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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96화 (296/352)

〈 296화 〉 외전:행복회로 최대로!(5)

* * *

“내가! 특대검을! 들었다!”

­ㅊㅊ

­ㅊㅊ

­오 특대검 간지

“이 특대검을 봐! 특대검 치곤 가늘게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깔끔한 외형! 아주 긴 리치!그리고 특대검 특유의 둔탁한 맛! 그래! 이게 타격감이다! 소울은 역시 특대검이지! 크고 아름다운 대검만큼 로망을 불타오르게 하는 조합은 없다고!”

­오우 로망 좀 아시는데

­ㄹㅇㅋㅋ

­아 소울은 특대검이라고 ㅋㅋㅋㅋㅋㅋ

나는 3시간의 개고생 끝에 얻어낸 시리즈 전통의 특대검 쯔바이핸더를 든 채로 나는 보스 앞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이 지역의 나름 최종보스였지만, 내 +3강 쯔바이핸더 앞에서는 그저 호구에 불과했다.

“네놈이 패배한 이유는 단 하나다. 넌...내 앞에서 특대검을 들었다. 하늘 아래 두 특대검이 있을 수는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텐션 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부터 개드립 빵빵 터트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효~ 패배자 녀석! 너는 특대검을 들 자격이 없다! 이 특대검은 내가 가져가서 잘 쓸게!”

­특대검 NTR ㅋㅋㅋㅋㅋㅋㅋㅋ

­ ㅜㅑ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남부에 오기를 잘했어! 난이도도 적당하고 파밍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특대검이 무려 두 개! 단 두 개! 유니크 특대검이라고 쓸데없이 요구치가 높기는 하지만 그건 레벨을 올리면 그만이고, 특대검이 두 개나 생긴 걸 기뻐해야지!

“근력 찍어서 이걸로 갈아타면 되겠네. 나름 유니크한 무기인데 성능은 좋겠지?”

­소울류 특)유니크 무기는 거의 다 구림

­ㄹㅇㅋㅋ

­킹왕자의 대검도 구렸다고 ㅋㅋㅋㅋㅋ

“설마, 이번 작은 유니크 무기들 성능 좋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이 대검도 쓸 만하지 않을까?”

뭐 소울류가 무기 성능 구리다고 못 깨는 게임도 아니니까 그냥 꼴리는 대로 하면 되지 뭐. 123도 연달아 깬 프로망자인 내가 무슨 무기를 들든 못 깰 리가 없...

[YOU DIED]

“아니 무슨 던전이 이래! 저 마차 만든 새끼누구야! 나와!”

­저 기믹 극혐이네;;

­닿으면 무조건 즉사인가

­아니 이 던전 너무 극혐인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주변에서는 망할 도적놈들이 석궁을 쏘지, 그 와중에 마차가 나 죽이려고 달려오지.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니 딴 건 둘째 치고, 저 마차 진짜 거슬리네. 기믹 파훼법은 몇 번 죽으면서 눈치 채긴 했지만 몹들한테 맞고 경직 걸리거나 타이밍이 살짝 늦거나 하면 바로 화톳불로 사출당해 버리니까 스트레스 하나는 기똥차네.

X롬 이 새끼들 도대체 유저들을 얼마나 엿먹이고 싶었으면 이따위 기믹을 넣어놓은 거야? 이게 메인 던전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메인퀘스트 던전이었으면 당장이라도 환불 누를 사람이 배는 늘었을 거다.

나는 이런 기믹이 싫다고. 1편 X의 고성 생각나서 괴롭단 말이야...물론 거기보다 악랄 하지는 않...아니 비슷한가? 솔직히 큰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다만 여긴 초반 던전이라 몹들이 약해서 그나마 나은 것 같기는 하지만.

X의 고성 뱀새끼들은 하나같이 더럽게 튼튼해가지고 경직도 잘 안 걸리고, 죽이기도 힘들고, 하여튼 온갖 욕이 다 튀어나오게 하는 몬스터였다. 정말 끔찍해가지고 빡종하고 싶었는데 자존심이 있어서 그렇게는 못하고, 방송으로 들어오는 돈은 달달하고,

무엇보다 미션이 걸리니 상금 때문에라도 절대 포기 못하고!

이번에는 미션 같은 거 걸려도 무시해야지. 미션 걸리면 너무 신경 쓸게 많아서 귀찮단 말이야.

정배든 역배든 알게 뭐야. 난 나만의 길을 간다! 가즈아! 보스를 향해!

“오, 저게 보스인가 보네. 나무령? 몸집 더럽게 크네. 좀 둔하려...저게 뭔데!”

나는 예상과 다르게 거대한 보스몹이 개들 마냥 날렵하고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나를 향해 달려들자 식겁하며 회피키를 난타했다. 구르면서 락온을 걸어놨었기에, 보스 녀석이 격렬하게 움직이며 나를 향해 달려드는 통해 카메라가 어지럽게 회전했다.

“미쳤냐고! 뭐 저리 정신없어! 이게 초반 맵에 넣어둘만한 보스냐! 그냥 장르가 다르잖아!”

X러드 본에 나올 법한 보스잖아 저건!

­ㅈㄴ 어지럽다

­ㄹㅇ 진짜 에반데 저건

­와 씨 멀미할 것 같아...

화면 180도 턴 좀 그만시켜! 내 눈도 핑핑 돌겠다! 나는 그 와중에도 회피키를 눌러가며 보스몹의 공격을 피해냈다. X롬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었던 건지 보스몹의 공격 판정은 그리 넓지 않아서 회피키만 잘 눌러줘도 보스몹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당할 일은 거의 없었다.

“특대검 맛좀 봐라!”

이게 너를 죽일 무기야!

나는 거침없이 공격키를 눌러 보스의 피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깎아냈다. 보스피가 생각보다 많은 것도 많은 건데 하도 몸을 뒤틀어 대는 탓에 때 아닌 술래잡기를 자주 해야 되는 게 아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겪은 보스몹들이 이거랑 비교해서 더했으면 더했지 못한 놈은 적었던 탓에 피를 4할 정도 까지는 무난하게 깎아낼 수 있었다. 이 상태로 계속 피를 깎아내면 무난하게 깰 수 있겠지?

그렇게 행복회로를 돌리며 한땀 한땀 쯔바이핸더로 보스몹을 두들기던 도중이었다.

빈틈을 노려 차지 강공격을 보스에게 때려 박은 나는,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는 보스몹의 몸을 보고 불길함을 느끼며 곧바로 뒤로 회피키를 눌렀다. 하지만 처음 본 패턴에 내가 완벽하게 반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화면이 노란색 불꽃으로 가득찬다. 내 캐릭터는 노란색 불꽃에 맞아 날아가고, 뒤이어 바닥에 서 튀어 나온 불기둥에 맞아 사망했다.

[YOU DIED]

“안 돼!”

­돼!

­ㄲㅂ

“아니 뭐 이딴 패턴이 다있어? 어떻게 되든 맞으면 그냥 즉사잖아?!”

­그럴 땐 레벨이 부족하지 않은지 생각해봅시다.

­ㄹㅇㅋㅋ

­아 RPG가 다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벨빨로 못 깨는 RPG겜 찾기 힘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레벨빨로 밀면 못 깨는 RPG는 RPG가 아니지...”

성장을 해도 못 깨면 그건 그냥 똥겜이지! 아니 생각해보니까...

“...소울류는 손 안되면 못 깨는 건 여전하잖아?”

­ㄹㅇㅋㅋ

­고건 맞지

­컨 구림= 못 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레벨이야 적당히 돌아다니다 보면 오르겠지. 나아는 일단 이 보스새끼 뚝배기를 부수고 바아아아앙종을 하겠슴다. 오케이?”

­더 해줘

­지금 20시간 이상 방송 중이심;;

“너무 오래하긴 했어. 내 방송 시간 중에 이거보다 긴 방송이 없었지 아마? 슬슬 좀 피곤하기도 하고, 이 보스만 잡고 방종할게.”

­24시간 찍겠네 ㄷㄷ

­그냥 들어가시는 게 낫지 않나

­몸 상해요

“괜찮아. 아직 그정도는 아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보스전 트라이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10트쯤 하고 나니 보스의 패턴에 눈에 익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오래 걸린 건 이 새끼가 좁은 보스방 안을 고장난 고양이 마냥 미친 듯이 날뛰어서 그런 게 컸다. 몸집은 범고래만 한 게 움직이는 건 더럽게 빨라서 패턴이 제대로 안보이는 것도 있고.

좀 박아보면서 알게 된 거지만, 이 새끼 패턴은 거의 돌진­>돌진­>회피­>브레스나 가까이 붙으면 앞발을 휘두르거나 찍어버리는 식이었다. 그리고 체력이 40%정도 까이면 자기 몸 주변에 불꽃 두르고 폭발시키는 패턴이 추가되고. 그 패턴은 가까이 붙어 있으면 맞는 게 확정이다 싶을 정도로 양심이 없는 불합리한 패턴이었다.

“진짜 저 패턴 짜증나네. 특대검이라 느려서 잘못 맞물리면 그냥 억까 당하잖아. 가드해도 밑에 바닥 터지는 거 까지 같이 맞으면 그냥 한 방이야.”

­체력이 너무 낮아서 그런 거 아님?

­20은 좀 낮지

­30은 찍으셨어야...

“특대검 들려면 어쩔 수 없어! 특대검 스탯 요구치가 좀 있으니까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거야.”

어느덧 트라이 시간이 1시간을 넘겼다. 이제는 슬슬 킬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큰 패턴 맞지 않게 됐...

[YOU DIED]

“아 컨미스 났네. 다시 갈게요.”

­근성 ㄷ

­이러다 진짜 24시간 넘어설듯;;

­!업타임

방송 시간:23시간 11분 10초

진짜 24시간 찍겠구만. 정말 피곤해 뒈지기 전에 빨리 깨야겠어.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 이미 반쯤 죽은 몸 아냐? 듀라한이잖아. 머리도 분리되는데 살아있다고 말하기엔 쪼금 그렇지 않나?

아님 말고.

트라이 21번째. 이제는 슬슬 폭파 패턴 타이밍이 보이기 시작해서, 두세 번에 한번쯤은 패턴을 피하기 시작했다. 피를 까고, 눈치껏 뒤로 달려서 폭발을 피하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건 눈치였다.

저 빌어먹을 패턴은 체력이 일정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쓰는 페이즈 변경 패턴이기 때문에 폭발패턴을 쓸 피가 되면 일단 뒤로 빠지고 보는 거다. 폭발 보다 넓은 범위에 불기둥이 솟아오르지만 그거 피하기는 쉽고.

둘 중에 하나만 맞는다면 즉사는 면할 수 있으니, 나는 최대한 뒤로 빠져서 재정비를 했다. 이번에는 피를 절반이상 까버렸고 에스트도 하나만 마신 덕에 여유가 있었다. 나는 보스가 딜타임이 긴 패턴을 시전하기를 빌며 다시 보스에게 들러붙었다.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보스의 패턴을 회피로 전부 피해내고, 공격을 박으며 피를 20%나 더 깎아냈다. 이제 곧 끝이었다.

“좆밥새꺄! 주거!”

이제 막타만 때리면...응? 나는 직감적으로 보스가 있는 곳 반대편으로 굴러 최대한 멀어지기 시작했다. 느낌이 정말 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보스는 폭발 패턴을 쓰기 시작했다.

“아니, 페이즈 변경할 때 나오는 패턴 아니냐고!”

­ㄹㅇ

­또 쓰네

­그래도 살았으니 ㄱㅊ

“이번엔 진짜 주거!”

이제 딸피잖아! 제발 죽어! 슬슬 나도 들어가서 쉬고 싶다고! 물론 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 눈치 보이니 쉬긴 해야지!

“그로기다! 마지막은 앞잡으로 가즈아!”

보스의 머리로 잽싸게 달려간 나는 보스의 머리에 앞잡을 시전했다. 거대한 특대검이 보스의 머리를 야구선수 마냥 호쾌하게 후려친다. 체력바가 전부 비워진 보스는 내게 룬과 이이템을 주며 산화했다.

“이겼다! 엘븐링끝!”

­응 아니야

­ㅊㅋㅊㅋ

­오 깨셨네

“그럼 저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 방송으로 찾아올게요~ 트바~”

­수고하셨어요~

­듀바~

­ㄷㅂ~

지금 진도 보니까 일주일 정도는 엘븐링 강점기겠구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송을 종료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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