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 IF외전:선을 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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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색한 시선이 서로 얽히고 얽혀 끈적하게 달라붙었을 때, 나리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있는 유진에게 다가가 바로 옆에 앉았다. 나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아마도 에포나와 어머니의 옆에 붙어 다니는 유령이 만들어준.
나리는 살며시 유진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부드러운 살갗과 살갗이 맞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나리는 어색해하는 유진에게,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으, 음...아무것도 아니란다.”
“혹시, 들으셨나요?”
제가,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뒷말은 하지 않아도 유진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리는 유진의 반응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유진은 이 상황이 마냥 어색했다. 수 십년 동안 연애를 해본적도 없고, 정신없이 살아오지 않았던가.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결혼할 이유도 없었기에 연애세포는 이미 말라붙어 죽어버렸다고 유진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가. 유진은 오랜 친구인 세연이가 넌지시 알려준 사실에 낯선 눈으로 나리를 쳐다보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의식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의 나리와 지금의 나리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딘가 퇴폐적인, 하지만 눈동자 속 깊은 곳에선 아직도 순수함이 살아있는. 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켯다.
“그래요. 저는 어머니를 사랑해요.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성적으로, 연애대상으로요.”
“넌 내 딸이야.”
“배 아파 낳은 딸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유진은 복잡한 눈으로 나리를 바라보았다. 수 십년 동안 딸로 여겨왔던 아이의 사랑고백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까. 며칠 전의 잠자리에서의 대화도 대상이 나였기 때문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거구나, 하고 불현 듯 깨닫기도 했다.
“...나보다는, 더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좋을텐데.”
유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점진적으로 유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유진은 점점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꼇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 없었다.
“제 인생에 어머니보다 좋은 사람은 없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나 같은 늙은이가 뭐가 좋다고.”
“...저보다도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지신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적어도 그녀가 유진을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유진의 외모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새하얀 백발과 정수리를 기점으로 나눠지는 반쪽의 적발. 황금을 깎아 만든 듯한 황금색 눈동자. 새하얗고 아기처럼 부드러운 피부와 작고 귀여운 입술. 크진 않으면서도 존재감은 확실한 오똑한 코.
나리에겐 모든 것이 애정의 대상이었다.
“솔직히, 무서웠어요. 고백했다가 사이가 더 멀어질까봐.”
“...그렇겠지.”
“하지만, 어머니도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으시네요.”
“아, 아니...그냥 너무 놀라서 당혹스럽다고 해야하나...딸한테 고백 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 했어서...”
나리는 횡설수설하며 시선을 피하는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표정이라, 나리는 신선함과 동시에 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머니.”
“으, 응?”
나리는 거칠게 유진의 입에 입술을 맞댔다. 유진은 갑작스런 나리의 행동에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떨쳐내려면 떨쳐낼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으니까. 부드러운 입술과 입술이 얽힌다.
서로의 체취가 농밀하게 느껴지는 거리에서, 두 사람은 눈을 감고 그저 키스에 집중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뿐인 뜨거운 키스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을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어머니...사랑해요.”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넌 내 딸이니까...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분위기에 너무 휩쓸려 버린 것이 아닌가 유진은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입술을 틀어막는 나리의 행동에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입술과 입술 뿐만이 아닌, 혀와 혀가 얽히는 격렬한 딥키스였다.
비록 둘 다 처음인지라 어색했지만, 오히려 그런 어색함이 때로는 가장 훌륭한 조미료가 되는 법이었다. 나리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욕망을 장작삼아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조금씩 유진의 잠옷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가벼운 잠옷으로는 숨길 수 없는 풍만한 감촉이 느껴졌다. 나리는 가슴을 더듬어가며 검지와 엄지로 딱딱해진 첨단을 만지작거렸다. 나리는 첨단을 만질 때마다 움찔거리는 유진의 반응을 즐기며, 혀를 더 격렬하게 움직여 유진의 입안을 구석구석 탐험했다.
유진은 자신의 입안을 나리의 혀가 헤집을 때마다 움찔거리면서도, 혀를 움직이길 멈추지 않았다. 처음이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리는 슬슬 더 진도를 나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리는 와이셔츠를 벗어던지고, 유진의 잠옷을 벗겼다. 그렇게 하나 둘 벗으니, 둘은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리는 넋을 잃고 유진의 몸을 집요하리만큼 구석구석 핥아보았다.
그 변태적인 시선에 유진이 몸을 움찔거리며 나리를 못 말린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나리는 아랑곳 않고 몸을 붙였다. 유진의 것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크기의 가슴이 유진의 가
슴과 밀착했다.
부드러운 유방이 서로 밀착하자, 모양이 일그러지며 서로의 첨단이 가볍게 부딪히며 말 못할 쾌감이 느껴졌다. 나리는 그 쾌감을 즐기며, 욕정과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유진과 눈을 마주쳤다.
유진은 노골적으로 자신을 원하는 눈동자에 놀라면서도, 어쩐지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리는 흥분에 가득찬 목소리로 유진의 귀에 속삭였다.
“어머니, 아니 유진. 끝까지 가도 될까요?”
유진은 대답대신 수줍은 버드 키스로 나리의 질문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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