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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54화 (254/352)

〈 254화 〉 외전:아테나 표류기(6)

* * *

“이 여자애가 이세계에서 온 사람이라고요?”

“그렇다는데?”

“확실히...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긴 해요.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작업을 하다 불려나온 마리아는 또 다른 여신의 등장에 굳은 채로 앉아있는 아나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훏어보았다. 마리아의 눈에는 아나트가 몸에 두른 마력의 실체가 보였다.

확실히 그녀가 아는 마법과는 다른 이질감이 아나트가 이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돌려보낼 수 있어?”

“아마도요? 그런데 정확하게 돌아갈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요. 적어도, 저쪽 세계의 좌표를 알 수 있을법한 매개체가 있어야 좀 더 가능성이 높아지겠네요.”

“*저기,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아, 방법 자체는 있는데, 확률은 낮다는 모양이야. 뭔가 매개체가 필요하다는데.”

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나트가 유진에게 묻자, 유진은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매개체라면...이런 것도 되나요?”

아나트는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꽤 화려한 장식이 달린 브로치였다. 아카데미에서 학년을 구별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마력석으로 만든 브로치였다. 마리아는 브로치를 유심히 살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래?”

“대충...마법을 완성하는데 3년쯤 걸리겠네요.”

“뭐?”

이게 뭔 소리를 하는 건가, 하고 유진은 마리아를 쳐다보았다.

“3년?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차원을 넘어가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요. 3년도 짧은 거에요. 경계가 수복된 지 얼마 안 되서 불안정한데다가, 경계를 고치면서 다른 가지세계와도 단절된 상태라 어느 세계에서 날아왔는지 확인하고 마력을 끌어 모으는 데에만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구요. 솔직히 그냥 이곳에 살게 하든 아니면 조용히 처리하든 하는 게 저희에게는 베스트에요.”

“베스트 같은 소리 하네.”

대놓고 처리하자는 소리를 하는 마리아를 한 번 쏘아본 유진은 아나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당연하게도 유진은 아나트에게 굳이 해를 끼칠 생각이 없었다. 리온을 노리고 협박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요 며칠간 아나트는 리온과 놀아주며 나름대로 친분을 쌓기도 했고, 그 어떤 이상행동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골치 아프네. 유진은 조금 머뭇거리며 말을 끌다가,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

“*돌아가는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어. 근데 돌아갈 마법을 완성하는데 3년이 걸린다는데?”

“*3년이요...?”

아나트는 3년이란 말에 동요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3년이나...? 3년 동안 아는 사람 없는 이곳에서 살아가라고? 이 세계의 언어조차 모르는 아나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었다.

이곳에 온 것도 사고에 휘말려서 온 것일 뿐인데, 3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아나트는 암담한 표정으로 그녀 앞에 놓인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유진은 착잡한 표정으로 아나트를 쳐다보았다.

“*너무 실망하진 마. 3년이면 그래도 나름 버틸만한 세월이니까. 군...아니, 아무튼, 내 일이라도 도우면서 말이라도 배우도록 해.”

“*그렇게 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렇게 까지라...유진은 턱을 괴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저 안쓰러워서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게 좋으려나.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데 그냥 여유가 생기니 원래 있던 오지랖이 더 심해졌을 뿐이었기에, 유진은 조금 생각을 다듬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냥 오지랖이야 오지랖. 솔직히 이미 불러들인 손님을 볼일 다 봤다고 쫒아내는 것도 못할 짓이고, 내가 한명 더 먹여 살릴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러다 가족이 한 다스는 생기겠...아야! 왜 때려요!”

“진지한 이야기 하는데 끼어들지 말지?”

이곳저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만 해도 평생 먹고 살 만큼 벌고 있으니 군식구가 한명 더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었기에, 유진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마침 아나트에게 시켜보고 싶은 것이 있기도 했다.

“*오지랖...인가요.”

아나트는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녀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평민태생이기도 했고, 고아 출신이라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적었으니까. 전생에서도 적만 많았지 자기편은 거의 없었던 그녀였기에, 아나트는 묘한 기쁨을 느꼈다.

“*여기서 살기 위한 신분이나 교육 같은 건 내가 해결해줄 테니까,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듀라한의 저택에 가족이 하나 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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