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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141화 (141/352)

〈 141화 〉 126.루프물 특:루프함(1)

* * *

그날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5일 후에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오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라쿤 박사는 필사적으로 ‘이세계이니! 시차가! 있지! 않겠느냐!’ 라며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럼 다 죽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해서, 나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생각에 잠겼다. 친분이 있냐고 하면 애매하지만,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아가려던 오크가 허무하게 죽어버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죽은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나와 이야기까지 나누었던 사람이 죽어버린 건 어릴 적을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세연이도 내가 걱정 되는지 햄버거를 먹다말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유진아...괜찮아?”

“어? 어어...”

“오늘 방송은 쉬는 게 어때? 상태도 안 좋아 보이고...”

“아냐. 차라리 방송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럴 땐 다른 일 하면서 생각 안하는 게 최고지. 일단 이 집의 가장으로서 돈을 벌기도 해야 하고, 방송인으로서 무작정 휴방하는 게 좋은 일도 아니고. 진짜 한 달의 반을 쉴 수는 없잖아.

[...너무 잔걱정이 많느니라. 그러려니 하면 될 것을.]

무정하시네요. 하긴 원래부터 그러시긴 했지.

[오래 살다보면 때론 누구보다 비정해야 할 때도 있느니라. 어중간한 자비보다는 확실한 무정이 오히려 그들을 위한 일이니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아시나? 죽는 게 나았다는 말은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구에 도착할 수만 있었다면 전부 살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나를 향해 연신 고맙다고 말하던 오크를 떠올렸다.

그 간절함이, 내 마음을 쿡쿡 찔렀다.

그 일을 잊지 말라는 듯이.

[살아있는 것이 지옥이라면, 죽는 것이 천국에 이르는 길이니라.]

선심 쓰듯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신님은 정말로 그들이 죽던 말건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나를 달래려는 듯 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으니까. 마치 필요하니까 말한다는 느낌이었다.

[...그저 , 지나간 일에 미련을 갖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느니라.]

마치 자기가 했던 말을 수습하려는 듯이, 여신님은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 몸에 함께 동거하는 여신님과 얼굴을 붉히기는 싫었기 때문에 나는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밥그릇과 수저를 들고 싱크대에 내려놓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전원버튼을 눌렀다. 15초 남짓한 부팅시간 동안 나는 멘탈을 수습하며 머리통을 슬쩍 내려놓았다. 이것저것 추가되는 게 많아지면서 켜야 할 게 많아졌다. 송출 프로그램, x위치, 버튜버 live2D모델링, 웹캠, 마이크 등등...인터넷 방송이라는 게 손이 꽤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래도 이 짓을 벌써 반년 가까이 한 덕에 세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연아, 준비 됐어?”

“으므.”

햄버거 입에 물고 대답하는 건 좀...그 전에 어디서 가져 온 거야? 유라가 준 건가. 나는 손으로 v자를 만들어 대답한 세연이를 내버려두고, 노래를 켰다.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대충 ‘나 방송준비 중이니 기다리고 있으세요’를 어필하는 파트다.

오늘은 나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위장을 해야 하니까 더더욱 필요했다. 사람들 앞에서 우울한 모습 보여줄 순 없잖아.

원래 오프닝 전에 이렇게 대기시간을 줘야 사람들이 여유롭게 들어오고, 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체크하고 올릴 수 있으니까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이지. 마지막으로 마이크가 잘 되고 있는지, live2D는 잘 적용되고 있는지 체크한 뒤에, 머리를 목 위에 얹었다.

버튜버 방송의 단점이라고 해야 되나, 머리를 목 위에 올려놓고 방송해야 한다는 게 참 번거롭다. 머리는 책상에 내려놓고 방송하는 게 최곤데. 요즘 세상에 누가 머리를 목 위에 올려놓고 방송함?

나는 방송 송출 버튼을 눌렀다.

“듀하~”

­ㄷㅎ

­ㄷㅎ

­안녕하세요~

“점심은 맛있게 먹었어? 월급루팡 하고 있는건 아니지? 내 방송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월급 루팡은 하는 거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 감봉당하면 서럽잖아.”

­이 시간에 직장인이 있음?

­ㄹㅇㅋㅋ

“에이, 오후1시니까 밥 늦게 먹는 직장은 아직 보는 사람 꽤 있겠지.”

­아 들켰네 ㅋㅋㅋㅋㅋ

­아 일거리 없어서 다 놀고 있다고...방송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에고, 힘내시구요.”

시청자 수를 보니 4천명. 이제 들어올 만한 시청자들은 전부 들어왔네. 일단 수금타임을 좀 가진 다음에, 준비해둔 게임을 플레이하고, 2부는 x아나 하면 되겠네. x아가 생각보다는 쏠쏠하던데.

역시 유저수 100만 단위 게임은 방송하기 가장 미묘하다는 MMORPG라도 경쟁력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하긴 은근히 방송할만한 컨텐츠가 있기는 하지. 재련이라던가, 돌 깎는 거라던가, 레이드라던가.

장기백은 그만보고 싶다 제발!

­오늘은 무슨 게임해요?

­X아 아님?

“1부는 다른 게임 할거고, 2부에서 할거에요.”

­오 요즘 X아강점기라 볼거 없었는데 다른 게임은 환영이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듀라님은 다른 버튜버랑 콜라보 방송 안하시나요?

“나도 버튜버 데뷔하면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부르더라. 이거 왕따 맞지? 내가 정말 마이너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 팀게임도 자주하는 스트리머인데 슬슬 합방 제의 정도는 들어와야 하지 않나?”

­ㄹㅇ...

­시공은 좀...그냥 이대로 무인도 계속 가는 게 나을 듯 ㅋㅋㅋ

나도 합방으로 꿀 좀 빨자! 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커버려서 오히려 빨대 꽃힌다고 하는 게 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시청자 4천 넘는 스트리머가 흔한 건 아니잖아. 천명 넘으면 머기업으로 인정받는 게 인방계인데.

“뭐 하다보면 언젠가 합방제의 들어오지 않을까?”

­이쯤 되면 본인이 합방 거부하는 거 아님? 말하는 거 치고는 본인이 합방에 적극적이질 않음 ㅋㅋㅋㅋ

­ㄹㅇㅋㅋ

“내가 아싸라 인싸끼 넘치는 사람들이랑은 좀...”

­시공킬 때 친구창에 친구 없어서 혼자 게임 돌리는 듀라쟝...

­애초에 시공하는 버튜버 듀라밖에 없다고 아 ㅋㅋㅋㅋ

“시공은...갓겜이다! 왜 아무도 시공을 안하는 거야!”

­시공은 좀...

­시공을 놔주시면 합방 제의 들어오실 듯

“시공이 뭐가 문제인데!

회사가 성추문으로 국가에 고소당하기라도 했어?

회사가 프로리그를 아무런 통보 없이 없애버리고 프로팀에게 사후통보 하기 라도 했어?

뜬금없이 이상한 오리지널 메리수 캐릭터 만들어 놓고 스킨 설명문에 유저 조롱하기라도 했어?

밸패 할 때마다 밸패 대상들 죄다 OP나 고인으로 만들어 버리기를 했어?

랭크가 제대로 안돌아가서 유저들이 직접 사설랭크 사이트 만들어서 랭크전을 해야 하기라도 해?

시공이 뭐가 문제인데!“

요즘 세상에 LGBT외치면서 무지갯빛 총공격 외치는 그린캠프 총겜 보단 낫지!

­팬이 더 잘 깐다더니 ㄹㅇ 찰지게 디스하네 ㅋㅋㅋㅋㅋ

­팩트로 까는 거 오지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여러분, 시공은 완벽한 갓겜입니다! 팀원 하나도 뒤처지지 않게 하는 공산주의식 시스템과, 눈보라사의 작품에서 등장했던 영웅들을 직접 플레이하고, 수많은 맵과 맵에 맞는 새로운 게임 플레이 방식! 지금 당장 플레이하세요!”

아 너네들 와야 매칭 5분 안 넘는다고!

­이쯤 되면 광기인데;;

­ㄹㅇ 저럴 때마다 소름 돋음ㅋㅋㅋㅋㅋ

­어찌하여...시공이십니까...

“시공 밈이 유행할때는 너도 나도 시공의 폭풍으로 오라고 했으면서...”

[레스토랑스직원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시공의 폭풍은 정말 최고야!(플레이 안함)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흐지믈르그...시공은 갓겜이라고...”

웹캠에 찍인 내 시무룩한 얼굴 표정을 따라 아바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보니까 내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 하나는 훌륭한 장점이었다. 그냥 일러 하나 놓고 방송하면 확실히...좀 감정 전달같은 부분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연출 쪽이 아쉬워 진다고 해야 하나, 때로는 말없이 표정으로 보여주는 리액션이 얼마나 큰데. 당장 캠방 리액션에서 과장되게 행동하는 것도 그런 부분을 극대화 시켜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려는 거다.

듀라한 스트리머는 근데 그게 제한적이잖아? 순수하게 목소리로만 리액션을 해야하니 아무래도 제약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버튜버로 전환하기로 마음 먹은 거고.

“후...우리 제 아픈 손가락인 시공 이야기는 그만하고, 슬슬 게임 하러 가볼까요?”

수금도 꽤 많이 된 거 같고. 시공 이야기하니까 오크랑 다른 의미로 슬퍼진다고...다른 게임 하면서 멘탈 좀 케어 해야지.

­무슨 게임 해요?

“요즘 좀 핫 하다는 게임인데, 제가 또 안해볼 수는 없어서 가져왔어요.”

X팀에서 게임 아이콘을 클릭해 게임을 실행한다. 아주 잠깐의 딜레이 후에 화면이 검게 물들고, 게임이 켜지기 시작했다.

“오늘 할 게임은~요즘 인기 있는 채신 게임, 12분입니다! 모두 착석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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