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 후일담:어서와, 태초마을은 처음이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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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태초마을 브금)
“선생님. 혹시 넌씨눈이란 단어를 아십니까?”
킹치만 놀리는 게 제일 재밌는 걸?
네가 선택한 항아리 게임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환장하겠네. 나는 태초마을 끝자락까지 추락한 빡빡이를 참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시아는 미끄럼틀 구간 끝자락에 있고...최대한 빨리 올라가는 수밖에 없나. 나는 침착하게 시아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지나왔던 길이라 지나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게임 자체가 요령만 잘 알면 훅훅 지나갈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저런, 태초마을로 돌아갔구나? 어차피 이제 따라잡지 못 할 텐데 내가 올라가는 모습이나 구경하는 게 어때요?]
“아이고~선생님. 3분안에 추월할 테니 열심히 해보십셔.”
꼼수로 지름길을 이용해 구간을 스킵하고 미끄럼틀 구간을 클리어! 가구섬 구간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망치를 놀리기 시작했다. 여기 구간은 크게 휘두르면 튕겨 나가니 천천히 밀고 당기고를 반복해서 올라가면 된다.
공략에서 그렇게 말했어! 그걸 왜 이제야 떠올렸을까!
“딱 대!”
[왤케 빨라!?]
진짜 빠르네;;
이게...듀라?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선생님, 모습이 보이시네요. 아직도 오렌지 타운에 계십니까? 저를 따돌리시려면 적어도 오렌지 타운은 벗어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 이미 요령을 터득한 나에게는 가구섬 따위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고! 역배들아, 축배를 들어라! 내가 왔다!
“여러분, 가구섬은 이렇게 섬세하고도 간결한 동작으로 하나 둘 하나 둘, 참 쉽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잘하냐고
에반데
“왜 잘하긴, 나니까.”
킹받네...
역배! 역배! 역배! 역배! 역배!
[그래봐야 아직 오렌지마을에도 도착 못했...]
“저기 저 탐스러운 오렌지를 봐! 와! 오렌지 마을이야! X기선장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라고!”
킹갓황기 선장님...
[으...]
“거센 바람~ 높은 파도가~ 우리 앞을 막아서도~ 결코 두렵지 않아~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시련들~ 밝은 내일 위한~거야~”
[정신 사나워! 이상한 노래 부르지 마! 쓸데없이 목소리는 좋아서 더 짜증나!]
“아니 이 명곡을 무시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한국인이야? 이 노래를 모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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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이게 왜 틀이야! 내 동년배, 아니 내 또래라면 다 알고 있을 명곡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그게 도대체 뭔데!]
이런데서 세대차이라니! 이젠 그 유명한 X피스의 한국판 오프닝을 모르는 사람이 생기다니! 이런 가혹한 현실을 버틸 수 없어! 웬지 내가 조온나게 늙은 것 같잖아! 아직 난 젊다고! 중고딩따리 외모만큼이나 정신연령도 젊단 말이야!
듀라이모...
현실을 받아들이십쇼
듀하다 추라야
“으아악 아니야! 난 아직 파릇파릇한 하와와 여중생이라고!”
[...우리 아는 척 하지 말자.]
“야! 내가 부끄러워?”
[응.]
ㅇㅇ
듀라님 안 부끄러워요?
오늘따라 온갖 추태란 추태는 다 부리네 ㅋㅋㅋㅋㅋ
추태라니!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평생 탈모에 시달리는 저주라도 걸어줄까? 내 시청자란 것들이 내 편은 안 들어 주고! 내가 인생을 헛 살았네 헛 살았어! 진짜 이기고 보자! 저 역도들을 내가 친히 뚝배기 깨줄라니까!
“오렌지 구간은 그래도 좀 쉽네~”
오렌지 타운에서 절벽을 지나 사자머리 동상을 종탑에 도착! 이제 가면...
“깜짝이야!”
박쥐 ㅋㅋㅋㅋㅋㅋ
처음 하는 사람들 맨날 여기서 놀람 ㅋㅋㅋㅋ
ㄹㅇㅋㅋ
“에라이 망할 빡빡이 개발자놈! 떨어트리려고 온갖 수는 다 쓰는구만! 나레이션 꺼져! 쓸데없이 멋있어 보이는 말 하지 말고 빡빡이는 빡빡이 답게 병원 가서 발모제나 바르란 말이야!”
말넘심
듀라/사건사고 및 논란/빡빡이 비하발언 논란
“이게 무슨 비하발언이야! 야! 사람이 욕먹을 짓을 하면 욕을 먹는 법이라고! 대놓고 이래도 나 안 욕해? 하면서 킹받게 하는데 욕할 수도 있지! 내가 이 겜 영상을 보면서 욕을 안 한 스트리머는 본 적도 없어!”
그건 ㅇㅈ
보살소리 듣던 스트리머도 육두문자 튀어나오게 하는 게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여러분도....아악 시발!”
말하다가 태초마을로 갈 뻔했잖아! 나는 아슬아슬하게 사자머리 끝자락에 걸친 망치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침착하게 사자머리 위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에 망치를 걸치곤 박쥐가 나왔던 종탑을 넘어가는데 성공했다.
시아의 방송을 슬쩍 훔쳐보니 오렌지 타운 다음 구간인 설원에서 한참 구르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기가 안전빵 구간이었나? 뱀새끼 뺴고는 태초마을로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들었는데.
“선생님, 선생님, 제가 왔습니다~ 아직도 설원에 계시는 군요?”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거야?]
“아이고, 제가 누굽니까, 겜잘알 듀라가 아닙니까~ 항아리 게임 따위 저에겐 적응만 하면 그냥 끝날 일이지 말입니다?”
ㅈㄴ 약 올리네 ㅋㅋㅋ
다나까 왤케 킹받냐 ㅋㅋㅋㅋ
왜긴 왜야 이게 1년 9개월 군대 짬밥의 힘이지. 나 때는 정작 다나까 별로 안 쓰긴 했지만.
아무튼 빨리 올라가서 좀 더 인성질 좀 해야지.
역시 인성질이 짜릿해! 늘 새로워!
“렛 잇 고~ 렛 잇 고~ 캔 홀드잇백애니모어~렛잇고~ 렛잇고~”
왜 노래를 부르는데 무박자로 부르냐고 ㅋㅋㅋㅋㅋ 박자 싸그리 무시하는 거 봐라ㅋㅋㅋㅋㅋ
랩하는 거임?
‘가왕’
듀라, 새로운 가왕으로 밝혀져...
[푸흡...언니는 노래로 사람을 웃겨 죽이려는 거야? 이거 반칙이야!]
“아 왜! 아까는 아무 말 없었으면서!”
[그럼 그 묘하게 구수한 발음이랑 박자 좀 맞춰보던가! 술 먹고 노래 부르는 것 같잖아!]
ㄹㅇ 주사부리는 것 같음 ㅋㅋㅋㅋ
[항아리왕듀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술 한잔 했습니다...내기가 잘 안 되도 좋습니다. 하지만 듀라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내기에서 질 수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습니다...
“야! 불길한 소리 하지마! 내가 이겨! 이길거라고!”
이것들이 지들 정배 걸었다고 방해하네? 선넘네?
“야 니들 두고 봐, 내가 이기고 나서 실컷 놀려줄 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될 것 같음?
[정배국밥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꿈을 꾸었느냐...? 예 꾸었습니다. 내기에서 이기는 꿈을 말입니다.
내가 진짜 이기고 만다. 나는 머릿속에서 공략영상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며 설원을 주파했다. 이 다음 구간인 은빛산까지만 따라잡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시아도 깨본지 오래된 탓에 머릿속으로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어가며 플레이 하는 탓에 진행이 빠르진 않았으니까.
나는 설원의 끝자락 지점, 시아는 은빛산의 초입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진행하면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여기까지 오는데 한시간 반. 이제 슬슬 집중력이 흐려질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듀라한이다. 전쟁에서도 굴러봤는데 이런 항아리 게임에서 집중력이 흐려질 리...
있네 시발!
“아악!”
아 ㅋㅋㅋㅋㅋ
ㄲㅂ 그걸 안떨어지네
좀만 더 떨어졌으면 뱀타고 태초마을 각인데
[태초마을 가셨으면 변명이라도 하실 수 있으셨을 텐데~]
“불길한 소리 하지마! 내가 이 겜을 안해보긴 했어도 저 뱀에 대한 악명은 잘 아니까!”
공략대로 망치를 오른쪽에 두길 잘했어! 잘못해서 왼쪽에 뒀으면...
“후, 아직 그렇게 큰 차이는 안나요. 이거 진짜 이길 수 있음.”
아모른직다
생각보다 잘해서 불안한데
이거 시아가 실수하면 ㄹㅇ 이길지도
“실수 안 해도 이김.”
나는 거북이 마냥 느릿느릿한 속도로 은빛산을 오르는 시아를 보며 대답했다. 나는 조금 위험부담이 있지만 높게 점프해 한 번에 은빛산 초입에 도달하기로 했다.
망치를 양동이에 걸치고, 하나, 둘, 셋!
빡빡이가 하늘을 날아 은빛산의 초입 부분에 머리를 부딫힌다. 나는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망치를 은빛산의 입구에 걸쳐 버티는데 성공했다.
“등짝, 등짝을 보자!”
[저리가!]
이제 시아와 나의 거리는 한 화면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속도 싸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조급함은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하지만 아주 미세한 컨트롤로 미끄러짐을 최소화 하며 마지막 코스나 다름 없는 산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즈아!”
뭐임 왜 안 본사이에 똑같아짐?
ㅁ?ㄹ
아 에반대
[시고르자브종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승리의 축배를 들어라!”
내가 먼저 쇼핑카트에 망치를 걸쳤다! 그대로 마우스를 휘두르듯이 움직여 몸을 튕겨올려 엔마지막 건물인 신전 바로 앞에 착지했다.
“벌칙 방송 기대할게!”
[아직 승부는 모르는 거야!]
“응 다음 패배자~한번 깨봤으면서 한 번도 안 해본 사람한테 발리죠?”
[이익...]
꼬우면 먼저 송전탑 올라가서 엔딩 보시던가~
지금까지 쌓인 경험치로 사뿐하게 신전위로 올라온 나는 송전탑 앞에서 여유를 부렸다. 내 멘탈 공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시아가 은빛산 위쪽에서 중간까지 미끄러지는 모습이 방송에 잡혔다.
“기다려 줄테니 빨리 올라와보라고~”
기만 보소 ㅋㅋㅋㅋㅋ
와 진짜 얄밉다ㅋㅋㅋㅋㅋ
옆에 있었으면 바로 죽빵 마렵겠다 ㅋㅋㅋㅋㅋ
나는 여유롭게 송전탑 두 번째 안테나에 빡빡이를 안착시켜놓고 시아의 마지막 발악을 감상했다.
시아가 은빛산을 다 올라오는 데는 10분이 더 걸렸다.
“왔구나? 정상의 공기는 어때? 상쾌하지? 난 이제 우주로 떠날 테니 벌칙 방송에서 보자~”
나는 첫 번째 안테나에 걸고 힘차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빡빡이는 반동을 받아 오른쪽으로...
오른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 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 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 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 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 역시 도박은 정배지 ㅎ
나는 송전탑 왼쪽에 있던 빡빡이가 반동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캐릭터를 넘겨 송전탑에 끼어버린 상황을 보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깐, 이거 나갈 수 있지? 그렇지?”
ㅁ?ㄹ
가능은 함, 가능은 ㅋㅋㅋㅋㅋㅋ
“야 이 씹...”
[당신의 거의 해낼 뻔 했습니다. 그러나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죠. 당신은 배드엔딩을 맞이했습니다.]
나레이션 넣은 새끼 진짜 주리를 틀어버리고 싶네!
“아니야! 아니라고! 빡빡아 넌 할 수 있어!”
응 안돼~
시아 다왔다 정배들아 축배를 들어라!
여러분 방심 한번이 이렇게 신세를 망칩니다
ㄹㅇㅋㅋ
“배드엔딩이라니! 난 이런거 있단 소리는 못 들었다고! 진짜 못나간다고?”
나는 송전탑에 끼인 몸을 빼내려고 용을 썼지만 빡빡이는 점점 송전탑 아래쪽으로 빠질 뿐이었다.
[거기서 뭐해요? 아~ 배드엔딩이 보고 싶으셨구나~]
“우, 우리 비긴 걸로 하지 않을래...?”
[정배국밥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추라야 듀하다
[응 안돼~얌전히 벌칙 받아~]
“끼야악!”
나는 저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시아를 보며 절망 섞인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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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포인트 ㅠㅠ
듀라님을 믿었는데! 믿었는데에!
“패...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벌칙방송은 약속대로 x웃라스트 벌칙방송!]
나는 실실 웃으며 나를 약 올리는 시아를 보며 잔꾀를 냈다. 나 절대 혼자 못 죽어!
“그러니까 벌칙방송은 오프합방으로 하는 거 맞죠?”
[네?]
“내가 벌칙방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면 당연히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닌가?”
ㄹㅇㅋㅋ
그건 맞지
아 ㅋㅋㅋㅋㅋ 물귀신 작전 뭔데 ㅋㅋㅋㅋ
[그건 방송으로 보면...]
“에이, 제가 다른 사람 불러서 대리로 시킬 수도 있잖아요.”
[어...]
“그러니까 내일 저희 집에서 같이 방송하시죠! 그런 걸로 알고 방종 할게요! 듀바!”
[잠ㄲ...]
나는 재빨리 x코를 꺼버렸다. 아 몰라 대답 안 들었다고~무조건 올거라고 믿고 있을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맥이네 ㅋㅋㅋㅋ
“오늘 저챗은 내일 시작하면서 할게요! 그럼 듀바!”
미친 듯이 진동하는 휴대폰을 무시하면서 나는 방송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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