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130.애미가 둘이라서 좋으시겠어요(1)
* * *
“듀하~오늘은 정말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드디어 건물주됨?
ㄴㄴ 저거 딱 봐도 평소처럼 호들갑 떠는 거임.
X수들아 또 속냐! 저번에도 저렇게 말해놓고 팬아트 소개하고 끝난 거 기억 안남?
아니 이새끼들이? 내가 그렇게 허언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내가 평소에 X수들 자주 골려먹기는 하는데 오늘은 아니라고! 오늘은 정말로 특별한 손님이 오는 날이라고!
“내가 ‘정말’이라고 말했잖아! 오늘은 정말 기쁜 소식이라고!”
이것들 반응이 왜 이렇게 심드렁해? 오늘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기쁜 날이라고! 니들이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알간?
“X수들아 귓구멍 열고 잘 들어봐! 내가! 드디어! 합방을! 한다!”
놀랍지! 무려 합방이라고! 그리고 그 상대는...
?????????
구라 ㄴㄴ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아이고 듀라야...얼마나 합방이 하고 싶었으면 공기친구를 데려왔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찐아싸 대표인 듀라가 합방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ㅠㅠ
“야!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니들보단 친구도 많거든?”
대부분 연락 안되지만. 니들은 TS같은 거 하지마라...후...초인싸도 단번에 아싸가 되는 기적을 맛볼 수 있어...
지금 부르면 당장 올 수 있는 친구 있으면 ㅇㅈ함
“어...야 그건 반칙이지! 이 시간에 어떻게 친구를 불러!”
응 진짜 친구면 이 시간에도 와~
“누가 X수 아니랄까봐 너 사회생활 해본 적 없지? 그치? 이 시간엔 말이야, 막 점심 먹고 감기는 눈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책상 앞에 앉아 상사 눈치 보면서 멍때리고 있을 시간이라고! 이런 시간에 전화 걸면 민폐야 민폐!”
월급루팡 에반데ㅋㅋㅋ
미친 듯이 패네 ㅋㅋㅋ
“어? 내가 아무리 니들이랑 10시간동안 부대낀다고 하지만 내가 밖에 안 나가는 건 아니거든? 우리 에포나 산책 시키고, 옆 집 동생도 챙겨주고,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니들보단 내가 인싸야!”
듀라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 듀라가 그렇다는데 그냥 넘어가라 ㅋㅋㅋㅋ
아니 이 새끼들이?
“아잇 시팔, 자꾸 그러면 오늘 그냥 방종 하는 수가 있다?”
선 넘네...
아 그건 쪼큼;;
[듀라팬1234호 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와! 합방! 그래서 누구랑 하시는 데요?
“안알랴줌.”
?
아니 뭔데 ㅋㅋㅋㅋ
삐짐?
“니들이 산통 다 깨놨잖아! 그러니까 나도 안알랴줌.”
산통... ㅜㅑ
ㄷㄷ;;
[MAMA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그럼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안녕! 안녀어어어어어어어엉!]
깜짝이야
뭐임?
“뭐긴 뭐야, 이분이 바로 오늘의 합방상대, 버츄얼 X튜버 시아야!”
[안녕!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버츄얼 X버인 시아야아아암!]
스피커 터질 것 같네 ㅋㅋㅋㅋㅋ
시아가 여기서 왜 나와...?
버튜버 시아. 나보다 앞서 버튜버 업계에 뛰어든 3년차 버튜버고,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하이톤 목소리와 정신없는 진행이 웃음을 자아내는 한국일본 버튜버 계에선 나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다.
일단 나도 가끔씩 보던 사람이기도 했고, 정신없고 시끄러워 보여도 꽤 매끄러운 진행능력 덕분에 호평을 받고 있는 버튜버다. 호불호가 좀 갈리기는 하지만 누구나 호불호는 갈리는 법이다. 호불호에 호가 더 많으면 그건 잘하고 있는 거니까, 잘 나가는 버튜버가 맞다.
내가 어떻게 알게 됐냐고? 이 아바타를 만든 사람이 시아였다. 지금 쓰고 있는 아바타도 본인이 만든 거고. 전직 일러스트레이터였고 회사에서 그림 노예질 하다가 빡쳐서 그만두고 버튜버 업계에 뛰어들어 나름대로 순항중...이라고 하는데.
어우 귀야
누구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알려줄게!]
“워워, x수들아, 지금부터 경고한다? 채팅창에서 뇌절하면 밴이야. 알겠어? 니들의 품격을 보여주란 말이야!”
X수한테서 품격을? 차라리 지나가던 똥개한테 말을 배우게 하는 쪽이 더 현실성 있음.
아 니가 선택한 방송이라고 ㅋㅋㅋㅋ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ㅋㅋㅋ
[여기 사람들도 소란스럽네! 역시 채팅창은 소란스러운 게 좋다고 생각해! 인터넷 방송이라는 건 주고 받는 게 있어야 재밌는 법이니까!]
“아니, 시아님은 소통이 과해서 부담스러울 정도거든요?”
아 귀아파.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듣고 있으니까 고막을 미친 듯이 강타하는 하이텐션 목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분위기가...너무 시끄러워...
[에이, 부끄러워 하지마! 소통은 언제나 모자람이 없게 해야 하는 거야! 간만 볼게 아니라! 그게 바로 우리 같은 버튜버가 하는 일이라고! 세상을 시끄럽게! 소란스럽게! 자신 있게! 혼돈! 파괴! 망각!]
[A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투 머치 토킹 멈춰!
살...려줘...
선생님, 고막에서 피가 나오는데 손해 배상금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너가 선택한 방송이야! 악으로 깡으로 버텨!”
[하하하하하! 악으로~깡으로~ 버텨라~누가 유행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밌는 유행어라고 생각해! 사람은 확실히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미안하지만 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잠깐, 저걸 내가 다 받아내야 한다고? 갑자기 자신이 급격하게 없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론 유라보다 더한 투 머치 토커인데 저걸 내가 무슨 수로 주고받지?
[슈슈슈슉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듀라랑 무슨 관계인가요?
[듀라는 내 딸인데?]
?
?????
오우. 채팅창이 갈고리로 가득해졌군. 시아의 폭탄발언에 사람들이 죄다 혼란에 빠진 모양이었다. 일부 x수들은 무슨 뜻인지 이해한 듯 초성으로 웃음을 남발하고 있었다. 역시 여기에도 버튜버 팬들이 좀 있었구만.
어, 이거 수습해야 돼?
[지나가던 설명충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버튜버계에선 아바타를 제작해준 사람을 마마라 부른다! 설명충은 이만 꺼지도록 하지!
아 그래서 마마임?
버튜버도 하면서 일러도...ㄷ
[우우리 귀여운 딸 방송 많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엄마는 우리 딸이 이렇게 잘 컷다는 게 감동적이야!]
“나 혼자 컸거든?”
[에이, 또 부끄러워 한다! 그러지 말고 이 엄마 품에 안기렴!]
그리고선 아바타를 내 쪽으로 바짝 붙이는 시늉을 했다. 나도 그에 맞춰 내 아바타를 클릭해 시아가 붙지 못하도록 마구 움직였다. 한동안 나와 시아의 아바타는 화면 전체를 정신없이 쏘다니며 추격전을 벌였다.
“아 저리 가라고! 더워!”
[딸이 매몰차네! 애들아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니? 낳아준 엄마를 이렇게 무시해도 돼? 내가 어떻게 널 키웠는데!]
“5분 키웠잖아!”
[5분 키워도 엄마는 엄마야!]
평소보다 더 혼파망인데
ㄹㅇㅋㅋ...정신 나갈 것 같아...
평소 텐션 미친 x튜버 끼리 붙어버리니까 미쳐 돌아가네 ㅋㅋㅋㅋㅋ
“말 안 듣는 다고 머리를 잘라버리는 엄마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
[여기 있지! 그러니까 엄마 말 잘 들으랬지? 엄마 또 화낸다? 엄마는 딸이 엄마를 피해서 얼마나 슬픈데! 엄마 화나기 전에 이리오렴!]
“살려줘!”
듀라님 오늘 기분 엄청 좋으신 듯
살려줘(즐겁다)
즐기시게 냅둬
“으아악! 우리 말로 해결하자 말로!”
[우리 딸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구나! 오랜만에 벌이 필요할 것 같아!]
나는 눈치껏 머리(아바타)를 화면 아래쪽으로 숨겨버렸다.
“이게! 나의! 도주! 경로! 다!”
[머리만 도망쳐봐야 의미 없잖니!]
생각해보니 그러네?
“항복! 항복!”
[그러면 이제 벌 받아야지?]
“벌? 거절한다!”
[거절을 거절한다!]
“진정해!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잖아!”
[그래서 좋은거란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벌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가슴 떨리는 일은 없으니까! 자, 엉덩이 딱 대!]
ㅜㅑ
사람들 앞에서 공개 수치플레이 ㅜㅑ
“수치플레이 멈춰!”
[내 사전에 멈춰라는 말은 없다!]
“그럼 지금부터 적어 넣어! 멈춰는 동사 멈추다의 활용형으로 어간 멈추에 연걸 어미 어가 붙어서 만들어진”
[우리딸이 국어사전을 읽었어! 평생 책이라곤 한 권도 읽지 않던 애가!]
“나 책 많이 읽는다고! 이렇게 보여도 내가 이번년에 읽은 책만 100권이 넘어 갈거야!”
[그럼 무슨 책 읽는지 이야기 해 주겠니?]
“어...어...”
말을 잇지 못하는ㅠㅠ
도대체 뭘 본거야 ㅋㅋㅋ
나는 머릿속에 내가 읽은 책들을 떠올렸다. 나혼렙...밀크...유...회귀자가...너무...강함...딸내미말고 엄마...어...아무튼 읽었다고...
“아무튼 책 읽었다고!”
[그래. 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엄마는 네가 좀 더 건전한 독서를 하길 바란단다.]
“으아악 아니야!”
ㅜㅑ ㅜ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사람이 살다보면 그렇고 그런 거 볼 수도 있는 거지! 그래! 내가 야설을 봤다! 야설을 봤다 이말이야!”
[X수귀신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딸내미 말고...어머님...
“세연아아아아아아아아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ㅑ ㅜㅑ
그렇게 채팅창이 폭발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