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 160.세명이 모이면 뭐라도 된다(2)
* * *
“듀하~”
ㄷㅎ
듀하~
방송을 키고 인사를 하자, 내 인사를 X수들이 반갑게 받아주었다. 이젠 5천명이 내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대기를 타는 구나. 반년 전만해도 10명 대기타면 다행인 수준이었는데 말이야. 내 방송이 참 급속도로 성장했구나.
나는 마이크와 웹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목을 묶은 머리카락을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머리카락으로 너무 세게 묶으면 웹캠 동작 인식이 제대로 작동 안하더라. 머리카락에 목이 안보여서 그런 건가. 머리가 너무 고정되어 있어서 그런 건가.
나는 방송 시작 전에 가져온 아이스티를 마시며, 머리카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옆 모니터에 창을 띄웠다.
혹시 트리플 모니터라고 아십니까?
줭말 편합디다. 첫 번째 모니터는 게임 틀어놓고 둘째모니터는 내 방송 틀어서 체크하고 세 번째 모니터는 채팅창만 확대해서 틀어놓고.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거야. 본체도 하나 새로 맞추면서 예전 걸로 방송키고 지금 걸로는 게임만 하고.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오늘은 원래 지옥난이도 까지 클리어 할 예정이었지만, 합방을 하기로 했습니다.”
합방 ㅋㅋㅋㅋㅋ
요새 합방 많이 하네 ㅋㅋㅋㅋㅋ
우리 듀라가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가 생겼어요!
“도배는 뭐다? 잘가~”
그래서 누구임? 언제나처럼 시아임?
시아는 ㅇㅈ이지~
얼마나 친구가 없었으면 엄마가 놀아 주냐고~
“닥쳐! 내가 그래도 너네들 보단 친구 많거든?”
[A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0명이나 한 명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요?
“아잇 시팔! 그래도 현실 친구만 많았으면 됐지! 내가 이상하게 방송하는 친구는 적지만 그래도 현실 친구는 많으니까 내 승리야!”
인증 못하는 친구는 뭐다?
혹시 혼자만 친구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게...
정신승리 오지고 ㅋㅋㅋㅋㅋ
“나를 뭘로 보고 있는 거야...내가 이래 뵈도 한 때 동호회까지 운영했던 사람이야.”
내가 TS되면서 기존 인맥이 죄다 박살나 버려서 그렇지 생각보다 친구들 모임도 자주 가고 나름 회사 직원들하고도 친했...나? 생각해 보니까 업무 외 대화를 한 적이 거의 없네. 나 사실 사교성이 없었나...?
“생각해보면 나 은근히 사교성 없었을지도 모르겠네. 회사 사람들이랑 업무 말고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어...회사 망하고 나서 지금까지 X톡한번도 안 왔었고...”
왜째서 자아성찰 타임임 ?
몰라 그냥 봐 그게 듀라야
원래 듀라는 행동들이 죄다 뜬금없음
“이 이야기는 계속하면 우울해지니까 다시 합방 이야기로 돌아가자...오늘의 합방 게스트는 너희가 잘 알고 있는 마마랑, 다른 버튜버가 한명 더 나올거야.”
오 3인 합방
ㄴㄱ?
“수향이라는 버튜버인데, 나랑 마마가 같거든? 그래서 인연이 닿아서 같이 합방하기로 했어. 그래서 오늘은 3명이서 방송을 할 거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X코방에 두 사람이 들어왔다. 당연하게도 시아와 수향이었다. 둘 다 어제 상의해둔 대로 내가 소개하자마자 X코방에 들어왔군. 그럼 텐션을 좀 올려볼까.
[후후, 내가 왔다! 안녕, 다들 알겠지만 듀라의 마마인 시아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안녕하세요! 수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슬쩍 수향의 방송을 켜서 살펴보니 못해도 200정도는 되는 시청자들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찾아본 이전 방송 시청자 수가 20명 남짓이었으니까 무려 10배 떡상 인가. 그 탓에 잔뜩 긴장했는지 말을 더듬긴 했지만, 무난한 인사였다.
판떼기가 귀엽게 그려진 탓에 채팅창은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느낌이었다. 나는 채팅창의 반응을 살피다 진행을 위해 입을 열었다.
“듀하~오늘은 이렇게 3명이서 방송을 진행할거야. 합방이니까 평소보다 방송시간이 좀 짦긴 하겠지만 내일도 방송이 있으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
에반데
풀방 ‘해 줘’
합방 끝나고 개인 방송 계속 ‘해 줘’
“에이, 나도 좀 쉬어야지.”
합방하고 다 흩어지면 기분이 좀 그렇단 말이야.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가라앉아 버리니까...그래서 합방은 보통 끝나는 순간 방송 자체가 쫑나는 경우가 많지. 한명의 텐션과 뎌러명의 텐션은 느낌이 완전히 다른 거야.
나는 계속해서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오늘의 콘텐츠가 될 게임을 켰다. 어릴 때 해보곤 만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걸 서버까지 사면서 키게 되네. 무려 한국에선 성인게임으로 지정된 갓겜 이라고.
“오늘의 게임은 X인크래프트! 애들은 가라! 이거 19금 게임이야!”
ㄹㅇㅋㅋ
이왜진?
19금 ㅜㅑ
[이번 합방을 위해 서버도 개설했지! 아직 우리 3명밖에 없는 서버지만, 더 늘어날지도 몰라!]
[그, 그럼 우리도 건설사라도 만드는 건가요?]
건설사, 건설사라...물 건너 기업형 버튜버들이 서버마다 무슨무슨 건설이라고 하면서 모여가지고 이것저것 만드는 게 참 재미있어 보이긴 했지. 합방하기엔 그것보다 좋은 컨텐츠가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나도 일단 X인크래프트 사면서 서버도 같이 질러놨는데 이거 사람 더 들어올까? 나중에 사람 좀 더 모아서 같이 진행해도 꽤 재밌지 않을까. X인크래프트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애들이 주로 보는 콘텐츠기는 한데,
게임 자체가 입문이 쉬운 편이니까 버튜버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정말 최적화된 게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숫자 상관없이 모여서 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편하잖아. 재미도 있고.
“건설사? 좋지! 사명은 뭘로 할까?”
[듀라건설?]
[(주)듀라건설?]
“똑같잖아! 그리고 주식회사라니, 누굴 떡락 시키기라도 할 생각이야? 나는 주식이 싫어! 예전에 시험삼아 꼬라박았다가 돈만 날렸다고!”
[주식은 함부로 손대면 안 되지~]
[저는 봐도 하나도 모르겠던데. 역시 듀라선배~]
“서, 선배?”
호칭이 뭔가 부끄러운데. 온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아! 살다살다 내가 여자한테 선배 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오다니!
웃음소리 뭔데 ㅋㅋㅋㅋ
왜 저렇게 좋아함 ㅋㅋㅋㅋㅋ
아 저렇게 애교부리면서 선배라고 하면 누구라도 저럴 수 밖에 없지 ㅋㅋㅋ
[저보다 버튜버 선배시니까 선배라고 불렀는데 좀 그런가요?]
“아주 좋소!”
[우리 딸이 이렇게 애교에 약할 줄이야...그럼 나도 애교한번 부려볼까! 듀.라.선.배~]
“서버 이름은 듀라건설로 할까? 아니면 시청자 투표 한번?”
[에바야! 수향이는 받아줬으면서 나는 왜 안받아주는데!]
왜긴 왜야.
“엄마, 꼴불견이야...”
취급 보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콩트하시나요?
[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엄마가 애교좀 부릴 수 있지 왜 이렇게 반응이 엄근진이야!]
“너는 딸한테 애교부리는 엄마가 보고 싶어?”
[어...인정.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엄마가 진짜로 애교부리면 현타 올 것 같아.]
오늘 X인크래프트 하는 거 볼 수 있음?
왠지 셋이서 노가리만 까다가 진행도 못할 삘인데
그래서 회사이름은 뭘로 지음?
“그냥 듀라건설로 가자!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회사이름이 뭐든 상관없는 거 아냐?”
[맞아맞아! 원래 이런 건 창립자 이름 붙이는 게 국룰이야!]
[그래요! 듀라님 이름을 붙인 듀라건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이에요!]
누가 내 팬 아니랄까봐 광희난무까지 하면서 좋아하네. 슬쩍 채팅창을 보니 평소보다 하이텐션인 수향의 반응에 시청자들도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긴 평소에는 잔잔한 방송 하던 애가 갑자기 저렇게 돌변하면 나라도 놀라겠다.
“그럼 이름은 결정! 그 다음은 사훈이야! 훌륭한 회사에는 훌륭한 사훈이 있는 법! 아이디어를 제출 하도록!”
[돈은 항상 옳다?]
[캐피탈리즘 호! 어때요?]
“너무 노골적이잖아! 사훈은 뭔가 명언같이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는 게 기본이라고! 노골적으로 쓰면 싸보이잖아! 비싸보이려면 뭔가 좀 그럴듯한 사훈은 필수야!”
아 회사는 돈 벌려고 만드는 거라고요~
뼛속까지 자본주의의 노예인 듀라 답네 ㅋㅋㅋㅋ
사훈은 그럴 듯 하게 짓는 게 국룰 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우리 무슨 국가라도 건국해? 이건 사훈이야! 사! 훈!”
정말로 시청자들 말마따나 사훈 짓다가 오늘 방송 끝나겠네!
“사훈은 있어 보이는 걸로! 그리고 의도는 명확하게!”
[마차바퀴보다 큰 것들은 모조리 뜯어와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 몰랑! 마차바퀴로 결정!”
몽골족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사훈이 아니고 전쟁구호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사명 지었고, 사훈도 만들었고. 그럼 이제부터 개국공신 논공행상을 해야지! 엄마는 부사장! 수향이는 직원1!”
[와! 부사장! 와!]
[왜 저는 직원1인가요?]
“여기가 좆소니까?”
시작부터 좆소선언 ㄷㄷ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