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화 〉 외전:엘프는 예로부터 육식주의자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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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고 싶다...”
공원 한 구석에서, 하늘을 쳐다보던 리온이 중얼거렸다. 치킨을 먹지 못한지 일주일 째, 리온은 치킨이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바삭한 튀김옷에, 윤기 넘치는 속살. 한 입 뜯을 때마다 쭉 찢어지는 속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치킨은 리온에게 있어서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치킨 금지령이라니! 물론 요 근래 치킨을 열심히 뜯기는 했지만, 치킨 금지까지 할 줄은 리온은 예상하지 못했다.
치킨...맛있는데.
리온은 공원 한 구석에서 쭈그려 앉은 채로 생각했다. 치킨이 먹고 싶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그녀의 양어머니의 식단은 맛있기는 하지만 치킨 같은 강렬하고 유혹적인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엘프식 식사에 나름 가까운 채소 위주의 상차림이라, 리온은 묘한 느낌을 받곤 했다. 고기가 엘프식 식단보다는 훨씬 많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리온 입장에선 엄청 많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맛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치킨이 먹고 싶었기에, 리온은 어떻게 하면 치킨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먹는다?
리온이 받는 용돈이면 충분히 치킨을 사먹을 수 있겠지만, 혼자서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였고 시켜먹자니 유진에게 걸릴게 뻔했다.
유진은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치킨을 혼자 뜯고 있으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그러다 돼지가 된다고 핀잔을 줄게 뻔했다.
게다가 이미 3번이나 사먹은 탓에 용돈도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3번 연속으로 치킨을 뜯으니 유진이 치킨 금지령을 때리기도 했고, 아직 금전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리온은 치킨을 사먹는데 용돈을 쾌척해 버렸기에, 수중에 남은 돈으로는 치킨을 뜯는 것은 무리였다.
“치킨...치키인...”
어떻게 하면 치킨을 뜯을 수 있을까. 리온은 고민했다. 통닭을 사먹는 다는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금빛 바삭한 튀김옷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 치킨들은 가격이 가격이라, 수중에 만 원 정도 남은 리온 입장에선 치킨을 사 먹을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것도 문제였다.
에포나를 타고 약 20분. 길거리에선 속도를 낼 수 없고, 에포나는 너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리온은 에포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폭주하는 에포나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공원정도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지만, 길거리를 질주한다면? 또 유진이 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리온은 생각했다. 치킨이 먹고 싶기는 하지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의 뒤통수를 취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깐...아니 엘프라지만 사람의 도리를 모르지는 않았으니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
“리온! 무슨 일이에요?”
“아. 아나트 언니...”
리온은 걱정스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식객, 아나트를 올려다보았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나트는 아무래도 운동삼아 공원에 온 모양이었는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고민이 있으면 저한테라도 말해볼래요?”
아나트는 상냥한 목소리로 리온에게 말했다. 아나트 입장에서 리온은 은인의 딸이었고, 따라서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어린아이를 좋아하기도 했고, 아이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말을 걸어보고 싶은 게 어른 아니던가. 리온은 아나트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고민을 털어놓기로 했다.
“치킨이 먹고 싶어.”
“치, 킨...”
그게 뭐였더라? 아나트는 치킨이란 단어가 무슨 뜻이었는지 고찰하다, 그것이 요리 이름이었음을 깨달았다.
“치킨이 먹고 싶으면 사먹으면 되지 않나요? 아니면 어머님한테 이야기하면...”
“치킨을 너무 많이 먹어서 금지래...그리고 너무 비싸서 못 사먹어...”
“그래요? 음...아! 여기 세상은 음식 레시피 정도는 인터넷인가 이더넷인가 하는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데, 그럼 레시피를 찾아서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보통 재료를 사서 만드는 게 더 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뭐, 농담이지만요.”
아나트는 요리에 수고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고 있는 입장에선 직접 만들어 먹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한 농담이었다.
그리고 아나트는, 눈 앞의 치킨 중독자가 얼마나 치킨에 환장했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어린아이의 밥투정이겠거니 생각할 뿐이었기에, 적당히 내뱉은 말이었기에 그녀의 말이 가진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거야!”
“네?”
“치킨을 못 사먹는다면 만들어 먹으면 되지!”
“네?”
“치킨을 뭐로 만들지? 닭? 닭은 새니까 그럼 새를 잡으면 되는 거지?”
“리, 리온?”
치킨=닭=새라는 완벽한 도식이 리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리온은 공원의 한적한 구석으로 달려가 나무를 타고 몸무게를 이용해 나뭇가지를 부러트렸다. 아나트는 갑작스런 급발진을 따라가지 못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리온을 따라갔으나, 엘프 특유의 재빠른 몸놀림을 아나트가 따라갈 수는 없었다.
망했다.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지만 무언가 일이 생길 것만은 확실했다.
아나트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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