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30화 (230/352)

〈 230화 〉 후일담:어서와, 태초마을은 처음이지?(2)

* * *

항아리 게임이 무엇이냐.

뭐긴 뭐야 사람 인내심 테스트 하려고 만든 게임이지 X발.

조작은 더럽게 이상하고, 항아리에 웬 상반신 누드 빡빡이가 망치를 들고 우주까지 올라가는 게임이다. 제작자부터가 게이머들의 좌절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악의가 철철 넘치는 소개문이 적힌 게임이다.

구라 아니고 진짜야.

수많은 스트리머들의 멘탈을 갈아먹다 못해 가루로 만들어 버린 유명세 덕분에 벌칙게임으로 켠왕을 하기도 하고, 한창 유행 때는 웬만한 스트리머들은 전부 켠왕 방송을 키곤 했지. 이제는 한물간 게임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고인물 방송이나 벌칙게임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갖은 방법으로 빡치게, 좀 점잖은 말로는 킹받게 하는 게임이라 이겁니다.

빡빡이도 킹받고, 항아리도 킹받고, 맵도 킹받고. 존재하는 모든 게 킹받다 못해 마우스를 부셔버리게 되는 게임이다.

“후...혹시 몰라서 마우스를 10개 사놔서 다행이지...”

­마우스 장사하심? 마우스가 계속 나와 ㄷㄷ

­지금 부서진 마우스가 5개째 ㅋㅋㅋㅋㅋ

아니 생각해봐. 나 힘이 지금 고릴라랑 팔씨름해도 이길 정도로 쎈데 이렇게 빡치는 게임하면 무심코 마우스를 세게 쥐어서 마우스였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나는 바닥에 흩어진 마우스 파편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운명하신 마우스가 벌써 5개다.

진짜 뭐 어디에 오더메이드 주문이라도 해서 강철로 만들어봐? 어차피 내 근력이면 일반 마우스 쓰는 거랑 별 차이도 없을 텐데. 그래도 양동이 세 개는 채우지 않아서 다행이네. 이제 양동이도 더 없는데. 한솔이한테 가져가라고 해야되나.

“후...릴렉스 릴렉스...나는 할 수 있다...나는 항아리 게임을 끝까지 깰 수 있다...깰 수 있다...

­응 태초마을

­30분째 태초마을 ㅋㅋㅋㅋㅋ

­벌칙대비나 하시는 게...

“야! 나는 포기 안 해! 아직 별로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듀라야취재가자님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쪽 지금 X꼬 구간인데요?

뭐? 나는 급하게 송출용 모니터에 올려둔 시아의 방송을 쳐다보았다. 태초마을을 지나 악마의 x꼬 구간에서 열심히 망치를 휘두르는 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디코의 음소거 버튼을 해제했다.

“믿었는데! 너의 평균적인 게임 실력을 믿었는데! 게임만 하면 매번 이 갈리게 하는 네 실력을 믿었는데에에에에에에에!”

[깜짝이야! 지금 방해하는 거야? 아직 태초마을에서 헤매고 있는 네가? 정말? 지금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캣파이트? ㅜㅑ...

­항아리 게임으로 캣파이트 하는 버튜버 둘...가슴이 웅장해진다...

“선생님, 혹시 무림에선 3할의 실력을 숨긴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지?”

한국인이! 게임 못한다는! 말을 듣고! 어찌 빡치지 않을 소냐! 너 딱 기다려! 이제 요령 잡았으니까! 딱 대!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떠올리며 빠르게 마우스를 놀리기 시작했다. 내 압도적인 피지컬과 반사신경을 최대한 활용한 섬세한 무빙은 순식간에 태초마을을 넘어 시아가 한창 올라가고 있는 구간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선생님, 선생님의 모습이 보여요...헤헤헤...”

[어머, 안녕~]

­왜저럼;;

­갑자기 맛가버리네 ㅋㅋㅋㅋ

­갑자기 잘하네 ㅋㅋㅋㅋ

­태초마을은 튜토 구간이라 슬슬 깰 때 되긴 했음 ㅋㅋㅋ

­에반데. 아 태초마을에 계속 있으라고 ㅋㅋㅋㅋ

“닥쳐! 이 배신자 새끼들아! 니들 내가 이기면 두고 봐! 내가 꼭 이기고 만다!”

다행히도 시아도 몇 년 만에 하는 게임이라 기억을 되살리며 플레이 하고 있는건지 나보다는 빠르지만 진도가 큰 차이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원래 똥손으로 유명하기도 햇고. 나는 방송 전에 몰래 봐둔 공략 영상을 머릿속에서 풀가동하며 천천히 악마의 X꼬 구간을 공략했다.

누군지 몰라도 이른 참 주옥같게 지었네. 정말 X꼬 같이 생기긴 했는데 뭔가 좀 더 괜찮은 이름 없냐구...제작진 X꼬를 X도로 쑤셔버리고 싶을 만큼 빡치는 구간이긴 하지만.

“시아야!”

[왜? 항복이라도 하려고?]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무서워!]

­왜 갑분 호러영화 분위기임?

­ㅁ?ㄹ

=같은 구간 왔다고 정신공격 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

[태초마을이박사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듀하다 추라야

“하.하.하. 선생님.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법이에요. 추하든 말든 이기고 나서 생각하는 거라고요! 막말로 X그에서 치킨 뜯은 놈만 기억하지 2등한 놈은 기억도 못하잖아!”

지금 추해도 이긴다면 다 만회할 수 있어! 내가 간다! 이 ㅈ같은 X꼬 구간에 대한 파악은 이미 끝났다고! 나 먼저 올라간다! 나는 망치를 스프링처럼 수직으로 바닥에 놓곤 몸을 위로 튕겨냈다. 그리고 X꼬의 홈에 계속해서 망치 끝을 걸치곤 조심스럽게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역시 내 피지컬! 믿고 있었다고!

­???????

­이 구간을 이렇게 쉽게?

­누가 대신해 주고 있는거 아니냐?

­에반데

“대신하기는 개뿔! 내가 태초마을에서 헤맸던 것은! 지금을 위한 추진력이다!”

이 27년산 겜잘알 이유진에게 항아리 게임 따위 한낱 장애물에 불과할 뿐! 나를 경배하라! 숭배하라! 내가 바로 이구역의 겜잘알 버튜버! 듀라다!

“헤헤헤헤헤헤헤...아이고 선생님, 언제쯤 올라오시나요~ 저 먼저 갑니다~”

[...여긴 그저 맛보기에 불과해! 이 다음부터가 진짜라고! 금방 다시 보게 될 걸?]

이 다음 구간이 미끄럼틀에 양동이에 책에 이상한 거 다 쌓인 구간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중간에 슈퍼 점프로 스킵하는게 더 쉬운 구간이 있다는 것도! 나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먼 옛날 스트리머들의 고통스러운 등반을 보았던 사람이야!

대충 루트는 알고 있다는 말씀!

“선생님, 제가 항아리 게임 영상을 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언 4년 전,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깨다가 승천한 이 게임의 영상은 질리도록 봤지 말입니다? 제가 피지컬과 게임 센스는 님보다 좋으니 그렇게 생각하시다 정말 벌칙 받을 수도 있지 말입니다?”

[이익...]

­왜 갑자기 다나까로 말하는데 ㅋㅋㅋㅋㅋ ㅈㄴ 킹받네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근데 이러다 진짜 이기는 거 아님?

­정배들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정배들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정배들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정배들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정배들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정배들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믿고 있었다구 젠장!

“정배들아 정신이 드니? 네가 질거 라고 생각했어?”

­ㅂㄷㅂㄷ

­아 져야 하는데

“미안한데~내가 이래 뵈도 피지컬 만큼은 남들한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거든? 평소에 빡겜을 안 해서 그렇지~”

­이거 완전 내가 평소에 게임 못하는건 대충해서 그럼 ㅎㅎ 하고 정신승리 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나 이거 레오리에서 봄. 정신승리 맞지?

웃을 수 있는 건 지금 뿐이란다. 나는 영상에서 보았던 공략을 떠올리며 차근차근 미끄럼틀 구간을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비교적 리스크가 적고, 난이도가 낮은 구간이라 익숙해지기만 하면 금방 깰 수 있는 구간이었다.

공략 영상 올린 사람이 아무튼 그렇대.

시아의 영상을 슬쩍 훔쳐보니 멘탈에 금이 간 건지 실수를 남발하는 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아주 좋아! 좀만 있으면 팝콘 좀 뜯겠구만! 오랜만에 아주 재밌는 방송시청이 되겠어!

“시아 쌤, 팝콘은 어느 맛을 좋아하십니까?”

[몰라! 그런 거 몰라! 으아악! X발!]

“선생님 버튜버는 욕하면 안된답니다! 우리는 아이돌이에요!”

[그건 X로라이브겠지! 아이돌은 개뿔! 거기도 맨날 X꼬 X추 그런데 알게 뭐야! 개인세는 그런거 없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버튜버?

­어질어질하다

“아 너.무.재.밌.다.”

역시 이기고 있을 땐 놀리는 게 최고지! 나는 미끄럼틀 구간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스무스하게 넘어가며 그 다음 구간인 가구섬 구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미끄럼틀에 있습니까? 저어는 이제 가구섬에 도착했지 말입니다?”

[기다려! 곧 따라갈테니까!]

나는 가구섬의 난관인 절벽 구간에서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이제 여길 빠르게...어?

“어?”

[믿음과 신뢰의 정배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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