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148.듀라, 듀라한이 되다(3)
* * *
“나 살아있거든? 그리고 그건 듀라한이라기 보다는 네크로멘서 비스무리한거 아니야?”
자기 묫자리가 재개발 구역이 되어서 무덤에서 일어나 자기 묫자리 다시 사려고 방송하는 컨셉이라니, 뭔데 그 눈물 나는 컨셉. 그러니까 내가 정말 짠내나는 인간처럼 느껴지잖아!
설정 짠내나네 ㅋㅋㅋㅋㅋ
그래도 나쁘지 않은 듯.
여러분 부동산이 이렇게 문제입니다
[얼마나 좋아! 적당히 짠내도 나서 불쌍해 보이고, 돈 좋아하는 것도 그럴듯한 이유 붙여줬고, 뭔가 현실적이잖아!]
ㄹㅇㅋㅋ
갑자기 정신 나간 듀라한에서 짠내 나는 듀라한이 되어버렸음ㅋㅋㅋㅋㅋㅋ
몬가 몬가임ㅋㅋㅋ
“다른 아이디어는 없어? 뭔가 좀 쩌는 걸로.”
[시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저승에서 넘어왔다는 컨셉은 어때?]
“이상해! 내가 골수 레스토랑스이긴 하지만 컨셉부터 그렇게 잡는 건 좀 심하지 않나? 그리고 왜 아까부터 저를 언데드로 만들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물어도 되겠슴까.”
[듀라한은 언데드 아냐?]
“콱 물어뜯어버린다! 양판소에서나 언데드 잡몹으로 나올 뿐이지 듀라한은 요정이라고! 결이 완전히 달라! 더러운 호드새끼가 어디서 듀라한이랑 비벼! 호드에게 줄 것은 겉바속촉 뿐이다!”
ㄷㄷ 얼라 인성보소
아 여기서 호드가 왜 나와ㅋㅋㅋㅋㅋㅋ
뭐임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시공 각을 잰다고?
[어...호드가 뭐야?]
“거기 똑띠 앉으라! 내가 지금부터 개쩌는 이야기를 들려줄테니...”
[어?]
“호드란건 말이다...”
갑자기 여기서 호드 강의를?
시공 1타 강사 듀라의 명강의 ㄷㄷ
하이라이트 클립보고 처음 와봤는데 어질어질하네요 ㄷㄷ
[어...그러니까....호드라는게 비겁하고, 졸렬하고, 명예를 모르는 녀석들이라는 거죠? 그거 순 나쁜 놈들이네!]
“그렇지!”
[아무고토아니야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여러분 저거 다 왜곡인거 아시죠?
아 ㅋㅋㅋㅋㅋ 왜곡은 무슨 호드가 다 그렇지 뭐
지금 호드 무시함? 얼라 새끼들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거 보소;;
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은 좀 입 여물고 있으라고 ㅋㅋㅋㅋㅋ
“어~디서 듀라한을 호드에 비벼? 듀라한은 호드랑 다르게 저승사자 일도 하는 성실하고 훌륭한 요정이라고. 어? 때로는 여신님들 따까리 짓도 하고, 훔쳐보는 놈들 얼굴에 피도 토해주고!”
[듀라한에 진심이네! 혹시 진짜 듀라한이야?]
어...?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았다. 대충 30초 정도 지난 것 같았지만, 내 머릿속은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 설마 누가 세상에 듀라한이 실존할거라고 생각하겠어?
나는 머리쪽 아바타를 드래그 해 가슴팍에 내려놓았다.
“나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도, 듀라한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근본 드립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골때리네 이 방송
[둘다 못 참는단 소리잖아! 그거 과몰입이야!]
“버튜버가 자기 설정에 과몰입하는 게 뭐가 나빠! 원래 자기 직업에 과몰입하는 놈들이 성공하는 거야!”
ㄹㅇㅋㅋ
과몰입 그 자체 ㄷㄷ
오늘도 발언 하나하나가 주옥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 과몰입은 방송인의 필수덕목이야! 자기 방송에 과몰입하지 못하면 방송을 제대로 할 수가 없거든! 뭐 방송컨텐츠 하나하나에 대본 만들어두고 할거라면 상관없겠지만!]
“인방에서 대본을 만드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몰라! 누군가는 하고 있지 않을까? 버튜버들이야 합동방송이나 기획방송 아니면 대본 쓰는 걸 본적은 없지만...애초에 인방은 대본이랑 상성이 안 좋은 직업이라.]
ㅇㅇ 그렇긴 함.
돌발상황 자체가 오지게 나오자너
생방송은 대본들고 뭐 하긴 무리인 듯.
“뭐 그렇지. 그래서 말빨이 중요한 거야 말빨이. 나 좀 봐, 말빨로 여기까지 올라왔잖아.”
??????????????
말빨(아무말대잔치)
양심 ㅇㄷ?
[듀라팬1234호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목소리빨 아니었음?
“야! 나 정도면 말 꽤 잘하는 거야! 세상엔 한마디도 제대로 못해서 찐따 소리 듣는 사람이 넘친다고! 그런데 목소리 빨 인건 부정 못하겠네. 내 목소리가 좀 쩔긴 하지.”
솔직히 이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내 목소리 덕이 컸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장 노캠 방송이라 얼굴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게임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내가 유명해진 건 순전히 목소리 덕분이었으니까.
사실 요즘은 그냥 캠방을 해도 되지 않나...싶기도 하지만, 라쿤 박사님의 잔소리 리믹스에 혹시 모를 위험성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캠방을 켤 일은 없지 않을까? 변이자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공인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인데, 좀 아쉬웠다.
솔직히 이 얼굴이면 말 한마디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웃어주기만 해도 지금 버는 돈의 몇 배는 벌지 않을까. 진짜 날로 먹을 수도 있을 거다. 압도적인 외모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이정도면 목소리 원툴은 아니지!”
ㅇㅇ
그건 마따
목소리가 독보적이긴 해도 말빨 없으면 못 살아남지 ㅇㅇ
[같이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듀라방송 자체가 재밌다고 생각해! 시청자들이랑 티키타카하는게 생각보다 정말 어렵거든. 하꼬라면 모를까 수천 명쯤 되면 채팅창 보는 것도 장난 아니니까!]
“눈이 뻐근해질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긴 하지. 당장 5천명이 한글자만 쳐도 5천개의 채팅이 올라오는 거라고. 나도 솔직히 시작하기 전에는 회사일 보다는 만만해 보였는데, 어떤 의미론 이 쪽이 더 빡세더라. 세상일 쉬운 게 없어. 회사야 맡은 일만 신경 쓰면 그만이지만 인방은 채팅창 보랴, 게임 진행하랴, 토크 하랴, 세팅하랴 할 게 정말 많더라.”
[근데 우리 이 이야기 왜 하고 있는 거야? 우리 컨셉짜려고 방송 킨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분위기가 자아성찰로 넘어감?
아 그냥 그런갑다 하라고 ㅋㅋㅋㅋㅋ 원래 이 방송 분위기가 막 바뀜 ㅋㅋㅋㅋ 토크 자체가 저세상이라 맨정신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됨 ㅋㅋㅋㅋ
이럴 땐 그냥 ㄹㅇㅋㅋ만 치는 거야
“아 몰랑!”
[그래서 내가 짠 컨셉 할 거야 안 할거야!]
“나는! 시체가! 아니야! 나는! 시체가! 아니라고! 나는! 요정이야!”
?????????????
우욱...
흑역사 1스택 추가 적립 뭔데 ㅋㅋㅋㅋㅋㅋ
[우리 딸일세. 28살인데 이러고 있다네.]
“끄아아아아앙! 팩폭 멈춰! 나는 그냥 언데드가 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양동이! 양동이! 구웨에에엑
[어? 듀라야? 괜찮아? 방금 토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냥 물 좀 마신 건데?”
마이크를 너무 가까이에 댔나? 아무래도 마이크를 평소보다 좀 가까이 놔둔 탓에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린 모양이었다.
토하는 소리 같았는데;;
몸 안 좋은 거 아님? ㄷㄷ
몸 안 좋으시면 들어가서 쉬세요 ㅠㅠ 방송보다 몸이 먼저임.
나한테 그런 이미지가 왜 있...그러고 보니 예전에 방송하다가 병원 실려간적 있었구나. 응급실 실려가는 사람이 흔한 게 아닌지라 그런 오해가 생길 법 하기도 했다. 아니 근데 나 정말 건강하다고. 당장 3대 500 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아니 나 멀쩡하다니까? 왜 건강한 사람을 병 걸린 사람으로 만들고 그래?”
[하지만 방금 소리는 정말로 토하는 것 같았는데? 진짜 어디 아픈데 참고 하는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내가 아팠으면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쉬었으면 쉬었지 끙끙 참는 사람은 아니거든? 내가 요 근래 병원에만 대여섯 번을 갔다왔는데 맨날 멀쩡했다고. 교통사고나도 백화점 무너져도 길게 입원한 적이 별로 없다니까? 이게 다 내가 튼튼해서 그래!”
[백화점?]
아, 실수했다. 그 때 살아남은 사람들 몇 없어서 신상 특정되기 쉬운데!
“나 그때 근처에 있어서 휩쓸릴 뻔했거든. 진짜 운이 좋았다니까? 문제는 그 직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했다는 거지...”
운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ㄷㄷ
+제로 아니냐?
ㄹㅇ...듀라님 너무 자주 다치심...
“내가 좀 운이 없더라. 뭐 하러 나가면 사고가 터지니까 이젠 사고가 터지면 아 또 터졌네 한다니까?”
[고생 엄청 많이하셨네요...]
다행히도 어느 정도 주의를 돌리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빨리 원래 주제로 넘어가서 아예 화제에서 지워버려야지.
“진짜 내가 이번년도에 겪은 일이 밀도만 따지면 근 10년 동안 겪은 일보다 많은 것 같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썰 좀 풀어줄게. 진짜 들으면 어이가 없을 걸?”
물론 어느 정도 각색은 해야겠지만. 그대로 말하면 잡혀간다고.
“이 이야기는 길어지니까 그만 하고, 슬슬 컨셉을 좀 정해보자. 솔직히 아까 컨셉은 좀 좀비 같은 느낌이라 그렇고, 뭔가 괜찮은 아이디어가...아!”
[모야모야, 뭐 좋은 거 생각난 거야?]
뭔가 저거 좀 킹받는데. 묘하게 놀리는 것 같은 말투라 그런가?
“그냥 저승까지 가는 마차가 고장나서 마차 고치려고 돈 버는 설정 어때? 잘 들어봐, 듀라한은 전승에서 목 없는 말을 타고 다니거나 목 없는 말이 모는 마차를 타고 다닌단 말이야? 그러니까 일하러 마차 끌고 나왔다가 마차가 사고로 부서져서 마차 살돈을 모으러 왔다는 컨셉인거지!”
그럴 듯 한데?
버튜버 설정들 씹덕스러운거 많아서 그 정도면 무난한 듯? 솔직히 버튜버라도 너무 씹덕스러우면 좀 그럼...
ㄹㅇㅋㅋ
“버튜버 보는 건 어차피 씹덕 아닌가? 중2병끼 좔좔 흐르는 이세카이물은 아무렇지 않게 보면서 이런 건 또 오글거린다는 거야? 니들이 쿨 앤 스테이를 아직 덜 봤구나?”
그건 쪼큼;;
에반데...
쿨ㅋㅋㅋㅋㅋ앤ㅋㅋㅋㅋㅋ스테이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애들아, 마차 살돈 내놓거라. 내 마차는 저어기 고오급 아파트 2채값이니까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하느니라.”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수금방송이었냐고 ㅋㅋㅋㅋㅋ
기승전 수금으로 이어지는 듀라의 방송...
결론:수금을 하기위한 컨셉을 짜는 컨텐츠
[역시 돈미듀...]
돈이 최고야! 나는 산처럼 쌓인 도네를 보며 활짝 웃었다.
“캐피탈리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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