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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55화 (255/352)

〈 255화 〉 외전: 아기는 어떻게 생겨?

* * *

“주인님! 헤으응! 주인님! 헤으응!”

“시끄러! 무슨 일인데?”

“아기는 어떻게 생겨?”

갑자기 이건 또 뭔 질문이야.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수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는 에포나를 쳐다보았다. 이 망아지는 도대체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걸까. 혹시 이것도 나를 엿 먹이기 위한 마리아의 고도의 수작일까.

나는 지금쯤 신나게 레이드를 뛰고 있을 마리아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요즘 마리아가 업보스택이 좀 충실하게 쌓여서 업보스택을 터트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네, 어디 월급 삭감 좀 신나게 해볼까!

“에포나! 무슨 이야기해?”

“헤으응! 리온!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해서 물어 보”“으아아아아악! 리온! 숙제 다 했니!?”

“글자 연습 열 페이지랑 산수랑 다 했어요!”

“잘했어!”

이 망아지야! 눈치 없이 리온 옆에서 말하지 말라고! 지금 심장이 철렁할 뻔했잖아! 저녁으로 당근대신 깻잎이나 줘버릴까보다!

“X물의 숲 해도 되니까 들어가 있을래?”

“뭐야, 나 빼고 비밀 얘기 하는 거예요?”

아니 비밀은 아닌데 이 망할 망아지가 어린아이의 정서교육에 심히 좋지 않은 말을 하려고 해서 말이다...솔직히 말하면 좀...

“응? 비밀 얘기? 언니 또 이상한 이야기 하려는 거예요?”

아니 이건 좀...이거 짜고 치는 거 아니지?

“헤으응! 유라야! 나 궁금한 게 있어서 주인님한테 물어보려고 했”“유라야 리온 데리고 위로 올라 가...”“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겠...”“아기는 어떻게 생겨?”

,,,아.

이 요망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나는 배시시 웃고 있는 리온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듣고 있었구나. 어째 친해질수록 짓궂게 군단 말이야. 나도 그게 마음에 들긴 하지만.

어색하게 예의 차리는 것보다 애답게 장난치는 게 마음은 더 편하단 말이야. 안 그래도 과거가 처참한 아이인데 안쓰럽기도 하고. 어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데...

나는 순진한 눈망울을 반짝이면 나를 올려다보는 에포나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유라와, 마지막으로 뭐 그런걸 가지고 호들갑 떠냐는 듯한 표정을 지은 리온을 쳐다보았다.

“에포나! 내가 가르쳐 줄게! 아기는 말야, 야ㅅ...”

“와...요즘 애들 진도 빠르긴 하네요.”

너도 요즘 애들이야! 이제 고등학생 되는 게 어딜 어른처럼 말하고 있어!

“적나라한 대답 멈춰! 그보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걸 어떻게 몰라요? 동물 키우면 다 아는 거 아니에요? 엄마는 몰랐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네. 동물 좀 키워봤으면 당연히 알 만...한게 아니고, 그 단어 어디서 들었냐고!

“리온, 그 단어 어디서 들었니?”

우리 집에 그런 야한 말을 쓰는 파렴치한 인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정신이 어질어질한 나머지 나는 내 머리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나는 땅바닥을 구르며 생각했다.

“폰으로 X튜브 겁색 하다보니까 나오던데? 여기서는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야스라고 한다고 써있었.,.”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황새가 물어준다거나 굴다리 밑에서 주워온다거나 하는 메르헨틱한 이야기를 원했다고! 네 나이엔 아직 그런 적나라한 이야기는 일...른가? 생각해보니까 얘 엘프니까 액면가보다 나이 많은 거 아닌가.

“리온, 아니야. 그건 인터넷이랑 현실을 구분 못하는 얼간이들이나 쓰는 말이니까 함부로 쓰면 안 된단다...”

아무튼 내 멘탈 보호를 위해서도 그런 단어 쓰지 마...차라리 교미...아니, 섹, 아니, 아무튼 내 앞에서 그런 위험한 발언은 금지야!

“나 얼간이에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해! 엄마 미워! 허접! 바보! 젖소!”

“아니, 그건 또 어디서 배운...”

나는 계단을 뛰어올라간 리온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10년은 늙은 기분이야...혹시 이게 사춘기 딸을 둔 부모의 심정? 이래서 애 키우는 게 힘들다는 거구나. 어머니 아버지...정말 존경합니다...

“와...어질어질하네요.”

“유라야, 어질어질한 게 뭐야?”

“지금 같은 상황을 어질어질하다고 하는 거야.”

“그렇구나! 헤으응! 이해했어!”

하나도 이해 못한 거 같은데. 나는 에포나와 콩트를 하는 유라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와, 없던 두통이 생길 것 같아.

“유라야...오늘 저녁 뭐먹을까...?”

“...오늘은 그냥 시켜먹는 거 어때요? 언니 상태가 말이 아닌데.”

“아냐...그냥 내 동심이 산산조각나서 멘탈에 조금 금이 갔을 뿐이야...”

“그거 괜찮은 거 맞아요? 저번에도...”

“아냐, 아냐, 거기까지. 투머치토킹까지 들으면 정말로 멘탈 터질지도 몰라. 좀만 쉴게...”

나는 머리를 쇼파에 집어던졌다. 몸뚱이요? 아 몰라. 나는 마룻바닥과 하나가 된 몸뚱이를 내버려두고 쇼파 위를 굴러다녔다.

구른다~ 구른다~

“...언니?”

“유라야, 주인님 왜 저래?”

“...사람이 원래 이상한 짓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 거야. 자, 우리 같이 올라가서 리온이랑 놀자.”

“알았어! 헤으응!”

몸뚱이는 거기서 살아.

난 갈거야.

“...유진아, 너가 고생이 많네.”

시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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