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161.세 사람이 모이면 뭐라도 된다(3)
* * *
[힘들게 캔 나무가...]
[x리퍼가! 크리퍼가아아아!]
[살려주세요오오오오오오오오!]
망했네. 벌써 6번째 죽어버린 수향을 보며 난 생각했다. 왜 겜방이 채널 동영상에 별로 없었나 싶더니, 게임 실력이 심해 그 자체였구나. 바닥을 모르는 수향이의 실력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엥간치 게임 못한다는 겜못스보다도 더 못하는 수준이었다.
당장 에포나 불러서 게임 시켜도 저거보단 잘 할 것 같은데. 나 이번 합방 괜히 한 걸까? 시공을 하면서 온갖 트롤과 심해 인간들을 많이 본 나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손꼽힐 수준인데.
처음엔 시공이라도 같이 할까 했는데 포기해서 다행이야. 정말로 시공을 했다면 난...나는 필사적으로 끔찍한 상상을 떨쳐냈다. 지금은 방송에 집중해야지.
어쨌든, 수향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이빨이 죄다 갈리겠군. 나는 곡괭이로 미친 듯이 땅을 파며 생각했다. 저 둘의 방송을 켜놓고 구경하면서 멘트를 날리며 땅을 마구 팠더니 이젠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나 어디까지 내려간 거야?
다시 돌아갈 수는 있나?
시간을 보니 무려 방송 두 시간째, 정말 놀랍게도 우리는 집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 세 명 중에 X인크래프트를 해본 경험자는 나 한사람그 마저도 찍먹 수준이라 대충 나무 캐고 땅 파서 광석 캐고...하는 것 정도만 알았기에, 인챈트고 뭐고 아무것도 몰랐다.
문자 그대로 찍먹러+생초보 두명의 X인크래프트 정착기는 상상이상으로 가혹했던 것이다.
수향이, 6데스. 사인은 낙사, 익사, 해골에게 활 맞고 사망, 용암에 다이빙, 크리퍼 자폭, 시아의 의도치 않은 팀킬(절벽에서 밀쳐짐)까지 다채롭게 죽었다. 죽을 때마다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게 아주 그냥 항아리 게임을 시켜보고 싶구만.
재는 괴롭힘 당하면 흥할 타입이야. 리액션이 생각보다 괜찮잖아.
시아, 3데스. 낙사, 몬스터에게 사망, 그리고 크리퍼의 자폭에 수향이와 같이 사망.
나, 1데스. 지하에서 땅 파다 몬스터에게 사망. 내 아까운 템...
이거 누가 더 많이 죽나 경쟁하는 대회 같은 거임?
ㄹㅇ...2시간 동안 흙집 하나 만든 거 실화냐? 이 트리오는 진짜...
실력 에반데;;
“에바는 무슨! 뉴비니까 그럴 수도 있지!”
[원래 처음에는 다 헤매는 거야!]
[그래서 저희 이제 어떻게 해요?]
어...뭐 하긴, 땅 파서 자원 캐고 그 자원으로 집짓고 도구 만들고 해야지. 목장 만들거나 펫이나 그런 건 할 수 있다곤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꺼라위키 좀 정독하고 올 걸 그랬나. 첫날부터 사망 파티가 벌어져서 자원이라곤 근처에 있는 걸 닥치는 대로 캐온 나무와 흙, 약간의 돌블록 밖에 없었다.
“땅 파서 돌 캐고, 나무 더 캐서 가공하고, 집 지을 자재도 모으고...할 건 많네!”
진짜 죽어라 캐야 할 것 같은데? 벌써 막막하네. 내가 이 두 사람을 데리고 그럴듯한 집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두 사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내가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 할 거 같은데?
[이 게임 너무 어려워요!]
[생각보다 많이 어렵네~나는 어린애들이 폰으로 열심히 하길래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게임이 많이 어려워!]
...진짜, 진짜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해야 하나?
“자자, 일단 재료들 다 상자에 넣어봐! 얼마나 모았는지 한번 체크해보자!”
나는 미리 만들어 놓은 상자에 도구와 약간의 식량을 빼곤 전부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는 뒤로 물러나 두 사람이 상자에 물건을 집어넣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이 물건을 다 넣었는지 뒤로 물러나자, 나는 상자에 다가가 내용물을 확인했다.
“왜 이렇게 적어? 둘이 합쳐서 내가 캔 나무의 반이 될까 말까 한데?”
[그게, 아까 크, 크리퍼한테 맞고 폭발하면서 재료를 회수 못해서 전부...]
[나도 저 멀리서 죽어버려서 아직 재료 회수를 못했어...]
에반데...이게 두시간 동안 모은 결과물이라는 게 처참했다. 못해도 3자릿수는 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여기 바깥에 널린 게 나무인데! 나는 인벤토리에서 돌로 만든 도끼를 뿌리며 말했다.
“이 주변에 있는 나무는 전부 캐온다! 실시!”
[실시!]
[시, 실시?]
눈치 빠르게 대답한 시아를 보곤 수향이도 눈치껏 대답을 했다. 아직 적응이 덜 됐구먼. 스트리머에게 가장 중요한건 언제나 순발력이라고! X튭각이 나왔을때도, ㅈ될 각이 나왔을때도 순발력이 스트리머를 먹여 살린다!
둔한 녀석은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가자! 오늘의 목표는 그럴듯한 2층집, 아니 3층집을 만드는 거야! 자, 우리의 사훈이 뭐지?”
[돈은 항상 옳다?]
[시공의 폭풍은 정말 최고야!]
“아니야! 시공은 최고지! 아니 우리의 사훈은! 뭐였지?”
뭐하는데 ㅅㅂ ㅋㅋㅋㅋㅋㅋ
속보)사훈 정한지 두 시간 만에 까먹음
까머것수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x수들이? 안 까먹었어! 우리 회사 사훈은...마차바퀴 뭐시기야!”
[뭐시기?]
[뭐시기가 뭐에요?]
까먹었죠? 까먹었죠?
총체적 난국이네;;
도대체 이 방송 정체가 모임? 기억력 테스트 방송임?
“아 몰라! 어쨌든 가즈아!”
[[가즈아!]]
네모네모한 캐릭터들이 전부 곡괭이와 도끼를 들고 연속으로 점프했다. 이제부터 진정한 게임의 시작이었다.
시작 맞지?
“왜 도끼로 땅을 파?”
[도끼로 파던 곡괭이로 파던 땅만 파지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이거 완전...
논리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오늘 하나 같이 대환장 쇼네 ㅋㅋㅋㅋㅋ
“아니야! 이상한데서 묘한 주장을 하지마! 이 게임은 곡괭이로 광석을 캐야만 그 광석이 나오는 게임이라고! 그리고 나무 캐라고 하지 않았어?”
[아.]
“‘아’가 아니라!”
나는 그제 서야 도끼로 나무를 패기 시작하는 수향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애는 또 어디 간 거야.
“시아는 어디 갔지?”
언덕 올라갔음.
나무 캐려는 듯.
나무 캐러 갔다고? 그럼 놔둬도 되겠지? 왠지 불안한데...
나는 화면을 돌려 시아가 사라졌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시아가 사라진 방향은 나무가 많은 언덕이었다. 저기 있는 나무 캐러 간 거 아닌가? 어디 갔지? 어디 까지 간 거야?
“시아야, 어디야?”
[여기? 언덕 위인데? 왜?]
“아니, 안 보여서 어디 있나 했지. 나무 많이 캐와! 우리 나무 정말 많이 필요해!”
나무로 만들게 정말 많아! 도구 만들려면 나무 들어가고 , 이번에는 나무로 집을 만들 거니까 못 해도 나무 블록 수백 개는 쟁여놔야 목표로 한 3층집을 만들 수 있을 거다. 나는 인벤토리에 잔뜩 쌓아놓은 돌도끼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도끼질을 시작했다.
내 노가다는! 끝나지! 않아!
“일단 뼈대는 완성!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공사 중인 건물마냥 뼈대만 대충 완성된 모습은 보기 흉하긴 했지만, 그건 차차 완성하면서 고쳐 가면 되겠지. 애초에 오늘 완성될 거라는 생각은 첫 시작부터 터져나가는 애들을 보면서 포기했다. 넉넉하게 일주일~이주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와! 여기서 내 집 마련의 꿈이!]
[지하도 만들어요!]
“오케이오케이. 그럼 3층짜리 건물에 지하도 한층 더 추가하고...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솔직히 난 더해도 상관없지만, 수향이가 체력이 약한 건지, 몸이 좋지 않은 건지 체력이 방전되어가는 게 보여서 이쯤해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애초에 나랑 체력을 비교하려면 운동선수를 데려와야 할 지경이니까 비교하는 게 무의미 하긴 하지만.
벌써 끝냄?
평소의 반도 안하네요 ㅠㅠ
아 안 돼 돌아와 가지마
“일단 합방은 여기서 끝이야. 모두 오늘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오늘 재밌었어! 게임이 복잡해서 힘들었지만!]
[저도요. 듀라선배랑 같이 게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ㄹㅇ 듀라 찐팬이네 ㅋㅋㅋㅋ 게임에서도 보면 쫄래쫄래 따라다님 ㅋㅋㅋㅋ
선배라고 부르는 거 커엽네
합방 더 하면 안 됨? 노가리 타임 같은 거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갈게요. 해야 할 일도 있고 하니까...”
[그럼 잘 들어가! 나는 시청자들이랑 좀 더 이야기 하다 가야지.]
[그럼 저도 그래야 겠어요! 듀라선배 나중에 봐요!]
“나중에 봐!”
나는 인사와 동시에 X코에서 나오곤 대기 화면을 저챗할때의 배경화면으로 변경했다. 인사만 하고 꺼야지. 오늘은 좀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진짜 감?
2부 가즈아 ㅏㅏㅏㅏㅏㅏㅏㅏ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지만, 내일부터는 평소처럼 방송할거야. 이래저래 밀린 일이 좀 많아서 처리해야 하기도 하고, 좀 피곤하네.”
3인 방송이라 정신 없기는 했음
그래도 케미는 꽤 괜찮은 것 같던데
다음에는 언제 합방 하시나요?
“글세? 정확한 일정은 이야기 해본 적 없는데, 아시다시피 우리가 다 같이 만나서 합방하자! 라고 할때도 있지만 갑작스레 합방할 때도 있으니까. 자세한 일정은 상의하고 나서 공지해줄게. 그럼 난 슬슬 들어간다~너희들도 오늘은 푹 쉬어!”
ㄷㅂ
ㄷㅂㄷㅂ
들어가세요
방송이 끈 나는 헤드셋을 벗어 책상위에 대충 던져놓았다. 아으, 이제야 머리 좀 내려놓을 수 있겠네. 목 위에 머리를 올려놓는 건 불편하다니까. 긴장을 쫙 풀고 축 늘어진 채로 나는 머리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때였다. 내 온몸에 섬찟한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격렬하게 심상치 않은 경고를 하는 동시에,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나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사슬 같은 것을 발견했다. 끝에 날카로운 날이 달려있는 쇠사슬은 방충망을 뚫고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날아오는 사슬을 잡아챘다. 모리안 여신은 봉인되었지만 아직 기어스는 남아있으니까 할 수 있는 묘기였다. 왠지 잡을 수 있을 것 같단 확신이 들기도 했고.
쇠사슬은 내 손아귀 힘을 벗어나지 못하고 내 얼굴 바로 앞에서 힘없이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경악하는 세연이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세연이는 내 신호를 알아들은 듯 벽을 넘어 바깥으로 사라졌다. 세연이가 상대를 확인하고 올 동안, 나는 대처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대충 20초 정도가 지났을까, 쇠사슬에서 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거슬릴만한 정도였다. 그래도 이정도면 버틸만할 것 같은데...?!
“시발! 뭐야 이건!”
쇠사슬이 늘어났잖아! 나는 갑작스레 늘어난 쇠사슬 끝부분에 의해 목이 묶였다. 이거 명백하게 날 죽이려고 하는 거 맞지? 내가 도대체 뭔 짓을 했다고 이딴 짓을 하는 거야? 내가 진짜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건가?
억울해서 내 전생이었던 녀석의 머리채를 붙잡고 헤드뱅잉을 시켜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는 있는 힘껏 쇠사슬을 잡아 당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