누어줄 이유가 없지.

-내가 보기에는 한 사람이라도 부족했다면 이 사냥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 같던데, 아닌가?

-그렇게 이간질을 하고 싶어? 그런다고 해서 몽구스 가죽을 너에게 팔 것 같아?

영욱이 화리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콧방귀를 날렸지만 화리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가죽 값으로 30골드를 줄 테니까 팔아. 그리고 팀원들에게 적절한 몫을 나눠주면 그들도 아쉬운 대로 빚잔치는 할 수 있잖아. 너도 외상값을 수거해서 좋고.

-내가 저들을 두 배쯤이나 강하게 만들어 주었는데도 과연 자신의 몫을 요구할까?

-싸우는 과정에서 강해지는 것은 본인들의 몫이지. 평소의 훈련량訓練量과 관련되는 것이니까.

-아무튼 너는 네 부하들이나 신경 써. 남의 노예들은 상관하지 말고.

-노예들의 몫만이 아니라 소희와 은영의 몫도 말하는 거잖아.

-나는 충분히 지불했다고 생각하는데.

-물어볼까?

-물어봐.

화리는 정말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몽구스 가죽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