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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59화 (259/352)

〈 259화 〉 외전:마법소녀 듀라(2)

* * *

“와, 심각하네요.”

“어느 정도인데?”

“저번 전쟁 수준은 아니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이 세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되겠네요.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네.”

“아잇 시팔.”

맨날 나만 일해! 젠장 세상을 구해도 따까리 신세는 못 벗어나다니 너무 서럽잖아! 이게 다 이 망할 켈트신 놈들이 무능해서 그래! 도와줘요 모리에몽!

[무슨 일이더냐! 이 가증스럽고 사랑하는 동생아.]

“전 댁 같은 언니 둔 적 없거든요? 헛소리 좀 그만 부리고 저거 좀 보실?”

[균열이로다. 그것도 아주 불길한 균열. 또 무슨 일이라도 터진 것이더냐?]

“몰?루”

[의미는 모르겠지만 뭔가 화나는 말투로다. 그래서, 나를 깨운 이유가 저 균열 때문이 맞느냐?]

“뭐 방법 있어?”

[하책으로는 마법으로 틀어막는 방법이 있느니라. 지금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용이 없을 것이니라.]

“상책은?”

[...저 균열을 타고 들어가서 원인을 제거하고 나오면 되느니라. 삭초제근. 그것보다 쉬운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

듣고 보니 그러네? 원인을 제거하면 위험할 일이 없으니까. 그래서 뭐 어째야 되나. 일단 우리 삼겹살 여신님 말대로 하면 내가 족치든, 아니면 다른 신들 불러와서 족치든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느 쪽이든 귀찮다. 대충 짬 때리고 쉬고 싶어. 근데 내가 짬 맞는 입장이잖아? 후. 어쩔 수 없지...그래도 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봐야지.

“좆냥아.”

“무, 무슨 일이다냥?”

“혹시 시공의 폭풍이라는 단어를 아니...?”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냥? 국민겜 아니냥?”

“...역시 세계의 위기를 두고 볼 순 없지!”

“유진씨...”

뭐 왜 뭐.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 저 세계는 지켜줘야 할 가치가 있는 세계라고!

시공이! 무려! 국민! 겜인데! 어떻게! 도와주지! 않을! 수가! 있어!

“저 쪽 세계에 가서 원인을 제거하고 오면 되겠지?”

“그렇긴 한데요. 돌아올 수 있어요? 재수 없으면 차원의 틈새에 갇힐 수도 있어요.”

“뭐... 저번에도 돌아온 전적이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

“뭐, 그렇긴 해요...”

“걱정할 필요 없어. 뭐 쎄봐야 제우스 새끼보다 쎄겠나. 그러니까 다녀올게.”

그러고 보니 거긴 어떻게 됐으려나. 뭐 알아서 잘 했겠지. 나는 등짝에 세연이를 달고 머리카락으로 좆냥이와 마법소녀를 든 채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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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세카이!

와! 아포칼립스!

“건물이나 시설은 생각보다 멀쩡한데...사람이 없네?”

“모두 도망쳤다냥. 마법소녀들만 여기에 남아서 괴수들과 싸우고 있다냥.”

“아 그래...”

그러니까 결국 여기가 무법지대 쯤 된다 이건가. 나는 게임이나 만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인적드문 고용한 폐허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뭔가 만화 속에 들어온 느낌인데.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기묘한 생명체도 그렇고, 멀리서 느껴지는 시선도 그렇고...

일단 행동 방침을 정해볼까. 나는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습격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저 애한테서 정보란 정보는 다 수집해야겠지.

솔직히 Q베 이후로 마스코트는 속이 시커먼 놈들이 많으니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야, 너 이름이 뭐야?”

“...심채하에요.”

미쳐 날뛰던 마법소녀는 내가 차원을 건넌 이후로는 조용해져 있었다.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걸 깨달은 건가.

“...좋은 이름이네. 내가 이곳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말야, 알려줄 수 있어? 저기 저 좆냥이는 신경 쓰지 말고.”

“...여긴 세종신도시에요. 원래는 평범한 곳이었는데...언젠가부터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또 마법소녀들이 나타나고 하면서 유명해졌죠. 한 때는 마법소녀들을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까지 있을 정도였어요. 괴물들은 무섭게 생기긴 했어도 그리 강하진 않았으니까요.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구요.”

“갑자기 강해졌다는 소리로 들리던데.”

[흥미롭도다.]

내 말에 채하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유는 모르겠어요. 저 망할 고양이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괴수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괴물보다 훨씬 강하고, 위험한...마법소녀들도 처음에는 방심해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어떻게든 물리치는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괴수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너무 많았어요...그래서...모두들 죽어나가고, 마법소녀들은 다른 도시로 흩어져서 괴수들을 막고 있지만, 이젠...”

거기까지 말하곤 채하는 감정이 북받친 것인지, 채하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채하의 앞에 앉아 채하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얼굴 보면 아직 학생인거 같은데 고생이 많네.

“진정해. 울고 있어봐야 해결 되는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 언니가 해결해 줄테니까...”

좀 오글거리는 대사기는 하지만 좀 오글거리는 정도로 해결이 된다면야.

채하를 진정시킨 나는 다시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좆냥이에게 다가갔다. 일단 이놈 정보부터 탈탈털어봐야지.

“좆냥아. 내가 궁금한게 저엉말 많거든? 그러니까 제에발 똑바로 대답하렴. 알았지?

“아, 알았다냥...”

“그냥 죽이면 안 될까?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광까지 냈는데...”

그럼 정보를 못 캐묻잖아.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건지 좆냥이를 노려보는 세연이를 뒤로하고, 나는 좆냥이를 붙잡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저 괴물들은 정체가 뭐야?”

“부정체다냥.”

“부정체?”

“그렇다냥.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이 뭉쳐서 태어난 생명체...그것이 부정체라고 한다냥. 외국에서는 마이너스 어쩌고 저쩌고 라고 부른다냥.”

그게 뭔데, 제대로 설명 안하냐.

“그래서 저것들이 왜 튀어나오는 데?”

“세계의 균형이 깨져서다냥.”

균형은 또 왜. 여기도 신들이 개짓거리 하다가 사고쳤나? 이쪽 가지세계가 멸망 루트를 착실하게 밞고 있는 걸 보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 세계도 신들이 장난질좀 치기도 했고, 그 가지세계는 아예 신들이 미쳐 날뛰다 우리한테 줘 터졌었고.

[나는 그런 상스러운 짓을 한 적이 없느니라!]

아 어쩌라고요. 혹시 찔리기라도 하시나? 님 이야기 아니니까 좀 빠지쇼.

“이 세계는 플러스 에너지와 마이너스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냥. 두 에너지는 생명체들에게서 나온다냥. 최근까지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냥. 근데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냥.”

“그거 혹시 코로나?”

“맞다냥. 그쪽 세계에도 그 병이 존재했냥?”

“우리도 현재 진행형인데. 그나마 최근에는 백신 접종하고 해서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

“...이쪽은 그렇지 못했다냥. 저 괴물들 자체는 이 도시에 잠들어 있는 고대 유물의 힘으로 등장한 거라 상관이 없었다냥. 조금 위험하긴 해도 마법소녀를 만들어서 해결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냥.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냥. 전염병으로 마이너스 에너지가 너무 많이 생겨난 것이었다냥. 그리고 그 에너지가 누군가에 의해 괴물들이 만들어지는 이 도시에 모여서...괴수가생겨나버렸다냥.”

씹덕들이 되게 좋아할 것 같은 설정놀음이네. 대충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 커지면 괴수가 된다 그런 건가?

“대충 알겠는데. 그래서 저게 그 괴수 맞지?”

“맞다냥! 그것도 2등급 괴수처럼 보인다냥!”

“1등급?”

“구분법이다냥! 제일 낮은 4등급부터 1등급까지 정해져 있다냥!”

“그게 뭐야 씹덕아. 설정 참...”

진짜 씹덕들이 들으면 환장할 것 같은 세계관이네.

마법소녀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조합이라니 이정도면 치트키 수준이잖아.

“그래서 2등급이면 얼마나 강한데?”

“2등급이면 혼자서 도시 하나 정도는 부술 수 있다냥!”

“좀 치네.”

“좀 치네가 아니라냥! 2등급 괴수가 우릴 발견하면 진짜 위험하다냥!”

“그래서 뭐 저 놈듫한테 일반적인 무기는 통해?”

혹시 몰라서 지옥참마도랑 미트...아니 엑스칼리버도 일단 가져왔는데. 혹시 귀찮게 마법소녀 무기로만 죽일 수 있다거나 그런 설정이 붙은 건 아니지? 일단 참마도도 퇴마 능력 하나는 쩔어주는 편이라 통할거 같긴 한데.

“그럼 일단 저 괴물 놈한테 싸움 좀 걸고 와 볼게.”

일단 얼마나 쎈건지 감은 잡아야 하니까...나는 지옥참마도를 게이볼그로 바꿔 자세를 잡았다.창을 던지기 좋은 자세였다. 나는 백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2등급 괴물을 향해 눈대중으로 창을 조준하고는 집어던졌다.

“미친 짓이다냥! 저 괴수들은 플러스 에너지가 가득한 마법소녀들의 공격이 아니면...”

“되는데?”

나는 온 몸이 새하얀 가시에 꿰뚫린 코끼리 만한 괴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괴수는 온 몸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곤, 가루가되어 흩어졌다.

“마, 말도 안 된다냥!”

“이젠 말 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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