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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306화 (306/352)

〈 306화 〉 만우절...응애

* * *

...여긴 어디? 난 누구?

아니, 드립을 칠 때가 아닌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내 무의식이었나 내면이었나 거기네. 여기라면 좀 익숙하긴 한데...웅녀는 어딨지?

“웅녀야! 어딨어!”

“저 여깄어유!”

웅녀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웅녀를 내 쪽을 부르곤 전에 했던 것처럼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래서 내면세계가 편하다니까.

나는 의자에 앉아 커피 까지 만들어내곤, 커피를 홀짝이며 여유를 즐겼다. 뭐 어차피 잔재가 알아서 찾아오겠지 싶은데 기다리면 되겠지. 잔재가 나한테 들러붙은 이유야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기도 하고.

나름 신들이 만든 물건인데, 꼴에 내 몸을 뺏고 싶다고 난리치는 거겠지. 이 세상에 유일한 신체(??)니까. 적어도 내 몸 말고는 신을 베이스로 한 육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몸에 강림해서 세상을 곱창내든 아니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던 한 것 같은데, 나는 이런 일에 꽤나 익숙한 편이었다.

당장 내가 이 꼬라지가 된 이유가 모리안 그 삽겹살년이 내 몸을 뺏으려는 목적이었고, 그 이후에도 이상한 놈들 많이 꼬여서 잊을만하면 라노벨 주인공 마냥 싸워대기도 했으니까. 그때 생각하니까 아직도 주옥같네.

그 제우스 새끼 족쳐서 다행이었지 못 족치고 졌으면 제우스 첩이 될 뻔했잖아. 그 금발양아치가 뒈져서 정말 다행이야.

“사장님, 근디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나유? 빨리 찾아야...”

“아니 뭐,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여기서 급한 건 내가 아니고 잔재거든.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찾아올 거야.”

“그래두...”

급한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는 없는데. 난 웅녀 앞에 마늘이 들어간 통을 만들어주었다. 웅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늘이 든 통을 들고 마늘을 입안에 가져가려고 했다.

나는 조용히 지옥참마도를 손에 만들어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거침없이 웅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무슨 짓이에유?!”

와, 잘 피하네. 나는 웅녀답지 않게 잽싸게 내 칼을 피한 ‘잔재’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안녕, 잔재야.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웅녀는 마늘을 가져다주면 아무 말 없이 입에 쏟아부을 애란 말이야! 너처럼 깨작거리지 않아! 팝콘처럼 마늘을 한 움큼 집어서 입에 넣어야 그게 웅녀지!”

“그런 인간이 어딨어! 저런 고약한 걸 그렇게 먹을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잖아!”

“거기 있는데?”

“뭐?”

잔재가 눈치채기 전에, 웅녀의 손이 잔재의 뒤통수를 거침없이 후려갈겼다.

“이게 그 잔재인가 뭔가 하는 거에유?”

“응.”

와, 그냥 사람이었으면 머리통이 수박처럼 터져나갔겠네.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리가 날 정도의 일격이었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는 잔재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버렸다.

쓸데없이 웅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탓에 특정 부위가 부각 되어 보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그랬다.

“너 약하네.”

“내가 힘만 있었어도...!”

“그 힘 가지고 나대다 나한테 털린 거 기억 안나냐.”

이런 놈이 뭔 수로 나랑 웅녀 몸을 바꿔놨는지 모르겠네. 나는 붙잡혀서 아무고토 못하는 잔재를 위아래로 흔들며 위협했다.

“야, 제대로 대답해. 돌려놓을 거야 안 돌려놓을 거야!”

“내가 순순히 돌려줄 것 같...잠깐! 이건 제네바 협정 위반이야!”

“지랄 마!”

바꿔놓으면 오늘부터 미트칼리버 거치대로 만들어버리겠어! 나는 심상세계에 불러낸 미트칼리버를 들고 꽁꽁 묶여있어 저항조차 못하는 잔재에게 다가갔다. 잔재가 웅녀 얼굴로 있든 말든, 일단 뚝배기는 깨고 봐야지.

“야! 야! 진짜 때릴거야?!”

“물론.”

“...진짜?”

그렇게 대놓고 애교부리는 얼굴해도 봐줄 생각없는데.

“지 얼굴로 이상한 표정 짓지 마세유!”

웅녀야, 개 그러다 죽겠다. 나는 멱살을 붙잡고 잔재를 탈수기마냥 미친 듯이 흔들어대는 웅녀를 떼어냈다. 얼굴이 붉어진걸 보니 자기 얼굴로 앙탈을 부려서 빡친거 같은데. 그렇다고 네 힘으로 개를 패대기 치면 개가 죽어요.

“그러다 애 죽겠다. 아직은 죽이면 안돼. 아직은.”

“아직은 이라니! 싫어! 싫다고! 겨우 자유의 몸이 되나 싶더니 다시 끌려가기 싫다고!”

“그럼 빨리 몸 원래대로 돌려놓지?”

“몰라! 그땐 모든 힘을 다 꼬라박아서 겨우 한 거란 말야! 난 못해! 못한다고! 그러니까 그 칼 좀 치워주세요! 제발요! 꽃다운 나이의 소녀한테 어떻게 칼을 들이댈 수 있어요!”

와, 이거 좀 킹받네. 몇 대만 때릴까?

“그럼 우리가 널 살려둘 이유가 없는데?”

애초에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책임져도 모자랄 판에 돌려놔도 조금 죄값을 깎아주는 걸 고려하는 정도인데. 애초에 너새끼 상자에 집어넣으면 끝나는 걸 최후의 자비로 기회를 준 건데.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웅녀야, 꿀밤 3대만 때려.”

“...때려두 되나유?”

“괜찮아. 그걸로 안 죽어.”

“나 죽어!”

“어디서 개가 짖네.”

나는 잠시 망설이던 웅녀가 웅녀로 변신한 잔재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을 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거 참 스무스하게 해결되는 구만.

쾅!

웅녀의 딱밤을 버티지 못한 머리가 땅에 박히는 소리였다. 웅녀한테 절대 딱밤 내기같은 거 하면 안 되겠다. 내 머리가 대포알처럼 날아갈 거 같아. 사람이 맞으면 그 날로 듀라한 되는 거지.

쾅!

어지간히 화났나 보네. 애가 은근 순진해가지고 저런 걸 되게 부끄러워 한단 말이야. 나였어도 화냈겠지만, 이쯤되니까 재가 좀 불쌍한데. 한 대만 때리라고 할 걸 그랬나? 뭐 어차피 저정도론 안 죽으니까 상관없지~

쾅!

아예 상반신이 땅속에 박혔네. 만화 같아서 좀 웃겼다.

“살...려...ㅈㅜㅓ...”

“잘 살아있네. 그럼 이제 이녀석 끌고 가서 상자에 박아버려야지. 웅녀야, 가자.”

“알았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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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밤...싫어...그만둬...꿈도 희망도 없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된 거에요?”

“웅녀한테 딱밤 딱 세대만 때리라고 했는데?”

“저런...”

딱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저 새끼가 사고 쳐서 내가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알아? 아무튼 잡아 왔으니까 빨리 상자에 넣자고.

“빨리 집어넣자. 그래야 돌아가든지 말든지 하지.”

“알았어요.”

“잠깐! 봉인 멈춰! X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아니 어디서 그 드립 배워온 건데. 어이가 없네. 나는 봉인되기 싫은지 필사적으로 발악하는 잔재를 쳐다보았다. 잔재는 어떻게든 봉인당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지, 뻘소리를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래 뵈도 나름 이름값 하는 놈이란 말야! 나를 봉인하지 않고 놔둬주면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 돈! 명예! 사랑! 뭐든지 말해!”

“니가 그걸 들어 줄 능력이 있었으면 지금 여기서 봉인되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진 않았겠지.”

“어...아냐! 지금 내가 힘을 다써서 그래! 힘만 돌아오면 내가 정말 뭐든지 들어줄 수 있어!”

거 참 시끄럽네. 그렇게 말해도 봉인 당한다는 미래는 안 바뀐다니까? 참 귀찮게 군다. 나는 마리아에게 눈으로 봉인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상자 앞에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제발! 한 번만 자비를!”

“응 안들려~”

“조금 불쌍한 것 같은디...”

“아까 니 얼굴로 뭔 짓을 했는지 기억하렴.”

“역시 봉인하는 게 좋겠어유.”

좋아.

“용서 못해에에에에에에!”

“시끄러운 녀석이었네요.”

“그러네. 그래서 우리 몸은 언제쯤 돌아올까?”

“하루 이틀 정도면 될 거에요.”

나름 무난하게 끝났네. 근데 판도라의 상자 속에 들어있던 놈이라면, 저건 어떤 거려나.

“저 잔재인가 뭔가하는 놈은 뭐야?”

“희망이요.”

“희망?”

뭐지. 희망이 희망고문의 희망을 말하는 거였나. 뭐 어차피 상자에 들어가서 다시는 못 나올 놈인데 상관없지. 나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몸을 축 늘어트렸다. 이제 이 몸이랑 작별이네. 쓸데없이 가슴이 무거운 몸이라 마음에 안 들었거든.

역시 가슴은 작은 게 좋아...

“그럼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 해야되나유?”

“일단 우리 집에서 지내. 방송은 휴방하면 되니까...”

“알았어유. 잘 부탁드려유.”

“그래그래. 그리고 밥이나 먹자. 오랜만에 배달음식이 좀 그립거든. 내가 쏠게.”

“다들 불러올까유?”

“그래주면 고맙지. 뜬금없는 파티가 되겠네.”

그럼 오랜만에 배달음식좀 먹어볼까?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배달어플을 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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