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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58화 (258/352)

〈 258화 〉 외전:마법소녀 듀라(1)

* * *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달라냥!”

“뭐야 이건.”

나는 갑작스레 창문을 깨고 들어와 개소리를 지껄이는 핑크핑크한 고양이를 째려보았다. 핑크핑크한 고양이는 양심의 가책이라곤 좆냥이 답게 눈곱만큼도 없는지 자기가 일으킨 참상을 무시하곤 나를 올려다보며 건방진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어때? 마법소녀!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냥?”

“네가 부순 창문 때문에 두근거린다 이 망할 고양이 새끼야.”

확 나비탕으로 만들어버릴까.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한 좆냥이의 행동에 나는 진심으로 지옥참마도를 꺼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정확히는, 오늘 아침 그 창문을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광나게 닦은 세연이가 당장이라도 고양이를 향해 칼을 발사할 분위기였다.

“유진아, 죽일까?”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냥!”

“네가 창문을 부순 건 안 심하고?”

“세계가 위험한데 창문정도는 부술 수 있지 않냥!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냥! 어서 변신하지 않으면...오고있다냥!”

나는 본능적으로 깨져버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딴 클리셰는 만화에서나 튀어나오라고! 나는 급격하게 다가오는 기운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집이 무슨 오컬트스팟 같은 데라도 되는 거냐고!

아니 그건 맞나? 저기 마검 엑스칼리버도 꽃혀있고, 듀라한도 있고, 급격하게 깐프화가 진행중인 내 딸도 있고, 유령마도 있고, 흡혈귀랑 난쟁이랑 이세계인도 있고...아니 이거 이렇게 보니까 마굴 그 자첸데?

“여기까지 도망치다니, 이젠 끝이야! 순순히 목숨을...?!”

“넌 또 뭐야.”

나는 마법소녀 복장인지 변태소녀 복장인지 모를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은 소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따 대고 라이더 킥이야.

요즘 애들은 예의가 없어요 예의가.

라떼는 기껏해야 벨튀가 끝이었다고! 나는 아마도 마법소녀로 추정되는 습겨자의 발목을 붙잡은 채로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일단 넌 땅속에 박아두고 시작하자.

“이거 놔! 이거...꺄아아아아악!”

“거, 시끄럽네. 남의 집에 침입해 놓고 참 말이 많은 프렌즈구나?”

목만 남기고 파묻혀 버린 마법소녀에게 비웃음을 날리고, 나는 뒤에서 덜덜 떨고 있는 핑크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래서, 뭐라고?”

“댕댕이는 폭력에 굴하지 않는다냥...!!!”

“누가 보면 내가 동물학대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아무튼 애는 뭐고 넌 뭐야? 대충 마법소녀 마스코트 같은 거란 건 알겠는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마법소녀가 필요하다냥!”

“지랄하지 마! 너가 관리 못해서 뛰쳐나온 괴물들을 우리한테 떠넘겨놓곤! 너 때문에 예림이가 죽었어!”

“그게 뭔데 씹덕아. 니들만 아는 설정 이야기 하지 말고 좀 설명을 해줘...”

“저 고양이 말을 믿으면 안 돼! 저 X베같은 새끼가 사람들을 속여서 마법소녀로 만들고 다녀서 세상이 위험해졌어! 세상이 멸망 직전까지 가버렸다고!”

아니 그게 뭔데. 마마마야? 요즘 마법소녀물 트렌드에 맞게 아주 딥 다크한 뒷배경이 있는 것 같지만, 알게 뭐야. 딱 봐도 이곳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가지세계 쪽 한국사람 같기는 하지만, 내 알바는 아니었다.

내가 그 가지세계 때문에 온갖 개고생을 했던 걸 생각하면 진짜 엮이고 싶지 않은데. 저번에는 뜬금없이 용사소환을 당하질 않나, 이세계인이 날라오질 않나. 이젠 슬슬 신물이 날 지경인데.

저쪽은 어쩌다가 마법소녀가 출몰하는 세상이 된 건지 좀 궁금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두 침입자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게 먼저겠지?

“그 망할 고양이를 죽여야 해! 안 그러면 이 세계도 멸망할지도 몰라!”

“음,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좆냥이가 대충 우리 세계에 민폐를 끼치러 왔다...로 해석해도 되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그 고양이를 내놔! 난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

지금 네 몸이 땅속에 박힌 건 생각 안 해? 나는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마법소녀를 쳐다보며, 좆냥이를 잡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나 인간 아닌데?”

““뭐?””

머리를 마법소녀의 앞에 내려놓은 나는, 머리카락으로 좆냥이가 도망치지 못하게 꽁꽁 묶어 들어올렸다.

“니들 여기가 어딘지 알고선 들어온 거야?”

“그, 그냥 엄청난 잠재력이 느껴져서 왔다냥...”

“히, 히익...”

아니 왜 게거품까지 무는 거야. 험한 일 하다 온 애 아니었어? 이 정도에 놀라면 우리 애들보다 담력이 약한데. 나는 기절해 버린 심약한 마법소녀를 내버려두고, 내 머리카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좆냥이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놔줘라냥!”

“싫은데? 일단 넌 이곳에서 민폐 끼치지 못하게 감금이야.”

“감금타락조교물은 싫다냥!”

이게 마스코트? 마스코트의 상태를 보니 저쪽 상태가 얼마나 개판인지 알 것 같은데.

“...미라로 만들어줄까?”

“...이렇게 죽을 순 없다냥!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다냥...이야야야야옹! 변해라! 얍! 매지컬 체인지!”

자체 발광 고양이라니 기분 나빠! 나는 핑크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고양이를 보곤 눈을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핑크빛 발광이 사라지자, 나는 다시 머리카락을 내리고 당혹스러워 하는 좆냥이를 노려보았다.

“왜 변하지 않는 거냥!”

“니 힘이 약했나 보지. 그래서 뭐, 누구 맘대로 이쪽 구역에서 깽판 치래? 하는 꼬라지 보니까 꿍꿍이가 있기도 한 것 같고...”

“하, 하지만 우리 세계에서 넘어온 괴물들은 이쪽 세계의 무기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거라냥!”

“혹시 이런 거?”

나는 세연이가 조용히 뱉어낸 지옥참마도를 꺼내들었다. 세연이가 빡쳐 있던 것 때문인지, 오늘따라 지옥참마도에 귀기가 서려 있었다. 이, 이게 만해?

“그, 그 불길한 무기는 뭐다냥...! 그런 위험한 무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냥!”

“니네 말로 하면 매지컬참마도?”

“그게 어딜 봐서 매지컬하냥! 자고로 매지컬은 마법봉에만 붙이는 거다냥!”

쓸데없이 고전적인 놈일세. 요즘은 총, 칼 ,바주카, 알라의 요술봉 같은 게 마법봉으로 각광받는 시대라고. 이거 마마마도 모르다니 마법소녀 알못이구만.

“이러면 돼? 매지컬~식칼.”

“식칼은 마법소녀가 들고 다닐 만한 게 아니다냥!”

“이건?”

“그건 총이 아니냥! 로망을 부수지 말라냥!”

“왜. 이렇게 핑크핑크한 매지컬­K2면 충분히 마법봉 같지 않아?”

“그건 아니라냥! 총은 마법소녀와 어울리지 않는 다냥! 총구를 이쪽으로 들이대지 말라냥!”

“아 이거 미필이네. 미필이 마스코트 하게 되있냐?”

“짬내나는 소리 하지 말라냥!”

“알았어. 그럼 이건 어때?”

“그건 뭐냥?”

“매지컬­81미리 박격포? 작아도 효과는 확실해.”

포탄은 내 머리라도 넣으면 되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포탄이다. 효과 죽여준다구. 포박 효과랑 피를 토하는 기능도 있어!

“뭐든 매지컬을 붙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냥!”

“아님 말고.”

그래서 이 좆냥이랑 마법소녀를 어쩐다? 계속 여기 놔둘 수도 없고.

“우리 좋게 좋게 해결하자, 너희 세계로 고분고분하게 돌아가면 살려는 드릴게.”

“하, 하지만 그럼 우리 세계를 구할 마법소녀를 더 찾을 수 없다냥!”

이래서 좆냥이가 안 돼요. 남의 세계에 똥 뿌리는 짓은 하면 안 되지. 여기도 평화로워 진지 아직 몇 달 안 됐다고.

“너네 사정은 내 알바 아니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지금 가면 그래도 몸 성히 돌아갈 수는 있을 건데?”

“하, 하지만 이미 우리 세계는 멸망직전이다냥! 어떻게든 마법소녀를 늘려서 실험체들과 싸우지 않으면...”

뭐하는 세계관이야 이거. 쓸데없이 비장미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는 좆냥이는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보며 애원했다.

“제발 도와달라냥...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냥...”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하는데. 자기 세상은 자기가 지켜야지. 다른 세계 사람한테 바라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우리 세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냥! 이대로 가면 이쪽 세계까지 위험해질 거다냥!”

“그래, 니들 때문에 말이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마 보통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하늘에 난 실금이 보였다. 아무래도 가지세계쪽에서 우리 세계에 똥을 제대로 뿌린 모양이었다.

아오 시발. 일단 마리아부터 불러야 하나.

머리를 다시 목 위에 올린 나는 전화기를 꺼내 마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마리아, 일이 생겼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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