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화 〉 외전:마법소녀 듀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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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나를 보곤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쳐다보실까. 머리 분리쇼 한 번 더해줘?
“뭐.”
“너, 마법소녀의 자질이 있을지도?”
“님 도르신? 정말 도르신?”
망할 꼬맹이가 소름끼치는 소리 하지 마라. 난 저런 시대착오적인 핑크핑크한 복장 따위 입고 싶지 않아! 누가 마법소녀 아니랄까봐 죄다 옷이 총천연색이라 눈이 아프다고...만화에서 보는 건 만화니까 그냥 그러려니 한다지만 현실에서 보니까 그냥 불쌍해...
“왜 저희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죠?”
“아냐...그냥 마음이 아파서.”
아무리 봐도 대학생처럼 보이는데, 그런 하늘하늘한 복장은 쪼큼...? 아니 뭐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보라색 복장인거 보면 혹시 쿨속성 마법소녀? 표정은 도도한데 샤방샤방한 드레스 입고 있으니까 좀 웃긴데.
나는 채하와, 유나라는 이름의 중딩 마법소녀와 본인을 서인아라고 소개한 보랏빛 마법소녀를 보며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데 이곳 마법소녀들의 리더노릇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듣자하니 마법소녀는 만 20세까지만 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럼 애도 아직 성인은 아니라는 거지. 거 참 눈물 나는 세상이네.
“괜찮으세요? 혹시 아까 싸우면서...”
“아냐 아냐.”
핑크...아니 채하야. 네 동료들 복장이 참으로...참으로 흑역사 박제되기 딱 좋은 복장이로구나. 한 10년 쯤 지나서 사진 보여주면 다들 어릴 적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할 것 같은 모습이야.
아 여긴 그냥 죄다 망한 곳이라 차라리 마법소녀가 살기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흑역사 이전에 살아남아야 하니까...이런 곳에서 복장이니 뭐니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가 없지. 당장 여기까지 오면서 본 도시의 풍경만 봐도 문명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으니까...이런 곳에선 차라리 마법소녀가 먹고 살기는 좋을 것 같긴 해.
최소한 저기 밖에 돌아다니는 괴물들한테 무력하게 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들어보니까 저 부정체인가 뭔가 하는 괴물들은 마법소녀의 공격으로만 죽일 수 있다던데. 저 좆냥이가 그렇게 말했으니 아마 맞겠지.
정확히는 이능의 힘이 깃든 물건으로만 처치할 수 있다, 가 맞겠지만.
당장 지옥참마도랑 엑스칼리버랑 내 뚝배기로도 죽는 걸 보면 그건 확실하잖아. 그러니까 여기선 그런 물건이 아주 값비싸다 이 말입니다. 대충 이 미트칼...아니, 엑스칼리버 던져주고 니들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면 편하지 않을까?
[나를 버리지 말거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이곳에선 고기조차 구하기 힘들단 말이노라!]
네가 내 몸 먹으려던 건 말이 되고? 아니 그전에 고기가 그렇게 중요해? 진짜 여신 맞아...? 이거 그냥 고기에 미친년인데?
[말이 심하도다! 어떻게 그렇게 험한 말을 하는 것이냐! 이 몸은 그대의 언니거늘!]
응 아니야~내가 마하였던 건 수 천 년 전이지 지금이 아니거든? 애초에 그 동생 몸 뺏으려다 그 꼴난 여신이 말이 참 많으시네. 고기 주는 걸 감사하게 여기쇼. 진짜 야채만 주는 수가 있어.
[그건 아니 된다! 야채만은!]
여신이 편식하기 있음? 타의 모법을 보여야지 모법을! 우리 리온 처럼 야채도 고기도 잘 먹어야지! 마 니 괴기 중독이다!
“저, 유진씨...?”
“어, 무슨 일이야?”
내가 너무 이 통수여신이랑 오래 대화했나. 채하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얘 저 좆냥이만 안 엮이면 그냥저냥 착한 애 같은데. 애가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군...친구가 저 좆냥이 때문에 죽었다고 했었나?
“흠흠, 그래서 이 근처에 마법소녀는 너희 셋이 끝이야?”
“그래요. 원래는 네 명이었지만 한 명은...”
인아는 철창에 갇힌 좆냥이를 노려보곤 이를 악물었다. 제대로 미움 받고 있네. 이 좆냥이쉑 뭔 짓을 한 거야. 다른 애들도 좆냥이 보고 이를 갈고 있는 걸 보면 어지간히 저지른 일이 큰 모양이었다.
“저 개 같은 고양이때문에! 예림이가...예림이가...!”
“채하야, 진정해...”
나는 흐느끼는 채하와 채하를 위로하는 유나를 보며 거북함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는 나한테는 좀...안 맞는데. 슬픈 분위기는 좀 그래.
나는 조용히 채하와 유나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요 불쌍한 녀석들, 이런 개판 오분 전인 세상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을 텐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예림이란 아이가 마법소녀들에게 굉장히 소중했던 아이인 모양이었다.
“...감사해요.”
“아니, 뭘. 애가 울고 있는데 어른이 무시하면 쓰나.”
“...어른이에요?”
경악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지 마라. 내가 이래 뵈도 곧 30대가 될 노처...아니 엄....아니 마망이야! 내가 배 아파 낳은 딸은 아니지만 딸래미도 있다고! 요즘 잼민화가 급속도로 진행돼서 슬프지만!
“이래 뵈도 딸도 있거든? 친딸은 아니지만...”
“딸이요?!”
아니 왜 놀라. 내가 아무리 액면가가 하와와 여중생~군필 여고생으로 보여도 그렇지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냥 동안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응. 사진도 있는데 보여줄까?”
“보여주세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억지로 쥐어짜내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어울려주기로 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리온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인아는 내 휴대폰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눈을 반짝였다.
“귀엽네요! 그런데 귀가...?”
“엘프라서 그래.”
“엘프?!”
“왜 놀...아 여긴 없나보네.”
“그, 유진씨를 생각하면 의심하는 건 아닌데, 역시 신기하네요...”
“뭐, 서로 세계가 다르니까 그럴 수 있지. 나도 마법소녀가 있다는 소릴 듣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우리 세계에서 마법소녀는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존재였거든.”
“하하...꿈과 희망이 넘치겠네요.”
“뭐...그렇지?”
사실 최근에는 마법소녀가 더 꿈도 희망도 없더라. 이게 다 마마마 때문이야!
“이럴 시간이 있냥? 지금 이 시간에도 괴수들이 도시를 활보하고 있다...ㄴ”
“눈치 없이 굴지 말고 좀 닥치지 않을래? 진짜 나비탕 되고 싶어?”
“살려 달라냥! 교미도 못해보고 죽을 순 없다냥!”
“뭐래 이 미친 좆냥이가. 너 혹시 TNR이라고 아냐? 내가 공짜로 해줄 수 있는데.”
“그, 그게 뭐냥..?”
“중성화 수술이요. 이 좆냥아!”
“하지 말라냥! 살려달라냐아아아앙! 채하야, 유나야, 인아야! 살려달라냥!”
오우.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시선이 아주 강렬하구만. 이 마스코트 고양이는 마법소녀를 만드는 능력은 있으면서 자기 혐성 관리는 하나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요즘 마법소녀 마스코트는 혐성이 국룰이라니까.
“도와드릴까요?”
“나도 도와줄게!”
“저도 거들게요.”
“냐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마법소녀 마스코트(男)는 마스코트(中)이 되어버렸다.
“이제 이야기를 한 번 제대로 해볼까.”
“네. 1급 괴수를 혼자서 물리치셨다고 채하가 말하던데...사실인가요?”
“증거는 없지만, 뭐, 맞아.”
“1급 괴수를 혼자서...대단하네요. 유명한 마법소녀들도 1급 괴수를 혼자서 상대하진 못했으니까요. 기껏해야 시간을 끄는게 전부였죠.”
“그래?”
생각보다 강한 마법소녀도 있는 모양이었다.
“유진씨가 1급 괴수를 처치해준 덕분에, 괴물들과 괴수들이 혼란에 빠져 있어요. 이 도시를 지배하다시피 했던 리바이어던의 죽음으로 세종시가 조금이나마 더 안전 해질테니 어쩌면 그 괴수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 괴수?”
“네. 최초로 발견된 괴수이자 괴수들을 양산하는 걸로 추정되는 개체, 헤스티아의 토벌을...”
“...이름은 누가 짓는 거야?”
신 이름이나 괴물 이름 붙이는 거 보면 중2병이 단단히 걸렸든, 신화마니아든 둘 중에 하나같은데.
“최초 발견자가 이름을 붙이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름이 신화 속 신들이나 괴물의 이름인건 그게 개체를 식별하기 좋으니까요. 사람은 이름에서부터 인상을 느끼니까요. 만약에 강아지, 야옹이 같은 이름이었다면 사람들은 위기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그렇구나.”
“그래서, 도와주실 수 있나요...? 다른 마법소녀들과 연락해서 전부 모으면 시간을 벌 수 있어요.”
“아니, 내가 그걸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도와달라고 해도 말이야.”
“저희도 선택지가 없어요. 결국 헤스티아를 처치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으니까요. 헤스티아가 남아 있는 한 괴물들과 괴수들은 계속 늘어나요. 당장 작년에도 마법소녀들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타격 작전을 실행했지만 리바이어던과 휘하 괴수들의 철저한 수비에 별다른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괴멸했어요.”
“근데 최초의 괴수면 리바이어던보다 더 강한 거 아냐?”
“그렇지는 않아요. 초기에 제압하러 간 마법소녀의 증언에 따르면, 헤스티아 자체는 전투력이랄 게 거의 없지만 괴수들과 괴물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
“정확히는 도와주셨으면 해요. 나흘 후에 이 근방의 마법소녀들이 모여서 헤스티아를 처치할 작전을 실행할 예정이었는데, 전력이 하나라도 더 필요해요.”
내 세계가 아니니 알바 아니긴 하지만, 내 눈을 바라보는 인아의 눈은 결의와 죄책감, 각오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절 할 수 있을리도 없고. 나도 내가 그냥 가버리면 뻔히 죽어버릴게 뻔한 상황에서 버려두고 갈 정도로 냉혈한이지도 않다.
“알았어.”
나는 인아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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