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후일담:이 듀라한은 새로운 가족을 원합니다(1)
* * *
채용공고 뭐라고 써서 올리지?
다른 회사 보니까 복지에 4대보험, 연차, 월차, 퇴직금지원 적어놨던데 나도 똑같이 적어두면 되나? 밥은 솔직히 회사규모 생각하면 사내식당은 좀 힘들고 법인카드 만들어서 건네줘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구멍가게라도 밥 정도는 먹게 해줘야 하니까. 다행히도 근처에 밥먹을만한 곳이 좀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면 될 것 같고...아니면 근처에 밥집이랑 계약해서 싸게 싸게 먹는 방법도 있다.
“뭘 그렇게 고민해?”
“아, 세연아. 너 알바 좀 해봤지? 채용공고에 뭘 써야 사람이 좀 볼까?”
“당연히 복지 아니야?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복지가 안 좋으면 잘 넣지도 않아.”
햄버거를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세연이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핀잔을 주었다. 뭔가 킹받네. 소금이 뿌리고 싶어지는 건방짐이야.
내 표정에 생각이 드러난 건지, 세연이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눈치만 빨라가지고.
“무슨 복지?”
“식사 제공에, 휴식시간 제공에, 회식 없음?”
“회식은 왜?”
“너 회식 있으면 가고 싶어?”
“공짜밥 개꿀 아냐?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상사랑 같이 간다면?”
“가기 싫지.”
세연이가 논리적인 말을 하네? 햄버거에 지능을 올리는 효과가 있나?
“그럼 회식 없음 적어두고...식사 제공은 회사 규모상 힘드니까 법인카드로 대충 해결하게 하고, 휴식시간은 시간당 10분 정도면 되나?”
“충분하지 않을까?”
너무 길어도 일하기 힘들어지니까 이정도면 되나. 또 뭔가 그럭저럭 괜찮은 미끼 없나? 솔직히 내가 채용공고를 내는 입장이 되니까 생각보다 쓰기가 어렵네.
대충 번지르르한 소개문에 연차 월차 이런 거 복지에 써서 올리면 될 것 같았는데. 아, 그러고보니 정직원으로 바로 채용한다고 하면 좀 더 나으려나. 옛날처럼 정년 보장이 안 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정직원이랑 인턴은 차이가 크니까 좀 더 매력적일 것 같은데.
해고하기는 더 어렵다고 하지만 일만 잘하면 해고 할 일은 없지...
으, 근데 회사 자체에 버는 수익이 없다시피 하니까 연봉 협상할 때 많은 돈을 주긴 힘든데...내 통장에서 돈을 좀 끌어오는 거랑,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돈이랑, 변이자 취직 지원금 같은걸로 어떻게 퉁쳐야 하나?
아무리 사장 소리 듣고 싶어서 만든 회사라지만 좆소 소리 들으면 좀 그런데. 내 방송이미지 관리에도 문제가 생기고. 역시 얼굴공개하고 얼굴마담노릇해서 광고라도 받아야 하나? 회사를 크게 키울 생각은 없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라쿤박사님의 지원을 받아 변이자관리본부에서 고정적으로 광고를 넣어주겠지만, 그거 하나만으로 회사운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나 한솔이나 도네로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하지만 그것만으로 회사 운영을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회사 할 거면 흑자는 내야지. 적자 운영은 에바야.
그러니까 직원 한 두명만 뽑아서 지원금 타먹으면서 적당히 흑자 볼 정도로만 운영하자. 그것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갓 만든 MCN치고는 대기업이 2명이나 있으니 적어도 갓 만든 신생기업 치고는 꽤 괜찮은 조건 아니야?
아예 돈 나올 구석이 없지는 않으니까 갓 만든 회사 치고는 면접자가 꽤 오지 않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채용공고를 작성한다. 연차, 월차 4대 보험에 퇴직금은 일단 당연히 보장해주고, 휴식시간 보장에 식사 챙겨주는 거랑, 회식 없음?
이 정도면 되나? 회식은 뺄까? 굳이 끼워 넣을 만한 항목은 아닐 것 같은데. 애초에 내가 회사에 별로 나올 일이 없을 텐데 회식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애초에 내가 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회사 다닐 시절에 회식에 존나게 시달려봤으니까.
나는 고심 끝에 작성한 채용공고를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대충 날짜는 이주 후로 잡아놓았으니 적당히 추려내서 면접 본다고 연락하면 되겠지. 이제 방송이나 하면 될 일이다.
“유진아, 방송 시간까지 30분 남았어.”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
적당히 라면으로 때울까. 근데 라면 남아있었나?
비상식량 개념으로 라면을 어느 정도 사놓기는 하는데 내가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가끔씩 한솔이나 유라가 먹긴 하던데. 일단 부엌에서 확인해 봐야겠네. 나는 머리카락으로 커피가 담겨있던 컵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은 조용했다. 한솔이는 이 시간이면 방송 끝나고 쉴 때고, 유라야 학교 갔고. 리온이랑 에포나는 밖에서 놀고 있을 테고. 정말 조용하네.
내가 라면을 찬장에 놨던가? 머리카락으로 찬장 문을 열고 안을 확인했지만 라면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유라 때문에 아래쪽에 놔뒀을 것 같은데. 나는 아래쪽 서랍을 열어 재끼며 라면을 찾아다니던 끝에 3봉지 남은 라면을 발견했다.
다음에 장 볼 때 사놔야겠네.
라면, 라면을 먹자...
“보글보글 교교 끓는 물에~보글보글 교교 면발을 넣고~”
“...언제 적 노래야.”
뭐 왜 뭐. 그냥 생각나서 부르는 건데.
정확한 계량과 조리시간을 거친 라면을 그릇에 담아내니 아주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퍼졌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냄새도 향긋하네.
“잘먹겠습니다~”
“듀~하!”
ㄷㅎ
듀하
오늘은 무슨 컨텐츠 함? 평소처럼 시공?
“오늘은~ 광고 좀 잠깐 때릴거야.”
광고?
숙제 들어옴?
광고라고 했으니 숙제는 아닌가
“숙제는 아냐. 그냥 채용공고 좀 하려는 거지. 이번에 회사 만들었거든? 그래서 직원 좀 뽑으려고. 편집자 일 할 사람 좀 뽑겠다~하는 거지.”
?
회사?
회사를 무슨 뭐 통장 만들었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어 ㅋㅋㅋㅋㅋ
입사하면 듀라 얼굴 볼 수 있는 거?
“반 정도는? 마스크 쓰고 있을 건데 눈 정도는 볼 수 있겠지...사장 노릇 하려면 얼굴을 아예 공개 안 할 수는 없으니까. 물론 직원 뽑아놓고 굴리기만 할 생각이긴 하지만.”
[출근맨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혹시 거기가 가‘족’같은 기업인가요?
“아니 날 어떻게 보고! 내가 얼마나 잘 챙겨주는데? 내가 그렇게 직원 막대할 사람으로 보여?”
[GROUNDPOUND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는요? 맨날 갈구시면서...
시작부터 내부고발임?
ㄷㄷ
“님은 월급 삭감하기 전에 레이드좀 그만 뛰고 편집이나 더 열심히 하는 게 어떨까요?”
내가 편집자 하나 더 뽑으려는 게 그거 때문인데 어? 물론 한 명만으로 매일 업로드를 할 수 있을리 없으니 더 뽑는 거지만 요새 업로드 주기 길어진다고 시청자들이 자꾸 말 꺼낸다고. 비싼 월급 받았으면 최소한 작업은 다 끝내고 해!
내가 평소에 게임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잖아!
“제가 이렇게 관대한 사장입니다 여러분! 직원이 태업을 해도 조금 혼내는 것 말곤 간섭도 안해요! 4대 보험! 연차! 월차! 퇴직금 전부 보장! 입사하면 바로 정직원! 이렇게 좋은 직장이 어딨어! 심지어 나는 출근도 잘 안하니 사장님 간섭도 안 받고 작업할 수 있어요!”
훌륭한 좆소기업 사장의 자질이 보인다
아니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거 무냐고 ㄷㄷ
? 아니 그럼 입사하는 이유가 없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에반데. 설마 내 얼굴 보겠다고 입사하려고 했던거야? 내 얼굴 볼게 뭐가 있다고. 저어기 이쁜 여자 찾고 싶으면 아이돌이나 찾아봐.”
ㄷㄷ
이게...사장?
“무슨 문제라도?”
꼬우면 니네가 사장 하던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