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129.루프물 특:루프함(4)
* * *
“아니, 저 경찰 뭔데? 옷장에 숨어서 기습해도, 어두운 방에 숨어있다 기습해도 칼을 기껏 찔러도 왜 내 쪽이 제압당하는데? 뭐 정장 안에 방검복이라도 입었어? 진짜 저거 경찰 아니고 살인청부업자 아냐?”
아 여기서 47은 에바지! 뭐 트랩이라도 설치해야 되나?
ㄹㅇㅋㅋ
ㄹㅇ 식칼로는 어림도 없는 듯
“뭔가 제압하는 방법이 있을 거 같긴 한데.”
나는 거실과 안방, 화장실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며 상호작용을 시도했다. 하지만 딱히 걸리는 게 없었다.
돌아다니며 입수한 아이템은 화장실에 있는 수면제랑, 아내 휴대폰이랑, 식칼이랑, 머그컵이랑,
아 여기서 지체되면 방송 너무 늘어지는데...뭔가 방법이...나는 안방을 뒤적거리다 불을 끄려고 스위치를 클릭했다.
[아오!]
“아니 뭐 어떻게 하면 버튼에 전기가 흐른대? 아 혹시 이거 이용하면 되나? 근데 뭔 수로 저 경찰이 버튼을 누르게 만들지?”
화장실에 수면제 있던데 그걸로 아내 재워서 불 끄고 숨어있으면 안방 불 키려다 감전되지 않을까요?
훈수 에반데
훈수 ㄲㅈ
“오케이, 알려준 건 고마운데 다음부턴 하지 맙시다.”
나는 시청자의 말대로 수면제로 아내를 재우고, 안방 불을 끄고 옷장에 숨어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경찰관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안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경찰이 비명을 지르자마자 옷장에서 뛰쳐나와 안방으로 주인공을 이동시켰다.
“역시 감전에는 답이 없구만. 그럼 일단 파밍부터 해볼게요.”
와! 경찰이라 그런지 템이 좀 많네! 수갑이랑, 권총이랑, 나이프랑, 휴대폰이랑...
“일단 수갑으로 묶고...칼빵 한 번! 이건 전 루프의, 전전 루프의, 대충 모든 루프의 나에 대한 복수다 망할 견찰 새끼야!”
망설임 없이 칼빵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안방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아주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이겼다! 게임 끝!”
응 아니야~
언제부터 복수물이 된 거임 ㅋㅋㅋ
“이번에도 똑같이 해봐야겠네요. 수갑으로 묶은 다음 심문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다음 회차로 넘어간 나는 똑같이 경찰을 제압하고, 수갑으로 제압만 해놓고 잠시 기다렸다. 잠깐 기다리니, 경찰이 두발로 일어나다니 주인공을 박치기로 제압해 버렸다.
“뭐야? 지금 대머리라고 자랑하는 거야? 이젠 손 묶은 사람한테까지 지네...?”
주인공 ㄹㅇ 개복치네 ㅋㅋㅋㅋ
개복치 그 자체ㅋㅋㅋ
“일단 다시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일단 제압하고 추가 조치하면 될 거 같은데.”
나는 다시 한 번 루프를 시작해 방금 전처럼 경찰을 제압하고 이번엔 총을 클릭했다. 다리에 쏴지나 보네. 나는 다리에 총을 쏘고 정신을 차린 경찰을 클릭해 심문을 시작했다. 몇 번의 대화 끝에 나온 정보는 꽤 많았다.
“그러니까 장인어른이 이 경찰 선배고 아내가 장인어른을 죽였다고 생각해서 잡으러 오는 겸 증거물인 시계를 찾으러 왔다는 거네. 그럼 그 시계 찾으면 뭔가 변할 것 같은데...어디에 있지?”
숨길만한 곳이 너무 없는데? 나는 내가 싸돌아다니며 얻은 아이템 중에서 뭔가 단서가 있을 법한데. 나는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경찰 휴대폰 루팅햇으니까 한번 볼까.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이 사람들은 잠금도 안 걸어 놓네. 그러다 다른 사람이 메시지 훔쳐보면 어떡하려고?”
잠금 안 걸려있는 거 불편하거든요?
ㄹㅇㅋㅋ
“사실 나도 고등학생 때 귀찮아서 잠금을 안 해둔 적이 있거든? 근데 친구가 내 폰을 문자한다고 빌려가더니 안에 있는 영상을 봐버렸어...그리고 그날부터 애들이 날 피하더라.”
설마 읍읍
ㅜㅑ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애니 하나 넣고 보던 것뿐이라고.”
ㄴㄷㅆ
여기서 씹밍아웃을?
“무우우우우슨 문제라도 있냐? 사람이 애니 좀 볼 수 있지. 니들도 원나블은 다 봤잖아?”
원나블이 뭔데!
원나블 이었으면 사람들이 피할 이유가 없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A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무슨 애니인지 말하면 10만원 도네 갑니다
“요스...헙!”
시발! 반사적으로 말해버렸어!
역시 자낳괴 ㅋㅋㅋㅋㅋㅋㅋㅋ
돈 걸리니까 바로 말하죠?
요스로 시작하는 애니가 뭐가 있음?
설마...
[현관합체님이 10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사람이 근친애니 좀 볼 수 있지 왜 그러시죠?
“아니, 사람이 근친물 좀 볼 수 있지 왜 그러시죠?”
?????????
아니 그건 쪼큼;;
이젠 숨길생각도 없네 ㅋㅋㅋㅋ
사람이 딸감 찾다보면 어? 그냥 야한 장면만 나와도 딸감이 되는 거지 근친물이니 NTR이니 보어물이니 신경 쓰냐고! 그냥 그 나이엔 히로인이 너무 꼴렸단 말이야! 니들이 현관합체의 꼴림을 알아? 이런 꼴알못 새끼들아!
[...근친이란 건 꽤나 흔한 일이 아니더냐?]
아니 신들 사이에선 그렇긴 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도 켈트 신화도 신들은 근친 밥 먹듯이 하는 족속들이잖아! 제우스 새끼는 치 증손녀도 따먹었다더만!
“히로인이 꼴리는 게 뭐가 나빠! 젠장 니들은 폰에 야동이나 야짤 같은 거 집어넣어본 적 없냐고!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는 거지!”
아, 나 지금 여자였지.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이상 끝까지 간다!
낯선 듀라에게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야너두?
야나두!
ㅜㅑ ㅜㅑ...
잠깐,
“클립 땃니?”
[듀라팬12351호님이 1000원 후원 하셧습니다!]
ㅎㅎ...ㅈㅅ...ㅋㅋ;;
“클립 제작 멈춰! 멈추지 않으면 영원히 내 방송에서 쫒아 내버리겠어!”
인성 ㄷㄷ
듀라의 시커먼 인성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 몰라! 게임에나 집중해! 더 이상 언급하면 망설임 없이 밴 할 거야!”
숙여!
헙!
“어우 분위기 망가졌네. 어쨌든 저는 이 아조씨를 무사히 루프에서 탈출 시켜 드릴 겁니다. 어 뭐야, 이 대머리 딸 있는데? 빛도 잇고? 이거 강도 맞네!”
전직 경찰인데 강도짓 하러 온 거임? 개판이네 ㅋㅋㅋㅋㅋ
견찰 수준...
“그럼 뭐야, 이 경찰 죽여도 엔딩 못 보는 거면 딸 가지고 협박해서 쫒아내면 되나? 그럼 다음 회차는 경찰이랑 원만하게 이야기 좀 해보면 되겠네.”
그렇게 10번을 죽은 끝에, 나는 경찰과 어찌어찌 화해할 수 있었다. 노가다 끝에 해결방법을 찾아내니,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장인어른을 죽이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거인 기념사진을 루팅하고 아내가 직접 말하게 하니 시계만 받고 돌아가더라.
그리고 배다른 남동생이 있고 그 남동생이 죽인 범이라는 말이 아내에게서 튀어나왔다.
“아니, 근데 아내한테 배다른 남동생이 있는데 개가 범인이라고? 혹시 스토리 짤 때 한국 드라마 많이 참고했나?”
유서 깊은 막장드라마의 법칙 ㅋㅋㅋㅋ
그러면 남동생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짜 그러네. 중요인물로 언급되는데 나와야지. 근데 남동생이라고 해봤자 남자는...아.
“설마 주인공이 남동생 아냐? 아니 진짜 근친?”
킹능성 있는 듯
여기서 새로운 등장인물 나올 거 같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되네요
자기 누나랑 결혼했다고? 우욱...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침팬지랑 결혼할 수 있죠?
“세상엔 많고 많은 취향이 있으니 누군가는 침팬지를 보고 꼴리지 않을까요?”
ㄹㅇㅋㅋㅋㅋㅋ
도네나 듀라나 개판이네 ㅋㅋㅋㅋ
“뭐 일단 아직 내용이 남아 있으니까 쭉 진행합시다. 근데 이제 뭐 어떻게 하지? 배다른 남동생이 유모와 장인어른의 자식인데 유모이름이 꽃이라며? 꽃...꽃...서랍위에 꽃 있지 않았나?”
아기옷에도 꽃 있지 않음?
아 그러네
달리아 였던가
“아, 달리아, 달리아. 다른 단서는 없는 거 같으니 그게 맞을 거 같은데?”
나는 곧바로 아기 옷을 확인하고 똑같이 아내에게 루프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말했다. 역시 충격 받은 반응을 보여주는 아내를 보니,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구나.
[...제 아비와 몸을 섞는 딸도 있거늘, 남매끼리 결혼 한 것이 그렇게 큰 문제더냐?]
아 좀. 여기서 수 천년 지난 신화를 들먹이진 맙시다. 나는 그런 취미 없으니까!
“결국 예상대로 배다른 남매 맞네요. 와! 근친! 와! 근친살해! 와! 주인공이 씹새끼! 심지어 과거회상 보니까 아버지도 총으로 쏴 죽였나보네!”
ㄹㅇ 주인공이 ㅅㅂ놈이네 ㅋㅋㅋㅋ
주인공 멘탈 터진 거 보소 ㅋㅋㅋㅋ
“근데 그 와중에 멘탈 터진 거 보면 찐사랑이긴 한가보다. 멘탈 제대로 터진 것 좀 봐.”
어...그런데 여기까지 밝혀내고 경찰한테 말해도 엔딩이 안 뜨네? 뭐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 건가?
“와. 도대체 엔딩이 뭐 길래 아직도 루프를 돌아야 돼?”
하지만 몇 번을 돌아도 딱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 길래 요 자기 누나랑 결혼하고 임신까지 시킨 근친남을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시나이까.
정신 나갈 것 같애! 난 막장드라마 싫어! 차라리 현관합체가 낫지! 이건 뭐야! 어느 쪽이든 해피엔딩 따위는 없어 보이잖아!
나 나갈래!
“아내한테 밝히면 집에서 쫒겨 나고! 경찰한테 말하면 이뭐병하면서 시계만 가져가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주머니 시계 건드려보실?
“주머니 시계? 어...돌아가네?”
장면이 바뀌고 아예 다른 장소, 서재비스무리한 곳에 의자에 앉은 주인공이랑 아마도 아버지?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뭐 선택할 수 있는 건가? 떠난다랑 포기 못한다랑 뭐 고를까? 투표 간다!”
아 요즘은 구질구질한거 인기 없다고
그래도 저정도 찐사랑이면 근친이라도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님 혹시 근친충이세요?
들켯네 시발. 하지만 한번 들어보세요
“근친이야기 그만해! 근친이든 뭐든 현실만 아니면 괜찮으니까! 우리 2D는 2D로 남겨놓자!”
세팅해 놓았던 5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투표창을 열어 결과를 확인했다
“떠나보내는 쪽이 사람이 훨씬 많네! 그럼 일단 떠나보내는 걸로!”
나는 아내를 떠나보내는 선택지를 클릭했다. 엔딩의 내용은 씁슬했다. 주인공이 아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놓아주는 엔딩. 예상대로 정말 씁슬한 엔딩이라, 엔딩 크레딧이 끝난 직후에 루프마냥 들어온 집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는 공허한 풍경뿐이었다.
“이게 엔딩? 진엔딩은 따로 있을 거 같은데, 일단 진엔딩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재밌는 게임이었음.
근데 이미 스포 당할대로 다 당해서 아무도 안살 듯 ㅋㅋㅋㅋ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잠시 화장실 다녀온 후에 2부 방송 시작할게!”
그렇게 나는 ‘근친 취향을 가진 스트리머’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근친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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