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35화 (235/352)

〈 235화 〉 후일담:하와와 벌칙방송인 것이애오(4)

* * *

“저번에 할 때도 생각했는데, 주인공 이 놈 진짜 참기자 맞는 거 같아. 딱 봐도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 건물에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공포게임 주인공들 다 그렇잖아요.”

­무섭다면서 맨날 더 안으로 들어가는 게 공포게임 주인공들 특징 ㅋㅋ

­ㄹㅇㅋㅋ

­아 무서우면 도망치라고 ㅋㅋㅋㅋ

나는 몇 달 만에 돌아온 정신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름에 왔을 때는 여기서부터 쫄아서 빙빙 돌다 들어갔는데. 이제는 길을 아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쪽 아닌데요.”

“정말?”

­뇌리셋 ㅋㅋㅋㅋㅋㅋ

­저거 들어가기 무서워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킹리적 갓심인데 그럴 듯하네 ㅋㅋㅋㅋ

“에이, 한번 깨 봤는데 내가 무서워 할 리가 없지?”

진짜라니까? 내가 전쟁터도 다녀왔는데 고작 이런 데이터 덩어리에 쫄 이유가 없잖아? 너 한번 코앞에서 천둥 떨어지는 거 봐 볼래? 존나 무섭거든? 진짜 그때 엔돌핀인지 아드레날린인지 핑핑도는 상태 아니었으면 진짜 지렸을 자신 있어!

“듀라 언...!”

아 양동이. 나는 곧바로 양동이를 끌어와 피를 토했다. 종이컵 한컴정도네. 이 정도면 별로 안 나왔다. 내가 이 게임에 익숙해졌단 증거였다. 휴지로 입가를 닦고 시영이를 쳐다보니, 시영이는 기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케이. 다 됐으. 계속 하­”

“되긴 뭐가 됐어요!”

아니, 피 토하는 건 평범한 일이라니까? 너무 호들갑 떨지 마.

내가 아파보이잖아.

나 멀쩡해. 이건 그냥 듀라한 종특이라고.

나는 조용히 마이크를 끄고 시영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워워, 평범한 일이니까 진정해. 그냥 이건 내 종족 종특 같은 거란 말이야. 곰닥터 피셜로 내 몸은 너무 건강해서 문제니까 괜찮다니까...?”

“정말이죠? 무리하시는 거 아니죠?”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아 머리 떨어졌다. 이래서 고개를 끄덕이면 안 된다니까. 나는 머리를 주워 다시 올려놓고 시영이를 쳐다보았다.

“어...”

너무 과다한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정신이 나간 듯 한 표정이었다. 방송해야 되는데.

“어, 잠깐만, X수들아, 내가 아니라 애가 정신이 나갔거든? 잠깐만 제정신으로 돌려놓고 올게.”

­뭔 일이 있었던 거임 ㄷㄷ

­아직 무서운 거 하나도 안 나왔는데?

­시아님도 한 쫄보하긴 했는데 이건 좀...

“시영아, 시영아?”

“어....어....”

“진정하고, 방송 계속 해야지?”

“네, 네...”

그래도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온...거 맞지? 여전히 창백한 얼굴의 시영이를 보며 나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정말 예상 못했던 상황인데. 뭐 방송하다보면 진정하겠지. 게다가 방송을 방치해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흠흠,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다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할게요.”

­도대체 무슨 일임?

­ㄹㅇ

­ㅁ?ㄹ

“별일 아니에요. 그냥 좀 놀랐나봐.”

나는 자연스럽게 기억을 되짚어가며 정신병원에 들어섰다. 언제 봐도 주옥같은 어둠이로구만. 나는 자연스럽게 버튼을 눌러 캠코더를 키고 어두운 공간을 주파했다.

“저번에 여기 왔을 땐 쫄아서 헤맸던 것 같은데. 이번엔 아무런 느낌도 없네~ 빨리 돼지시키 보고 싶다~”

“...막상 보면 쪼는 거 아니에요?”

“에이, 이미 한 번 본 놈인데 쫄 리가 없지?”

이제는 놀려주면서 튈 자신도 있단 말이야. 나는 느긋하게 초반부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시체들과 마주치는 구간에 들어섰다. 저번에는 이 구간에서 횡설수설하면서 겁먹었었지?

“아저씨 오랜만~ 여전히 멋진 꼬챙이네요~ 꼬치구이에 재능 있으신 거 아니에요?”

­아니 그건 좀 ;;

­취급 보소 ㅋㅋㅋㅋ

“그리고 죽기 전에 총 내놔 총! 돼지새끼든 대머리놈 들이든 다 쏴죽이면 러브&피스잖아! 내가 이 정신병원에 사랑을 전파할 수 있게 총 내놓으라고!”

­어딜 봐서 러브&피스 인데 ㅋㅋㅋㅋㅋ

­러브(총살)임?

­이미 제정신이 아니네 ㅋㅋㅋㅋ

“저기 총이 있는 왜 줍질 못하니! 왜 줍지를 못해! 줍게 해줘 이 망할 게임! 총만 들면 X웃라스트가아니라 X웃하자드가 됐을 텐데! 요즘 대세는 총 들고 쏴재끼는 주인공이라고!”

“그럼 장르가 바뀌잖아요. 우리는 지금 벌칙 방송으로 호러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라구요...”

“괜찮잖아! 요즘 장르 드리프트 하는 건 평범한 일이라고! 나는 스토리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골프 게임이었던 그 게임처럼!”

­ㄹㅇㅋㅋㅋ

­골프게임 맞지 ㅋㅋㅋㅋ

­골프...? 윽 머리가...

“골프 게임 이야기는 그만 하고, 자자 계속 가즈아! 이제 슬슬 돼지 나올 타이밍이네!”

저번에 그 돼지 놈 때문에 깜짝 놀랐더랬지. 나는 이 지긋지긋한 켠왕을 빨리 끝낼 생각으로 기억나는 루트를 빠른 속도로 주파하기 시작했다. 돼지 나오고, 위에서 떨어지고, 그 다음엔 뭐더라? 아, 카드키 찾아서 나가려고 발악하는 거였나.

아무튼 방송은 순조로웠다. 내가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탓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더러 보이기는 했지만, 초반부는 저번 방송때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공포장르는 원래 한번 재탕하는 순간 공포감이 급격하게 줄어드니까. 공포영화든 게임이든 재탕해본 사람은 안다.

이제 초반부에 제일 귀찮은 구간이네, 정신없이 달리니 벌써 이 구간이었다. 사방이 어두워서 웬 정신병자 하나를 피해서 발전기를 켜는 그 구간 말이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게 무섭긴 하지.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안보여~X수들의 인생처럼~”

­?

­갑자기 명치에 스트레이트를 때려박네

­팩트폭력 에반데;;

“농담이야 농담. 설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그렇게 막돼먹은 사람으로 보여?”

[A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아니었어?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난 언제나 X수들한테 감사하고 있다고. X수들의 코 묻은 돈으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애초에 나도 X수짓 하다가 스트리머 된 거라고! 자기를 먹고 살게해주는 사람을 감사하게 여기는 건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기본 덕목이야!”

­혀에 모터달린것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거 보소 ㅋㅋㅋ

­그럼 스트리머가 시청자들한테 극딜하냐고 ㅋㅋㅋ

“아 원래 오고 가는게 있어야 더 끈끈해 지는 거 몰라? 내가 예의만 차리면서 방송만 진행했으면 재미 없잖아? 오고 맥임이 있으면 가는 맥임도 있어야지! 원래 오고가는 맥임 속에 애정이 싹트는 법이야! 너네 드라마 안 봤어? X하우스 안 봤냐구? 맨날 티격태격 싸우다가 결국 서로 사랑하게 돼서 해피엔딩! 인생이란 그런 거야!”

[YMD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설득력이...있어!

­X하우스는 언제적 드라마임 ㅋㅋㅋㅋㅋ

[AAAAA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듀라님...혹시...연세가?

“연세라니! 나는 언제나 영원한 하와와 17살 여중생이라고!”

­17세가 왜 여중생이야 ㅋㅋㅋㅋㅋㅋ

­학교를 얼마나 오래 안 가봤으면 학년도 까먹음 ㅋㅋㅋㅋㅋ

“아, 여고생이던가? 아무튼! 니들은 나이 먹어서 탈모고민에 한숨을 푹푹 쉬겠지만 나는 만년 파릇파릇한 하와와 여고생이라고!”

­혹시 자괴감 안 드세요?

“무슨 문제라도?”

­자신을 17세 여고생이라 당당하게 말하는 뻔뻔함에 X랄을 탁 치고 갑니다.

­이 방송을 전국탈모임협회가 싫어합니다

“뭐, 왜, 뭐. 이 그 머리 벗겨진 사람들 모임인지 폰없음 모임인지 헷갈리는 협회는 그만 이야기 하고, 다들 내 방송이나 봐!”

말하는 동안에 발전기 가동 성공했네. 역시 기억이란 위대하구만. 빨리빨리 초반부 넘기고 중반부로 넘어가야지.

나는 아직도 창백한 얼굴로 힙겹게 방송을 이어가는 시영이를 이따금씩 쳐다보면서, 계속해서 방송을 진행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