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147화 (147/352)

〈 147화 〉 132.애미가 둘이라서 좋으시겠어요(3)

* * *

“그거 설탕이야! 소금이 아니라!”

[에이, 설탕이나 소금이나 똑같...]

“달라! 다르다고! 개와 고양이만큼이나 달라! 후...도대체 평소에 어떻게 먹고 살기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 도대체 집에서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 거야? 혼자 산다고 했으면서!”

[하지만 단짠 단짠....]

“아이고~애들아 귓구멍 씻고 잘 들어봐. 설탕은 달고! 소금은 짜다! 설탕은 달고! 소금은 짜다! 따라해!”

[설탕은..짜고! 소금은 달다!]

­대환장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숨넘어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악! 소금은 짜고! 설탕은 달다!”

[소금은 달고! 설탕은 짜다!]

“그게 아니라! 거꾸로 말하지 마! 우읍...”

양동이! 양동이! 나는 머리카락을 늘려 재빨리 양동이를 내 턱밑에 대고 피를 쏟아냈다. 시발, 한번에 양동이를 거의 다 채운 건 처음이야! 적십자에서 날 보면 VVIP대우 해주겠네 진짜.

[어, 어어? 괜찮아?]

“씁...괜찮으니까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소금은 짜고! 설탕은 달다!”

[소, 소금은 짜고! 서, 설탕은 달다!]

“아주 좋아. 그럼 이제 요리를 만들어 보자.”

[뭐 만들까?]

“만들어보고 싶은 거 없어?”

스토리 모드가 아니라 자유플레이 모드라 원하는 거 만들면 되는데. 나는 주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시아는 침음성을 흘리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레시피를 하나 꺼내들었다.

[햄버거하자! 만들기 쉽잖아!]

햄버거가? 무슨 햄버거 만드는 게 군대리아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아세요? 확 삼시세계 X데리아 군대리아 세트만 먹어버릴 까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만한 햄버거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들어가던가?

요즘 X데리아나 X도날드 꼬라지 보면 원가절감하다 재료까지 무지 심플해진 느낌인데. 최근엔 엄마 손길마저 원가 절감이다 뭐다 해서 속재료가 부실해 졌는데...진짜 이젠 햄버거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시대가 온건가.

“햄버거요? 햄버거는 5분이면 만들어요.”

나는 재료 인벤토리에서 빵과 패티, 딸기쨈과 양배추와 양상추를 꺼냈다.

“일단 프라이팬으로 패티 굽고. 양배추 잘라서 샐러드용 소스랑 같이 버무리고! 빵사이에 패티 넣고, 양상추 넣고, 끝! 군대리아 완성! 불고기 소스는 사서 드세요!”

[?]

­아니 왜 군대리아를 만드는데 ㅋㅋㅋㅋㅋ

­쓸데없이 레시피 정확한 게 킹받네 ㅋㅋㅋㅋ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빵에 숟가락으로 구멍내고 딸기잼 바르고 우유 부어 먹었어....!

“선생님은 사회에 나와서까지 그렇게 먹고 싶습니까?”

진짜 말년이 되기 시작하면 아예 안 먹는다고. 어떤 말년이 빵식을 먹어? 먹는 척 하다 바로 PX로 빠져서 X넬치킨이랑 X화춘에 라면 하나 더 사서 스까먹지. 요즘은 어? 일병만 되도 다 그렇게 먹는다구요. 네?

[그래도 맛있어 보이는데...오늘 저녁은 햄버거 먹어야지.]

“X리버거?”

[상하이콰트로치즈갈릭밥버거!]

“도대체 버거이름을 몇 개나 섞어 놓은 거야? 무슨 햄버거 섞어먹기 챌린지라도 해?”

[토핑으로 추가하면 되지 않을까? 전부 다 맛있는데­맜있는 것 끼리 다 섞어먹으면 더 맛있어 질테니까?]

에반데.

“햄최몇?”

[2개?]

“돼~지.”

[딸아, 내가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았어? 사람한테 돼지라고 부르면 안 돼!]

“부르주아! 젠트리! 자본주의의 첨병! 하마! 코끼리! 범상어! 반달가슴곰! 돼냥이!”

­아무말 대잔치 뭔데 ㅋㅋㅋㅋ

­왜 갈수록 단어가 이상해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딸은 얼마나 먹는데!]

“3개!”

[나보다 더 많이 먹잖아! 나도 정말 배고픈 거 아니면 두 개는 못 먹어!]

“애완동물 키워서 산책 한번 빡세게 하고 나면 먹을 수 있어...”

네가 시속 50km넘게 달리는 미친 망아지랑 같이 산책해볼래? 진짜 지옥을 맛볼 수 있다고! 그래도 요즘은 맹약 덕분에 에포나의 급발진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맹약 효과 확실하네. 어쩌면 서행하는 승용차 정도는 역으로 밀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애완동물 키움? 그런거 치곤 울음소리 잘 안들리던데

­뭐 키워요?

[애완동물? 애완동물 키워?]

“말 키우는데?”

[?]

­??????????????

­구라 ㄴㄴ

­집이 목장이라도 함?

“말이 크다는 건 다 편견이야 편견! 말 중에는 진돗개나 시바견과 맞먹는 사이즈인 종도 있다고!”

[티컵강아지 같은 거야?]

“그거 보다는 원래부터 작은 종이야. 유전자 조작 없이 순수하게 조그만 녀석들이라고...한국에서는 기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유명하진 않지. 그래도 제주도 가면 어린이 승마 체험장에서 볼 수 있어.”

­그럼 비싼 거 아님?

­부르주아 ㄷㄷ

“비싼지는 모르겠다. 나도 어쩌다보니 떠맡겨 진거라. 그래도 먹는 게 풀이랑 당근 같은 거라서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 애가 작아도 말은 말이라 엄청 달리고 싶어하는 게 문제기는 하지만.”

[와, 보고 싶다...]

“보여주고 싶긴 한데 한국에서 정말 보기 힘든 종이라 보여주면 내가 누군지 알려지거든? 나중에 개인 메시지로 보내줄게.”

­ㄲㅂ

­개인신상 노출은 어쩔 수 없지

­희귀 동물이면 신상 특정 너무 쉬워지니까...

“자 그럼 다음 요리는~모두가 좋아하는 스테이...아니, 잠깐. 시아씨 뭐 만들어요?”

[어...맛있는 요리?]

“언제부터 요리가 손으로 재료들을 퍽퍽 으깨서 프라이팬에 대충 넣고 프라이팬을 뒤집는 식으로 만들게 된거죠?”

[어...손맛첨가?]

“그리고 요리할 땐 조리대를...프라이팬! 프라이팬!”

[어? 꺄아아아아악!]

­주방이 총천연색으로 도배되네 ㅋㅋㅋㅋㅋ

­ㄹㅇ 램지쉐프가 봤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겠네 ㅋㅋㅋㅋ

“깜짝 놀랐다고 프라이팬 이쪽으로 집어던지지 마! 재료가 덕지덕지 묻은 손으로 뒷정리하지 말고 손부터 씻어! 일단 엄마는 주방 출입 금지! 절대 금지! 들어오면 오늘 밥은 파프리카 밥에 청국장에 두부 구이를 먹여버릴 줄 알아!”

[식고문용 식단 멈춰! 사람이 사람답게 먹으려면 식단엔 고기가 있어야 해!]

“혹시 비건이라고 들어는 보셨는지?”

[사람이 어떻게 야채만 먹고 살아! 고기! 오직 고기! 고기만이 우리들의 식탁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야채는 그저 고기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필요한 양념일 뿐이야!]

“야채는! 건강에도 좋지만! 맛도! 좋다고! 한국은! 채식의! 나라야! 제철에 먹는 나물무침과 잘 익은 김치와 쌈장에 찍어먹는 양파와 풋고추! 마늘이 얼마나 존맛인데! 이런 맛알못을 봤나!”

­맛잘알 ㅇㅈ

­풋고추에 쌈장은 ㅇㅈ이지

­왤케 먹는 스타일이 틀내남 ㅋㅋㅋ

­저번에 국밥 좋아한다고 한 거 못 봤냐고 ㅋㅋㅋㅋㅋ 듀라 진성 국밥충임 ㅋㅋㅋ

­국밥은 쪼큼;;

“마, 닥치라 개쉐이야! 국밥은 단언컨대 단군이래 최고의 음식이야! 왕들도 몰래 나와서 국밥 한 사발 말아드시고 가기도 했다고! 생각해봐! 사골을 잘 우려낸 펄펄 끓는 뽀얀 국물과, 듬뿍 들어있는 고명과, 먹기 좋게 썰린 깍두기와 언제든지 넣을 수 있게 준비된 다대기! 그리고 후추와 소금! 뜨거운 국물을 한술 떠서 맛보고 소금과 후추, 다대기를 취향 껏 집어넣고 깍두기 국물을 투하해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밥 한술 떠서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지!”

­누구보다 국밥에 진심인 스트리머

아 안 되겠다 오늘 저녁은 국밥이다 ㅋㅋㅋㅋㅋ

[국밥충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국밥잘알 인정합니다

[국밥 먹고 싶다...]

“나도 국밥 마렵네. 방송 끝나고 가서 먹을란다.”

밤늦게 느지막히 가서 국밥 한그릇 땡기면 그만한 게 없지. 그리고 원래 야심한 시각에 조용히 먹는 야식만큼 스릴 넘치고 맛있는 것도 없는 거야.

­야식 먹으면 살찜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그거 살찌는 지름길이야!]

“군필여고생이라 살로 안가니까 괜찮아.”

­군필여고생 뭔데 ㅋㅋㅋㅋㅋㅋ

­저세상 드립 밑도 끝도 없이 터지네 ㅋㅋㅋㅋㅋ

[와...나 입으로 군필여고생이라고 말하는 거 처음 봤어.]

아니 왜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하고 그러세요. 그러니까 괜히 쪽팔리잖아.

“하와와~ 여중생짱이에요~이럴 순 없잖아.”

­ ㅜㅑ ㅜㅑ

­애교 미쳤냐고... ㅜㅑ

[AAAA님 10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기습적인 애교는 너무...좋습니다...

[오우야...]

아니 님까지 반응 왜 그러세요.

[소리 지를 때는 잘 몰랐는데 목소리 너무 이쁘다...]

­ㅇㅈㅇㅈ

­목소리 하나로 웬만한 성우는 씹어 먹을 수준임

“니들이 그런 반응 보이면 좀 쪽팔린데. 어우.”

[듀라조아님이 300000만원 후원하셧습니다!]

­애교! 더 많은 애교! 한 번 더!

“하와와 여중생쨩인 것이애오...더 많은 돈을 원하는 것이애오.”

­빨리 클립 따라

­좋은 건 다 같이 봐야지 아 ㅋㅋㅋㅋㅋ

[듀라팬1234호님이 5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듀라 애교는 정말 전설이다...

­ㄹㅇ 지금 숨이 안쉬어져...

­진짜 듣다보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과호흡 증세 옴 ㅋㅋㅋ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스트리머가 있다?

“어...언니?”

아...시발.

나는 고개를 돌려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을 살짝 열고 유라가 고개를 내민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유라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라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그, 바, 방송이니까 그러는 거 이, 이해해...”

“끼야악! 더 이상 말하지 마!”

유라는 잽싸게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삼키며 얼굴을 가리고 쪽팔림에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콰직.

책상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기울여진 내 몸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내 합방이 갑작스럽게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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