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새끼가 정말 죽으려고……."
영욱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자신의 몸이 온통 불길에 싸여 있음을 깨달았다. 먼저 깨어난 학과장이 기어코 사고를 친 것이었다.
김진명은 자신의 말대로 현실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가진 불의 능력을 발휘했다. 영욱은 서둘러서 불길 바깥쪽에 얼음 실드를 치고는 염동력을 사용해서 불을 껐다. 그리고 피부에 생긴 화상을 순식간에 재생시켰다.
"제법이군. 프레시맨 주제에 현실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니……."
"두 번이나 배신했으니까 이제는 죽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마라."
"동작 그만! 네 녀석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과연 총알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진명은 자신의 책상 서랍 속에서 권총을 꺼내들고는 영욱을 겨냥했다. 이런 식으로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깨어나자마자 공격을 가했던 것이다. 그것도 소음기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이런, 학과장실에 권총이 비치되어 있을 줄은 몰랐군."
"이 교수가 들이닥칠지 몰라서 혹시나 하고 준비해 두었던 것인데 설마 이런 용도로도 사용될 줄은 나도 몰랐지."
"좋아. 죽여라. 하지만 나를 죽이더라도 이 교수가 너를 처리해줄 거다. 팔이 하나 뜯겨나갔으니까 그를 당해내기는 어려울 거야."
영욱은 각다귀의 침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실드로 총알을 막아낼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김진명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이희승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쏠 것 같던 김진명이 총구를 당기는 대신 입을 열었다.
"설마 이 교수를 그냥 놔준 거냐?"
"놓아주는 대가를 현실에서 받기로 했는데 이렇게 절묘하게 도움이 될 줄은 나도 몰랐지."
"생각보다는 훨씬 더 영리한 놈이었군. 하지만 너를 용서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너무 많이 상했어. 그러니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
"왜? 반말 때문에? 아니면 네가 자발적으로 팔을 도마뱀꼬리처럼 떼어줘서 쪽팔려?"
영욱은 김진명의 자존심이 왜 상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팔을 떼어준 것도 그렇지만 현실 세계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여전히 반말지거리를 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둘 다지."
"이게 다 네 업보라고 생각해라. 먼저 배신하지만 않았으면 이런 험한 꼴을 당할 리 없잖아."
"그래도 새파란 녀석이 어른에게 반말지거리라니 참을 수 없다."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군."
"뭘 모른다는 거냐?"
"반말 작전은 일부러 너를 흥분시키려는 작전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사실 나로서도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반말지거리나 하는 게 기분 좋을 것 같아?"
"좋아. 살려줄 테니까 현실 세계에서는 예전처럼 나를 깍듯하게 대해라."
김진명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서 영욱을 쏠 수가 없었다.
소음기를 장착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출입이 적지 않은 학과장실에서 사람을 죽이게 되면 핏자국 등의 증거가 남게 될 공산이 컸다.
만일 살인 사실을 들키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도 끝나게 되는 것이고, 혹시라도 영욱이 총알을 피해내거나 막아낸다면 자신만 죽게 될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인 이유는 아직도 이희승과의 싸움이 남아있으니 영욱을 끝까지 적으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잘 판단하셨습니다. 학과장님."
"잘 판단했다니?"
"그냥 제 생각이긴 하지만 권총 정도로는 쉽게 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러니까 협박만 하고 만 거지. 그리고 자네도 몸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총 맞으면 아프잖아."
영욱은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학과장이 자신의 반말지거리에 쉽게 이성을 잃어버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다시 존댓말을 하니 금세 기분이 좋아진 것을 보니 격식을 따지기 좋아하고,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다. 이런 자들일수록 오히려 다루기가 더 쉽다는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렇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만! 한 가지 선물이 있네."
"선물이라니요?"
"자네가 제출했던 자퇴서는 처리하지 않았으니까 내일부터라도 수업에 들어가도록 하게.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퇴는 좀 그렇지 않나?"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벌써 두 달 동안이나 결석했는데 출석일수 부족으로 학점이 나올까요? 중간고사도 빼먹었고 말입니다."
다시 복교 조치를 받은 것은 좋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이번 학기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럴 거라면 굳이 내일부터 학교로 돌아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자네가 리포트를 쓰는 솜씨가 좋은 줄이야 다들 잘 알지. 많은 량의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겠지만 사정을 뻔히 아는데 굳이 F학점을 주려고 하지는 않을 걸세. 자네는 물론이고 나와 원수지고 싶은 교수가 아니라면 말일세."
"고맙습니다. 학과장님."
"그럼 가보게."
지난 두 달 동안 영욱은 많은 생각을 했다. 대학이라는 짐을 내려놓아서 홀가분해진 점도 있지만 못내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자퇴 처리가 되지 않았다니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걸 이제야 밝히는 학과장 김진명이 괘씸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고맙게 여겨졌다.
자신이 물을 떠난 고기 신세임을 깨닫게 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학과장이 그 시간을 벌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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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좋다."
학과장실을 나온 영욱은 모처럼 도서관에 들러서 책 냄새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낯이 익은 여자 사서가 다가오더니 영욱에게 알은체를 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데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요.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등교할 겁니다. 도서관도 올 거고요."
"일이 잘 해결된 모양이네. 아무튼 다행이야."
"처음부터 잘못된 적이 없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서관을 떠나보니 오히려 더 도서관의 고마움을 알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 좋은데 내 자리만 노리지 마."
"도서관장 자리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고마워. 호호호!"
영욱은 도서관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니며 자신의 냄새를 남겼다. 물론 다리를 들고 오줌을 싸는 방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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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시간 후 정문 앞에 이희승 교수가 나타났다. 학과장과는 달리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시간 내에 도착했다.
"안 오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오셨군요."
"당연하지. 흥미로운 연구거리를 포기할 생각은 아직 없으니까……."
"제가 아직도 연구거리로 보입니까?"
"당연하지. 더 흥미진진하네. 하지만 연구실로 데리고 갈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하게. 그럴 능력도 없고……."
이희승은 학과장 김진명과는 달리 현실 세계라고 해서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욱에게 완전히 졌다는 의사 표시마저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립스비스일 뿐이다.
"원래부터 힘과 능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네. 아무튼 이것이 자네에게 줄 나노캡슐이네."
이희승 교수는 전에 영욱이 본 적도 있고, 직접 까서 마신 적도 있는 앰플을 건네주었다. 이희승 교수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서 깜짝 놀랐지만 영욱은 자신의 표정을 본능적으로 잘 숨겼다.
"이건 대체 무슨 기능을 가진 나노캡슐입니까?"
"전에 말했던 나노 사이즈의 산소 발생기와 포도당 합성기를 담은 나노캡슐이야."
"학과장님으로부터 교수님의 연구실에도 이것들과 같은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영욱은 자신이 두 개의 나노캡슐을 이미 장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김진명이 그런 이야기까지 이희승에게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굳이 밝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구실에 굴러다니는 것은 초기 모델인데 그냥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들이지. 사실 성능으로 보자면 쓰레기에 불과해."
"그렇다면 이게 훨씬 더 좋은 거라는 소리군요."
"당연하지. 못해도 서너 배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작동시간도 길고, 쿨타임은 오히려 더 짧지."
"그 정도라면 꽤나 도움이 되겠군요."
영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너 배의 산소와 포도당이라면 심장 기능 강화를 위해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고, 작동시간이 더 길면 극단적인 산소 결핍 상황에서도 좀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네는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당연히 뇌의 기능을 보조하는 데 사용해야겠죠."
"그래? 아까 보니까 숨을 쉬지 않고도 대단히 오래 버티는 것 같던데?"
이희승 교수는 영욱이 초기 모델의 나노캡슐을 장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머릿속이 아니라 심장 혈관에 장착했다는 것마저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만든 것이니까 그 정도는 쉽게 짐작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영욱의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쉽게 몸을 굽히는 자가 훨씬 더 위험하고 음흉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했다. 꼭 대단한 비밀이라기보다는 이 교수를 헷갈리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있나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염동력으로 공기를 강제로 당겨서 겨우 질식사는 면했습니다."
영욱은 모든 진실을 밝히지는 않았다. 염동력과 얼음 섞인 실드 그리고 나노캡슐의 활용 및 활용 방법이 어우러져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굳이 적에게 밝힐 이유가 없었다.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말게."
"속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정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새로운 거래를 하셔야 할 겁니다. 아시겠지만 공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사절입니다."
"방금 자네에게 건넨 그 나노캡슐들이 대체 얼마짜린 줄이나 알고 하는 소린가?"
"몹시 비싸겠죠. 하지만 이것들은 제가 교수님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가 아닙니까? 게다가 이 나노캡슐들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영욱은 정색을 하며 이희승의 억지 주장을 바로잡았다. 물론 이희승도 자신의 주장이 억지임을 잘 알고 있었다.
"순박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 동안 머리는 물론이고 협상력도 꽤 많이 좋아졌군."
"교수님 덕분에 자퇴까지 했는데 그 정도의 발전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칭찬하는 거네. 그리고 나노캡슐 속에 다른 것을 넣고 싶었지만 여유 공간이 없어서 실패했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건 제가 다 알아서 사용할 테니까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좋아. 대가를 제공하도록 하지. 자네가 내 연구에 협조한다면 나도 자네가 원하는 것을 주겠네."
"이제는 제가 원할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염동력은 어떤가?"
이희승 교수는 학자로서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드림헌터로서의 초능력을 팔아먹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미 영욱에게는 통하지 않는 초능력이라고 혼자 착각하고서 자포자기自暴自棄에 빠진 면도 없지는 않았다.
"그건 이미 어느 정도 습득했습니다만."
"그래도 좀 더 자세하게 배우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염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걸세. 물론 원조인 나만큼이야 못하겠지만……."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2QB 세상에서 다시 나누기로 하지요."
"그러지. 또 보세."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장본인 두 사람이 남들이 보기에는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지나가던 학생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퇴생과 그로 하여금 자퇴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한 폭력 교수와의 만남이 다정하게 이루어지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일 영욱이 등교하는 것을 보면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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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다 되어서야 출근한 영욱을 보고 김길태 사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리 중요한 손님이 왔다지만 이 바쁜 시기에 하루를 통째로 빼먹다니 좀 심한 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김 사장님."
"그런데 현장으로 바로 일하러 가지 않고 내 사무실에는 무슨 일인가?"
"내일부터는 야간 근무만 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러 온 겁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과장은 물론이고 이희승 교수와도 이야기가 잘 되었으니까 영욱으로서는 굳이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걸 마뜩찮게 생각할 두 사람이 김 사장과 사부 진중권이라서 미리 설명하러 온 것이다.
"축하해야할 일이지만 나로서는 썩 반갑지 않은 소식이군. 자네도 잘 알겠지만 지난 태풍에 대규모 산사태가 나서 해야 할 작업량이 많이 늘었거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학기 중에 주야간을 다 뛸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알고 있네. 내 코가 석자다 보니 그런 말이 나왔네만 다시 한 번 대학생이 된 것을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포클레인의 불하라는 조건이 걸려있지만 무려 다섯 사람 몫의 일을 해주고는 겨우 세 사람 몫의 임금을 받아가니 김 사장으로서는 영욱을 복덩어리라고 여겼다. 그것도 밤낮으로 두 탕을 뛰게 되면 무려 열 명의 몫을 하니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열 배가 아니라 포클레인 한 대로 열 대의 일을 하는 것이니 김 사장이 이렇게 아쉬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비슷한 수준으로 일하는 진중권 역시 영욱과 행동을 같이 할 테니까 그 파급 효과가 훨씬 더 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욱과 진중권이 작업한 곳에서는 산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지형 전체를 보아가면서 영리하게 작업을 진행했고, 또 기반 다지는 작업까지 완벽하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영욱과 진중권이 해내는 일은 스무 명의 기사들이 해내는 작업량보다 훨씬 더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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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역시 늦게 나타난 영욱을 보더니 하던 작업을 멈추고 달려왔다.
"아버지 문제는 잘 해결된 거야?"
"그야 당연하죠."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어? 나타나지 않기에 되려 당했나하고 걱정하고 있었잖아."
"사퍼모어 급의 강력한 결빙結氷 초능력자였는데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영욱은 대답을 하다말고 진저리를 쳤다. 김 사장과 사부 진중권은 영욱이 모처럼 땡땡이 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두꺼운 얼음 속에 갇히고, 또 뜨거운 불길 속에 갇히는 등 고난의 행군을 밤낮으로 이어온 셈이다.
"또 운이 좋았어? 네 운은 대체 어디까지야?"
"언젠가는 끝이 나겠죠."
"그런데 바깥사돈께서는?"
"예. 아침 일찍 떠나셨어요. 가시기 전에 사부님께 인사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인사까지야……. 하루 더 머물고 가도 될 건데 뭐가 그리 바빠서 가신 거야?"
"아무래도 그 조커 괴물이 누군지가 궁금하신 거겠죠."
"그럼 왜 늦은 거야?"
"근처에 간 김에 모처럼 학교에 들렀습니다."
영욱의 자취방은 학교 근처에 있다. 자퇴서를 제출하고는 자취방에 가도 학교 생각이 날 것 같아서 가끔 옷가지나 챙기러 들렀을 뿐이다. 사실 오늘도 학교가 눈에 보이니 학교 생각이 나서 학과장을 찾아갔던 거였다.
"이왕 떠난 곳인데 마음만 아프게 뭐 하러 간 거야?"
"이희승 교수에 대한 소식이 궁금해서요. 아무튼 처리가 잘 되었어요."
"그래?"
"예. 그리고 제 자퇴서는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뭐야? 그렇다면 다시 학교에 다닐 거야?"
영욱의 예상대로 진중권은 고함을 버럭 질렀다. 하지만 그렇게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같이 보내는 것도 좋지만 영욱의 마음이 학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부님과 밤낮으로 같이 수련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은 가슴 한 구석에 미련이 남아있었어요."
"나는 괜찮으니까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정말 괜찮으세요?"
"내 마음이 뭐가 중요해? 두 달이나 떠나본 후에 내리는 결정이니까 그게 정답이겠지."
의외로 진중권은 영욱의 귀환을 반겼다. 입만 벌리면 튀어나오던 대학무용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게 정상이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고맙습니다. 사부님."
"대신에 훈련은 더 열심히 해야 할 거다. 너도 알지?"
"당연하죠."
영욱 역시 진중권처럼 대학은 단순히 취업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 입시학원과도 같은 대학을 떠나서 하루 종일 훈련하면 기계체조의 숙련도가 더 빨리 늘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떠나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두 달 동안 밤낮으로 수련했지만 기계체조의 경지가 단 1퍼센트도 늘어나지 않았음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어쩌면 그전의 1퍼센트와는 차원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영욱은 주독야경이 자신의 체질에 딱 맞는다는 사실을 무려 두 달을 소모하고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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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욱은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이희승 교수가 건네준 두 개의 나노 캡슐을 삼켰다. 말로는 조작할 공간이 없다지만 그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나노캡슐 속에다 무슨 짓을 해두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서워서 비싼 것을 썩힐 영욱은 아니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기로 했다.
영욱은 염동력을 발휘해서 관상동맥에 설치되어 있던 기존의 나노캡슐들을 떼어내서 다시 머릿속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나노캡슐들을 설치했다.
새 것의 사이즈가 두 배쯤 컸다. 성능이 서너 배라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노캡슐에 다른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담그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온! 온! 온! 온!'
비록 나노사이즈지만 각각의 위치가 확연하게 느껴지니까 각각의 나노캡슐들을 개별적으로 작동시키고 끄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구형 나노캡슐을 다시 대뇌피질 근처에 설치한 것은 평소에는 산소와 포도당의 농도가 정상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지만 막상 얼음이나 불속에 갇혔을 때는 그렇지도 못하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이희승 교수의 말대로 신형 나노캡슐의 산소 발생량과 포도당 발생량은 구형에 비해서 네 배쯤 많았다. 그래봐야 나노 사이즈에서 발생하는 일이니 총량으로는 아주 미미한 양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노사이즈의 도움도 아쉬운 한계 상황에 이르면 보다 녀석들이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도와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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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도 오늘따라 유난히 영욱의 행동에 관심을 보였다.
"일하지 않고 뭐해?"
"끝났습니다."
"뭐가 끝났다는 거야?"
"이희승 교수가 준 나노캡슐의 설치가 끝났다고요."
"전에도 너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게 정말 도움이 될까?"
말로는 회의적인 반응만 늘어놓는 진중권이지만 눈빛은 그렇게 회의적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영욱의 이어지는 행운들이 이제는 그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영욱도 사부 진중권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겪었던 전투 전부를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시시콜콜한 내용들을 어느 정도 언급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어제 문득 강하게만 보이던 아버지 득환이 어느새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사부 진중권을 보니 그 역시 많이 늙고 외로워보였다.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학과장이 던져준 게 있었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더구나 이번에는 성능이 더 좋고, 예전 것과 합치면 숫자도 배로 늘어난 셈이니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현실의 물건이니까 현실 세계에서야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게 과연 2QB 세상에서도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되던데요."
"그래? 어떻게?"
"따지고 보면 우리가 기계체조를 열심히 수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게다가 보철을 씌운 이빨처럼 몸에 부착된 것은 2QB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소환되니까 두 말할 나위가 없지요."
현실의 물건이 그저 소환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드림헌터라면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누구라도 벌거벗은 채로 2QB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 효과를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예. 얼음 속에 갇히고 불길에 휘말렸을 때 미약하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자세하게 설명해 봐."
"그러니까……."
영욱은 조커 괴물과 싸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김진명 학과장과 이희승 교수와 2대 1로 싸운 이야기까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내 생각에도 나노캡슐의 도움이 없었다면 네가 사퍼모어 급의 드림헌터를 연속으로 이기기는 힘들었을 것 같구나. 그것도 마지막에는 2대 1이었다니까 듣고도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정상적으로 싸운다면 아직 한 명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그저 상대의 방심과 운이 따랐을 뿐이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너도 심화 동작을 배울 때가 된 것 같구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한 효과는 아주 컸다. 사부 진중권은 영욱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고 수업 스케줄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얼핏 듣기로는 기초 동작, 기본 동작, 심화 동작 그리고 경시 동작이 있는데 갈수록 그 위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르쳐준다고 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기본 동작은 더 없어요?"
"없다. 오늘 배울 초식은 바로 심화 동작 제 1식 잔상수족殘像手足이다."
"잔상으로 팔을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발까지 만든다는 건가요?"
"맞아. 하지만 일단 내 시범을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예. 사부님."
진중권이 심화 동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영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도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잔상의 팔을 세 개까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 다리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별로 대단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잔상의 팔을 네 개씩이나 만들어내는 것이 쉬울 리는 없겠지만…….
그런데 그러한 상상을 깨고 마치 진짜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거인의 움직임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비록 몸체가 포클레인의 모습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꿈꾸던 탑승형 로봇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모습만 그런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과 힘을 발휘하는 원리도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사람이나 유인원의 동작과 흡사했다.
다만 위태로워 보이는 긴 다리로 중심을 잡기 위해서 이리저리 빠르게 발을 옮기는 모습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 사부 진중권도 아직 완숙의 경지에 오르지 못해서 그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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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진중권은 단 한 번의 시범으로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동작이기도 했고, 제자인 영욱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시범을 보인 듯했다.
"어떠냐?"
"정말 감동했습니다. 사부님."
"사실 심화 동작부터가 진정한 기계체조라고 볼 수 있지. 남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체조가 아니라 효과적인 전투를 벌이거나 보다 능률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초식들이지."
사부 진중권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줄줄 흘렀다. 그만큼이나 심화 동작의 가치가 크다는 소리였다.
"그렇군요.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이 복잡한 초식을 제가 과연 따라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하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다시 한 번 보여주마."
진중권은 속도를 조금 늦추어서 잔상수족 초식을 되풀이했다. 영욱은 기본 동작 잔상지수 초식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잔상의 팔은 차체가 회전하지는 않는데 반해서 잔상수족은 차체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풍차 돌리기와 흡사한 면이 있는데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서 그러한 회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또한 회전축의 방향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어떤 방향으로든지 빠르게 튀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만일 천천히 보여주지 않았다면 차체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돌고 있었던 것이다.
빠른 회전은 곧 빠른 속도와 파괴력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니 영욱으로서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외줄타기처럼 요행으로만 이어온 싸움을 이제는 실력으로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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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이라도 원리를 알겠냐?"
"예.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군요."
"일단 시도는 해 봐. 보고,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예. 사부님."
사부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영욱은 부푼 꿈을 안고서 심화 동작 제 1식 잔상수족의 수련에 들어갔다.
전투 중에 자연스럽게 풍차 돌리기 초식과 좌충우돌 초식을 섞어서 사용했던 적이 있었으니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 서있거나 그 상태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동작을 해야 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였다.
'이건 익숙한 동작인데…….'
그러고 보니 그 동작은 마치 맨손체조와도 유사했다. 기계체조의 동작이 기계를 배제한 운동인 맨손체조와 유사하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기계 자체가 살아있는 사람의 흉내를 내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욱은 손을 들어 올리거나 휘두르는 동작은 물론이고 제자리에서 뛰거나 허리를 뒤도 꺾는 고난이도의 동작까지도 비슷하게나마 흉내 낼 수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흉내를 내는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숙달이다. 안정되고도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서커스나 진기명기 프로그램의 화려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계의 움직임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에 가까우니까 숙달 여부에 따라서 그 파괴력은 천차만별이 될 게 분명했다. 그것은 골프채를 휘두른다고 해서 모두 타이거 우즈가 될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힘으로 작업하는 게 로봇의 움직임이고 장점이라면 똑같이 움직이기는 어렵지만 숙달 여부에 따라서는 겉으로는 똑같으면서도 몇 배 이상의 힘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의 움직임이다.
기계체조가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 택한 것이 바로 맨손체조라니 영욱은 갑자기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역시도 포크를 타지 않은 채로 기계체조를 수련한 적이 있으니 그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영욱은 이 맨손체조 역시 자신의 몸으로 직접 수련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냥 쉽게 맨손체조라고 표현했지만 태극권의 동작처럼 느리고 동작이 큰 편이라서 흔히 알고 있는 국민체조와는 느낌이 크게 달랐다. 아무튼 영욱은 정신없이 수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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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 동작 제 1식 잔상수족은 작업과 훈련을 100퍼센트 겸할 수 있는 동작은 아니었다.
물론 50퍼센트 정도는 작업도 가능하지만 팔 동작은 작업과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탓에 사부 진중권이 영욱의 몫까지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진중권의 불평은 작업 때문이 아니었다.
"젠장! 아직 8퍼센트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놈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작업과 영욱의 훈련 참관을 동시에 하고 있던 진중권은 결국 꾹 참고 있던 불평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신은 10퍼센트의 경지에 올랐을 때 겨우 자신의 사부로부터 전수받았던 초식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흉내조차도 내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영욱의 재질이 자신보다 뛰어난 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동안 헤맬 줄 알았는데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물론 기계체조의 경지는 부족하지만 드림헌터로서는 뛰어난 편이니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도 프레시맨이지만 이미 사퍼모어 급의 고수 셋을 이기고 그 살과 피를 흡수한 영욱이니 기계체조의 경지를 초월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괘씸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훈련과 작업을 적당히 섞어가면서 해야 하는데 완전히 몰입해서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자가 빨리 배우면 그게 더 좋은 것이지만 이곳은 엄연히 일터라서 그날그날 채워야할 작업량이 있다. 그러니 불평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진중권도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간간히 잔상수족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전에는 깨닫지 못하던 느낌을 깊이 음미했다.
영욱의 동작을 쳐다보면 비교적 잘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동작에 대한 분석도 가능함을 의미했다.
이왕이면 제자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다 보니 진중권도 또 한 차례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24퍼센트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어째서 이런 행운이 자주…….'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가 영욱을 만난 후로 벌써 두 번이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겨우 1퍼센트라고 우습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평생을 매진한다고 해도 깨달음이 없으면 넘기 힘든 게 벽이다.
영욱은 제 3의 눈으로 갑자기 달라진 진중권의 동작을 눈여겨보면서 좀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자신의 눈으로도 보였다.
게다가 사부의 매끄러운 동작을 보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또한 동작을 교정하기도 한층 더 수월해졌다.
사부와 제자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새벽이 올 무렵 영욱도 기어이 8퍼센트의 경지에 올라섰다.
사부가 높은 벽을 넘어섰는데 새파란 제자가 그보다는 낮은 벽을 넘지 못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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