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7화 〉 후일담:여신님, 닭장냄새 나...(1)
* * *
...일어나거라.
“5분만...”
어제 작업하느라 늦게 잤다고...좀만 더 자자...
...일어나라고 했느니라.
“시끄러워...엑스칼리버 대신 꽂아놓기 전에 닥쳐...”
...그게 왜 여기서 나오느냐?!
“...응?”
뭐지? 세반고리관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의 진동이 전달하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빡침은? 나는 눈을 뜨고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눈을 굴렸다.
...여기 우리 집이 아닌데? 이 묘하게 익숙한 느낌...어디선가 본거 같은...
“일어나지 않겠느냐?”
“...삼겹살?”
“나에게는 모리안이라는 이름이 있느니라!”
아, 그랬었지? 나는 폭풍사원을 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런 공간에 폭식한 침대라니, 위화감 쩌네. 그것도 극세사 이불인지 존나게 부드러워서 잠이 솔솔 오네.
“근데 내가 왜 여기에...있는 거지?”
“그거야, 이곳이 자네의 무의식이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내게 걸린 봉인이 약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느니라...”
저번에 누아다씨가 말했던 경고가 현실이 된 건가. 나는 조잘조잘 거리는 여신을 보며 생각했다. 근데 저 여신 위협이 되긴...하나? 평소에도 뭔가 음험한 모습 몇 번 보여주다 호구처럼 인간한테 봉인당한 여신이잖아?
사실 호구여신 아닐까?
동생인 마리아조차도 자기 언니가 봉인 당했는데 아무 생각 없는 걸 보면 이 여신 은근히 취급이 박하네? 마하도 언니 취급이 되게 험악했고?
평소에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동생들 사이에서 평판이 그 모양이야? 신화에서 혐성짓을 많이 한 건 알고 있었지만 뭔가 취급을 생각해보니 쌀 한 톨만큼 불쌍한데.
“아 네...그럼 저 다시 자도 되요?”
“말은 끝까지 듣거라!”
아니 뭐요. 어제 시영이 진정시키고 방송 급하게 종료하고 원래 하려던 말도 못하고 병원 데려갔다 오느라 피곤했다고...좀만 더 자게 해줘. 오늘은 휴방하기로 했는데 여신님이 여기서 그러면 어? 내가 꿀잠을 못자잖아.
이거 수면권 침해야. 알아? 확 눈앞에서 묶어놓고 양념갈비 구워서 먹어 버릴까보다. 현대인한테 얼마나 수면권이 중요한데. 난 성인이 되면서 꼬박꼬박 8시간씩 자기로 내 자신과 합의했다고. 어?
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건 시공 큐가 잡힐 때와 일가친척의 부고나 리온이 수줍게 소매를 잡고 ‘엄마...배고파’ 할 때뿐이라고!
애가 숲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일찍 일어난단 말이야. 옛 말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다고 말하긴 했지만, 요즘은 일찍 일어나면 더 일찍 수레를 끌게 될 뿐이라고.
“못 본 사이에 더 얼빵해진 것 같도다. 물어볼 것이 많았거늘...”
“하암...그래서 무슨 일로 불렀어요? 짦고 간결하게 말해주십셔...”
“겨우 봉인을 풀었느니라.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도다. 전쟁은 어떻게 되었느냐? 이 세계는? 그리고 내 여동생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질문이 많으시네요. 음...일단 거기 불편하게 묶여계시지 마시고 앉아 계시죠?”
나는 침대 위에 앉아 눈을 비볐다. 빨리 설명하고 잠이나 더 자야겠다.
“음...전쟁은 우리가 이겼고요, 세계는 변이자가 좀 급격하게 늘어난 거 빼면 그냥 그렇죠? 평소처럼 전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었고, 세계 정세는 관심 없어서 잘 모르겠고, 여동생은 지금쯤 숙제하고 있을걸요?”
“숙제?”
“아 그런 게 있어요.”
나는 마리아의 명예를 위해서 말하지 않기로 햇다. 지금 쯤 부캐들 숙제 돌리고 있을 마리아한테도 이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개도 참 대단하네. 하루에 몇 시간을 투자하는 거야? 그쯤 되면 이미 랭커자리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겠네.
“아무튼, 그거면 됐죠? 저 다시 자”
“기다리거라. 부탁이 있노라.”
“부탁이요?”
모리안 여신은 침대에 올라와 내게 다가왔다. 이 여신이 미쳤나? 왜 갑자기 쓸데없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 물론 내가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님이랑은 싫은데요.
닭장냄새 나는 아줌마가 날 덮치고 있어! 끼에엑!
“부, 부탁이 뭔데요?”
그리고 이상한 분위기 만들지 말고 내려오지? 가슴끼리 닿아서 불편하잖아. 이런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니 감촉은 꽤 마음에 들지만 지방 덩어리끼리 문대져봐야 내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
그냥 불편할 뿐이라고.
“네 몸을...나에게...흐게엑!”
나는 즉시 여신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어디서 헛소리를 해?
나는 저 멀리 꼬꾸라진 여신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덮치길래 무슨 함 뜨자! 이러는 줄 알았네. 이거 전연령이야 알아?
“강렬한...발길질이나라...”
“아 됐고. 볼 일 없으면 저 갑니다?”
내가 저번에 어떻게 빠져나왔더라?
나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강하게 갈망했다. 여신이 뭐라뭐라 소리치기는 했지만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자고 싶다는 갈망은 그 정도에 무너지지 않는다!
“...아.”
돌아왔네. 새가 지저귀를 소리를 들으니 아침인 것 같다. 머리가 조금 무거운 걸 보니 어쨌든 그 망할 여신이 내 숙면을 방해한건 확실하네. 나는 무의식 속에 들어간 모양인지 저 멀리 날아간 이불을 다시 가져와 몸에 덮고 눈을 감았다.
아 몰라! 난 잘 거야! 너는 거기서 살아!
“엄마? 엄마?”
흔들지 마...나 더 잘 거야...
“엄마, 나 배고파~”
“알았어...5분만...더...”
“헤으응! 주인님! 나 밥! 밥!”
...있다 낮잠이라도 잘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여신년 기어 나오면 비건 식단이 뭔지 보여주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