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5화 〉 외전:행복회로 최대로!(4)
* * *
“으아아악! 무슨 초반 보스가 이렇게 어려워?!”
대략 50번 가까이 유다희를 본 나는 소리를 지르며 가까스로 샷건을 칠 뻔 한 것을 멈추고 열심히 머리카락을 놀려 보스방으로 달려갔다. 뭔가 되게 무의미해 보이지만 원래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지!
꼬라박을 때 꼬라 박아야 돼! 그게 인생이니까!
은근 슬쩍 패턴에 쌍수로 엇박 넣는 거 킹받네
엇박 극혐 ㅋㅋㅋㅋㅋㅋ
그냥포기하고 다른데 가시는 게 어떨까요?
“내가 소울 123을 엔딩을 다 봤는데 초반 보스한테 이렇게 고전하고 못 깨면 그건 수치야! 수치라고! 내가 24시간을 달리는 한이 있어도 깨고 만다. 망할 보스 새꺄!”
내 딜은 숟가락 딜이고, 몸은 맞으면 두 방에 화톳불로 강제 사출당하고, 패턴은 넓고 길어서 피하기도 힘들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야 난국.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씨게 너프를 먹었길래 직검 평타딜이 70밖에 안 뜨는 거야?
전작은 직검소울 소리 들었는데 이번 작은 내가 직검을 들고 때리는 건지 나뭇가지를 들고 모르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 쥐꼬리만한 딜로 보스를 잡으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으아아아아악!
“게임 한 번 골때리네, 이거 온전히 고통받으라고 작정한 거 아니야? 나름 망자인 내가 이정도면 다른 뉴비들은 다 제초당하는 거 아니야? 역대 뉴비 제초기 중에서 제일 악랄한데? 환불의 심판자나 X박자도 이정도는 아니었단 말이지. 개내들은 적어도 패턴 쓰고 나서 2초 정도는 기다려 줬단 말이야.”
ㄹㅇ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초반보스 무냐고 ㅋㅋㅋㅋㅋ
X리가드부터 느낌 쎄했는데 이거 뇌절 아님?
“뭐 일단 좀 더 해보면 알겠지. 아직 2시간 밖에 만 박았어.”
3시간 째. 이놈 하나 때문에 계획이 다 어그러지네. 적당히 박고 잡아서 도네 받으면서 맵을 탐험할 생각이었는데, 이러다 후발대가 나보다 먼저 잡겠네.
“57트 갑니다.”
이러다 오늘 이 밀키트인가 뭔가 하는 새끼 하나만 잡고 방송 종료하겠네! 뭐가 이렇게 어려워? 무슨 초반 무기로 후반보스 잡기 미션 하는 느낌인데. 이 새끼 사실 중반부 보스인거 아냐?
“애 두 번째 보스 맞아?”
ㅇㅇ
그건 맞대
에반데 ㅋㅋㅋㅋㅋㅋㅋ
“이놈을 두 번째로 잡으라고? 어디서 노가다 뛰고 와서 잡으라는 건가? 아 몰라, 눈 앞에 보스가 있는데 쫄튀할 수는 없지. 일단 어딜 가든 이놈은 잡고 본다.”
나는 다시 한 번 보스룸에 입성했다. 이제 패턴도 눈에 익었고 어지간하면 피하는데 말이야, 문제가 저 놈이 너무 튼튼해. 체력이 얼만지 몰라도 딜각 자체가 잘 안 나오는데 내 딜은 이쑤시개 딜이고 저 놈 체력도 초반보스 치고는 좀 높고.
그렇다고 추하게 빤스런 할 수도 없고. 나 혼자 한다면야 빤스런이나 빡종이라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적어도 방송인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했다. 이제 곧 PC판이 나올 시간이지만 최소한 그전에는 깨야지.
“다시 한 번 빠르게 갑니다. 템포 따라오세요.”
[YOU DIED]
“끼에에에에엑!”
10초컷 ㄷㄷ
정작 손이 템포 못 따라감 ㅋㅋㅋㅋ
ㅎㄷㄷ
“진짜 저 빛나는 검 휘두르는 거 짜증나네! 뭐만하면 갑자기 휘둘러대서 가드 부서지고 한 대 두들겨 맞아!”
너무 불합리한 거 아냐? 무슨 방패가 소형방패도 아니고 나름 중형방패인데 가드가 종잇장 마냥 깨져버려? 이거 방패가 엄청 너프된 것 같은데? 적당히 뚫려야지 무슨 뭐만 하면 뚫려? 이정도면 방패 안 들고 그냥 직검 양잡하고 후려치는 게 더 나을거 같은데?
ㄹㅇ
거의 방패 쓰지 말라는 느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 걸리네 진짜. 나는 재시작 버튼을 누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착한 생각...착한 생각...밀키트잡으면 X수들이 도네 많이 쏴줄 거라는 착한 생각...착한 생각...아니 이거 착한 생각 맞나? 아무튼 금융치료만 해주면 이 지옥 같은 트라이도 웃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아닌가? 정신 나갈 것 같애!
살려줘! 난 이런 무간지옥에서 고통받고 싶지 않아!
“후...다시 가즈아!”
이번에는 진지하게. 빡세게! 자신있게! 나는 보스방에 들어와 방패를 든 채 다시 보스와의 결전을 시작했다. 멀리 있으면 도약해서 날아오거나, 아니면 뛰어와서 지팡이를 휘두르거나. 분명 패턴 자체는 단순하게 그지 없는데, 쓸데없이 많은 타수가 방어를 무력화 시킨다.
거기에 가끔씩 왠 빛나는 칼을 들고 추가타를 박는데 이건 드럽게 빨리 박아댄단 말이지.
최소 3번 정도는 피해야 방패로 막아서 가드카운터를 날리든, 평타 한방을 박든 할 수 있다. 그로기는 직검이라 꿈도 꾸기 힘들고...그래도 한 번 정도는 걸리긴 하드만. 데미지가 쥐꼬리만큼 들어가서 그렇지.
피 반 날려서 2페로 가면 이젠 망치를 들고 후려치기 시작하는데 이건 너무 아파. 무조건 에스트 한 개는 빠져. 가드하면 가드가 작살나고. 결국 모든 패턴을 회피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문제는 이 놈이 엇박패턴을 남발한다는 점이다.
도저히 적응이 안 돼!
“이제 슬슬 패턴은 다 익힌 것 같은데...”
1~3까지 하면서 이정도로 벽 느낀건 처음 보는 듯
사려다가 듀라님 방송보고 포기했음;;
“아냐! 사! 나만 고통 받기 싫단말이야!”
응 사라고 해봐~ 고통받는 모습이나 볼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망할 X수 새끼들...나는 이를 갈며 눈 앞의 보스전에 집중했다. 하도 죽어서 패턴에 익숙해진 탓에 이제 몸이 자동반사를 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바쁘게 놀리며 침착하게 패턴을 피해가며 사이사이 공격을 저놈의 몸에 꽃아 넣었다.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
이쑤시개만한 딜을 반복해서 우겨넣는다.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딜량이지만, 그게 계속해서 박힌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나는 계속해서 딜을 누적시키며 보스의 피를 10%아래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후...”
오 깨나?
가즈아~
침착하게 휘두르는 망치를 피하고...한번, 두 번, 세 번!
[...기억했다, 빛바랜 자여...]
“이겼다! 만세!”
이겼다! 이겼어! 이겼다고! 망할 밀키트 새끼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 너 같이 주옥같은 보스는 이제 다시는 만나기 싫으니까! 쓸데없는 대사 치지 말고 빨리 꺼져! 어차피 스토리는 X롬뇌들이 알아서 정리해줄 테니까 난 관심 없어!
만세!
PC판 발매 시간에 맞춰서 깨셨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자자, 이제 이걸로 레벨 업좀 하고 맵 좀 돌아다녀 보죠! 무기 좀 바꾸고 싶어! 3에서 빨리 민다고 직검만 질리도록 써서 이번엔 좀 다른 무기 좀 써보고 싶단 말이야. 이번엔 특대검 써볼까?”
보스몹이 하는 꼬라지 보니까 특대검이 땡긴단 말이야. 지 혼자 강강중강약 자진모리장단을 쉴새 없이 펼치는데 특대검으로 조용히 하세요!를 시전에서 뚝배기를 부셔버리고 싶어. 직검은 짧고 약해서 힘들단 말이야.
특히 이번 신작은 적들 물량이 많아서 한 마리씩 한땀 한땀 잡고 있을 여유도 없어가지고. 딜로 찍어 누를 거 아니면 특대검 들고 다 밀어 버리는 게 답일지도 몰라.
아 소울은 특대검이지 ㅋㅋㅋㅋㅋㅋㅋ
특대검 버려? 버려?
특대검 코인 탑승합니다
“오케이, 그럼 특대검 얻으면 특대검으로 넘어갈게. 나도 크고 아름다운 무기 한 번 휘둘러 보고 싶기도 하고...”
나는 멀키트를 잡았던 곳에서 빠져 나와 맵으로 다시 튀어나왔다. 동쪽이랑 남쪽 중에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볼까? 동쪽? 남쪽?”
[듀라팬1234호님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속보)남쪽 반도에 특대검 쯔바이핸더를 파는 상인이 있음
“뭐? 아 쯔바이핸더 근본 특대검은 못 참지! 거기가 어디야! 바로 찾으러 간다!”
그럼 다음 행선지는 그곳이네! 나는 내 애마 복돌이를 타고 남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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