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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318화 (318/352)

〈 318화 〉 에포나의 기묘한 모험(4)

* * *

“후, 멋대로 그런 곳에 올라가시면 안 되오.”

“하지만 높은 곳에 올라가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데?”

“그곳은 관사이지 않습니까. 함부로 올라가도 되는 곳이 아니오...”

하만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눈앞의 천방지축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아무래도 그의 생명의 은인은 보통 말썽꾸러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시청 건물 지붕 위에서 그 난리를 친 덕에 경비병들이 범인을 찾겠다고 돌아다니는 통해 겨우 모자를 씌워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재밌어! 뭔가 스릴 넘치네!”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만...저희 쫓기는 중이오. 일단은 자중해 주시지 않겠소?”

“쫓기는 거야 우리?”

“그렇소.”

에포나는 더 신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고방식에 하만은 진지하게 돈이라도 쥐어 줘서 헤어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하루 만에 두 번이나 사고를 쳤으니, 잘못하면 신용 이전에 범죄자가 되게 생겼다.

“따라오십시오. 뒷골목으로 가겠습니다.”

대도시가 다 그렇듯이, 이곳에도 음지가 존재했다. 샤르지의 뒷골목은 경비병들도 잘 들어오지 않으므로 경비병들을 따돌리기엔 최적이리라. 하만과 에포나는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뚫고 다니다 건물 사이에 틈새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여기에 있으면 경비병들도 포기하고 물러날 거요.”

“여긴 뭐 하는 곳이야?”

“온갖 음지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오. 보통 사람은 접하기 힘든 곳이오.”

하만은 이곳을 여러 번 드나들었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뒷골목에도 상점은 있고, 그런 곳에 물건을 공급하려면 드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뒷골목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상인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간 상인은 없었다.

입지도, 재산도 없는 상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뒷골목의 거래만큼 좋은 게 없었으니까. 양지에서 판매하기 어려운 물건들도 이곳에서는 비싼값에 팔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저렴한 축에 속하는 마도구들은 보통 음지에서 만들어지므로, 그런 물건을 사려면 아무래도 뒷골목에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오신김에 구경이라도 하시겠소?”

“좋아!”

“그럼 가시죠. 부디 이곳에서는 얌전히 계시길 바라오. 이곳에서 말썽을 피우면 아주 피곤한 일이 생길 터이니...”

“알았어!”

정말 알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에포나의 얼굴에 지루하다는 표정이 떠올라서 무슨 사고를 칠지몰라 급하게 제안한 하만이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어느샌가 사라져서 사고를 치고 도망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현실을 자각한 하만은 말을 바꾸려 했지만, 그의 말에 신난 에포나가 종종걸음으로 뒷골목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만은 쓸데없는 말을 한 자신을 탓하며 에포나의 뒤에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생명의 은인이고, 그의 손님이었으니까. 훌륭한 상인은 자기 고객에게 충분한 대우해 주는 법이었다.

한 명은 자의로, 한 명은 타의로 뒷골목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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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지의 뒷골목은 도시의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거대한 크기를 지닌 곳이었다. 정확히는 샤르지가 아직 작은 도시에 불과한 시절의 땅이 도시가 거대해짐에 따라 구석으로 밀려나고, 그 끝에 범죄와 불법이 판을 치는 음지로 변해 버린 장소였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이나 병사들은 뒷골목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 했지만, 일부 상인들과 모험가, 그리고 범죄자들은 뒷골목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위험만 감수할 수 있다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뒷골목에서 열리는 암시장이었으니까.

“소문으로는 뒷골목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노예 경매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오. 가 본적은 없지만...”

“노예? 그게 뭐야?”

에포나가 살고 있던 세상은 노예가 없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므로, 에포나는 노예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것에 관심이 없기도 했으므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팔려서 누군가의 종이 된 사람을 말하오. 사용인과 다른 점은 자유가 없다는 것과, 특수한 용도로 팔리는 노예들이 있다는 점이오...”

“그렇구나!”

에포나는 하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암시장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아주. 거친 사막에서 생존을 위한 각종 도구부터 누군가를 저주해 죽이기 위한 저주용 마도구까지, 암시장에는 없는 게 없었다.

에포나는 눈을 반짝이며 시장을 구경했다. 그녀와 그녀의 주인님이 사는 저택에도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파는 물품들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에포나는 만지지도 못 하는 곳에 있었으므로.

“이건 뭐야?”

“홀홀, 이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일주일 동안 복통을 선사해주는 물건이라네. 뭘 먹든 전부 설사하게 된다네. 경쟁자를 방해할 때 쓰기 아주 좋은 물건이지.”

“재밌겠다!”

“...재밌는 물건이라고 보기엔 흉악한 것 같소.”

상대를 일주일 동안 화장실에 처박히게 하는 저주라니. 소소하지만 쓸데없이 위력적인 저주였다. 하만은 자신이 당하면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하며 몸서리 쳤다. 어떻게 보면 죽는 것보다 더한 저주가 아닌가.

사막 한복판에서 저주가 걸린다면 그야말로 지옥길이 열릴게 보였다.

“이거는 무슨 도구야?”

에포나가 고풍스러운 느낌의 항아리를 가리켰다. 물건을 파는 노인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에포나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아, 그거 말인가? 그것도 저주도구일세. 안에 저주하고자 하는 사람의 신체 일부를 넣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네. 더 많은 신체를 넣을 수록 효과가 확실하지. 어때, 두렵지?”

“신기하네!”

“신기하다는 정도로 끝날 일이오? 자, 그리고 다른 물건을 보러 갑시다. 저주도구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영향을 받게 되오.”

“에잉! 그런 미신을 아직도 믿는 녀석이 있나! 그러지 말고 이건 어떤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파이프라네! 이걸로 담배를 피우면 잡념이 사라지지!”

“사람을 백치로 만드는 물건이오?”

“이런, 들켰구만. 끌끌...안 살 거면 어저 꺼지게!”

하만은 꺼림칙한 상점에서 에포나의 손목을 잡고 빠져나왔다. 저주도구를 파는 곳은 어지간하면 들어가지 않는 게 좋았으니까. 에포나는 그 와중에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탐색했다.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기 위함이었다. 흥미 위주로 움직이는 에포나는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에포나가 열심히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던 도중이었다.

“이놈들입니다! 대장!”

“야, 고작 이런 년한테 당했다고 나를 불러? 니들이 그러고도 전갈단이냐?”

“형님! 진짜 저년이 장난 아니라니까요!”

...이런 식으로 트러블에 휘말릴 줄은 몰랐군.

하만은 미리 챙겨 왔던, 허리춤에 꽃아 놓았던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검사도 아니고 상인이었으니 검을 다루는 재주는 일천했지만, 날붙이란 게 실력 없는 자가 잡아도 위협적인 법이다. 하만이 손잡이를 매만지며 검을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에포나는 눈앞의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점을 물건을 구경하길 바빴다.

주변의 시선이 하만과 에포나, 그리고 이 지역에서 나름 이름을 떨치는 전갈단에게 모였다.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은 음지였으므로. 사람 한둘 죽어 나간다고 신경 쓰는 자도 적고, 시체 여럿 생기는 거야 일상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무슨 물건이야?”

“야, 야!”

대장이라고 불린 자가 그들을 무시하고 물건을 구경하는 에포나의 어깨를 세게 쥐었다. 그제야 에포나는 물건 구경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대장이라 불린자를 올려다보았다.

“이 년 꽤 반반한데? 어때, 몸이라도 바치면 용ㅅ...!”

“물건 보는데 방해하지 마!”

“대자아아아아아아아앙!”

흙먼지가 일었다. 에포나의 뒷발 차기에 날라간 대장은 마치 대포알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건물 벽에 부딪치고 나서야 비행을 멈출 수 있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군...

하만이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대장이 한 번에 박살 난 꼬락서니를 보고 전갈단이 덤벼들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이곳의 암흑가를 지배하는 세력이 한둘이 아니었단 점이었다.

하만의 시선이 건물 처마에 앉은 채로 자신과 에포나를 쳐다보는 까마귀와 마주쳤다.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겠군.

하만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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