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146.듀라, 듀라한이 되다(1)
* * *
“너희들 말이야, 버튜버들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
뜬금없네
방송 키자마자 하는 소리가 퀴즈냐고 ㅋㅋㅋㅋ
판떼기 아님?
“판떼기야 당연한 거고. 생각해봐. 버튜버하면 생각나는 거 없어?”
버튜버 좀 봤다 싶은 놈이면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눈치 챘을 것 같은데. 나는 미리 세팅해둔 아이스티를 빨대로 빨아 마시며 채팅창의 반응을 살폈다. 예상대로, 채팅창은 수많은 갈고리들과 내 질문의 답을 눈치 챈 시청자들로 시끌벅적 했다.
애초에 어그로 끌려고 던진 질문이라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이래저래 버튜버 한다고 소란피운거 치고는 버튜버 다운 활동을 한 적이 별로 없으니까, 이참에 좀 확실하게 정해두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좀 쪽팔리기야 하겠지만 그만큼 수많은 수익을 보장할 수도 있으니까. 겸사겸사 해외 시청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면 더 좋고.
도대체 그게 뭔데 ㅋㅋㅋㅋ
아 감질나게 하지 말고 그냥 말하라고 ㅋㅋㅋㅋ
아 에반데...
흑역사 하나 늘림?
“흑역사는 무슨. 좀 본격적으로 버튜버 짓 좀 해보려는 거지. 저번의 합방으로 깨달았단 말이야. 내가 인싸가 되려면 답은 완벽한 버튜버가 되는 거라고!”
????
듀라 약먹을 시간 됨?
ㄹㅇ...요즘 얌전하긴 했음
“물음표 띄우지 마 새끼들아! 니들이 버튜버를 알아? 심기체 버튜버론에 따르면 청초(심), 컨셉(기), 아바타(체)가 완벽해야 비로소 버튜버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움직이는 판떼기만 갖다쓰는게 무슨 버튜버야!”
심기체 ㅅㅂㅋㅋㅋㅋ
또 괴상한 이론 전개하네 ㅋㅋㅋㅋㅋ
이미 심에서 탈락인데 ㅋㅋㅋㅋ
“완벽한 컨셉질과, 청초한 마음과, 이쁜 아바타가 함께해야 진정한 버튜버가 될 수 있는 법! 버튜버가 괜히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게 아냐!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버튜버에요 오홍홍 거리는 것만으로는 이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나 같은 하꼬 버튜버는 컨셉부터 확실해야 한다고!”
하꼬(시청자 5000명)
님 양심 ㅇㄷ?
선 넘네...하꼬한테 사과해!
버튜버 청초는 청초가 아닌데? 청초(광기) 잖아 ㅋㅋㅋㅋㅋ
“버튜버 경력으로 따지면 하꼬 맞잖아. 이제 2주 지났는데. 그건 그냥 넘어가. 어쨌든, 그렇게 돼서 오늘 컨텐츠는 ‘버튜버 컨셉 정하기’가 되겠습니다. 와~”
오늘은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흑역사 갱신 맞네 ㅋㅋㅋㅋㅋ
짝짝짝. 나는 박수를 치며 웹캠의 위치를 조정했다. 기분 탓인지 뭔가 좀 안 맞는 거 같은데. 머리카락을 목에 너무 둘러서 그런 건가? 나는 목과 머리를 고정시키는 머리카락을 조금 풀어냈다.
어차피 격하게 움직일 일은 없으니 이렇게 해도 괜찮겠지.
근데 없어도 잘 나가는 데 필요함?
에이, 뭘 모르네.
“잘 생각해봐. 강렬한 컨셉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법이라고. 버튜버 세계에서는 그래서 온갖 설정이 난무한단 말이야. 수인 컨셉, 판타지 컨셉, 신화 컨셉, 아이돌 컨셉, 좀비 컨셉, 우주인 컨셉 같은 게 평범하게 존재하는 게 버튜버 업계야. 뭐, 대부분 유명무실하긴 한데,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유명무실하면 무슨 의미냐고 ㅋㅋㅋㅋㅋ
이미 듀라한으로 컨셉 잡힌 거 아님?
“이건 내가 장난친 거지 설정을 짠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한번 짜보자는 거지.”
[엄마 재 흙먹어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이루마야 에루파짱처럼?
“이그젝틀리! 내가 며칠 전에 그거 보고 얼마나 충격 먹었는지 알아? 카드에서 태어난 아이돌 지망생이라니 그런 신박한 설정 난 들어본 적도 없어!”
누가 카드에 박고 싸기라도 했냐고! 물론 즉석에서 지어낸 설정이지만 설정 자체가 골 때려서 기억에 남잖아? 뭔가 해외까지 노려보려면 그런 컨셉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차이가 크단 말이야.
역시 ㅆㄷ...
ㅇㄹㅎㅇ ㅇㅍㅊ!
아 에루파짱 아니고 루나루나땅이라고 ㅋㅋㅋㅋㅋ
[듀라팬1234호 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컨텐츠는 뭔가요?
“만원 후원 감사합...버튜버 설정 잡는 날이라니까? 지금 내가 평소처럼 헛소리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어?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다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주제로 넘어간 게 한두 번이냐고 ㅋㅋㅋㅋㅋ
시공 이야기하다가 민트초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게 바로 어제인데?
“아니 그건 시공 로고 보면 민트초코 생각나지 않냐고 그냥 말한 거뿐이었잖아!”
도대체 무슨 발상을????
아 민트초코에 시공 묻히지 말라고 ㅋㅋㅋㅋㅋ
“시공에 민트초코가 붙은 거겠지! 단언컨대 시공에 민트초코를 붙이는 자는 매년 생일 케이크가 민트초코케이크로 변하는 벌을 받게 될 지어다!”
오히려 좋아
우욱;; 그건 좀...
에반데;;
“근데 민트초코 케이크 먹어보고 싶긴 하다. 민트초코 맨날 말로만 들어봤지 그 민트초코 우유랑 아이스크림 말곤 먹어본 적이 없어.”
[민트초코협회장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민트초코 아주 맛있습니다.
“그건 좀...”
민트초코는 어디까지나 관상용일 뿐이야! 딱 사진 찍고 실제론 먹지 않는 용도일 뿐이라고! 세상에 누가 민트초코를 먹어?
“여튼, 다시 본제로 넘어갑시다. 민트초코 이야기 하다보면 또 몇 시간 동안 이야기가 산으로 갈 것 같으니까.”
이미 산꼭대기 찍었음 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잡담이란 게 그런 거지. 이야기하다보면 핀볼이 미친 듯이 튀기듯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튀곤 하잖아. 친구랑 수다 좀 떨어봤으면 어떤 느낌인지 알거 아냐?”
갑자기 스트레이트를 날리네 ㄷ
ㅂㄷㅂㄷ
친구가 뭔데...
“에이 없는 척 하지 말고. 설마 세상에 진짜 친구가 없는 사람이 있을 리가...”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3년째 가족말곤 X톡이 안와요....
“앗...아아...님은 우선 밖에 나가서 친구라도 찾으시는 게 어떨까요. 바깥에 돌아다니다 보면 넘치는 게 사람이라고요...”
그걸 추가타를 날리네 ㅋㅋㅋㅋㅋ
피도 눈물도 없는 듀라 ㄷㄷ
듀라님 실망했습니다 하차합니다.
“응 내일 또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듀라 방송 보고나면 그만 못 둔다고 ㅋㅋㅋㅋ
방송 자체가 귀르가즘 느끼게 하는 방송이 또 어딨다고 ㅋㅋㅋㅋ 틀어놓기만 해도 꿀잼임.
“여러분,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가 친구가 생길 수도 있고 생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갖고 싶다면 인터넷 친구를 사귄 다음 현실에서 불러내세요. 그러면 여러분도 실친이 있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정모 에반데
그건 인싸중에 씹인싸만 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zzzzz
역시 씹인싸 듀라 ㄷㄷ
또 이상한 곳으로 튀어나가네 ㅋㅋㅋ
그렇게 하면 정말 친구 생기나요?
“어...아마도요?”
확신 못하면 조언하지 말라고 ㅋㅋㅋㅋㅋ
[듀라바부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오늘도 이상한 조언을 하는 듀라
“이상하다니! 나는 그냥 내가 해본 선에서 조언을 해준 것뿐이야! 나도 대학생때 친구 만들고 싶어서 동호회 만들고 사람들 잔뜩 긁어모았다고! 문제는 죄다 나보다 연상이었다는 거지만...”
쩡도 아니고! 나빼고 다 아저씨야! 여자인 채로 그랬으면 진짜 동인지 그 자체가 될 뻔했어!
동호회 뭔데 ㄷ
역시 아싸인척하는 씹인싸
기만자네 ㅂㄷㅂㄷ
저 목소리에 인싸 아니기도 힘듬 아 ㅋㅋㅋㅋㅋㅋ
“아니 평범한 X헌 모임이었거든? 옛날 X헌은 말이야, 휴대용 게임기로 하는 게임이었는데 온라인 멀티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고! 4인 팟을 하려면 진짜 사람을 3명 더 구해야 했어!”
언제 적 이야기임 ㅋㅋㅋㅋㅋ
몬창인 내가 말하건대 듀라 ㄹㅇ 화석임 ㅋㅋㅋㅋ 최소 8~9년 전인데 ㅋㅋㅋㅋ
듀라...틀딱...메모...
“틀딱? 틀따악? 나 정도면 아직 파릇파릇한 여자라고! 결혼연령이 점점 올라가는 시대인데 아직 20대면 젊은 거야! 백세시대 몰라 백세시대?”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20대 후반 특:아직 30대 아니니까 젊다고 어필함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ㄱㄹㅇ 맞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니들은 안 올 것 같아?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이야! 니들도 곧 틀니 끼게 될거라고!”
애초에 난 외모만 따지면 하와와 여중생이라고!
“니들이 내 얼굴 보면 틀딱 소린 꺼내지도 못할 걸? 옆집 중학교 다니는 동생이랑 동갑취급 받는데! 술 살때마다 주민등록증 없으면 경찰신고부터 하려는 편돌이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귀찮은데!”
여기서 빨간약을? ㄷㄷ
급발진 시동 걸었네 ㅋㅋㅋ
ㄹㅇㅋㅋ
아 너무 탈선했네. 다시 이야기를 원래 흐름으로 되돌려야지.
“흠흠, 내가 너무 흥분했나보네. 그럼 다시 본제로 돌아가자고. 그래서 우리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지?”
민트초코 이야기요
친구 사귀는 법?
동호회 만든 썰?
“아니잖아! 진지하게 버튜버 컨셉 짜는 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아 안 속네 ㄲㅂ
[듀라마마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이런 재밌는 일에 내가 안 낄 수가 없지! X코 ON!
“와! 마마가 오셧다!”
뜬금 합방 뭔데 ㅋㅋㅋㅋ
아 이게 듀라지ㅋㅋㅋㅋㅋ
얼떨결에 합방 ㄷㄷ
“전문가도 왔으니까 이제 진지하게 말해보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