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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344화 (344/352)

〈 344화 〉 강시 아니라고(18)

* * *

의화단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내가 품고 있는 내공과는 다른 기운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내가 마기에서 역한 냄새를 느꼈다는 건 내 기운이 거부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남궁수호가 말하기를, 일반적으로 마기는 섬뜩한 기운을 풍긴다고만 한다.

화산파의 검수들처럼 특수한 무공을 배우지 않으면 기에서 냄새를 맡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니, 내 기운을 퍼트려 반응하는 놈을 잡으면 되는 게 아닐까.

물론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단 한 번뿐인 경험에서 나온 추측일 뿐이고,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지금 시도해 보려는 방법도 성공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내가 내뿜는 기운에 마공을 배운 무림인들이 반응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설사 반응한다고 한들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의화단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었으니까.

막 말로 갑자기 속이 안 좋아져서 그랬다는 식으로 핑계 대면 할 말이 없잖아.

“어떤 방법이오?”

“...그건 비밀이예요.”

그냥 ‘내 몸에 쌓인 기운을 방출합니다’밖에 없는데 이게 왜 효과가 있는지 설명하려면 200편짜리 웹소설 하나 정도 분량은 필요하다고. 나도 그냥 감으로 막 하는 거야.

“잠깐 집중 좀 할게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예요.”

나는 눈을 감았다. 집중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신을 가다듬으니, 점점 내 귀로 들어오던 수많은 아우성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 머릿속이 고요해졌을 즈음, 나는 내 몸 안에 들어차 있던 기운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신들이 가진 정기, 그러니까 이곳에서 선기라고 부르는 것과 내가 가진 권능 탓에 섞여 있는 사기가 비무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든 마기를 가진 자한테는 꽤 불편하게 작용될 터였다.

...어쩌면 정도의 무인들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일단 저지르고 볼 때였다. 아무리 내가 이 전쟁통에 끼어들면 안 된다 생각해도 사람들이 죽어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을 방관할 수는 없었으니까.

월향사부와의 훈련으로 인해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된 기감을 나는 조금씩 넓혀갔다.

“이 기운은...”

남궁수호가 눈치를 챈 걸 보니 그냥 무림인이면 내 기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면 내가 노골적으로 기운을 뿜어내고 있어서 느끼고 있는 건가.

어느 쪽이든 일단 반응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혹시 수상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나요?”

“...있소. 두통에 시달리는 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소.”

나는 눈을 뜨고 남궁수호가 보고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내 눈에도 저 멀리서 머리를 부여잡은 무사가 보였다. 무림 맹원인데 저러는 걸 보니 내통자였나? 아니면 첩자일 수도 있고.

나는 기운을 회수했다.

지금이야 마공 배운 놈들만 반응할 확률이 높지만, 이렇게 퍼트리고 있다 보면 정파의 무림인들도 내 기운에 반응할 확률이 높으니까. 어쩌면 일반인들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빠르게 회수하는 게 맞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무림인 아니면 무림인들 가족이라 일반인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빨리 가 봐요.”

내 말에 남궁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부여잡은 무사에게로 다가섰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멀리서 걷고 있는 남궁수호가 이윽고 무사에게 접근하고,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마공을 익힌 자일까. 아니면 단순히 사기에 민감한 자일까.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생사람을 잡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무사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목 주변을 매만지며 앞으로 닥쳐올 사태에 대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그 무사 외에도 어딘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이 군중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을.

불행하게도, 내 예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곧장 일어나 마침 내 옆을 지나가는 무림 맹 복장을 입은 무사 한 명을 붙잡았다.

“저기요. 무사님.”

“무,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얼굴 붉히지 말고. 한가하게 머릿속에서 결혼식해서 애들 둘 낳고 오순도순 잘 살다가 손주까지 보는 망상 할 때가 아니라고. 고작 소매를 살짝 잡았을 뿐이잖아. 그런 반응 보이면 본능적으로 역함이 올라온단 말이야.

“저기 저 사람들 수상하지 않나요?”

“수상한 사람 말입니까?”

“네. 저기랑, 저기, 저기에 몸을 뒤트는 사람이랑 머리를 부여잡는 사람이요. 뭔가 수상하지 않나요? 마치 뭔가에 시달리는 것 같은...”

“그렇게 수상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날이 더워서 더위라도 먹은 게 아닐까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 있는 사람들을 본 무사는 그들을 보곤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돌아보며 대답했다. 마치 평소에도 있는 일인양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내가 괜히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런가 싶을 정도였다.

“그럼 저 사람은요?”

“그냥 어디가 아픈 거 아닐까요?”

“무림 맹 무사라면 아픈 사람이 보이면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저. 그럼 저는 저분들에게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나는 무사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머리카락 한 올을 늘려 무사의 발목에 감았다. 뭔가 찝찝했기 때문이었다. 내 찝찝함이 찝찝함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슬슬 남궁수호 쪽을 다시 봐야겠네. 이제 결론이 나오고도 남을 시간이니까. 나는 남궁수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비무대에 울려 퍼졌다.

“정파의 무인들이여! 의화단의 간자가 군중들 사이에 숨어 있소!”

갑작스러운 외침에 비무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의화단의 간자가 숨어 있다는 말이 들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의화단은 정파의 적이었므로.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의 시선이 굳은 얼굴로 서 있는 남궁수호에게 집중 되었다. 남궁수호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도 당당한 모습으로 외쳤다.

“이자를 보시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남궁수호가 가리킨 남성을 쳐다보았다.

새하얘진 얼굴에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마치 마공을 쓰려다 제압당한 모양새였다. 눈치채기 전에 점혈로 제압당한 모양이었다. 남성의 모습은 내가 객잔에서 보았던 마공을 쓰던 의화단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정말로 의화단원이 숨어 있었네.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 몰라도, 비무대회에 의화단이 숨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차라리 그냥 쳐들어왔으면 적아 구분이라도 쉽지, 이렇게 섞여 있으면 구분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정파의 무인들은 들으라! 수상한 거동을 취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제압하도록!”

오, 무림 맹주라 그런지 상황판단이 빠르시네.

확실히 일개 무사랑 무림 맹주의 말의 무게가 다른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빠릿해졌다. 나는 비무장을 빠져나가는 사람, 의화단의 간자를 수색하려는 사람들 틈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차피 지금 빠져나가 봐야 별 의미도 없고, 내 생각이 맞다면 이렇게 얌전히 끝날 리가 없었다.

“으악! 기습이다! 기습!”

피 냄새가 난다.

나는 내 시야 한 켠에서 가슴에 손이 꽂힌 채 쓰러지는 무사가 보인다.

나는 검을 뽑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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