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147.듀라, 듀라한이 되다(2)
* * *
“아아, 잘 들려?”
[떼미이이이이이잇!]
“청각 테러 멈춰!”
[잘 들리네!]
“시작부터 샤우팅이라니 그래가지고 오늘 성대 감당할 수 있겠어?”
[나는 오늘만 산다! 그러니까 소리 질러! 와우예에에에에에에에에!]
...오늘 컨텐츠 잘못 정했나? 시작부터 엄청나게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흠흠, 그럼 진행해 볼까? 이번 안건은 ‘버튜버로서의 내 설정을 어떻게 짤 것인가’이야.”
[어차피 듀라한 컨셉 아니야? 그래서 공들여서 머리도 잘랐잖아!]
“그건 대략적인 설정이고, 뭐가 디테일하게 설정을 짜보자는 거지. 요즘 게임만 해서 좀 심심하기도 하고, 이왕 하는 거 본격적으로 해야 재미도 있고. 지금 하는 거야 그냥 움직이는 아바타 하나 갖다놓고 웹캠 따라서 움직이게만 한 거잖아. 뭔가 아깝단 말이야. 수백만 원 들여놓고 결국 하는 게 평범한 방송이라니, 돈이 아깝다고!”
결론이 돈 ㅋㅋㅋㅋ
아 비싼 거 샀으면 뽕을 뽑아야지 ㅋㅋㅋㅋ
듀라답다 ㅋㅋㅋㅋㅋ
[그치! 하려면 본격적으로 뽕을 뽑아야지! 그럼 어미에 뭐 좀 붙여볼래?]
“뭘 붙여?”
[왜, 버튜버들중에서 어미에 뭘 붙이는 애들 있잖아! 페코~라던가 ~노라 라던가]
아 그건 좀. 뭐 지금 날 가지고 항마력 테스트라도 해보겠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헤으응예님이 40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어미에 ~듀라 해주세요
“알았다 듀라.”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마 듀라! 지금부터 웃는 놈은 숙청한다 듀라!”
시발! 어미에 이상한 거 붙이고 다니는 컨셉러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네! 이걸 대놓고 미는 버튜버들은 수치심조차 넘어선 프로들인가! 딱 두 번 말했을 뿐인데 죽고 싶어! 나를 죽여줘!
[나...웃겨서...말을...못하겠...흐흐흐흐흡...]
“웃지마! 웃지말라고! 듀라!”
뒤늦게 붙이는 거 보소 ㅋㅋㅋㅋ
웃겨 죽겨 죽이려고 작정했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흑역사 스택 쌓는 듀라 ㄷㄷ
[이거...푸흡...빨리 클립으로 박제해....서...올려...!]
“안 돼! 클립 멈춰! 올리면 그놈 집에 찾아가서 저승으로 보내버린다! 듀라!”
어? 그럼 듀라 실물 볼 수 있는 거임?
아 그건 못 참지 ㅋㅋㅋㅋㅋㅋ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오늘도 제 무덤 파는 듀라...묫자리는 따뜻하신지?
“차가워! 차갑다고! 내 묫자리엔 아무도 안 들어가니까 묫자리이야긴 꺼내지도 마! 듀라!”
[헤으응예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한번만 하셔도 되는데...
“뭐? 헤으응예니임...만...원후원...감...사합니...다...”
고단수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가타 찰지게 박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밤길 조심하셔야 할 듯 ㄷㄷ
세연아 뒤에서 쳐웃지 마라. 나는 고개를 180도 돌려 뒤에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고 있는 세연이를 노려보았다.
“세연아? 혹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소금 덩어리라도 먹고 싶어?”
“어...그게...미안해! 그것만은!”
나는 순식간에 웃음을 멈추고 내 눈치를 보는 세연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 쫄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그로를 끈담? 일단 이쪽은 제압했고...
“흠흠, 잠시 뒤에서 쳐 웃고 있는 매니저를 제압하고 왔습니다.”
가만 보면 매니저 맨날 털리고 있음 ㅋㅋㅋㅋㅋ
매니저 불쌍...
아 돈 주는 사람 비웃었으면 털려도 어쩔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
“돈 안주는데?”
아. 뇌내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
열정페이임?
속보)듀라...매니저 열정페이로 부려먹는 것으로 알려져...충격
[그런 사람 일줄은 몰랐는데...엄마 실망이야.]
“하지만 우리 집에 얹혀 사는 입장인걸? 월세도 내가 다 내는데 월셋값에 생활비까지 준다 치면 충분한 거 아닐까?”
동거인이 무직 백수라니...
열정페이는 커녕 생활비 주는 거였냐고 ㅋㅋㅋㅋ
근데 뭐하다 얹혀사는 거임? 직장 안다님?
“어...이건 개인 사정이라 말 못하고, 애가 일을 못하는 안타까운 이유가 있거든? 그래서 내가 데리고 있어.”
처녀귀신이 회사를 다닐 수는 없잖아. 근데 그걸 대놓고 말할 순 없고. 수습은 해야겠고. 귀찮은 일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이젠 전보다는 원만하게 수습할 줄 안다고. 진짜 찐 하꼬 시절에는 이런 거 하나 터지면 어버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사정이... 엄마는 믿고 있었다고!]
“구라치면 손모가지 잘린다고 안 배웠어?”
[헤헤...]
“작두를 대령해라! 작두우우우우우!”
어째 이야기가 5분을 못가고 계속 주제가 바뀌냐 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방송인데 합방하니까 제곱으로 혼란스러워짐 ㅋㅋㅋㅋㅋ
그래서 컨셉 이야기는 어디 간거냐고 ㅋㅋㅋㅋㅋ
“아 기다려봐. 작두질 좀 한 다음에 계속할라니까.”
[살려줘! 나 주거어어어어어엉!]
“안 죽잖아! 엄살 그만 피우고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
[원래 이야기가 뭐였는데?]
“뭐긴 뭐야, 컨셉이지!”
[컨셉이란거 꼭 필요할까? 우리 듀라는 이미 개성 과다인데?]
딱히 과다는 아닌 것 같은데. 나같은 돈미새 스트리머가 희귀한 것도 아니고. 이 바닥 심연을 들춰보면 돈 벌려고 온갖 짓을 다 하는 방송인들이 널려있다고. 민폐는 물론이요, 상상을 초월한 짓을 저지르는 인간이 수두룩한데 나정도면 평범함의 극을 달리는 게 아닐까?
“나 평범한데?”
????????
기만자 듀라;;
님 양심 ㅇㄷ?
[와, 방금 그 말 좀 재수 없었어. 그런 목소리가지고 평범하다고 하면 하꼬들 다 울겠다. 그거 기만이야 기만! 엄마는 널 그렇게 키운 적이 없어!]
“내 목소리가 좀 쩔긴 해.”
자뻑 미쳤냐고 ㅋㅋㅋㅋㅋ
킹 받는데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목소리 개쩔긴 함 ㅋㅋㅋㅋㅋ 심지어 샤우팅 하는 거 보면 저 목소리가 찐목인데 말이 안됨 ㄹㅇ
“목소리 말고는 평범하잖아. 그리고 내가 이번에 데뷔...한? 버튜버 이루마야 요루파참님 보고 생각한건데, 그 분야 고인물인 사람도 저런데 나는 더 철저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원래 버튜버란게 RP하려고 하는 거잖아.”
[흐흥, 그렇긴 해! 버튜버의 꽃은 컨셉 연기에 있지! 대체로 경력이 쌓일수록 컨셉이 무너지기 쉽기는 하지만, 그만큼 철저하게 지킬수록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개성이 되거든! 물론 쪽팔림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야! 컨셉을 원하는 자! 수치심을 견뎌라!]
근데 말 끝에 뭐 붙이는 거는 하지 말자...오글거려서 손발이 사라질 것 같음 ㅋㅋ
ㄹㅇ...씹덕스러워서 못 보겠음.
씹덕이라도 이건 좀...
“해보니까 쪽팔리더라. 일단 어미에 뭐 붙이는건 기각이야. 그럼 배경설정 쪽이나 건드려보자. 왜, 보니까 대부분 그 컨셉은 지키는 편이잖아. ~해서 x튜버가 되었습니다 같은 거.”
컨셉 괴랄한거 많긴함
ㄹㅇ...근데 나중가면 설정 거의 의미 없지 않음?
ㄹㅇㅋㅋ
“에이, 그래도 그 설정 잘 활용하면서 먹고 사는 버튜버도 많아.”
나도 버튜버 쪽을 제대로 본건 올해 봄부터인데, 별의 별 컨셉이 많더라고. 해적선장이 되고 싶어서 배를 사려고 버튜버 노릇을 하는 해적선장 코스프레녀 라던가, 9000살 먹은 아틀란티스 상어라던가, 불사조 라던가, 시간 여행자 패드리퍼라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버튜버의 숫자만큼 배경설정이 존재한다고.
“이왕 버튜버 판떼기도 만들어서 하고 있는데 그냥 듀라한 버튜버 듀라입니다! 하고 퉁치는 것보다 뭔가 그럴듯한 설정을 붙이는 게 좀 더 버튜버스러우니까 이번 기회에 붙여보자는 거지.”
[듀라팬1234호님이 1000원 후원!]
그래서 자체적으로 흑역사를 생산하시겠다 이 말인가요?
“이게 전설의 시작일지 흑역사일지 어떻게 알아!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누가 내 방송이 반년 만에 하꼬 중의 하꼬에서 머기업 방송으로 단숨에 떡상할거라고 생각하겠어?”
설득력 무엇;;
하긴 반년 만에 아무런 기반없이 시청자 한 자릿수에서 5천명 대까지 온 게 레전드기는 함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니까 설정충 방송도 묘하게 설득력있네 아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럴듯한 설정을 만들 거야. 괜찮은 의견 있으면 내놔봐! 나랑 시아마마랑 둘이서 뇌피셜로 짜내는 것보다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게 더 낫겠지?”
[엄마 재 흙먹어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그 집단지성이 X수인데?
“어...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는데?”
하긴 집단지성도 집단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확실히 X수한테 맡기면 온갖 밈이 섞인 혼종이 될 것 같은데. 게다가 나를 놀려먹으려고 중2병끼 넘치는 설정을 들고 올지도 몰라. 이 건은 취소다.
이건 차라리 집단지성보다 두명의 뇌피셜이 더 나을지도 몰라.
[설득력이...있어!]
“그 설득당하지 마시고, 뭔가 좋은 아이디어 없어?”
[돈에 미쳐서 방송하는 듀라한은 어때?]
“컨셉이고 뭐고 그냥 현실이잖아!”
ㄹㅇ
본인이 돈에 미친건 알고 있는 듀라쟝...
역시 돈미듀...
“뭔가 좀 그럴듯한 설정이 필요해!”
[음... 그럼 이건 어때?]
좋은 아이디어라도 생각났는지, 시아는 헛기침을 몇 번하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