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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142화 (142/352)

〈 142화 〉 127.루프물 특:루프함(2)

* * *

­무슨 게임이에요?

“루프물 알아? 루프물 모르는 X수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같은 시간을 계속 빙빙 돌면서 그 시간대를 벗어나려고 하는 게 루프물인데, 이 게임도 12분 동안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스토리의 게임이야!”

이 분야 명작으로는 크로...읍읍. 8의 저주도 애니계의 전설이었지만 어느 쪽이든 마이너의 극이라서 좀 그래. 탐 크루즈씨 나오는 영화가 그나마 인지도가 있겠네. 이름이 뭐였더라.

“그 뭐냐, 탐 크루즈 아저씨나오는 죽을 때마다 며칠 전으로 돌아오는 영화? 그거 생각하면 돼. 설명 끝!”

­ㅇㅎ

­그거 재밌었음 ㅋㅋㅋㅋ

“이제 설명은 됐고, 시작한다?”

나는 마우스를 머리카락으로 움직여 새 개임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잠시 검은색으로 점멸하다, 이내 화면이 뜨고 시계가 벽에 걸려 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루프물이라 그런지 시작부터 시계 보여주고 시작하네...연출 괜찮은 거 같은데?”

­좀 있어보임

­분위기 오지네 ㅋㅋㅋㅋ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계의 분침이 돌아가며 12시로 돌아가는 연출이 나왔다. 12분에서 0분으로 돌아가는 연출인가. 개발자가 공들여서 만든 게 느껴졌다. 역시 이런 게임은 연출이 잘 뽑혀야 할 맛이 나지!

마치 눈보라사 처럼 말이야! 우리들의 근본 픽 X아2를 봐! 그래픽도 시네마틱 영상도 때깔 좋게 나오잖아! 게임은 일단 그래픽이 좋든 구리든 연출이 좋아야 돼! 겉모습이 받쳐줘야 속을 들여다 볼 마음이 생기는 법이라고!

“갓겜 예감이 드는 데요? 시공처럼?”

­에반데;;

­듀라 양심 ㅇㄷ?

“시공은 갓겜 맞아. 반론은 허락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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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피셜:시공은 우주 최고의 갓겜이다

­셊곖쵮곲 갓겜 힚옶슶 ㄷㄷ

­시공 말고 진정한 갓겜 리오레 하쉴?

“뭐? 너가 그러고도 내 방 시청자라고 할 수 있냐! 나가거라! 분식점의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올줄 모르면서 어찌 이 방송의 참맛을 알 수 있겠는가! 가라! 다음에 올 때는 시공의 맛에 익숙해진 다음에 오도록 해라!

강퇴...는 좀 그렇고, 나는 잠깐 밴을 먹였다. 농담으로 치는 드립인데 진짜 쫒아내면 좀 그렇잖아. 이미 뒤통수에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유진아...그건 좀 아닌 것 같아...시공은 좀...”

꼬우십니까 HUMAN? 내 드립이 너의 햄버거를 살 돈이 되어 줄 텐데? 나는 머리를 손으로 붙잡고 180도 회전시켜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채팅창을 보고 있는 세연이를 쳐다보았다.

“...햄버거 없다?”

“참신하고 재밌는 시공드립은 역시 최고라니까!”

태세전환 확실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진성 레스토랑스 ㄷㄷ

­아 이 방송에서 분식점 이야기 꺼내면 밴이라고 ㅋㅋㅋㅋ

“내 방에서 분식점이야기는 금지야. 알겠어? 또 그러면 분노의 시공 10시간 방송 간다?”

­오히려 좋아

­시공 10시간? 착석하시오! 당신도!

순식간에 클린해진 채팅창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역시 기강은 시공으로 잡아야지. 이게 다 시공이 우주 최고 갓겜이라서 그런 거라니까? 인류가 우주 진출해서 외계인과 만나면 가장 먼저 가르쳐줄 갓겜이 바로 시공이라고!

외계인들도 X랙하트 항만 한번 해보면 저혈압 치료제로 쓸거라니까?

첫 오브젝트 싸움 지면 그냥 패배 확정이라 탈주에 정치에 트롤에 아주 개판이야!

외계인들도 시공 몇 판하면 그런 갓겜의 참맛을 깨닫겠지!

그러니 시공을 우주로!

반박은 받지 않는다! 반박 시 내 말이 다 맞아!

“잠깐 죄송함다. 우리 채팅방 관리자가 감히 시공을 모욕해서 참교육 시켜주고 왔어요.”

­충격)x위치 스트리머 듀라. 매니저에게 갑질한 것으로 알려져...

­ㄷㄷ 시공 강요

[레닌동무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이게 주체사상인가 하는 그거냐?

“어허! 주체 사상이라니! 저는 그저 시공의 훌륭함을 다시 가르쳐주고 온 것뿐이거든요?”

­조만간 갑질 논란으로 휴방 하시는 거죠?

­이제는 휴방 빌드업까지 ㄷㄷ

으아아! 나 돈 벌거라고! 니들의 달달한 호주머니를 털어서 건물 살거라고! 그러니까 빨리 도네나 날리란 말이야!

[...아해야, 추하느니라.]

오늘 저녁은 비빔밥이 땡기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느니라.]

“흠흠,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게임이나 하죠.”

나는 채팅창을 보고 있던 머리를 돌려 게임화면을 쳐다보았다. 이제 막 시작한 겜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는 남성의 모습을 엘리베이터 문에 비춰주며 시작되었다.

“회사원인가? 뭔가 딱 퇴근하고 오는 분위기네.”

잠깐 기다리니 주인공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 동시에 시점이 1인칭에서 쿼터뷰 시점으로 전환되며 凸자형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생긴 게 참 기묘하네.

“아, 이제 움직일 수 있나 보네.”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복도를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게임은 복도부터 철저하게 뒤져보는 게 국룰이지! 어드벤쳐 소리 듣는 게임 치고 숨겨놓은 물건 없는 게임이 없으니까!

“어디 파밍할거 없나...”

아쉽게도 눌러볼 수 있는 오브젝트는 그림 두 개가 끝이었다. 아잇 시팔. 아무것도 없는 건 에반데. 역시 극초반이라 그런가?

“아 뭐야, 시작부터 좀 아쉬운데? 어떻게 첫 장소에 파밍할 게 없어!”

­일단 진행 ㄱㄱ

­루프물이니까 나중에 생기는 타입 아녀요?

“아 그른가? 그럼 일단 진행해야겠네. 근데 뭐 공간이 작아서 문 열고 들어가면 되나 보네...아니 문 잠겨있는데? 아니 열쇠 없다고? 주인공새끼야 어떻게 된 놈이 집 열쇠를 안 들고 다닐 수가 있어! 안 들고 다니면 도어락 달던가!”

­ㄹㅇㅋㅋ

­옆에 있는 화분에 숨겨둔 거 아니에요?

­문 옆 화분에 숨기는 게 국룰이긴 함

“그런가? 그럼 일단 만져볼게요.”

마우스로 화분을 클릭하니 화분이 확대된다. 산세베리아 비스무리하게 생긴 식물의 옆에 눈에 띄게 생긴 돌을 클릭하니, 돌이 주워졌다.

돌을 주웠어...?

이럴 땐 화분 밑에서 꺼내는 게 국룰 아니야?

“여러분, 제가 돌을 주웠습니다. 이걸로 문을 때려 부수면 되는 거죠?”

­자기 집 문을 돌로 부숴버리는 놈이 어디 있냐고 ㅋㅋㅋㅋ

­화분 밑에 보는 것도 아니고 돌 줍는 게 끝인 거 얼탱이 없네 ㅋㅋㅋㅋ

“지금 나만 그런거 아니지? 그래서 이 돌로 뭐 해야 되는 거지? 화분 부셔? 안되는데? 인벤토리 일단 열라니까 열어서...가짜 돌? 돌이 돌이지 가짜 돌은 뭐야.”

나는 설명에 따라 커서를 위로 옮겨 인벤토리를 열고 바위를 클릭했다.

“열쇠가 요기있네? 이 집 열쇠 숨기는 솜씨 맛집이네? 돌 밑에 붙여놓는 거 참신하네?”

­ㄹㅇㅋㅋ

­돌 밑에 붙여 놓는거 뭐냐고 ㅋㅋㅋㅋ

“일단 열쇠 찾았으니 들어가 봅시다.”

나는 집 열쇠를 드래그 한 다음 문에 갖다 대었다. 오 문 열린다. 문이 열리고 들어간 집은 부부둘이 사는 집인 듯 탁자에 수저가 두 세트가 올려져 있었다. 그거 뺴고는 15평쯤 되어 보이는 방 두 개 짜리 집이네. 하나는 화장실일 테니 실질적으로 방이 하나인 집인가. 시점이 시점이라 그런가, 좀 작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깔끔한 나무 바닥과, 회색 카페트, 붉은색 소파와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은 정말 아늑해 보였다.

“집이 참 아기자기하네요.”

­ㄹㅇ...

­넒지는 않은데 되게 아늑해 보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반지하 2년차인데 이사가고 싶네요

“혼자 살거면 저런 집이 정말 좋죠.”

[자기야, 나 왔어. 사랑해.]

[금방 나갈게]

오, 성우도 있네. 주인공이 집에 들어와 아내를 부르니 아내의 대답이 들려오고, 잠시 뒤에 아내가 문을 열고 나타나 주인공에게 애정어린 포옹을 해 주었다. 금술 좋은 부부로구먼. 주인공 부부의 대사를 조용히 음미하던 나는, 중간에 들려온 아내의 대사에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최고의 밤이 될거라고...? 의무방어전이야? 그냥 간식 먹는 다는 소리지? 설마 이거 진짜 하는 건 아니지?”

­의무방어전 ㅜㅑ

­야스 ㄱㄴ? ㄱㄴ?

­ ㅜㅑ ㅜㅑ

“안 돼! 나 방송 정지 먹어! 안돼에에에!”

다행히도 그런 분위기는 아닌 모양인지,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던 아내는 소파로 걸어가 앉고, 나는 다시 주인공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후 심장 떨려라. 여러분, 가족 사이에 그런 짓 하는 거 아니에요. 알았죠?”

[수영아빠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듀라님 말 새겨들어라...진짜 하는 거 아니야...

­경험자의 조언...잊지 않겠습니다...

­그 전에 결혼은 했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냐고 ㅠㅠ

“그럼 내 방송 보지 말고 빨리 밖에 나가서 사람을 사귀세요. 그래야 실낟 같은 희망이라도 있지...”

[듀라팬 1234호님이 1000원 후원 하셧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다가 며칠 전에 여사친한테 차이고 분위기 어색해졌어요...

“아...좋은 인연 만나실 거에요.”

­ㅠㅠ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자자, 그럼 그만 우울해 하시고, 제 방송 보면서 힐링이나 하세요.”

그나저나 이제 뭐 해야 되나. 나는 거실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전부 클릭하다가, 아내가 나왔던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심플하네. 하긴 복잡할 필요가 없으니까...”

­근데 변기 위치가 좀 특이한 듯. 화장실 중간에 있는건 또 처음 봄 ㅋㅋㅋㅋ

­ㄹㅇㅋㅋ

“확실히 그렇긴 해. 서양 화장실은 저런가? 변기에 앉아서 세면대 거울이나 보고 있으라는 뭐 그런 배려야?”

­변기에 앉아 자기 얼굴 보고 데미지 입으라는 거임? 잔인하네 ㄷㄷ

­셀프 고문 설계 ㄷㄷ

“에이, 좀 자신감 좀 가져봐. 관리 좀 하고 그러면 충분히 솔로 탈출 가능하...다니까?”

­본인도 에바인거 알아서 말 더듬는 거 보소 ㅋㅋㅋㅋ

­선넘네...

“아니 쏴람이 사람 좀 사귀라고 하는 게 선 넘는 거야? 님들 혹시 사실 AI인거 아니죠?”

아 뭐야, 화장실을 뒤져봐도 얻은 게 수면제 하나 뿐이네. 나는 다시 화장실에서 나와 거실을 돌아 다녔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이번엔 화장실 옆에 있는 침실로 이동하니 ,있는 거라곤 침대와 서랍장, 그 위에 있는 화분과 구석의 작은 의자 밖에 없었다.

“침실 치고는 되게 휑한데? 뭐 있는게 없네.”

­진짜 휑하기는 하다.

­뭔가 사람 사는 분위기가 안남

“그럼 일단 침실에서 나와서...이게 끝인가? 12분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돼? 그러고 보니 복도로 다시 나갈 수 있나? 뭐 바뀌었을지 모르니까 한번 나가볼게요.”

나는 마우스 커서를 옮겨 내가 들어왔던 현관문을 클릭했다.

주인공은 문고리를 돌리고 다시 밖으로 나갔...

[방금...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 밖으로 나가면 다음 루프로 넘어가나 보네요.”

주인공은 어느 샌가 다시 현관문을 열고 막 집에 들어왔을 때의 장면으로 돌아가 있었다. 일단 주인공도 지난 회차를 기억한다는 설정인가...

계속해서 진행하니, 지난 회차랑 똑같은 대사와 행동을 보이는 아내와 곤혹스러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왔다. 역시 이게 루프물의 참맛이지. 본인만 기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주인공의 심정이 빠질 수가 없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네. 한번 아내 말대로 일단 디저트나 먹어볼까? 한번 쭉 훎어보고 상황파악 좀 해야 되니까 일단 아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볼게요.”

­ㄱㄱ

­루프 흐름을 쭉 확인해 보고 진행하는 거 좋은 거 같아요.

나는 아내의 말대로 곧 바로 디저트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오붓하게 아내와 데이트를 시작했다.

[나 임신했어!]

“와! 임신! 잠깐, 임신 중인데 해도 돼?”

­임신 초기라 상관없을 듯

­ ㅜㅑ...

띵동. 아내가 임신 소식을 전하고 주인공이 놀라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울린 초인종에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경찰입니다. 돌아서주시죠.]

“엥?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

­경찰이 왜 거기서 나와...?

나와 시청자들이 당혹스러워 하건 말건, 경찰은 8년전의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를 들이대며 주인공의 아내와 주인공을 수갑을 채워 넘어트리더니, 발버둥 치는 주인공의 목을 졸라 죽여버렸다.

그리고, 다음 루프가 시작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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