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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74화 (274/352)

〈 274화 〉 외전:이런 모습은 처음이야(1)

* * *

“주인님! 주인니이이이이이이임!”

아침부터 뭔 지랄이야. 새벽까지 정리하느라 잠 제대로 못 잤다고...자게 해줘...저 놈의 망아지 새끼 확 말고기를 만들어버릴까 보다.

아침 댓바람부터 나를 부르는 에포나의 목소리에 나는 어리를 베개에 파묻고 가슴팍까지 내려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나를 부르는 에포나가 뭔가 사고를 치고 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어서, 나는 되도록 사건이 나에게 다가오는 비정한 현실에게서 조금이나마 멀어지려고 했다.

저 에포나가 나를 그렇게 놔둘 리가 없지만. 오늘은 도대체 무슨 사고를 쳤을까.

정원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다가 나무라도 부러트렸나? 아니면 거실을 또 어질렀나? 아니면 또 냉장고에서 당근 몰래 빼먹었나? 아님 문짝 하나 해먹기라도 한 걸까?

...경우의 수가 드럽게 많이 떠올라서 슬프네.

우리 집에서 사고를 가장 많이 치는 리온과 에포나니까 어쩔 수 없긴 한데. 한쪽만 사고 치면 괜찮은데 칼라라도 연결된 건지 사고를 같이 치더라. 그래도 저번 치킨 건처럼 큼지막한 사고는 요 근래 친적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어느 쪽이든 그냥 자고 싶어...

조금 늦게 듣는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잖아...?

아무튼 나는 잘거야! 내 수면을 방해하지마!

“주인님~? 엄청난 일이 생겼어! 주인님? 주인니이이이이이임!”

저 망아지가 오늘따라 상태가 더 심각하네. 왜 저래? 이번엔 진짜 대형 사고라도 쳤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불안감을 느끼는 사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말발굽 소리가 아니네?

뭐지? 나는 의아한 소리에 눈을 뜰까 했지만, 내 안전한 수면시간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자는 척을 했다. 솔직히 눈 뜨고 싶지가 않아. 어떤 사고를 쳐도 내가 보기 전에 그 사고는 없는거나 다름없다고...

“주인님?”

가, 나 잘거야. 하지만 우리 에포나가 그렇게 쉽게 떠날 리가 없었다. 나는 침대에 느껴진 진동에 에포나가 침대 위로 올라왔음을 눈치챘다. 근데 평소보다 침대가 더 흔들리는 거 같다?

나는 이불 사이로 누군가 비집고 들어오는 감각을 느겼다. 평소처럼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거 뭔가 이상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잘못된 느낌. 나는 이불속으로 들어온 에포나의 몸이 내 품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평소보다 좀 더 큰 느낌인데.

평소처럼 어리광이라도 부리면서 나를 꺠울 생각일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에포나의 몸을 손으로 더듬으며 얼굴이 핥아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손을 뻗었다.

“어?”

뭐야, 아니 잠깐. 털은? 털이 어디갔지? 도대체 뭔데? 왜 평소처럼 부드러운 털의 감촉이 늒껴지질 않고 매끈한 피부의 감촉이 느껴져?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갑자기 눈을 뜨기가 두려워졌다.

뭔가, 눈을 뜨면 내 인생이 좆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할까.

“주인니임~이것 봐바!”

“에포나, 솔직히 말해. 너 무슨 짓 저질렀어?”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물었다. 내 코앞에서 들린 목소리는 분명히 에포나였으니, 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촉은 에포나이리라. 그렇게 짐작하면서.

“음~아무것도 안했어! 그래도 나 힘내서 드디어 성공했어!”

무슨 뜻이지? 성공? 뭘? 눈뜨기가 정말 두려운데 도대체 뭘 성공했다는 거야? 혹시 석시딩 유어 마스터라도 시전할 생각이니? 나 28세 이유진 그렇게 쉽게 당하진 않는다!

...막 이래. 이제 눈을 뜨면 모든걸 확인할 수 있으니 눈을 떠야겠지? 근데 눈을 뜨기가 싫네...졸린 것도 졸린 건데, 왠지 눈을 뜨면 내 인생이 그대로 종을 칠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래도 눈을 뜨긴 해야 하는데.

“엄마!”

“언니!”

뭐, 뭐야? 내가 눈을 뜰지 말지에 대해서 망설이던 찰나. 리온과 유라가 문을 열고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뭐지?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이번엔 진짜 사건인가?

뭐 갑자기 게이트라도 튀어나와서 문이 열리기라도 했나?

아니면 뭐 시공의 폭풍이 열렸어?

“언니! 에포나가 사라졌...!!!”

“...에포나 여기 있는데?”

나는 결국 수면을 포기하고 이불을 걷어내곤 일어났다.

“...언니? 옆에 누구...”

유라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단 느낌이었다.

“..,봐봐, 에포나 여기 있잖...?”

“헤으응...주인님...”

누구세요?

“언니? 나 언니 그렇게 안봤는데...”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지 마!

“엄마...?”

아니야! 아니라고! 유라가 잽싸게 리온의 두 눈을 가렸다. 아니 그러니까 진짜 범죄현장 같으니까 그만해!

“왠 알몸 꼬마가 내 품에 안겨서 헤으응 거리는 건 내가 의도한 게 아냐! 내가 그런 파렴치한 쓰레기처럼 보여?”

“...112에 신고할게요.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엄마...잘가.”

“날 보내지마! 이건 모함이야! 모함이라고!”

발목에 철컬철컹 은발찌는 싫어! 나는 그런 악세서리 필요 없다고!

“헤으응...주인님...조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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