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9화 〉 1주년 방송(3)
* * *
“자, 마지막 당첨자는 ‘듀라발톱의낀때’님입니다! 야, 장난해? 닉네임 누가 이따위로 지으랬어! 이 변태적이다 못해 마음속에서 깊은 역함이 올라오는 닉네임 빨리 바꿔! 난 너 같은 때 키운 적 없어! 언제나 씻으면서 철저하게 빼내고 있다고!”
듀라/사건사고/논란
닉네임 상태 봐라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 나갈 것 같애
“아니 아까부터 추첨된 애들 닉네임 상태 왜 이래? 아까는 듀라의비듬이란 닉네임이 나오질 않나, 듀라의 새치라는 닉네임도 나오고, 무냐고! 소름 끼쳐! 닉네임 좀 제발 사람 같은걸로 좀 지어!”
응 안 그럴 거야~ 이상한 이름으로 지을 거야~
아 감수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들 나 타격감 좋다고 때리는 거야? 나 운다? 지금 나 서러운 거 안 보여? 이걸 집으로 직접 읊어야 하는 내 서러움이? 이게 1주년 기념? 나 지금, 이러려고 방송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거든?
“아 몰랑. 이제 추첨 끝났으니까 닉네임 읽을 일도 없어! 치킨 못 받은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2주년을 노려 봐!”
에반데
아 치킨 달라고~
나 당첨 안 됐으니 주작임 암튼 주작임
응 주작아냐~
어휴 잘 논다. 나는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양동이에 피를 토했다. 하도 내성이 생겨서 피를 토하는 일이 요즘은 많이 줄었는데, 기어코 피를 토하게 만드네. 한솔이가 아주 좋아하겠군.
“우읍...아무튼 추첨도 전부 끝났고, 굿즈 소개도 끝났고. 오늘 방송은 슬슬 끌 거야. 이 뒤에 1주년 기념 파티도 있거든.”
라이브 ‘해 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라이브야 라이브는. 뭐 내가 RR챗에서 기념 파티하는 줄 알아? 너희들도 들어가서 쉬어야지. 나도 쉬고. 내일도 방송 있으니까 썰 좀 풀어 줄게. 그럼 잘 들어가! 듀바!”
ㄷㅂ
가지 마
ㅂㅂ
오늘도 참 보람찬 방송이었다. 도네로 얼마나 벌었을지 짐작도 안 가네. 못해도 300은 넘는 것 같았다. 수십만원 단위 도네가 한 두 번 터진 것도 아니고 10번은 터졌으니까...이게 기념 방송의 위력인가.
적당히 오프닝 멘트로 분위기를 달구고, 초기 방송 돌려보면서 흑역사 리액션 하고, 추첨도 돌리고 굿즈 소개도 하고 하면서 4시간 동안 빡세게 달렸네. 이 정도면 충분히 알찼다고 생각해.
주년 방송이라 게임을 하기에도 미묘하고, 일단 이 뒤에도 파티가 기다리고 있으니 적당히 끊는 게 좋기도하고. 매일 9시간씩 방송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진짜 난 시공 없었으면 망했어. 아 진짜 시공 1대1 빵이라도 할걸 그랬나.
꽤 재밌는 컨텐츠가 됐을 것 같은데. 막 이런 컨텐츠하면 가끔 나오잖아. 전 프로들이라던가. 그런 사람들 나오면 이제 분위기가 확 뛰어올라서 얼마나 좋은데. 그 사람도 방송하면 너도 나도 윈윈이니까 좋기도, 합방각을 잡을 수도 있고.
내가 방송 쪽 인맥이 좀 부실한 편이라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인도야 무인도. 대신에 판타지스러운 인맥이랑 정부 쪽 인맥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사실 정부라곤 했지만 변이자관리본부 이야기하는 거다.
어쨌든 거기도 정부 기관이니까 정부 맞지.
으, 슬슬 내려가 볼까.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간다. 지금이 5시니까, 슬슬 준비가 거의 끝났겠지. 솔직히 조금 불안하긴 해. 우리 집은 내가 요리 담당인데 애들이 요리를 만들겠다고 하니까...일단 한솔이는 바로 컷 당했지만. 개는 그냥 뭐든 피 부어서 먹으면 그게 요리인 년이라고.
아유 흡혈귀쉑. 결혼하고 싶다면서 결혼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혈액 팩 하나 쥐여주고 아침이라고 우기는 거 아니지? 선하다 선해. 근데 재를 누가 데려가나...생활력이 제로인데.
“주인님! 헤으응!”
“아...에포나. 왜 계단을 틀어막고 있니?”
“나리가 막고 있으래!”
“얍.”
“으앙!”
그 몸집으로 누굴 막으려고. 나는 머리카락으로 에포나를 들어 올리고, 1층에 내려와 주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개판이네.
“아, 끄, 끝나셨나요...”
“그, 그래...”
주방에 인세의 지옥이 도래했구나.
나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 주방을 보며, 저거 다 치우려면 파티는커녕 대청소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뭘 했길래 그 새하얗던 주방이 온갖 재료 조각과 흘린 소스와 국물 같은걸로 난장판이 되는 거야? 세연이가 스트레스로 햄버거 10개만큼 화낼 법한 광경이네. 게다가 딱 봐도 고기는 태워 먹고, 국물은 쫄아 있고, 그 와중에 나리야, 그 새는 뭐야?
아무리 봐도 닭이 아닌데?
“나리야?”
“어, 엄마?”
“그 새는 뭐니?”
“다, 닭이예요.”
“어딜 봐도 생긴 게 닭이 아닌데?”
내가 닭요리를 몇 번이나 해봤는데 닭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왜 닭이 아닌 새 가지고 요리하는지 알겠네...
“닭을 태워 먹었니? 아니면 터트리기라도했니?”
“어...음...그게...”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나는 우리 애가 날 위해서 요리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요. 애가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나는 장난스레 나리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요 귀여운 녀석.
근데 한솔아, 너 여기서 뭐 해?
“한솔아, 너 왜 주방에 있어?”
“아니, 난 도와주려 했지.”
“들어가도록.”
“야. 내가 아무리 요리 못해도 거들 수는 있어!”
“그래서 이 꼴이 나셨습니까?”
“그, 그건...”
“방으로.”
“알았어...”
나는 아마도 원흉인 한솔이를 쫓아내고 직접 주방에 들어섰다. 빠르고 확실한 수습이 필요하다. 매우.
후, 좀 늦었지만 파티 준비는 끝났네. 아주 지옥 같은 파티였어.
나는 식탁 위에 차려진 화려한 상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타깝게도 재료의 반을 버리다시피 해야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지. 배달 음식은 덤이다. 족발은 집에서 만들기 힘들잖아.
“주인님! 나 배고파!”
그래그래. 좀만 참으렴. 내가 건배사 할 시각은 줘야지.
이러니저러니해도 내가 이 파티의 주인공인데 폼 좀 잡아야 하지 않겠니? 그런 것치고는 요리도 내가 다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인 게 어디야. 무려 5명이라고. 나리에, 한솔이, 유라, 에포나, 아나트...
“이제 모일 사람은 전부 모였으니 시작할까?”
“아니, 나는? 나는?”
“‘사람’만.”
유 아 낫 닝겐. 오케이?
“햄버거 32개만큼 화나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농담인 거 알잖아. 나는 다른 사람에게는 폴더가이스트로 보일 허공에 뜬 유리잔을 보며 웃었다. 여기 사람은 안 보여도 처녀 귀신 가정부 하나 있는 것 정도는 다 아니까, 아무도 놀라지는 않았다.
“1주년 축하드려요.”
“그래 아나트. 너도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거진 3달 쯤 됐나...? 너도 고생이 많네.”
“아니예요. 덕분에 새로운 공부도 할 수 있었고...이곳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한솔이는...연애 좀 하나?”
그렇게 연애 연애 거리는데 썸 타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겠지?
“몰라! 시청자들 몰래 애인 만드는 게 쉬운 줄 알아?”
“화이팅!”
“뭔가 킹받네...”
“엄마, 1주년 축하드려요!”
“고마워. 우리 귀여운 딸, 오늘 수고했어.”
“와...이 썩을 거 같아.”
“너는 썩을 이가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말넘심.”
“응 아니야~”
“주인님! 뭔지 모르겠지만 축하해!”
“그래. 너는 말버릇 좀 고치고. 그리고 은근슬쩍 음식에 먼저 손대려고 하지 말고.”
“히잉...”
“언니, 축하드려요.”
“고마워. 오늘 요리 만드느라 고생 많았어.”
슬슬 건배사라도 해볼까.
“내가 방송을 1년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벌써 이렇게 됐네.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너희들 덕분이야. 항상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자, 건배!”
모두가 들고 있던 잔을 부딪혔다.
유리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파티가 시작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