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34화 (234/352)

〈 234화 〉 후일담:하와와 벌칙방송인 것이애오(3)

* * *

“와, 여기가 방송실이에요? 크다...”

“좀 크긴 하지. 듣기로는 집 지은 사람이 취미생활 하려고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별로 관심도 없었고...”

어쩌면 이 집에 득실득실 했던 귀신들 사이에 집주인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을 구경하는 시영이를 내버려 두고, 천장에 붙어서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세연이를 손짓으로 불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 세연이에게 나는 시영이에게 들리지 않도록 속삭였다.

“...알지? 오늘은 다른 사람도 있으니까 허공에 물건 뜨지 않게 조심해서 움직여야 돼. 말은 해놨지만 놀랄 거 아냐.”

“어...저 양동이가 있는 시점에서 그건 무리 아닐까?”

어...틀린 말은 아니네. 나는 방송실 구석에 놓인 양동이를 쳐다보았다. 양동이는 마치 이 방에 있어선 안 될 불청객처럼 붉은색으로 물든 채 놓여있었다. 저게 다 내 피다. 하도 많이 피를 토하니까 이젠 핏자국이 안 사라지더라.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세제보다도 진하더라고. 세제로 박박 닦아도 얼룩이 잘 안 지워지더라. 덕분에 이 깔끔한 방에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오브제가 생겨버렸다고.

아니, 내 피가 이상한 건가?

확실히 일반적인 피랑은 성질이 좀 다른 것 같은데. 비린내도 별로 안 심하고. 한솔이 말로는 보통 사람 피랑은 맛도 좀 다르다는 것 같고.

나는 양동이를 머리카락으로 조용히 들어 올려 책상 밑에 보이지 않도록 숨겨놓았다. 어차피 보겠지만, 그건 내가 몸으로 숨기던지 말던지 하면 되니까. 나는 머리카락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고 방을 여전히 구경중이던 시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파일은 준비해 왔지?”

“당연하죠. 여기요.”

나는 시영이의 USB를 받아 부팅이 끝난 컴퓨터에 꽂아 넣었다. 이거구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세팅을 끝낸 나는 의자를 끌어와 시영이의 앞에 갖다 놓았다.

“방송기재는 어제 미리 꺼내 놨고...어차피 합방이니까 마이크는 같이 쓰는 거고.”

나는 내가 가진 마이크 중에 가장 성능이 좋은 마이크를 꺼냈다. 평소엔 귀찮아서 헤드셋으로 퉁치는데, 오늘은 합방이니까.

“웹캠이랑 마이크가 많으시네요?”

“최근에 한 번 장비를 갈아치운 적이 있어서...그리고 한솔이도 스트리머거든. 그래서 한솔이가 가지고 있던 안 쓰던 물건까지 여기에 다 모아놔서 그래.”

“아, 그래요?”

머기업이니 알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세상에 스트리머가 얼마나 많은데 자기가 관심 없는 분야라면 대기업이라도 모를 만 하지.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기업 스트리머가 된 한솔이지만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하고는 연이 없다.

원래 캠방하는 사람이랑 노캠방 하는 사람이랑 묘하게 서로 영역이 갈라져 있기도 하고, 버튜버 쪽이라면 한층 더 그렇다. 버튜버는 뭐랄까...같은 분류지만 인방인­X튜버­노캠방­버튜버 이런 식으로 내려오는 하위의 하위분류에 가까워서 가장 파이가 작으니까 그만큼 인지도도 모자라다.

업계 1위가 350만이라 결코 작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니까. 천만 단위로 노는 X튜버가 꽤 있는 다른 분야에 비하면 작다는 거다. 시청자의 성향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더 좁은 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 방송 영상 편집해서 다른 스트리머한테 도네로 보내지 말라고! 맨날 샤우팅 영상만 보내니까 다른 스트리머들사이에서 이미지가 이상해 지잖아! 내가 모 초록머리 수금 개구리마냥 스크리밍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흰색 붉은색 반반 머리 미소녀 아바타가 샤우팅 내지르면 누구라도 놀란다고! 나를 더 이상 쪽팔리게 하지마! 이러다 샤우팅 본좌한 테까지 날리게 생겼네! 물론 그 영상도네로 시청자 유입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좀...

이미지가 이상해지잖아. 사실 더 이상해질 이미지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진 언니, 근데 정말 괜찮아요?”

“응?”

“그, 옛날에 X웃라스트하다가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으시다고...”

아, 그거...우리 시청자들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사건이지. 그건 올리기도 뭐해서 X튜브 채널에 업로드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 쫄보 X튜브군이 그런 자극적인 걸 올리게 해 줄지도 의문이고.

“괜찮아 괜찮아. 그거는 그냥 피를 너무 많이 토해서 쓰러진 것뿐이야. 그리고 둘이서 하는데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사실 우리 집에 처녀귀신도 살고 유령마도 있고 듀라한도 있고 흡혈귀도 있는데 고작 이런 게임에 공포를 느끼는 게...맞나? 어차피 게임일 뿐이잖아. 사실 저기서 튀어나오는 놈들 현실이면 나한테 주먹 한 대 맞고 엉엉 울면서 엄마 찾을 놈들 밖에 없는 걸.

솔직히 전쟁터에서 구르니까 이제 어지간한건 공포로 느껴지지도 않아! 이제 공포게임 무서워하는 쫄보 듀라는 없다고!

“일단 방송 테스트 좀 해볼까. 잘 돌아가야 하는지 봐야 하니까...”

적당히 방송 세팅을 해놓고, 방송용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버튜버 판떼기는 멀쩡하고, 방송에 인풋렉도 없고, 인터넷 상태도 양호. 게임을 실행시키니 문제없이 작동하네.

애초에 사골라스트가 워낙 오래된 게임이라 그렇게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지는 않는 게임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실행시켜 본 거다.

“잘 돌아가네요. 근데 이번 합방 켠왕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응.”

“켠왕...하루 만에 깰 수 있어요?”

“그렇게 길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초반 구간은 한 번 깬 적이 있어서 수월하게 할 수 있기도 하니까 아마 넉넉하게 저녁쯤에는 엔딩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다행이긴 한데...X웃라스트 무섭다던데...”

“무섭긴 하더라. 그래도 적당히 무서워하는 걸 시청자들은 더 좋아하니까 오히려 그게 낫지. 벌칙방송인데 벌칙 받는 느낌이 아니면 좀 그렇잖아.”

“그건 그래요.”

“어차피 무섭다고 하면 네가 선택한 벌칙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소리만 줄창 할 텐데 뭐.”

그럼 준비도 얼추 됐으니 좀 쉴까. 몇 시간 방송할지 모르는데 좀 쉬어둬야지. 나와 시영이는 방송실을 나갔다.

­­­­­­­­­­­­­­­­­­­­­­­­

“듀하~”

“시~하!”

­ㄷㅎ

­ㅎㅇㅇ

평소보다 시청자가 좀 더 많네. 시영이 쪽 시청자들까지 온 건가. 수익은 적당히 반띵하기로 했으니 시청자는 많을수록 좋지. 나도 일일 최고 수익 갱신 좀 해보자!

“오, 평소보다 시청자가 많은데 시아쪽 시청자분들도 오셨나 보네? 듀~하! 아시다시피 오늘은 오프라인 합방입니다! 물론 버튜버라 캠은 없고요, 오늘 할 게임은 뭐다?”

­X골라스트 ㅋㅋㅋㅋ

­그 게임 해도 괜찮은 거 맞나요? ㄷㄷ

“아 괜찮아 괜찮아. 초반부 부분은 이미 다 해봤으니까 놀랄만한 부분도 적고, 옆에 시아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

“쓰러지면 물 뿌려서 깨울 테니 걱정하지 마.”

“아니 그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전자기기가 넘치는 곳에 물 뿌리는 건 에바야!”

“그럼 전자기기 피해서 물 뿌리면 되는 거지?”

“어...그건 어쩔 수 없지. 살살 뿌려줘.”

­그건 되는 거임? ㅋㅋㅋㅋ

­물 맞는 게 싫은 게 아니고 전자기기 때문이냐고 ㅋㅋㅋ

해봐야 피 좀 토하기 밖에 더 하겠나. 나는 적당히 시청자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가늠했다. 적당히 수금타임 가진 다음 게임을 해야지. 나는 방송을 진행하며 양동이를 의자 옆에 옮겨놓았다. 빠른 토혈을 위한 준비였다.

“제가 오늘 합방하려고 어제 와서 듀라언니네 집에서 잤는데, 저녁이랑 아침을 직접 만들어 줬거든요? 근데 요리 엄청 잘해. 점심에 알리올리오 파스타 해 주는데 진짜 고급 음식점에서 먹는 느낌이었다니까? 가게 열어도 될 정도야. 게다가 커피도 잘 내려.”

“에이, 그 정돈 아냐. 그냥 평범한 수준이지.”

­요리 잘하는...마망...헤으응...

­요알못 시아가 극찬한 요잘알 듀라 ㄷㄷ

­듀라 부끄러워 하는 거 커엽네 ㅋㅋㅋㅋㅋ

­ ㅜㅑ...

내 얼굴에 금칠하지 마라. 금독옮아. 나 듀라한이라 금에 약할지도 모른다고.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스마트폰에도 금쪼가리 들어가는 거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니들은 평생 먹어보지도 못할 내 요리가 그렇게 궁금해? 어차피 먹지도 못할 텐데 신경끄는 게 어떨까?”

­부끄러우니까 시청자 극딜하는거 보소 ㅋㅋㅋ

­자기 부끄럽다고 시청자를 극딜하는 버튜버가 있다?

­업계 포상 ㅜㅑ

“시아가 요리 할 줄 몰라서 그렇게 느끼는 거지 나만큼 요리하는 사람 수두룩해.”

“보통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재료를 썰진 못하거든?”

­요리왕 듀라 ㄷㄷ

­요리 방송 가즈아

­버튜버들도 막 요리 방송 하던데 요리 방송 ㄱㄱ

그...렇긴 한데 그거 방송사고 자주 나잖아. 저번에 다른 버튜버 방송 보는데 기계에 얼굴 비치고 카메라 쓰러트려서 얼굴 들킬뻔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솔직히 생각해보면 이제와서 들킨다고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직은 아냐.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드러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슬슬 시간이네. 그럼 슬슬 벌칙 방송을 시작해 볼까? 어제 예고했다시피 오늘의 벌칙 방송은 방송인들이 한 번 쯤은 꼭 깨본다는 그 게임!사골라스트 켠왕! 목표는 밤10시전에 깨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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