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11화 (211/352)

〈 211화 〉 188.신화에는 끝이 존재하는 법(5)

* * *

“이런 약골들을 상대로 이렇게 시간이 끌리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무신들이라 할 수 있느냐!”

토르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 질렀다. 전장의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팽팽하게 접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토르는 고민했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병력이 모자라서? 병력은 오히려 이쪽의 우위였다.

병력의 질이 별로라서? 그 것 조차 아니었다. 애초에 전쟁에서 꽤 무기 좀 휘둘러 봤다던 신들만 모은 정예였기에, 몇 명 안 되는 신과 머릿수만 많은 저승사자들 상대로는 일방적으로 우위였으면 우위였지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토르는 점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원인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눈을 굴렸다. 전장이 팽팽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오랜 시간을 관찰한 끝에 깨달았다.

“이 욕심만 그득그득한 녀석들이...”

토르는 이를 갈았다. 북유럽과 그리스 신을 제외한 다른 신화권의 신들은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질 않았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기보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들은 서로가 다치지 않게 단합하면서도, 북유럽 신이나 그리스 신들이 집중 공격 받거나 후방을 공격당했을 때는 방관했다.

그들의 행동에 경악하던 토르는 무심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치려다, 그들이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깨닫고 허공에서 크롬 크루아하와 격전을 벌이는 제우스를 노려보았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제우스가 한 스틱스강의 맹세 때문이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후에, 나는 뿌리세계의 정기를 모든 신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도록 스틱스 강에 걸고 맹세하겠소.’

모든 신들에게 공평하게 같은 양을 나눈다면, 당연히 신들의 수가 적어질수록 남은 인원에게 더 많은 정기가 나누어질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숫자 자체가 가장 많은 그리스와 북유럽의 신들에게 당연히 더 많은 정기가 돌아갈 것이고, 신들의 숫자가 한 자릿수밖에 안 되는 약소 신화권의 신들은 아무리 같은 양의 정기를 받는다 한들 결코 많은 양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리스와 북유럽의 신들을 전장에서 죽게 함으로서 자신들에게 오는 정기를 조금이나마 늘리기로 작당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토르가 북유럽 신들을 퇴각 시키려 할 때, 그의 부관이자 전령인 헤임달이 그를 급하게 불렀다.

“토르, 스틱스가...사라졌네.”

“뭐라고? 그냥 후방에 있는 것 뿐 아니었나?”

“...아닐세. 내가 후방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끼고 귀를 기울였을 때, 한 여신의 비명소리가 들렸네. 그리고 후방에 있어야할 스틱스 여신의 모습이 보이질 않더군. 그리고 바람결에 실려온 목소리를 들었네. 스틱스, 미안하구나...라는 여성의 목소리였네. 정확히 누구였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네.”

토르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하려고 한다면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중얼거리는 소리조차 들을 수 있는 헤임달의 말이 거짓말일리는 없었다.

스틱스가...죽었다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스틱스강의 맹세가 성립되기 위해선 스틱스 여신이 있어야만 했다. 스틱스 여신이 뿌려주는 강물이야 말로 맹세의 당사자가 맹세를 지켰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였으니까.

상황이 점점 꼬여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굳이 토르와 북유럽의 신들은 싸울 필요가 없었다. 스틱스 강의 맹세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맹세대로 땅을 공평하게 나눠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는 제우스라면, 당장 자기 세력에 속하지 않은 신에게 누명을 씌워서라도 좀 더 많은 정기를 차지하려 할 테니까. 그리고 그 대상은 높은 확률로 북유럽 쪽이 될 것이 뻔했다. 고심 끝에 토르는 전령을 보내 북유럽 신들만 몰래 후방으로 빼내기로 했다.

주력만 온존한다면, 이번 전투가 끝난 후에는 북유럽 신들이 권력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더 많은 권력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덤으로 스틱스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빌미로 제우스에게 협박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토르는 북유럽 신들에게 몰래 퇴각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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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이 X폴로 같은 새끼! 불량식품 같은 놈!

꼴에 신이라고 무한 화살을 쓰네? 도대체 얼마나 쏴야 저 화살비가 그치는 건데?

나는 나를 향해 쏟아지는 화살비를 피해내며 욕을 뱉어냈다. 시발. 좀 적당히 좀 쐈으면. 너무 많이 쏴재껴서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한두 발도 아니고 수십 수백발이 날아오면 아무리 머리카락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다닌다 해도 멀쩡할지 장담하기도 힘들고, 예언의 신이라선지 몰라도 내가 움직이려는 경로에 화살비를 깔아버리니 에포나를 타고 날아다녀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후, 저 저 금발 양아치새끼 양아치 아니랄까봐 비겁하게 싸우는 거 보소...”

“주인님! 싸움은 원래 비겁하게 하는 거래!”

“남의 동생을 인질로 붙잡은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에포나, 넌 내편이야 저쪽 편이야?

그리고 고기방패라도 없으면 내가 위험한 걸? 그렇다고 내가 아르테미스 내려놓으면 활 안 쏠 것도 아니잖아. 침략자 주제에 뭔 말이 많아. 니들이 선택한 전쟁이니까 무슨 짓을 당해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고.

꼬우면 가지세계로 도망치지를 말았어야지.

나는 범선 앞에 달아놓은 여신상처럼 매달아 놓은 아르테미스 너머로 아폴른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래도 계속 피하면서 조금씩 접근하니 거리 자체는 좁혀지고 있었다. 어쨌든 이쪽이 비행 속도 자체는 더 빨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늘은 나는 오토바이라도 속도는 땅에서 굴러다닐 때랑 별 차이 없다고.

뭔가 좀 괜찮은 돌파구가 없을까. 나는 이 지지부진한 싸움을 어서 끝내고 싶었다. 내가 전투를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장기전으로 가면 에포나가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으니까.

적어도 아르테미스가 깨어나기 전에, 아폴론을 쓰러트려야 했다. 나는 내 주변을 뒤덮을 기세로 날아오는 화살비를 피하곤, 다시 한 번 아폴론을 향해 에포나를 돌격시켰다. 역시나 아폴론은 타고 있던 구름을 조종해 내 돌진을 피해내곤 곧바로 화살로 내 등짝을 노렸다.

어떻게 봤냐고 한다면, 머리를 180도 돌리고 있었을 뿐이다. 얼굴 방향만 아폴론 쪽으로 돌리고 있으면 저 나르시스트 금발 양아치가 내 뒤통수를 노려도 바로 눈치 챌 수 있지. 내가 이 싸움에서 어느 정도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사실상 사각이라는 게 없었으니까.

“...머리가 반 바퀴나 돌아가는 여자는 흉측하군.”

“뭐래.”

니 머리를 반 바퀴 돌려줄까? 너도 아래쪽으로 곁눈질하면 등짝이 보이는 몸으로 만들어 줘?

확 씨.

“으음...”

아 잠깐만, 아르테미스가 신음소리를 흘리는 게 내 귓가에 포착되었다. 지금 깨어나면 좀 곤란한데. 아르테미스가 풀려나겠다고 움직이면 조종에 애로사항이 꽃핀다고. 뭔가 좋은 방법이...

...그냥 여기서 떨어트리면 되지 않을까? 지금 고도가 1KM는 되어 보이니까 신이라도 몸이 멀쩡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야! 금발 양아치! 내가 너무 비겁한 것 같으니까 네 동생은 놔줄게!”

“무슨 꿍꿍이냐?”

“이런 꿍꿍이지.”

나는 아르테미스를 풀어주었다. 상공 1KM에서 자유낙하하기 시작한 아르테미스를 보며 아폴론이 기겁하며 아르테미스를 받기 위해 구름을 타고 내려가자, 나는 곧장 수납함에 넣어놓았던 지옥참마도를 꺼내들었다.

좀 꺼림칙 하긴 한데, 둘다 잡으면 일석이조니까...

“주인님 대단해! 유라랑 같이 본 만화영화에 나오는 악당 같아!”

칭찬 맞지?

...맞지?

“아르테미스으으으으으으으!”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에포나! 아폴론을 쫒아가!”

“응!”

내 명령에 에포나는 곧장 수직으로 몸을 돌려 떨어지는 아르테미스를 붙잡기 위해 날아가는 아폴론을 쫒아갔다. 그 사이에 나는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흙 한 움큼을 집어 아폴론이 아르테미스를 낚아채기 전에 그를 향해 뿌려대기 시작했다.

“죽어어어어어어어어!”

흙이나 처먹고 너도 흙이나 되라!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같은 녀석아!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에게만 신경을 쏟은 탓에 내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정신없이 흩뿌려지는 흙을 피하지 못한 아폴론의 몸이 흙에 닿아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겼다! 3부 끝!

“네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닥쳐! 니들은 원래대로 이 땅의 양분이나 되라고! 네가 심은 해바라기 처럼!”

나는 허공에서 흩어져 가는 아폴론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한 시름 덜었네. 그럼 이제 땅바닥에 쳐박힌 아르테미스를...어라?

“네년이 내 오라비를...죽어!”

“주인님!”

어...이건 좀 에반데.

나는 구름을 타고 나타난 아르테미스에게 걷어차여 오토바이 위에서 떨어졌다. 여기 못해도 수백 미터인데 이대로 떨어지면 ㅇㅣㅇㅠㅈㅣㄴ이 되어버려!

“끼야아아아아아악!”

이런 미친! 이런 엔딩은 아니야! 저 위에서 에포나가 나를 태우려고 정신없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이미 거리가 상당히 멀어진 뒤였기에 아무래도 내가 땅과 충돌하는 게 더 빨랐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내 몸을 머리카락으로 둘둘 감아 고치를 만들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내가 고치를 완성하자마자 온 몸에 큰 충격이 달렸다. 급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충격 완화가 덜 된 것 같았다. 그나마 신체능력이 쩔어서 이 정도지, 아니면 진짜로 곤죽이 됐겠네!

그러니까 발로 그만 차!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지, 진짜 살려줘...고저 없는 톤으로 죽으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치를 발로 차대니 정말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

어떡하지? 이대로 풀면 그대로 밞혀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 어떻게?

“세연아! 빨리 저 여신 등짝에 들러붙어봐!”

“모, 못해! 무섭단 말이야!”

“어차피 너 죽었는데 또 죽진 않을 거 아냐! 나 살리는 셈 치고 붙어봐! 햄버거 사달라는 대로 사줄테니까!”

“...진짜지?”

“야 이 ㅆ...”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저 저 햄버거 귀신년. 그냥 햄버거랑 결혼하지 그러냐.

“어디서 한낱 영혼 주제에 신에게 덤비느냐!”

“유진아! 빨리! 나 오래 못 버텨!”

나도 알아!

3...2...1...

나는 숫자를 세곤 고치를 풀어냈다. 동시에 나는 아르테미스를 향해 군용삽 형태의 지옥참마도를 집어던졌다.

“세연아! 수납!”

일전에 해본 경험이 있었던 덕에, 세연이는 바로 내 말을 알아듣고 지옥참마도를 잡아 입안에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아르테미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채로 내 말을 기다렸다.

“무슨 수작을...!”

나는 몸을 틀어 내 삽을 피해낸 아르테미스를 비웃었다. 내 비웃음에 아르테미스가 더 분노하며 달려들 찰나에, 나는 언제나 그렇듯 주문을 외쳤다.

“울어라! 지옥참마도!”

“구웨에엑!”

“아악!”

지옥참마도는 훌륭하게 아르테미스의 어깨를 관통했다. 나는 피를 뚝뚝 흘리며 어깨를 부여잡은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아르테미스를 향해 재빠르게 흙을 뿌렸다.

“네년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이 천박한­”

후. 이제 저 오누이는 끝인가. 나는 증오에 가득찬 아르테미스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곤 아직 하늘에서 싸우고 있는 제우스와 용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저쪽은 끝날 기미가 안보이네. 그러고 보니 주변이 좀 어수선 한데. 나는 그제 서야 전장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전장이라곤 게임에서 밖에 본적 없는 내가 보기에도, 전장의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저 것들 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지?

...개꿀잼 몰카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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