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98화 (298/352)

〈 298화 〉 외전:어느 봄 날의 방송

* * *

“듀­하!”

시청자 5천명. 이 시간에 참 많네. 언제나 보는 숫자지만 놀랍단 말이야.

­ㄷㅎ

­ㄷㅎㄷㅎ

“봄날에 첫 방송이네. 다들 어제는 잘 쉬셨는감?”

­ㅇㅇ

­듀라님 X튜브 보면서 보냈어요

참 충실한 시청자로구만. 쉬는 날에도 내 영상을 보면서 보냈다니. 나야 저런 시청자가 피가 되고 살이 되니 좋긴 하지만. 그나저나 봄이라서 날씨가 따듯해져서 그런가, 좀 나른하네. 방송을 하기에 최적화된 날씨지만 뭔가 방송이고 뭐고 나들이 방송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야.

물론 버튜버 짓을 하고 있는데 야외방송이 가능할 리가 없지만. 그렇다고 2.5D방송을 할 수는 없고. 게임을 준비해 놓긴 했는데 이런 봄날에 방구석에서 게임방송이라니 뭔가 좀 슬프잖아. 뭔가 좀 봄기운 느껴지는 컨텐츠 없나?

“으~요즘 날씨 많이 풀려서 좋더라. 확실히 겨울이 추워서 싫단 말이야. 여름은 모기새끼들이 많고 더워서 짜증나고. 역시 날씨는 봄이나 가을이 제일 나은 것 같아. 봄이랑 가을은 모기도 거의 없잖아.”

­겨울은 제설이...

­저주받은 단어를 꺼내지 마!

­으아악!

“제설만큼 귀찮은 게 없지. 근데 그럴 땐 애들 있는 게 편해. 애들이 눈사람 만든다 눈오리만든다 하면서 눈을 싹싹 쓸어가 버리니까 집 주변 눈들이 죄다 사라져버리거든.”

당장 눈만 오면 나리랑 에포나가 바로 뛰쳐나가서 눈가지고 노니까 굳이 제설할 필요도 없고.

­ㄹㅇㅋㅋ

­애들한테 눈은 ㄹㅇ 계절한정 특별 장난감이지 ㅋㅋㅋ

­눈사람 이야기 들으니까 눈사람 마렵네

“응~이미 늦었어. 만드려면 빨리 만들었어야지. 난 이번 겨울 동안 애들이랑 눈사람만 4개 정도 만들었다고. 전부다 녹아버리긴 했지만, 뭐 겨울은 다시 오는 법이니까. 다음 겨울에 애들이랑 눈사람 만들지 않을까 싶어. 아니지, 아예 각 잡고 이글루나 만들어 볼까?”

­이글루ㄷㄷ

­스키장에서 만들어놓은 거 들어가 본 적 있는데 생각보다 따뜻해서 좋았음

“나도 들어가 본 건 어릴 때 밖에 없긴 한데 말이야. 겨울에 하나 만들어 놓으면 애들이 거기서 매일 놀지 않을까? 애들이 심심해가지고 나한테 놀자고 조르는 경우가 좀 많거든. 근데 나도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쉬는 날에 놀아주고는 있지만 힘들어.”

­x수들은 그런 거 모름 ㅅㄱ

­여긴 결혼 이전에 모솔 밖에 없어서 모른다고 아 ㅋㅋㅋㅋㅋㅋ

­모임 결혼 나만 한 거였음?

“그런 슬픈 이야기 하지마 x수들아. 차라리 모솔이 나을 수도 있어. 모르는 게 약이라고,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쓴맛보고 돌아버리는 것보단 낫잖아?”

­ㅂㄷㅂㄷ

­기만보소 ㅂㄷㅂㄷ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지금 농락해?

“도배 그만! 그리고 나도 너희랑 같은 모솔이야! 음해 그만! 같은 모솔끼리 싸우지 마! 우리의 적은 커플이다!”

­???????????????????????

­모솔(딸 있음)

­자웅동체냐고 ㅋㅋㅋㅋㅋ

“입양이다 입양! 나는 그저 쾌락 없는 책임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야! 미혼모 아닌 미혼모가 되어버린 것 뿐이라고!”

­쾌락 없는 책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ㄷㄷ

­용케 입양할 생각을 하셨네요...사실상 결혼 포기한거나 다름없으신 거 아닌가요

“응 할 생각 없으니까 괜찮아~ 애초에 딱히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어. 애초에 내가 결혼이니 뭐니 생각했으면 입양을 하려고 했겠어?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흔쾌히 받아들인 거야. 물론 내가 안받아주면 답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진퉁 엘프 꼬마를 누가 감당해. 엘프어도 통하는 나말곤 의사소통도 안 되는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내 선택은 같을 거다. 우리 나리가 얼마나 귀여운데. 착...한지는 모르겠고. 비둘기 치킨은 아무리 생각해도 충격이었어.

근데 어쩌다가 이야기가 여기로 샌거지?

“내 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어차피 내가 한 이야기 또 하고 두 번하고 세 번하고 뇌절의 반복밖에 안되잖아. 그래서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더라?”

­ㅁ?ㄹ

­몰?루

“계절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튼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왔으니 나들이 좀 가고, 옷도 새로 사고 그래. x수라고 방구석에서 방송만 보지 말고. 내가 인생 훈수할 처지는 아니지만, 뭐,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흘려들어.”

­응 귀담아 들을 거야~

­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거 모름? 청개구리 x수 본능을 모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그럼 하든가~어차피 너네 인생인걸. 하건 안하건 니들 맘이지. 뭐가 됐든 행복하기만 하면 된거야. 근데 이제 봄이니까 그 노래 또 올라오나? 왜 저번 겨울에도 슬슬 퇴물 아니냐 소리 하던 놈들 있었는데 어김없이 그 노래 올라왔었잖아.”

­ㄹㅇㅋㅋ

­그 노래 나왔을 때 급식이었는데 이제 학식임 ㄷ

­저 노래 나왔을 때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틀

­잼민이가 말이 짦다

“어휴, 그만 싸워. 애들도 아니고. 우리 X수면 X수답게...아니 생각해보니까 X수다우려면 오히려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애들아,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응 안 싸워~

­X수들 끼리 X기장 열어서 싸움 붙이는 거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X수들 싸움이 꿀잼인거 모름?

­컨텐츠 날로 먹으려고 하죠? 약았죠?

“응 맞아~ 날로 먹으려고 하는 거야~”

원래 뭐든 날로 먹을 수 있으면 날로 먹는 게 최고야~

­기출변형 무냐고 ㅋㅋㅋㅋㅋㅋㅋ

­당당하게 날먹 선언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여기 있지. 뭐 그렇다고 진짜 날로 먹는 거 봤어? 그냥 농담하는 거지. 대신에 봄맞이 시공의 폭풍 10승 켠왕이라도 하려고.”

[듀라팬 1234호님이 1000원후원하셨습니다!]

­제발 날먹해

­절박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공 10승 켠왕은 킹쩔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ㅋ

“에이, 내 실력이면 시공 10승 정도는 금방 하지 않을까?”

­며칠 전에 귀신같이 팀원 잘못 만나서 7연패 하셨던 건 잊으셨나요?

“내가? 언제?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주캐를 잡고도 7연패를 하는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나 혼자 팀 전체 딜의 절반을 우겨넣고도 지는 일이 있을 리가 없지? 1판 빼고 전부 MVP를 찍었는데도 전부 패배하는 그런 지옥 같은 날이 내 인생에 존재할 리가 없잖아?

시발.

­뇌내 삭제 ㄷㄷ

­기억에서 아예 날려 버렸네 ㄷㄷ

“다들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다른 방송이랑 착각한 거 아닐까? 나는 그런 거 몰라~다들 그런 뇌내망상 만들 동안에 벛꽃좀비나 듣는 게 어떨까?”

­벚꽃연금 ㄷ

­그 노래는 언제쯤 차트에서 사라지려나

“내가 보기엔 대한민국 망하는 게 더 빠를 거 같은데? 이젠 벚꽃좀비가 안 들리면 봄이 아닌 것 같다니까? 이 정도면 봄 한정 국가로 인정해도 될 것 같아. 봄에 길거리 걷다보면 어디선가 흩날리는 벚꽃잎이~흩날리는 이거리를~하고 노래가 들려온다니까?”

­ㄹㅇ

­슬슬 번화가 가면 노래 틀어놨을 듯

­봄은 벚꽃좀비 대체할 노래가 아예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벚꽃좀비 이야기 하니까 듣고 싶네. 노래 틀까? 근데 틀어도 되나? 음원은 저작권이다 뭐다 하면서 틀면 안 되지 않나? 아으, 머리 복잡해지네. 그냥 안 틀어야지.

“다들 벚꽃좀비 노래나 틀어. 안 그래도 X로나다 뭐다 해서 밖에도 잘 못나가는데 노래라도 들으면서 봄 기분이라도 내야지. 혹시 알아? 봄기운을 타고 새로운 인연이라도 만날지.”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정겨운 기타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휴대폰으로 틀어놓은 노래였다. 방송에 직접 틀 순 없으니, 폰으로 슬쩍 듣기나 해 봐야지.

“그럼, 슬슬 오늘의 컨텐츠로 넘어갈까? 오늘의 컨텐츠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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