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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64화 (264/352)

〈 264화 〉 외전:마법소녀 듀라!(7)

* * *

“아이고 꼬마야, 사람한테 그런 위험한 걸 휘두르면 안 되지.”

“마, 마, 말도 안 돼!”

아니 그렇다고 울먹이진 말고. 내 머리를 오함마로 후려친 건 넌데 왜 니가 울어. 오함마 하나 부러진 게 그렇게 문제야? 그런 공구는 그냥 적당한 공구점 찾아서 가져오면 되는 거 아냐?

그리고 컨셉이었니? 왜 말투가 잼민이가 됐어?

“헨리이이이이이!”

오함마 이름이 참 고급지시네.

오함마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음침한 꼬맹이에게 꽤나 중요한 물건인 모양이었다. 어떻게 달래지? 나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법소녀 삼인방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돌아온 것은 경악한 세 명의 시선뿐이었다.

“마법봉에 맞고도...멀쩡해?”

“돌머리...아니 쇳머리...다이아몬드 머리?”

“어, 어떻게 멀쩡한 거에요?!”

아니 너네 왜 아무도 걱정 안 해주는데. 아무리 우리가 알게 된지 오늘부터 1일이라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고! 사람이! 오함마로! 머리를! 맞았는데! 왜 나를! 에일리언! 보듯이! 보는데! 내가! 뭘! 했다고!

“니들 너무한 거 아니야? 오함마를 머리로 맞았는데 아무도 걱정 안 해주네?.”

“어, 아니, 그게 아니라...마법봉으로 머리를 후려갈겼는데 멀쩡한 사람은 처음 봐서...아무리 비살상설정이라도 맞으면 최소한 기절할 텐데...”

궁색한 변명 잘 들었구요. 나 그냥 돌아가도 되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데 이거 안에 들어가면 더 이상한 년들이 잔뜩 있는 거 아냐? 좀 상식적인 마법소녀 없어? 사람 머리에 오함마를 휘두르는 건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잖아.

“헨리이이이...”

“꼬, 아니 지혜야, 네 오함마가 부러져서 슬픈 건 알겠다만 그전에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겠니?”

“...내 마법봉이....마법봉이이이이....”

“그게 마법봉이야...?”

아니 이것들 나보고 마법봉운운할 군번이 아니잖아. 도대체 세상에 어떤 마법소녀가 군대에서나 볼법한 오함마를 마법봉으로 쓰냐고! 매지컬 골통뽀개기(물리)라도 시전 하는 거야? 모 게임처럼 부정체 상대로 모두의 골프라도 치는 건가?

저 작은 몸집의 꼬맹이가 오함마로 부정체를 후려치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가는데. 이곳 마법소녀들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그에 맞는 무기를 마법봉이랍시고 들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이정도면 못 박은 각목같은 거 들고 다니는 마법소녀가 있을 법도 한데...

“무슨일이죠?”

“미영이 언니!”

“왜 그래 지혜야!”

“저 사람, 헨리, 박살...”

마법소녀가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지마! 내가 부순 게 아니라 니가 부서트린 거잖아! 니들도 빨리 중재하라고! ‘왜 하와와 여고생이에요. 부끄러워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겠어요.’스탠스로 지켜보는 건데!

“마법봉을 박살냈다고...? 마법소녀의 힘의 근원인 마법봉을...? 너! 정체가 뭐야?!”

아니 적 아닌데 그렇게 적의에 가득찬 눈길로 쳐다봐도 솔직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그만 쳐다보면 안 돼? 나 그냥 평범한 듀라한이야. 니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위험한 인물 아니라고.

“김미영 선배! 유진씨는 피해자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지혜가 머리를 오함마로 후려쳐서 부러진 것뿐이에요!”

채하야 변호해주는 건 좋은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변호는 좀 그렇지 않니? 봐봐, 불신의 눈초리로 우릴 쳐다보잖아.

“마법봉이 그렇게 쉽게 부서지는 물건인줄 알아? 작정하고 부러트리려고 하지 않으면 흠집조차 내기 힘들다고!”

“그, 저는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뎁쇼. 제 머리를 후려치다 반동으로 그 ...마법봉? 헨리? 아무튼 그 오함마가 부러진 게 맞구요. 저는 딱히 잘못한 게 없어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사람 머리를 오함마로 후려치는데 사람 머리가 깨졌으면 깨졌지 오함...아니, 헨리가 부러질 리가 없잖아요!”

“못 믿겠으면 때려보던가!”

“제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을 지키는 마법소녀로서 사람을 때릴 수는...”

“쫄?”

쫄았죠? 쫄았죠? 내 도발에 완벽하게 넘어온 김미영 팀장인가 뭔가 하는 마법소녀는 생각보다 다혈질인지, 마법봉을...마법봉?

“도대체 어떤 마법소녀가 전기톱을 들고 다니는 건데!”

언제부터 전기톱이 마법소녀의 마법봉이 된 건데! 이것들 마법소녀 맞아?! 하다못해 마법소녀(물리)라면 이해라도 하지 전기톱이라니 뭐 살인마라도 되고 싶었던 거야?!

“겁먹으셧나요?”

위이이잉­

조용한 도시에 톱날이 회전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살벌한 소리에 지혜가 경악하고, 뒤에서 아우성을 치지만 우리 둘에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목숨이 중요하냐! 자존심이 걸렸는데!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전기톱이라고 쫄 줄 알아?”

아 도발은 못 참지. 나는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하는 톱날을 보곤 망설임 없이 박치기를 시전했다.

“이, 이런 미...!!”

위이익....끼긱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딨어요!”

“여깄다! 왜!”

나는 내 머리에 막혀 회전을 멈춰버린 톱날을 보며 경악하는 마법소녀 김미영에게 비웃음을 친히 날려주었다. 이게 듀라한 머리입니다. 니들은 이런 뚝배기 없제?

“...다들 뭐하는 거에요?!”

인아야 참 빨리도 중재를 하는 구나.

개판 5분전으로 흘러가던 분위기는 인아에 의해 가까스로 진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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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다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아에 의해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난 후, 우리는 건물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건물의 3층에는 학원이었는지 교실이 있었는데, 자리에 수많은 소녀들이 앉아 있었다. 학창시절 생각나는 구만.

라떼만 해도 학교에서 다 이렇게 앉아있었지...요즘은 애들이 많이 줄어서 이런 광경 보기 힘들다던데.

“저희가 이렇게 모인 것은 다름 아니라, 1급 괴수 리바이어던의 토벌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리바이어던...이?!”

“말도 안돼요...그 괴수는 수십 명이 모여서 싸워도 이기지 못한 괴물인데...”

“저번에 싸웠을 때는 힘을 집중해도 가죽에 구멍하나 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정말로 사망이 확인된 게 맞나요? 그렇다면 증거는요?”

한 마법소녀의 물음에, 모두가 미영이를 쳐다보았다.

“그건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오, 채하야. 나는 채하가 리바이어던이었던 것의 잔해를 들어 올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리바이어던의 잔해를 채하가 번쩍 들어 보여주자, 곳곳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모르는 사이에 레이드파티가 결성되었었나요?!”

“그런 건 아닙니다.”

이렇게 보니까 리더라는 느낌이 들긴하네. 나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한 교실의 맨 뒤에서 마법소녀들이 경악하는 것을 구경했다. 팝콘이 없는 게 아쉽네. 총천연색으로 가득한 교실이라니, 어디서도 보기 힘든 광경인데.

“그래서, 어떤 팀이 잡은 건가요?!”

똘똘해 보이는 안경잽이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하자, 모두의 시선이 미영이에게 집중되었다.

“팀도 아닙니다.”

“설마 혼자서 잡았다는 건 아니겠죠...?”

“그 설마입니다.”

“말도 안 돼!”

“1급 괴수를 혼자서 토벌 가능한 마법소녀가 있다고요?!”

“그게 가능할 리가...”

“하지만 여기 증거가 있지 않습니까.”

미영은 채하에게 건네받은 리바이어던의 잔해를 흔들며 대답했다.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에 마법소녀들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하긴 갑자기 ‘혼자 레이드 보스 사냥했음!’하면 누가 믿겠어.

“그렇다면 리바이어던을 토벌한 마법소녀는 누구인가요?!”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건가요?”

“크흠. 리바이어던을 처치한 마법소녀는...저 뒤에 서계신 마법소녀입니다.”

교실안의 눈이 전부 나에게로 향한다. 와, 이렇게 쳐다보니까 좀 쑥스러운데.

“머리카락이...화려하네요.”

“예쁘다...”

“커...”

커? 뭐가? 설마 미드?

“처음 보는 분이네요.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대충 본명 말고 마법소녀 예명인가 하는 걸로 대답하면 되겠지?

“저는...듀라에요. 시공...아니 세상을 구하기 위해 마법소녀가 되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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