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9/71)

일단 독정 하나를 챙긴 영욱은 크기가 줄어든 지네 껍질의 용도 연구에 다시 들어갔다. 

방어력은 상당할 것 같지만 아무래도 거북이처럼 뒤집어쓰고 다니기는 곤란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일단 걸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뭐야? 이것도 몸에 맞게 줄어드는 자동 맞춤 기능이 있었어?

막상 착용하니 단단하긴 하지만 토룡의 가죽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두께 또한 스타킹을 신은 것처럼 얇아졌다. 아마도 크기와 두께는 서로 같은 비율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듯했다.

-그렇다면…….

토룡 가죽처럼 포개서 착용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몇 개의 백족 껍질을 포개서 걸쳤더니 세 겹까지는 몸에 맞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네 번째부터는 원래의 거북등처럼 변함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체액으로부터 흡수한 백족의 기운을 내 몸에 걸친 껍질들이 전달받을 수 있는 거리와 관련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백족의 기운을 네 번째 껍질로 흘려보내자 거북등의 모습을 하고 있던 녀석이 스타킹처럼 타이트하게 줄어들었다. 몸통을 감싼 것이니 움직임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신축성이 매우 좋은 편이라서 허리를 구부리고 심지어 돌리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것보다는 불편했다.

상당히 불편하지만 한 겹이라도 더 걸쳐두면 사망이 중상이 되고, 중상이 경상이 되고, 경상이 타박상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영욱은 열 겹이나 걸쳐 입고서 남은 것은 대룡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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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욱이 소꿉장난처럼 몸치장을 끝내고 일어나자 곁에서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던 대룡이 말을 걸었다.

-몸의 보호에 꽤 많은 신경을 쓰시네요?

-당연하지. 싸우다가 단 한 대도 맞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저도 백족 껍질이 그렇게 맞춤인 줄은 처음 알았어요.

-왜? 너도 욕심나는 거야?

-욕심은 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저는 입을 수가 없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백족의 속을 파먹고 나서 그대로 있는 건데 그랬어요.

대룡의 말대로 그렇게 버티고 있었으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백족 아머를 얻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껍질이 대룡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네. 하지만 네 몸을 줄여서 입은 다음에 다시 늘이면 되잖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하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줄일 수는 없어요.

-아까 식사할 때는 상당한 크기까지 줄이던데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닌가?

-예. 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어요.

-몸에 좋은 천적 둘을 통째로 삼켰으니까 뭐라도 좀 나아지는 게 있어야지.

-사실 그 정도까지는 줄일 수 있지만 주인님의 전리품을 탐할 생각은 없어요.

나아진 정도가 아니라 이미 일취월장한 상태였다. 영욱의 몸 두께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면 이미 변신 가능한 환수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환수를 두 마리나 꿀꺽 했으니 당연히 그래야만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했다.

-그럼 다음에 잡은 백족은 네가 걸치고 다녀.

-네.

-그런데 평소에도 덩치를 좀 줄이고 다니는 게 어때?

-그럼 더 강한 녀석들이 달려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렇다면 다음으로 미루자.

-저도 그러는 게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줄어드는 게 익숙지도 않아서…….

솔직히 영욱과 대룡은 지금 달려드는 환수들도 부담스럽다. 그러니 둘 다 이구동성으로 당분간은 이대로 가는 것으로 입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대룡이 덩치를 줄이면 더 약한 녀석들이 달려들 것 같지만 대룡이 작게 변신한 환수라는 걸 알아차리는 녀석도 있을 것이니 훨씬 더 강한 녀석이 달려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워낙 강한 녀석들이 많은 상황이라 마냥 속여 넘긴다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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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하게 돌아가니 일행들과 보부상 녀석들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삼백족이 처음부터 대룡과 영욱의 뒤를 쫓아갔으니 그들로서는 도망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건방진 보부상 제임스 녀석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호그질라를 잡았다고 해서 제법 강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끈끈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잡을 수 있는 녀석인데 오히려 도망을 쳐?

-끈끈이 아이템이라니?

-10골드짜리 강력한 웹 마법이 내장된 아이템이지. 

-내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아마도 백족 포획 전용 아이템인 듯했다. 백족이 얼마짜린 줄은 모르겠지만 사냥에 10골드짜리 아이템을 사용하면 남는 것도 별로 없을 듯했다.

-아무튼 그 지네 녀석은 잡았어?

-응. 이번에도 운이 좋았어.

-운이 가장 중요하지. 아무튼 껍질을 내게 넘겨.

-개당 얼마나 하지?

-낱개가 아니라 한 마리 전체에서 나온 껍질 모두의 가격이 11골드야.

역시 누가 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백족이 가진 강력한 독과 힘에 비해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게 책정된 가격이었다. 만일 아이템을 사용하다가 불량이 난다든지 혹시라도 겨냥을 잘못하면 큰일인 셈이다. 

한 번 실패하면 백족 열 마리를 잡아야 간신히 손해를 복구할 수 있는 너무나도 박한 이익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그럼 10골드짜리 끈끈이 아이템으로 잡으면 겨우 1골드 남는다는 소리겠네.

-그게 어디야? 그리고 소화력이 아주 좋아야겠지만 체액과 피를 소량이나마 보너스로 흡수할 수도 있잖아. 쓸모없는 독정들도 수십 개나 챙길 수 있을 거고 말이야.

-독정이 수십 개나 돼?

-보통 서른 개에서 마흔 개쯤 들어있지. 하지만 아까 그 녀석은 덩치가 커서 쉰 개도 거뜬하겠더라.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고.

-그건 가격이 얼마지?

-우린 안 사. 그딴 걸 어디다 쓰게?

영욱은 대룡에게 속았다는 걸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스무 개만 이야기했을 때는 다 빼앗겨도 반씩 가르는 것임을 의미했다. 

아니면 그게 처음부터 삼분의 일일 수도 있었다. 덩치 차이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주인인 영욱이 더 많이 가져도 시원찮을 상황에 매번 사기를 당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환수 몸속에 들어있는 정수나 내단의 위치나 숫자를 파악할 능력이 되지 않으니 당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녀석들마다 체절의 수가 다른데 어떻게 가격이 같아? 

-당연히 다르지. 백족은 11골드, 이백족은 22골드, 삼백족은 33골드지.

-삼백족에 가까운 이백족을 잡긴 했는데 껍질은 백 개만 팔겠어. 그래도 되겠지?

껍질의 수에 따른 가격의 차이였다. 그래도 여전히 헐값이지만 영욱은 일부를 팔아버리기로 했다. 다 소모할 자신도 없지만 대룡이 노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러 팔아버리려는 것이었다.

-그야 네 마음이지만 남은 것은 다 어디에 쓰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신경 꺼.

영욱이 맞춤형 백족 껍질을 열 겹이나 겹쳐 입었다는 사실을 제임스는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두 장의 토룡피 사이에 착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위에 호그질라 가죽까지 걸쳐 입었으니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 게다가 거북등 같은 모양이 아니니 더더욱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100개를 내놓으면 11골드를 주지.

-11골드를 주면 100개를 주지.

-단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군. 자, 여기.

이제 영욱도 노련한 거래를 할 줄 알았다. 물건을 먼저 줬다가 돈을 떼일 수도 있으니 골드를 먼저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더 좋다.

-대룡! 100개만 꺼내줘.

-예. 주인님.

-숫자가 맞는지 확인해 봐.

-응. 백 개가 맞아. 그럼 또 보자.

-가게?

-당연하지. 백족 껍질을 처분해야 하니까.

영욱과의 백족 껍질 거래를 마친 제임스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하산했다. 100개나 되는 백족 체절의 껍질을 들고서 영욱의 일행을 따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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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집합!

-예, 선배님.

-하나씩 입어봐.

-예. 선배님.

박상태를 비롯한 세 노예들이 싹싹하게 대답하면서 백족의 체절 껍질을 걸쳤다. 하지만 영욱과는 달리 거북의 등을 걸친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방어력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래서는 오히려 싸우거나 달아나는데 방해가 될 공산이 컸다. 아이템이 많은 제임스는 어떻게든 가공해서 팔아먹겠지만 영욱에겐 영욱만의 방법이 있었다.

-다들 입 벌려.

-아!

-절대로 토하면 안 돼. 알겠지?

-예. 선배님.

-농담이 아니라 토하면 팔아버린다.

-예. 절대 토하지 않겠습니다.

영욱은 세 노예들에게 백족의 기운을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그랬더니 체절 껍질이 맞춤복처럼 변해서 몸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물론 노린내가 진동하는 백족의 기운 때문에 세 노예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토하면 노예상인에게 팔아버릴 지도 모르니 토할 수도 없고.

-한 장씩 더 걸쳐 봐.

-예. 선배님.

영욱은 백족의 기운과 체절 껍질을 번갈아가면서 제공했다. 

-또.

-예. 선배님.

-너희 둘은 안 되겠다. 벗어.

-예. 선배님.

하지만 박상태는 석 장이 한계였고, 김호진과 윤승언은 겨우 두 장이 한계였다.

-너희들의 복은 여기까지군. 가격은 한 장 당 1골드씩이다. 보다시피 맞춤이니까 바가지라고 우기면 곤란해.

-아닙니다. 꼭 벌어서 갚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늑대 가죽을 1골드에 산 것보다는 훨씬 더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슈퍼사이어인이라도 된 듯했다. 게다가 이젠 외상의 참맛을 알아버린 듯했다. 어차피 노예는 금치산자禁治産者나 한정치산자限定治?

者와 다를 바가 없으니 재산권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받아들인 것이다.

-사냥의 몫을 나눠줄 테니까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너희들 집에 돈 없어?

-죄송합니다. 선배님.

-죄송할 것까지야 없지. 부모를 잘 만났다면 나와 함께 다닐 리가 없을 테니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벌어서 꼭 갚겠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려면 오래오래 살아야겠지?

영욱은 농담이 아니라 끝까지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자신의 노예들이니까 강하게 키워서 비싸게 팔면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선배님.

-저리 꺼져! 가서 몸이나 풀어.

-예. 선배님.

세 여자들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뿜어내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냥 노예들과 노닥거릴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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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자들 중의 첫 번째는 은영이었다.

-오빠! 설마 나한테도 돈을 받겠다는 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특별히 넌 한 장에 10골드다.

-왜 또 차별대우야? 1골드도 부담스러운데.

-네 몸은 엠보싱처럼 올록볼록하잖아. 그러니 맞춤 비용이 더 드는 게 정상 아냐?

영욱은 은영의 큰 가슴과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를 음미하면서 높은 가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가슴의 모양과 크기만 따진다면 오히려 진소희보다도 나은 면이 없지 않았다. 

은영 역시 오랜만에 느끼는 영욱의 느끼한 시선을 만끽하면서 이왕이면 좀 더 나은 실루엣이 나올 수 있도록 포즈까지 취했다.

-농담이라면 사절이야.

-좋아. 구경한 것도 있으니 이번에만 특별히 내 노예들과 같은 가격으로 주지.

-고마워. 오빠.

-하지만 떼먹을 생각일랑 꿈에도 꾸지 마.

그것은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서 제공되는 백족의 기운이 바로 영욱에 의해서 소화 흡수된 기운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그것은 수틀리면 언제든지 회수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로 그 순간 체절 껍질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갑주가 아닌 짐으로 변하게 될 테니까 절대로 떼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평생 오빠 옷을 빨래해서라도 갚는다.

-누가 너를 데리고 산대?

-가정부가 필요할 수도 있잖아.

-강원대 퀸카가 가정부로 취업해?

-월급만 많이 준다면 못할 것도 없지. 더구나 오빠를 모시는 일인데 뭐가 문제야?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군. 아무튼 꼭 갚아.

-알았어.

영욱은 은영에게 체절 껍질과 백족의 기운을 번갈아가면서 제공했다. 놀랍게도 은영은 다섯 장이나 착용이 가능했다. 다섯 장을 착용한 것도 놀랍지만 노린내가 진동하는 백족의 기운을 인상도 찌푸리지 않고 잘도 받아마셨다.

대가를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어력의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서 그냥 후불로 나눠주기로 했다. 사실 한때나마 사귀던 여자 친구니까 그 정도는 아깝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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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는 역시 진소희였다. 그녀도 은영이 착용한 맞춤형 백족 껍질이 마음에 드는지 은근히 몸매를 드러내면서 눈요기를 제공했다. 

못된 짓은 빨리 배운다더니 진소희는 은영의 교태와 아양을 빠르게 배워가고 있었다. 미모와 몸매만으로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나름대로 무기를 준비하는 듯했다. 

-저도 대가를 지불하겠어요.

-그야 당연하지. 만일 떼먹으면 진 씨 아저씨에게서 받을 거니까 염려하지도 않아.

-제 선에서 해결할 테니까 아빠에게까지 갈 것도 없어요.

-좋아. 걸쳐봐.

-예.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진소희는 무려 여섯 장이나 걸칠 수 있었다. 

-제법이군.

-영욱 씨는 몇 장을 걸친 거죠?

-비밀이야. 하지만 너보다는 많이 걸쳤으니까 앞으로 분발해.

-당연히 저보다야 많이 걸쳤겠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별로 믿고 싶은 표정은 아닌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계체조의 경지 면에서는 아직도 그녀가 더 우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짜 구결은 그녀만이 가지고 있으니까 분발해야할 사람은 아직도 영욱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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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역시 유화리 차례였다. 달려드는 여자가 많아서 좋긴 하지만 모두가 뜯어먹으려는 각다귀들이라는 점이 에러error인 셈이다.

-기다리다가 눈 빠지는 줄 알았네.

-너는 왜 기다렸어?

-나머지를 내게 넘기라고 기다렸지.

-싫어. 그걸 왜 넘겨?

-이젠 필요하지도 않은 걸 왜 가지고 다니겠다는 거야?

-앞으로 노예의 수가 늘어나면 줘야 하는데 왜 필요하지 않아? 그리고 좀 더 강해지면 몇 장 더 착용할 수도 있을 거고.

그런 목적도 있지만 당연히 비싸게 팔아먹기 위함이다. 백족의 기운을 세트로 제공해야 하긴 하지만 열 배에 가까운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일이니 감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겹쳐 입을 수도 있으니 열 배가 아니라 수십 배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넌 대체 몇 장이나 착용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건 당연히 비밀이지.

-좋아. 나도 같은 조건으로 사겠어.

-넌 선불이야.

-착용한 만큼 지불할 테니까 염려 마. 착용하지도 못하는 걸 1골드나 줄 수는 없잖아.

-듣고 보니 그럴 듯하네. 자, 입어 봐.

유화리도 무려 여섯 장이나 착용이 가능했다. 계속해서 한극상은 다섯 장을 착용했고, 나머지 네 녀석은 각각 넉 장씩을 착용했다. 모두들 좋아서 입이 찢어졌다.

-모두 23골드야. 어서 내놔.

-좀 깎아줘. 100장에 겨우 11골드밖에 안하는 건데 23장에 23골드를 내놓으라니 너무 폭리를 취하는 거 아냐?

-그건 맞춤복이 아니잖아. 내가 제공한 백족의 기운도 없이 가능할 것 같아?

-그래도 20골드로 해. 나도 명색이 상인인데 소비자 가격을 다 치를 수는 없잖아.

-이건 소비자 가격이 아니라 내 노예들에게나 베푸는 특별 할인가야. 당장 23골드를 내놓지 않으면 이 거래는 불발이야. 알아?

-알았어. 주면 되잖아. 남자가 그렇게 쫀쫀해서야 어디에 쓰겠어?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

-자, 여기.

영욱이 거래가 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큰소리를 친 이유는 100골드가 훨씬 넘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화리가 23골드를 아까워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거래는 무사히 성사되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화리가 끼고 있는 팔찌 아이템이었다. 이제 와서 골드의 가치를 어느 정도 알게 되어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 의문이지만 대룡이나 호그질라 여섯 마리의 가격이 훨씬 넘는 아이템의 위력이 과연 세 배 증폭밖에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백족 체절 껍질을 겨우 여섯 장밖에 걸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만으로도 열여덟 장을 걸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물론 영욱 자신도 두 배 증폭을 가능하게 해주는 귀걸이 아이템이 있으니 실험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은 증폭의 과정이 따로 필요한 까닭에 당장 그 효과를 확인해볼 수는 없었다. 실제로 공격을 당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세상에서 살던 영욱으로서는 이러한 정보의 제한이 갑갑했다. 정보가 곧 힘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통제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가 선선히 알려주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상인 연합 혹은 보부상 연합이라는 조직도 직접 부딪쳐보고서야 겨우 알게 된 것이다. 막상 당해보고 나서야 공개적으로 드러난 지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곳 2QB 세상에는 다양한 이권단체들과 결사조직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힘이란 조직이나 단체를 이룸으로써 극대화된다는 사실은 부족이나 국가 등의 무력조직들이 자발적으로 탄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30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미 조직에 속해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부딪치며 보낸 시간이니 어쩌면 미국과 같은 거대한 제국이 형성되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을 만큼의 많은 시간이 흐른 셈이다. 미국의 역사 또한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사냥꾼과 보부상 간에도 나름 규칙과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서로 간의 힘의 차이가 많다면 지켜지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그래도 개인이나 조직이 가지는 무력보다 상위 개념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는 컸다.

아무튼 거래의 결과는 서로에게 모두 만족스러웠다. 다들 맞춤형 아머의 획득으로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서로가 몸에 칼을 대보는 등 맞춤형 백족 아머의 방어력을 테스트해 보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물론 이곳 2QB 세상에서는 급소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복부나 심장에 칼을 찔리더라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백족 아머가 그것마저도 막아준다면 치유를 위한 정신력의 소모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니 즐거워하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다만 급소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개개의 존재들이 가진 힘을 다 소모되지 않아도 싸움은 끝날 수 있다. 그것은 고통을 참지 못해서 자발적으로 항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영욱과 대룡이 호그질라와 백족을 죽인 것처럼 질식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룡이나 거대한 환수들이 작은 사냥감이나 드림헌터들을 삼켜버리는 것도 일종의 질식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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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백족 아머를 시험해본 은영과 진소희가 눈을 반짝거리며 영욱에게로 다가왔다. 이제야 영욱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 듯했다.

-오빠!

-왜 다정하게 부르고 난리야?

-영욱 씨!

-소희 너는 징그럽게 왜 그래? 

-그 귀걸이는 뭐예요?

-그러게. 남자가 무슨 귀걸이야?

결론은 영욱이 걸치고 있는 귀걸이 아이템이었다. 대룡에게 받아서 착용한 지 제법 지났는데 화리 일행 등의 합류 등으로 인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영욱에게서 더 뜯어낼 것이 없나하고 유심히 살핀 결과일 것이다.

-남자가 귀걸이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코에 코뚜레를 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야?

-그게 아니라 정망 잘 어울려요.

-그러긴 해. 오빠, 그거 나 줘.

-미쳤어? 이게 아주 비싼 아이템이라는 거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영욱은 제대로 돈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짜린지는 자신도 모른다. 일종의 장물이니까.

-잘 아니까 달라는 거지.

-언제 아이템을 장만한 거죠? 전에는 투박한 금반지 아이템을 끼고 있더니…….

-남의 일에 웬 관심들이야? 부러우면 너희들도 장만해. 안 말려.

-더 있으면 우리들에게도 파세요. 떼먹지 않고 갚을 테니까요.

-그래요. 오빠.

영욱이 보유하고 있는 백족 껍질들처럼 가지고 있는 아이템도 많이 있을 거라고 짐작한 듯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여자들의 생존력은 단연 발군이다. 아마도 호그질라와 백족을 사냥하고 대룡까지도 노예로 삼았으니 부산물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짐작한 듯했다.

-둘은 언제부터 같이 행동하기로 한 거야? 경쟁자에다 앙숙처럼 굴더니…….

-우리 둘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화리도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어서 그래요.

-맞아. 강력한 경쟁자부터 일단 처리하고자 연합했지.

-그게 연합한다고 해서 될 일이야?

몸만 나긋나긋하고 유연한 것이 아니라 기계체조도 나긋나긋하고 유연했으며 생각 또한 유연했다. 둘의 연합은 보기가 아주 좋았다.

-아무튼 우리끼리 싸우는 것보다는 낫잖아. 어서 우리들에게도 그 귀걸이를 팔아.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더니 너희들이 바로 그 격이구나. 하지만 내가 아이템 상인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빤 누굴 바보로 알아? 호그질라나 백족이 삼킨 드림헌터가 하나둘일 것 같아? 또한 그들 중에 아이템을 낀 자들이 없었을 것 같아?

-다 알고 있으니까 우리들에게도 좀 나눠주세요. 네?

역시 알고 있었다. 그걸 모르고 있었던 사람은 일행 중에서 오로지 영욱뿐이었다. 다만 알고도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뿐이다.

-고분고분해진 이유가 따로 있었군. 그것도 모르고 나는 내 매력에 반한 줄 알았잖아.

-능력자 앞에서 콧대를 세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의 영욱 씨는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맞아. 나는 내 안목이 부족함을 한탄하며 땅을 치면서 통곡하는 중이야. 이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일 줄 알았다면 벌써 오빠와 결혼하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야. 

-너희 아버지도 기계체조 10%면 결혼을 허락한다는 거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기계체조로 넘어갔다. 두 여자가 아이템을 내놓으라고 보채지만 쉽게 내어줄 영욱은 아니었다. 금전적인 대가도 대가지만 정보 또한 어느 정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니, 울 아빤 20%가 되어야 결혼시켜줘. 그래서 우리 언니들은 아직도 노처녀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어.

-몇 살인데?

-여자 나이는 비밀이지만 내 나이가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큰 언니가 서른이고 작은 언니가 스물일곱이야.

-아직은 노처녀까지는 아니네. 아무튼 네 아버지가 제자들을 얼마나 잘 가르치기에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누구는 10%만 되면 결혼하라고 압력을 넣던데. 

영욱은 진소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진중권이 사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던지 싸구려 기계체조를 가르치는 게 아니냐는 제스처였다. 하지만 진소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둘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은영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빠가 가르치는 구결이 진짜라서 그래. 딸들에게도 진짜 구결을 알려주지 않으시지만 제자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야.

-설마? 제자들에게도 진짜 구결은 가르쳐준 것은 아닐 거야.

-아마 그럴 거야. 하지만 가장 근접한 것이긴 하겠지.

-저희 아빠가 10%에 결혼을 허락하신 건 영욱 씨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에요. 원래대로라면 당신을 넘어서야 가능할 일이지만.

원래 진중권은 23퍼센트나 24퍼센트가 되어야 소희와의 결혼을 허락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영욱은 조건이 그쯤 되어야 진중권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부족한 부분은 돈으로라도 채우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누굴 노총각으로 늙어 죽게 하려고 그런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24%가 애들 장난인 줄 알아?

-하지만 영욱 씨는 곧 도달할 것 같은데요?

-지금 내 경지가 몇 퍼센트로 보이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15%는 이미 넘어선 것 같아요.

진소희의 말에 은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대충 그 정도는 되는 듯했다. 기연에 가까운 일들을 여러 차례 겪었으니 그 정도도 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넌 몇 퍼센트야?

-그건 비밀이에요. 하지만 대충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요?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돼.

-그래요? 그렇다면 영욱 씨도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것은 아니군요.

-진짜 구결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아무튼 아쉬운 건 하나도 없으니까 상관없어.

영욱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엄밀히 구분하자면 진짜 기계체조를 배운 게 아니니까 그 경지를 짐작하기가 힘든 것일 수밖에.

-오빠, 내 경지는 안 궁금해?

-비밀이야. 하지만 결혼하겠다면 알려줄 수도 있어.

-결혼 못해서 죽은 조상이라도 있어? 왜 그렇게 껄떡대?

-오빠! 숙녀에게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지금은 아니지만 껄떡대는 것은 늘 영욱의 몫이었다. 자신이 어휘 선택에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영욱은 얼른 말을 돌렸다.

-아무튼 그냥은 못 줘.

-치! 그냥 주지.

-너무 비싸지만 않으면 돼요.

영욱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화리에게 손짓을 했다.

-나?

-응. 이리 좀 와 봐.

-네가 먼저 나를 부르다니 웬일이야?

-아이템 시세 좀 물어보려고.

시세를 알아야 은영과 진소희에게 넘길 가격이 정해지니까 당연한 절차였다.

-아이템의 일부를 내게 넘긴다면 성실하게 답변해주지.

-몇 개 없어.

영욱은 일단 귀걸이 아이템부터 먼저 꺼내놓았다. 워낙 예쁜 여자들이니 잘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우와! 귀걸이 타입이 네 벌이나 되잖아. 이건 루비라서 30골드 정도 할 거고, 이런 호박이라서 25골드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둘은 진주라서 35골드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어. 

-뭐가 그렇게 싸?

-보기에는 예쁘지만 겨우 한 배 반 정도만 증폭할 수 있으니 당연하지. 게다가 증폭 주문도 없는 것이잖아.

-도매가로?

-응. 네가 나한테 파는 가격으로.

소매가격이야 두 배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너희들도 들었지?

-응. 도매가로 갚을게. 오빠, 난 이 진주 귀걸이로 할래.

-저도요.

진소희와 은영은 망설이지도 않고 사이좋게 진주 귀걸이를 챙겼다. 디자인이 예뻐서라기보다는 비싼 것이라서 그럴 가능성이 컸다.

-일단 비싼 걸로 챙기고 보는구나.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심보겠지.

-당연하지. 음. 느낌이 좋다.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요. 호호.

-다들 사용법은 알고 있겠지?

-몰라. 아이템 착용은 처음이라서…….

-저도요. 하지만 공격명령어를 크게 소리 내어 외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습득한 것인데 아이템의 증폭명령어 따위를 알 리가 없잖아. 

영욱의 질문에 세 여자가 삼인삼색의 소리를 냈다. 특히 유화리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언제 증폭명령어라고 했어? 공격명령어를 소리치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렇다면 혹시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요?

-정확한 방법은 당연히 나도 모르지만 누군가로부터 장물贓物을 구입한 경험이 있으니까 말해주지. 귀에 착용한 귀걸이를 상상하면서 초능력을 발휘하면 위력이 더 잘 증폭되는 것 같았어. 

증폭주문을 외우지 않는다고 전혀 증폭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 위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증폭주문을 알려준답시고 화리로부터 주워들었던 

'커져라! 세져라!'

를 가르쳐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영욱이 가르쳐주는 방법도 증폭주문을 외우는 것과는 별개로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효과를 보기 힘들겠지만 뭐든지 숙달되어야 잘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연습하도록 해.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나는 그게 더 좋더라.

-알겠어요.

-알았어. 오빠.

이젠 영욱이 하는 말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기세였다. 특유의 의심병 때문에 오래가지는 못하겠지만.

*마법사

진소희와 은영이 자신들이 착용한 마법 아이템의 위력을 체크하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자 꾹 참고 있던 유화리가 입을 열었다.

-네 장사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는데 그런 편법으로 아이템의 위력을 다 끌어낼 수는 없어. 

-그렇다면 큰소리로 명령어를 외치는 것 외에도 진짜 증폭 명령어가 있다는 말이야? 

-당연하지. 그 중요한 내용을 남에게 알려줄 수는 없으니까 그 부분은 마음속으로 외우는 것이지. 증폭주문이 노출되면 그 아이템을 노리는 자들이 많아질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제값을 쳐줄 수가 없다는 말인가?

-당연하지. 기존의 주문을 지우고 새로운 증폭주문을 만드는데 5골드가 들어. 게다가 일종의 장물이니까 급행료가 더 들기도 하고.

물론 구입하려는 아이템의 가격을 후려치고자 하는 소리였다. 물론 어떤 게 진실인지 알 길이 없지만 영욱으로서는 5골드를 들여서 새로운 증폭주문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은영과 진소희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욱은 '커져라 세져라'만 해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환수로부터 획득한 것인데 무슨 장물이야? 주인은 이미 소멸하고 없는데 말이야.

-환수에게 당한다고 모두가 다 소멸하는 건 아냐. 그러니까 아이템의 주인이 있는 경우도 더러 있지.

-그럼 대체 얼마를 주겠다는 거야?

-시세의 50%. 그것도 많이 쳐주는 거야.

-60%를 주면 팔지. 어차피 네가 말한 시세라는 것도 후하게 쳐준 것은 아니잖아.

영욱도 딱히 지금 팔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사에 따라 달리 착용하는 장신구로 사용할 것은 아니니까 파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튼 화리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으니까 거래를 해주려는 의미도 있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계산이 아주 정확한 사람이야. 

-정확한 편일 지는 모르겠지만 100% 정확하면 상인으로서는 결격 사유가 아닌가?

-좋아. 60%를 주지.

-아무튼 네 도움을 받았으니까 일단 귀걸이 두 벌을 넘겨주기로 하지.

-반지나 팔찌도 있을 텐데?

셈을 치르고 귀걸이 두 개를 챙긴 화리가 다른 아이템에도 관심을 보였다. 

영욱은 55골드의 60%인 33골드를 전부 1골드짜리로 받았다. 

화리에게 늑대 가죽을 팔아서 받은 6골드 중에서 진소희와 은영에게 3골드를 주고 남은 3골드, 제임스에게 백족 껍질을 팔아서 챙긴 11골드, 멧돼지 가죽 35장을 팔아서 챙긴 7골드, 화리에게 맞춤형 백족 껍질을 팔아서 챙긴 23골드도 있으니 무려 77골드나 가진 부자가 되었다.

박상태와 노예들 그리고 진소희와 은영에게 백족 껍질을 판매한 돈은 아직 받지 못했으니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영욱은 습관처럼 자신의 손에 들어오지 않은 돈은 수입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어찌될지 알 수 없으므로.

-당연히 있지. 하지만 그건 너에게 파는 것보다 내 노예들에게 파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가격이라도 매겨줄게. 구경도 좀 하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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