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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45화 (245/352)

〈 245화 〉 후일담:이 듀라한은 새로운 가족을 원합니다(3)

* * *

응? 목소리가 너무 어린데?

대충 어림잡아 고등학생 정도 같은데. 아니면 좀 더 어리거나. 설마 처음 온 전화가 장난 전화는 아니겠지? 그건 좀 에반데. 나는 일단 전화 너머의 상대와 더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진짜로 입사하고 싶어서 전화건 사람일 수도 있잖아.

나처럼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사람도 있으니 이제 와서 목소리 가지고 나이 추정하는 것도 무의미하기도 했다. 말마따나 내 목소리가 20대 후반이라곤 아무도 생각 못하잖아. 괜히 하와와 여고생 드립쳐도 사람들이 뭐라 안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당장 심심해서 내 이름으로 검색하면 내 나이에 대해 추정하는 글에서 키배가 벌어지는 걸 구경할 수 있을 지경인데 내가 목소리로 나이를 추정하는 것도 좀 웃긴 일이지.

“저희 회사에 취직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그래유...아는 사람이 추천해줘서 연락을 했는디 오늘까지 모집한다고 해서유.]

그러고 보니 사투리 쓰시는 분이네. 근데 목소리가 좀 귀여우시네. 딱히 애교스럽게 말하는 것도 아닌, 긴장이라도 한 듯 어색하고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내가 남자였다면 애간장을 염산에 집어넣은 것 마냥 녹여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달콤하다는 말이 그대로 목소리로 구현된다면 이런 목소리일 것 같았다.

“그,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목소리가 많이 어려보이시는 데 혹시 학생이신가요?”

[아니에유. 학교는 옛날 옛적에 졸업했구만유. 군대도 다녀왔...아, 어쨌든 성인이여유! 원래 회사에서 일하다 잘려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줘서 연락했어유.]

“아는 사람이요?”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우리 회사를 소개해줄 만한 사람이 있었나? 시영이? 한솔이? 마리아? 누군지는 몰라도 나중에 밥 한턱 쏴야 하나? 어쨌든 지금은 찾아온 기회를 걷어찰 수는 없었다.

[그래유. 아마 여기에 연락하면 잘 해줄 거라고 했는디...힘쓰는 일은 자신 있는데유.]

여기 힘쓸 일은 딱히 없는데. 내가 구하는 건 회계쪽 잘 아는 사람이나 새로운 편집자 정도였다고. 마리아 하나만 굴려가지고는 매일 영상이 나오질 못하니까 이왕 구하는 거 편집자를 구하려는 거였는데...그래도 일단 처음 걸려온 문의전화라 마냥 홀대할 수는 없었다.

생각해봐. 전화가 이것 말고 아예 안 걸려오면 이젠 기회가 없는 거라고. 난 하다못해 장난 전화라도 걸려올 줄 알았는데 왜 아무도 연락이 안 오는 거야? 내가 전화번호를 잘못 적어놨나?

아니면 X수들 말마따나 들어오면 인생 좆되는 좆소기업처럼 보여서? 아니면 진짜 또 뭐 잘못 적었나? 근데 이 사람은 우리 전화번호로 전화 걸었는데? 이메일로도 안왔고. 일단 지금은 영광스러운 첫 입사지망생과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해야겠다.

“음...일단 만나봐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내일 모레쯤 시간이 되시나요?”

지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회사에 연락해보라고 한건 최소한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는 거 아닐까. 남몰래 행복회로를 돌리며, 나는 첫 번째 입사희망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가, 가능해유!]

“저희 회사 주소 아시나요? 저희 회사 주소 보시고 내일 모레 오후 2시에 뵙도록 하죠.”

[아, 알겠습니다! 내일 모레 뵈유!]

“마리아, 들었지? 드디어 입사희망자가 왔어!”

“어, 축하드려요.”

마리아는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표정이 왜 저러지? 수상한데. 뭐 됐나. 어쨌든 지금은 회사부터 정리해야 할 판이었다. 오늘 내가 나온 것도 회사에 놓인 가구들이랑 짐들 정리해서 깔끔하게 만들려는 거였으니까.

“자자, 빨리 끝내자. 너도 뭐 약속 있다면서?”

“네에...”

나는 마리아의 시원찮은 대답을 뒤로하고, 책상을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자자, 빨리 가구랑 짐이랑 뒷정리하고 집에 가자. 나 애들 저녁밥도 해줘야 돼.”

나와 마리아는 분주하게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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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어때? 이정도면 좀 사장 같아 보이지?”

“네, 정말 사장 같아 보여요! 누가 보면 대기업 회장님이라고 생각 할 것 같네요! 핏부터가 아주...”

아부 잘하네. 하긴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살아남으려면 잘 해야지. 역시 이상했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상식적으로 전화가 단 한 번 말고는 오지도 않는다는 게 말이 돼? 그저께 마리아의 표정에서 수상한 낌새를 감지한 나는 일부러 유라의 전화기로 회사에 전화를 걸어본 것이다.

결과는 예상했다시피 전화가 안 걸렸다. 바로 연결되지 않는 전화라고 넘어가더라.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이년이 자기 게임하는데 방해된다고 회사의 전화기를 꺼놓고 혼자 놀고 있었던 거다. 진짜 일 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쫒아 냈을텐데 후...

[아이고 선생님, 엄청 바쁘신가 봅니다? 왜 지금까지 연락이 하나도 안왔나 싶더라니, 내가 없을때는 전화기를 꺼놓고 계셧구나~]

[어, 어 유진씨?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시겠어요? 그 지옥참마도는 좀 일단 치워주시면 안될까요? 저 진짜 죽어욧!]

[주거! 너도 네 언니처럼 검에 갇혀서 천년만년 봉인되버려!]

[제발 그것만은 참아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언니랑 같이 가두는 건 좀!]

[닥쳐! 판단은 내가 한다! 내가 얼마나 전화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아무리 출근을 안했기로서니 이런 꼼수를 부려? 내가 너를 얼마나 믿었는데!]

후...진짜 뚝배기를 반으로 갈라서 지 언니 밥으로 줄까보다. 두 시간 가까이 마리아를 갈군 끝에 화를 푼 나는 마리아의 월급을 세달 동안 반토막 내버리는 것으로 벌을 내렸다.

마음 같아선 내쫒고 싶긴 한데 마리아 정도 실력을 가진 편집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던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내가 편집자 기깔나는 사람으로 구하면 이년을 쫒아내든지 해야지. 전직 여신이란 년이 하는 꼬라지가 금태양 아니랄까봐 양아치 뺨치는 수준이잖아. 누가 모리안 동생 아니랄까봐 인성 상태가 아주 막나가는 구만.

머리가 지끈해지는 어제일을 머릿속에서 밀어낸 나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시 30분.

이제 30분이면 유일한 입사희망자가 온다. 면접을 하는 면접관 입장인데도 가슴이 떨린다. 내가 면접을 보는 입장이 될거라곤 1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1년 전만해도 면접을 보러 다니는 입장이었던 내가 면접을 보는 사람이 되다니. 하긴 세상을 구했는데 이런 걸로 감회를 느끼는 것도 웃긴 일인가? 내가 세상을 구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긴 하지만 뭐, 내 입장에선 안 알려지는 게 좋다.

지금도 충분히 번거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알려지면 얼마나 귀찮아질지 감도 안 잡힌다.

나는 그냥 대충 스트리머겸 버튜버 듀라로 살래.

“...유진씨?”

“응? 왜?”

“문 두드리는 데요?”

아 진짜네. 나는 일정한 리듬으로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듣곤 정신을 차렸다. 시간을 보니 40분이었다. 면접시간보다 빨리 왔네. 면접자는 생각보다 성실한 사람인 것 같았다. 은근히 늦게오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들어오세요~”

문이 열린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눈 앞의 면접자를 바라보았다.

“그저께 연락 주셨던 김웅녀양 맞으시죠?”

“마, 맞아유...”

나는 눈 앞의 순박한 인상의 소녀를 보며, 불현듯 어떤 가능성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인재가 아닐까.

나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내 앞에 앉은 소녀를 쳐다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스트리머 할 생각 없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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