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 후일담:하와와 벌칙방송인 것이애오(5)
* * *
“사랑은 열린 문~”
“...문이 닫혀서 허리가 반으로 접혔는데 그 노래가 여기서 왜 나와요?”
노래 선곡 상태 왜 저럼?
아니 호러게임하는데 밝고 희망찬 노래 부르지 말라고~
그 와중에 박자고 뭐고 막 부르는데 목소리가 깡패라 좋게 들리는 거 킹받네
“뭐 왜 뭐. 사람이 갑자기 생각나서 부를 수도 있는 거지!”
아니 가위 들고 쫒아오는 미친 할아버지가 무서우면 노래 좀 부를 수 있지! 난 손가락도 잘렸는데! 저 할아버지 죽으면 반쯤 한 거라고 들었으니까 이제 얼마 안남은거 맞지? 나는 반쯤 찬 양동이를 슬쩍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아는 구간이라 괜찮았는데...시영이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피비린내 때문인가? 하지만 나는 피를 토할 수밖에 없는 걸. 그래도 이제는 게임 자체에 적응을 해버려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데.
호러게임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기는 하다. 초반에는 좀 무서운데 나중가면 적응해서 별로 무섭지가 않아. 심지어 초반부를 이미 해봤기 때문에 공포감은 시작한지 한 시간도 안되서 반 토막이나 있었다.
시청자들도 그걸 아니 이제 슬슬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고.
“근데 여기까지 오니까 이제 무서운 게 별로 없네요. 확실히 호러게임이 후반부가면 많이 루즈해지더라.”
ㅇㅇ
호러 원툴겜의 숙명임. X하같이 후반부 액션 전환하는 거 아니면...
그래도 X웃라스트는 ㄱㅊ은 편
“...그냥 본인이 더 공포스러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응? 지금 뭐라고 했어?”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시영이 상태가 영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시영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애는 그냥 쉬게 해야 하나? 한솔이 마냥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멘트를 꺼내는 게 안쓰러웠다. 아무리 돈 버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몸은 챙겨야지.
“시영아, 들어가서 좀 쉴래?”
“괘, 괜찮아요!”
“정말? 너 얼굴이 지금 엄청 창백해. 진짜 괜찮겠어?”
왜 내 얼굴을 보니까 더 창백해지는 걸까. 붉어졌으면 붉어졌지 창백해지는 건 또 뭐야.
시영이 안색이 영 아니지만 일단 본인이 괜찮다고 했으니 계속해서 진행해야겠다. 나는 다시 마이크를 켜고 방송을 진행했다. 슬슬 후반부에 진입해서 이 정신병원의 정체가 드러나는 구간이었다.
나는 온갖 쪽지들과 문서들을 주워가며 스토리를 보면서 느긋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초반부를 너무 빨리 지나간 감이 있어서 시간 좀 챙겨야지. 벌칙방송 켠왕인데 평소 방송시간의 절반도 못 채우게 생겼는데.
“근데 이거 스토리 좀 뭔가 복잡하네. 대충 여기서 무슨 인체실험 같은 거 했고, 그 결과 이상한 초능력자 같은 놈이 생겨서 이곳이 이 모양 이꼴이 되었다는 거 맞죠?”
ㅇㅇ
그거 맞음
네 맞워요
“스토리 자체는 식상하네. 하긴 옛날 호러게임들도 후반부 가면 뜬금없이 여기서 일어난 심령현상은 아무튼 과학임. 아무튼 오버테크놀로지임 하는 게 클리셰니까 어쩔 수 없나.”
ㄹㅇㅋㅋ
[A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시작할 땐 고풍스러운 저택이었는데 후반부에는 급 오버테크놀로지 가득한 연구실 ㅋㅋㅋ
“진짜 그렇다니까? 그리고 집에 퍼즐은 뭐 이리 많은지, 뭐 테마파크라도 만드려고 지은 집인가 싶다니까? 무슨 보석으로 문을 열고 뭘 조합해서 열쇠를 만들고 있냐고? 나 같으면 그 집 만든 놈 소지품 다 뺏은 다음에 집 곳곳에 흩뿌려놓고 알아서 탈출해보라고 던져놓고 갈 거야. 뭐 안에 살인마도 하나씩 넣어놓으니 알아서 지지고 볶고 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만든 놈은 한번 자기가 당해봐야 한다 ㅋㅋㅋㅋㅋ
“호러게임에서 공포를 과학적 요소로 설명을 하려고 하는 순간 공포가 사라지는 거 같아. 개인적으로는 그냥 미스터리하면 끝까지 미스터리하게 남았으면 좋겠어. 나폴리탄 괴담처럼 말이야.”
나폴리탄 괴담이 그래서 재밌음 ㅇㅇ
나폴리탄이 뭔가요?
“나폴리탄? 괴담 같은 건데, 괴담의 내용을 두루뭉술하게 만들어서 공포감을 늘리는 그런 방식이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시키는 거야.
예를 들어 바다거북 스프라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바다거북 스프를 한입 먹어보곤 웨이터에게 묻지. ‘이거 정말로 바다수프인가요?’ 웨이터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어. 그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마치고 나가서 자살했어. 왜 죽었을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나도 모르겠지? 그걸 알아서 뇌피셜로 끼워 맞추는 게 나폴리탄 괴담이야.”
호러게임은 무서워하시면서 이런 건 잘 아시네요
ㄹㅇㅋㅋ
“야! 내가 언제 무서워 했다 그래! 내가 이래뵈도 귀...아니다. 아무튼 나 쫄보 아니라니까?”
[듀라팬1234호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무도 듀라님이 쫄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발 저리셨네요
아, TTS로 읽어주는 거 킹받네.
“와! 듀라팬 1234호님 이벤트에 당첨되셨어요! 혹시 집 주소좀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직접 배송해 드립니다!”
ㄷㄷ
시청자한테 살인예고를 날리는 버튜버가 있다?
오히려 좋아
“야! 내가 언제 살인 예고를 했다고 그래? 이건 그냥 팬에게 감사를 담아 선물을 직접 건네주려는 내 서비스일 뿐이야!”
서비스(빠따첨부)
ㄷㄷ 직접 죽여드립니다 서비스
듀라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했습니다 구독 해제 합니다.
“응 안할 거 다 알아~X수들 그러면서 다시 구독 누를 거잖아! 내가 X수 생활만 3년 했는데 그걸 모를 것 같아?”
나는 시청자들과 극딜을 주고받으며 말이 없어진 시영이의 안색을 살폈다. 시영이는 아까보다 더 창백한 얼굴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보니, 그곳엔 세연이가 있었다. 폰을 들고서 한손으로 마우스를 딸깍이는.
워, 워, 저건 그냥 햄버거 성애자 처녀귀신이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뿐이야. 그렇게 놀랄일이 아...닌가?
“시영아?”
“어...어...”
왜 입을 틀어막아. 내가 쳐다보는 게 그렇게 무서워? 나는 시영이를 잠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스마트폰 셀카 촬영기능을 켜고 내 얼굴을 확인했다.
“아.”
양동이에 피를 토할 때 미쳐 지워내지 못한 핏자국이 입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제가 하관에 피칠갑을 하고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옷에도 좀 피가 튀었고. 하얀옷이라서 더 눈에 띄네. 이건 좀 무서워 할 만하지.
“잠깐 입가에 뭐가 묻어서 좀 닦을게요.”
나는 컴퓨터 옆에 놓아두었던 물티슈를 꺼내 입가를 닦았다. 물티슈가 빨갛게 물들었네. 나는 몸을 숙여 쓰레기통에 물티슈를 집어넣었다.
“에이, 얼굴에 피 묻었으면 진작 말해주지.”
“...”
“어? 시아야? 님들 저 잠깐만요? 시아야?!”
나는 눈을 까뒤집고 졸도한 시영이를 붙잡고 흔들었다.
‘머리가...어지러워...“
시영이 방송실에 들어가며 한 생각이었다. 분명히 깔끔하고 어지럽혀진 곳 하나 보이지 않을 저도로 깨끗한 방이었지만, 시영은 왠지 모를 냄새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냄새일까. 어딘가 익숙한 냄새 같기도 했지만, 동시에 낯선 냄새였다.
유진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을 때, 시영은 방송 전에 유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가 양동이에 피를 좀 자주 토하니까 너무 놀라진 말고.]
이거 피냄새구나. 너무 진해서 오히려 눈치 채지를 못했다. 강렬한 피비린내가 콧속을 계속 파고들자, 시영은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참을 만 했다. 익숙해지면 그런대로 버틸 만 할 테니까.
“듀라 언...!”
처음 놀란 것은 정말로 유진이 양동이에 대고 피를 토했을 때였다. 사람이 정말로 입에서 피를 토해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강렬한 피냄새가 시영의 콧속을 파고들었다. 아무리 유진이 사전에 일러두었다지만 공포스러운 배경음악아래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기란 힘들었다.
“오케이 다 됐으. 계속 하”
“되긴 뭐가 됐어요!”
시영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진을 쳐다보았지만, 유진은 시종일관 괜찮다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진행했다. 시영은 괜찮다고 말하는 유진이 자신을 쳐다보았을 때, 숨조차 쉬지못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평소에도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입 주변에 피칠갑을 한, 머리가 기괴하게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호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래도 시영은 차마 방송 진행에 문제가 될까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참아가면서 멘트를 쥐어짜냈다.
그리고 방송이 무르익었을 때, 허공을 방황하던 시영의 시선이 방 구석에 있던 세연이 있는 자리에 닿았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가 지 멋대로 움직여도 신경쓰지마.]
평소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지금의 시영은 분위기와 상황이 합쳐져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이 상황은 겁이 만은 시영에게 충분히 공포스러운 상황이었으니까.
시영은 유진이 불러도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커다란 황금색 눈동자 두 개가 자신을 내려다 보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